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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한 헌터는 귀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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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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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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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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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롤로그

DUMMY

흔한 웹소설 도입부처럼 나는 회귀했다.

2024년에서 2002년으로 말이다.


‘아니, 회귀가 아니라 환생인가?’


정정하자.

회귀보다는 환생에 가깝다.

아니 회귀와 환생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봐야겠지.

2002년의 나는 이제 뒤집기를 열심히 하던 아기였지만, 회귀 이후 나는 10대 초반의 소년이었으니까.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정신을 차린 나는 10대 초반의 고아였다.

원래 세계에서도 부모님이 없기는 했지만, 환생한 이후 인생 2회차도 부모가 또 없다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머리 아프니까 회귀라고 하자.

아무튼 회귀한 나는 2회차 인생에서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중고등학교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수능도 고득점을 받아 인서울 명문 대학교에 입학했다.

하루는 고3때 담임이 상담 시간에 이렇게 말해왔다.


‘우리 구성이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노력도 좋지만 휴식도 중요하단다.’


휴식?

지금의 땀방울이 미래의 날먹으로 이어진다.

내가 노력하는 이유는 곧 경제적 자유.

회귀 재벌.

인생 날먹을 위해서였다.

무릎을 꿇은 이유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인것처럼, 내가 지금 노력하는 이유도 미래에 꿀 빨기 위해서였다.

미래 지식 치트로 재벌이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둘러댔다.


‘선생님.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쉬엄쉬엄하렴.’


그리고 시드 머니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코인은 나오기 전이지만 굵직한 사회경제 이슈만 알아도 돈 버는 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탄탄대로, 앞길이 구만 리 고속도로나 다름없었다.


‘흐흐흐. 회귀 재벌 가자!’


그래.

잊을 수 없는 그 날.

2009년의 그날. 오늘 수업을 끝내고 평소처럼 방바닥에 누워서 미래 계획을 알차게 설계하던 그날.

번쩍.

창밖에서 번개가 반짝였다.

뒤이어 천둥이 울렸다.

뭐지? 비인가?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창밖을 바라본 순간.

밖에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건.

그래.

게이트였다.

게이트에서는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건 괴물이었다.

몬스터.

몬스터라고?


“게이트라고?”


그날.

인생의 장르가 바뀌었다.

회귀 재벌물에서 헌터물로.

그리고 나는 회빙환을 착각했다.

나는 회귀한 게 아니다.

게이트와 몬스터가 열린 헌터물 세계로 환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 세계의 장르를 몰랐던 이유는, 최초의 게이트가 열리기 전이라 그랬던 것이다.

사나이 박구성.

환생 5년 만에 세계의 진실을 깨달았다.


“이런 씨발······.”


그와 함께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으로 내가 벌 수많은 돈.

수많은 사업 아이템.

미래 지식 치트.

코인까지.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다. 게이트가 열렸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내 회귀 재벌의 꿈이······. 인생 날먹의 꿈이······.’


평생을 거쳐 빌드업한 회귀 재벌, 인생 날먹 꿀빨기 계획이 산산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건.

터무니없는 게이트라는 대재앙 때문에 모든 빌드업이 무너진 회귀자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렇게 그날.

내가 아는 모든 미래 지식을 게이트가 집어삼켰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


30년.

30년의 세월은 아주 많은 걸 바꿔 놓았다.

회귀 재벌의 꿈은 끝났다.

게이트가 열렸다. 당연히 내가 아는 미래는 전부 박살 났다.

그날.

나는 죽을 뻔했다. 살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고 살기 위해서 고블린을 죽였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했다. 마력이 퍼지고 상태창이 나타났다. 각성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초기 각성자들은 약했다. 그래서 비각성자들도 몬스터 전쟁에 동원됐다.

나도 비각성자로서 몬스터와 싸웠다.

그리고 헌터라는 말이 생겨났고, 나는 비각성자 헌터가 되었다.

대격변 초기에는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비각성자도 헌터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얼렁뚱땅 비각성자 헌터가 되었다.


‘그때는 그 방법밖에 없었지. 먹고살려면.’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내 나이도 서른을 넘었다.

헌터 협회가 세워지고 기초적인 헌터 사회가 구축되었으며 인류 문명과 인프라가 어느 정도 복구되었다.

그 시스템 구축에는 나도 일조했다.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고 아프리카와 북한이 대충 몬스터에 망한 뒤에야 세계가 대충 그럭저럭 삐걱대지만 굴러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료도 생겼다.

