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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님의 서재입니다.

북부대공을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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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작품등록일 :
2024.07.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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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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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뭐든 적당히

DUMMY

10년도 더 전.

나는 빙의했다.

판타지 RPG 게임 세계로.

천편일률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지닌 게임이었다. 제국, 북부대공, 소드마스터 뭐 그런 뻔한 클리셰 말이다.

내가 빙의한 캐릭터의 이름은 데미안 번스타인.

어떤 세력에 가입하건 모든 세력 루트에서 반드시 만나는 유명한 중간 보스 캐릭터로 모든 루트에서 어떻게든 죽는다.


제국 루트에서는 역적이라 주인공이 직접 죽인다.

심지어 데미안 본인 세력 루트인 제3세력 루트에서도 죽는다. 제3세력 레지스탕스 루트의 데미안은 주인공과 손을 잡고 주인공의 핵심 조력자가 되는 데에 성공하고 도망친 6명의 제자를 다시 포섭하는 데도 성공한다. 하지만 레지스탕스 루트 마지막에 흑화한 주인공이 데미안을 뒤통수쳐서 죽인다.

히로인을 공략하려고 해도 데미안을 죽여야 했다. 히로인들의 원수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데미안은 죽는다. 제자였던 히로인 캐릭터에 의해.

평화 루트에서도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문제는 내가 그 데미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여섯 명의 히로인을 납치한 상태로.

납치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일단 원작대로 움직인다.’


그렇게 나는 납치한 히로인 캐릭터들을 데리고 원작의 제3세력 본거지를 찾아 은거했다.

거기에서 그녀들에게 검술을 가르쳤다.

원작처럼 그녀들의 스승 흉내는 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납치한 건 원작의 주요 인물들. 모든 루트에서 어떤 식으로건 활약하는 캐릭터들이다. 너무 약해서 최종 보스와의 싸움이 성립 못 되면 곤란했다.

이 게임은 주인공 원톱이 아니라 동료 캐릭터와의 연계 전투가 중요한 턴제 RPG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회를 엿봐 6인의 제자가 도망가기 전에 먼저 편지를 남기고 탈출했다.


‘튀자.’


살아남으려면 원작의 데미안이 하면 안 될 법한 행동을 해야 한다.

데미안은 복수귀.

제국과 흑막에 대한 원한이 넘치는 캐릭터.

6명의 제자를 납치해서 노예처럼 굴린 이유도, 본인이 반병신이라 직접 복수가 불가능해서 대신 복수해줄 노예를 육성한 것이다.


‘물론 난 원작처럼 노예처럼 안 굴리고 다 잘 대해줬지만.’


최초로 납치한 6인의 제자가 탈출한 뒤에도 다른 고아들을 납치해서 흑막과 제국을 모두 파괴하려는 자신만의 조직, 제3세력을 구축하려 시도했던 인물이다.

물론 주인공이 가입하기 전까지의 제3세력 레지스탕스는 방구석 반란군 놀이에 불과했다. 실제로 다른 루트에서 데미안이 만든 레지스탕스는 조직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 규모의 동네 친목 모임에 불과했다.

오직 주인공이 가입했을 때만 동네 계모임부터 옛 제자들을 다시 포섭하면서 제국과 흑막을 위협하는 제3의 비밀 세력으로 성장한다.

그러니까 모든 루트에서 죽임당하지. 쯧쯧.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 거다.

그래서 신분과 부상을 숨기고 10년을 떠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노후 자금을 모으고 은퇴하기 직전.

원작 스토리가 시작되기 직전.


“스승님. 여기 있었군요.”


잡혔다.

내가 납치한 6인의 제자 중 1명.

내가 직접 가르친 6인의 제자.

게임에서 인기 높은 히로인.

북부대공 엘레나 페트로프.

그녀에게.

그렇게 그녀에게 끌려갔다.

북부대공의 성, 겨울 궁전으로.

그리고.

지금 이렇게 범해지고 있었다.

매일.


“······흐으윽······.”


여체가 경련했다.

엘레나의 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풀썩.