비각성자인 나와는 다르게 신적인 능력을 지닌 각성자.

사라였다.

각성자가 많이 등장하고 몬스터 대응 교리도 정립돼서 비각성자는 슬슬 헌터 업계에서 은퇴하거나 퇴출되던 시기기도 했다.


‘이제 나도 다른 비각성자 헌터들처럼 은퇴해서 꿀좀 빨아볼까.’


인생의 장르가 재벌물에서 헌터물이 되어도 유일하게 포기하지 않은 꿈.

그건 바로 인생 꿀 빨기였다.

그래서 남들처럼 적당히 돈 모아서 은퇴해서 꿀 빨려고 했다.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한 현장에서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 안녕하세요. 박구성 헌터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 오늘 헌터님을 수행하게 된 짐꾼 김선혁이라고 합니다. 처, 처음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김선혁.

그는 이제는 기억도 빛바래진 1회차, 아니 전생에서 내가 읽었던 헌터물 웹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이름은 흔했지만, 생긴 게 웹툰화된 주인공과 똑같이 생겨서 알아봤다.

웹툰이 워낙 흥했어야지.


‘시발 진짜 빙의였다고? 그것도 헌터물에?’


믿을 수 없지만 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회귀도 환생도 아닌 웹소설 빙의를 한 것이다.

그날 나는 희미한 기억 속에 있던 원작 웹소설의 내용을 끄집어내서 노트에 정리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적당히 주인공 옆에서 꿀 빨다가 적절할 때 은퇴하려고 했다.

은퇴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돈은 많아서 나쁠 것 없다.

더 많은 돈은 더 안락한 은퇴 라이프를 보장해주니까.

어차피 주인공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지만 주인공은 날 놓아주지 않았다.


“공대장님. 공대장님이 없으면 저는 안 됩니다. 은퇴는 절대 안 됩니다. 같이 은퇴할 겁니다.”

“아니 이 새끼가? 진심이냐?”

“저는 100% 진심입니다.”

“좋아. 그럼 조금만 더 한다.”


주인공이 나랑 같이 은퇴한다는데, 세상이 망한다. 그럼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내 은퇴는 미뤄졌다.


“길드 만들었습니다. 공대장님. 길드장을 맡을 분은 당신뿐입니다.”


그 와중 나는 길드장까지 됐다.

대격변으로부터 13년.

재앙을 막다가 내 동료인 사라가 죽기 직전까지 처했다.

수많은 죽음을 겪었지만 그녀의 죽음은 달랐다.

나는 그녀의 죽음을 유예했다.

사라는 냉동인간이 되었다.

대격변으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주인공 김선혁을 도와 최종 보스를 무찌르고 세상을 구했다.

한번 생긴 던전과 게이트는 닫히지 않았지만, 흑막이 사라져서 세계는 평화로워졌다.

나는 원작 웹소설 스토리의 끝을 보았다.

소설이었다면 여기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끝이란 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공대장님. 제 결혼식 주례는 당연히 당신이 맡아줄 거죠? 공대장님 아니면 서 줄 사람 없는 거 알잖아요?”


이제는 세계를 구한 영웅.

용사가 된 김선혁이 나를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다.

원작 히로인과 함께 말이다.

속도 위반이었다.

원작에도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뭐 굳이 해달라면 해줘야지.


“그래, 까짓거 해주마.”


모든 게 끝난 그 날.

나는 주인공, 아니 후배의 주례를 섰다.

둘은 축복 속에 결혼식을 끝냈다.

그리고 은퇴하려고 했다.

그래서 길드장 직위도 사직서를 냈다.

이제 진짜 다 끝나고 해피 엔딩이니까 쉬어도 되지 않나?


“나 은퇴할래.”

“공대장님. 이제 수습해야 하는데 은퇴라니 말도 안 됩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길드장을 그만두는 건 좋습니다. 그러니 협회 고문이라도.”


대격변으로부터 20년.

나는 은퇴를 못 하고 헌터 협회의 고문이 되었다.

하지만 고문 일을 하는 동안에도 나는 은퇴 계획을 세웠다.

돈은 어느 정도 모았다. 명예도 있었다.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었다.

그리고 나이도 들었다.

세계는 평화롭다. 주인공이 있는 한 줄곧 평화로울 것이다. 새로운 위험도 없다. 시스템이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이제 관절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젊을 때 험하게 굴러서 그런지 허리도 쑤셔왔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은퇴해야지.’