그녀의 몸이 내 위로 엎어졌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나를 짓눌렀다. 끈적하면서도 물컹한 혀가 내 입안을 탐했다. 그렇게 한참을 나를 탐닉하던 그녀의 입술이 내게서 떨어졌다.

엘레나와 나 사이의 은빛 실선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후우.”


그녀와 나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녀는 내 옆에 누우면서 나를 꼬옥 안고 내게 파고들었다.


“오늘 밤도 좋았습니까?”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분홍색으로 상기되어 있다. 이불 아래에는 그녀의 매끄럽고 굴곡진 나신이 그대로 보였다.

타닥타닥.

벽난로에 장작이 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래.”


그래.

좋았다.

싫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저런 미인이 매일 같이 함께 자는 상황이 별로라니.

그건 고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육체적으로야 즐겁지만 정신이 불안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이제 곧 새해다.

원작 주인공의 활약이 슬슬 알려져야 했다.

내가 탈주하면서 제3세력 루트가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원래 제3세력 레지스탕스는 주인공이 없으면 별 볼 일 없는 조직.

없다고 해도 나비 효과가 크지는 않다.

메인 스토리에 끼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

제3세력 가입 루트를 탈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내가 과감하게 6인의 제자를 남겨두고 선 탈주를 박아버린 이유였다.

제3세력은 없어도 스토리 진행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좋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그녀가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품에 뭉개졌다. 나는 참을 인을 마음속에서 그렸다.

하지만 원작이 망가졌다.

왜.

그녀가 나를 찾아와서, 납치해서, 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내가 섹스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이라는 캐릭터는 제3세력 루트가 아니라면 메인 스토리에서 존재감이 없지만, 엘레나는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루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중요 동료 캐릭터였다.

동시에 게임의 메인 지역 중 하나인 북부 지역의 사실상 주인공이기도 했다.

모든 루트의 남주인공 플레이에서는 사실상 메인 히로인으로, 여주인공 플레이에서는 든든한 동료 캐릭터가 엘레나다.

주인공의 성별이 어떻건 어떤 루트를 타건 주인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캐릭터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원작 주인공이 아닌 나를 범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됐다.


‘빌어먹을 섹스 같으니.’


섹스 한 번에 얼마나 꼬였는지 알아야 했다.

문제는.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스승님. 저한테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저와 스승님은······. 서로가 서로의 처음이었고, 이제는 깊이 이어진 사이가 아닙니까?”


그녀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엘레나와 나는 서로 첫 경험을 교환했다.

내게 엘레나는 첫 여자였고 그녀에게 나는 첫 남자였다는 뜻이다.

엘레나의 청색 눈동자가 사파이어처럼 반짝였다.


“이 별궁은 넓지만,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해서 답답하구나. 정원 밖을 나가서······.”

“······스승님의 안전을 위해 안 됩니다. 몸도 안 좋은 분이 어딜 가시려고 합니까. 위험합니다.”


내가 겨울 궁전의 별궁에 감금당한 신세라는 거였다.

그렇다.

10년 만에 만난 제자에게 납치당한 뒤, 나는 궁전에 감금당했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업무를 끝내고 찾아오는 그녀와 계속 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반강제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감금당해있다고 해도 별궁은 넓었다. 평생 여기서만 살아도 상관없었다.

연하의 미인과 잠자리를 가지는 걸 싫어하는 남자는 없었다.

내가 데미안만 아니라면, 그녀가 하필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가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이 세계가 멸망을 향해 시시각각 달려가는 망겜 세계만 아니라면 말이다.


‘세상이 망하면 전부 소용없어.’


그렇다.

내 한목숨 건사하려면 우선 이 세상이 멀쩡해야 했다.

나는 누운 엘레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녀와 내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달덩이 같은 가슴이 내 손에 뭉개졌다.


“부드럽군.”

“스승님······. 이렇게 적극적이시면······. 부끄럽습니다······.”


엘레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속삭였다. 그녀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손에 그녀의 몸을 더 밀착했다.

좋다.

하지만 세상이 망하면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아름다운 수밀도도 더 이상 만질 수 없다.