그렇게 은퇴하려고 했다.


‘시골에 땅을 사서 전원주택을 세우고 농사로 소일거리 하는 거야.’


오랜 꿈이었다.

시골에 땅을 산다.

주택을 짓는다.

그리고 거기서 사는 거다. 돈이 많으니까 고용인도 고용하고 그렇게.

럭셔리 플렉스 귀농 라이프였다.

그렇게 은퇴하려는 순간.


“박 고문님, 이 아이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아, 안녕하세요.”

“내가 왜?”

“은퇴를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까? 고문님의 은퇴 계획에 저희 신정그룹이 한손 보태겠습니다.”


나는 회장이라는 사내를 바라봤다.

그는 대격변의 격동기에 살아남은 전통 재벌 중 하나였다.

그의 뒤에는 은발의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각성자였다.

은퇴 계획을 몇년 미루는 걸로 재벌의 도움을 받는다면.

나쁠 건 없다.

나는 수락했다.


“그러지.”

“알겠습니다. 인사해라. 오늘부터 네 선생님이 될 분이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나는 헌터 인생에서 첫번째 제자를 들였다.

그리고 곧 두 번째 제자가 찾아왔다.


“헌터 아카데미 우수 졸업생인데, 공대장님 제자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역대 최고의 유망주입니다. 그녀의 재능은 어쩌면 저조차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유망주가 공대장님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주인공.

김선혁을 뛰어넘은 재능이라고?그런 아이가 날 스승으로 원한다고?

그래.

얘만 키워 놓으면.

앞으로 세계의 미래도 든든하겠지.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도 알아서 처리할 거다.

은퇴를 미룰 가치가 있었다.


“그렇다면 제자로 받아들이지.”

“역시 공대장님입니다.”

“나 이제 공대장도 아닌데 언제까지 공대장이라고 부를 거냐?”

“당신은 영원히 제 공대장님입니다.”


미친놈.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제자를 받아들였다.


“사부님! 잘 부탁해요!”


또 미뤄졌다.

그리고 대격변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모든 걸 끝냈다.

당대의 영웅을 도와 세계를 구했고 미래의 위험을 제거할 차세대 영웅도 키워냈다.

그러니까.

그냥 다 해줬으니까.

날로 먹고 싶은 거 참고 은퇴도 미루고 개처럼 일했으니까.


“야, 김선혁. 나 이제부터 은퇴한다.”


은퇴 좀 해도 되잖아?

이제 나도 내 꿈 찾아서 떠나서 자아 실현 좀 해도 되잖아?

30년 전부터 꿈꿨던 인생 날먹 꿀 빨기라는 꿈 말이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남은 인생은 좀 날로 먹어도 되잖아?


“공대장님. 정말 은퇴하려는 겁니까?”

“스, 스승님. 안 돼요.”

“사부! 아, 안 돼!”

“다 해줬는데 뭐가 문제냐 이놈들아! 나 은퇴할 테니까 찾지 말아라.”


그렇게 은퇴한 첫날.

마침내 오늘부터는 일도 다 때려치웠으니 인생을 편하게 살리라 마음먹은 날.

나이 지천명을 넘은 오늘.

나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마련한 시골집에 도착한 직후.

눈앞에 메시지 하나를 보았다.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그건.

빙의 30년만에 뜬 각성 메시지였다.

하.

은퇴하고 꿀 빨려고 했더니 각성이라고?

이런 미친.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빠꾸맨입니다.


당화혈이 높게 나온 이후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습니다. 피검사를 다시 했더니 당화혈 수치는 이제 8점대로 내려왔습니다. 식단도 바꾸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식후 혈당이나 공복 혈당도 약 먹고 해서 정상화되었습니다. 혈당이 낮아지니까 피로도 사라지고 몸도 괜찮아졌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빨리 좋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이제 컨디션도 많이 좋아져서 다시 작품을 재활 겸 연재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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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비로운 현룡왕 +2 24.09.18 47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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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뭐가 이렇게 많아? +2 24.09.15 847 25 12쪽
6 제자 +2 24.09.14 932 30 12쪽
5 실종 +6 24.09.13 1,029 29 14쪽
4 미안하다! +7 24.09.12 1,249 38 13쪽
3 이세계 +3 24.09.12 1,287 33 13쪽
2 30년 +6 24.09.12 1,425 39 12쪽
» 프롤로그 +12 24.09.12 1,726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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