그러니 지속 가능한 섹스를 위해서라도 세상을 구해야 했다.

그걸 확인하려면 주인공이 멀쩡한지 확인해봐야 했다. 정보 길드에 의뢰를 넣건, 어쩌건 말이다.

그러려면 나가야 했다.

이 별궁을.

하지만 엘레나는 나를 이 별궁 담장 밖으로 절대 내보내주지 않았다.

일단 나가기만 하면 감시를 따돌리고 정보 길드로 향할 자신이 있었는데. 나가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이 철통 경비는 뚫으면 반드시 들통이 나고, 심지어 엘레나는 매일 내 침대에서 자니까.

그녀에게 들키지 않고 이 겨울 궁전을 벗어날 수는 없다.

들키는 걸 각오하고, 그녀와의 관계 파탄을 각오하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주일.

여기에 갇힌 지 일주일 동안 외출을 위해 갖은 방법을 써 봤지만 소용없었다.

내 걱정이 기우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꿨다.


“······혹시 최근 중앙, 아니 황도에서 유명해진 크리스라는 용병이 있느냐? 얼굴은 곱상하고······. 파란 머리가 인상적인 사람인데······.”


이 게임에서 주인공의 성별은 시작 시 선택이 가능했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그에 따라 연애 가능 상대도 달라진다.

하지만 크리스라는 이 애칭만큼은 공통적으로 공유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시작하는 지점, 소위 말하는 초보 존은 황도.

제국의 수도였다.

세력에 가입하기 전, 공통 루트 스토리가 진행되는 장소기도 했다.


“······크리스······. 그 여자는 어떤 여자죠······? 스승님과 어떤 관계죠? 어떤 여자길래 계속 찾으시는 건가요?”


엘레나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몰라.

뭐야 무서워.


“······아무 관계도 아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년인지 놈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내가 대부분 남주인공 플레이를 하기는 했지만, 여주인공 플레이도 안 한 건 아니니까.

그런데 여자라니.

설마 여주인공인가?


“······아무 관계도 아닌가요? 정말인가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여자인데······. 사실 스승님이 크리스라는 그 이상한 정체불명의 누군가를 찾는다는 정보는 이전부터 들었습니다. 별궁의 하녀들이나 사용인들한테 탐문하신다고. 그래서 제자가 직접 찾아봤는데······.”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지.

원작 진행 속도를 알기 위해서 그랬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대륙에서 제법 유명해져야 정상이니까.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정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엘레나의 귀에 들어갈 걸 알고 저지른 일이다.

그녀라면 북부대공의 정보망을 가동해서 내게 말해줄 테니까.

지금처럼.

엘레나가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자.

이제 말해라, 엘레나. 내게 정보를 말해.


“그런 여자는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남자까지 조사했는데 없었어요. 스승님이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용병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엘레나의 말에 나는 살짝 멈칫했다.

뭐.

없는 사람이라고?

주인공이 유명해지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아예 없다고?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주인공이 없다니.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망겜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스토리의 중심축, 멸망을 막아낼 주인공이 없다면.

결말은 하나뿐이다.

멸망.

이 웃기지도 않은 망겜 세계가 망하는 것이다. 당연히 나도 같이 죽는다.

안 돼.

그러면 안 된다. 살기 위해서 지금까지 대체 어떤 일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돼.

내가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엘레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누구죠? 그 여자는? 누구······. 흡······.”


점점 더 집착이 심해지는 엘레나의 입술에 나는 입을 맞췄다.

내 키스를 받아들이는 엘레나.

서로의 혀가 얽혔다. 나는 입술을 떼어냈다.


“······스승님······.”

“서로 몸을 섞은 사이인데, 뭐가 불안한 것이더냐?”


그렇다.

그녀와 나는 했다.

하루에 몇 번이고 했다. 일주일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엘레나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가 그만······. 추하게 질투를······.”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침대로 다시 넘어뜨렸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마치 흥분한 사내처럼.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밤은 각오하거라. 재우지 않을 테니.”


그 모습이 엘레나의 초점 잃은 눈동자에 비쳤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스승님······. 나의 스승님······.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저를 다시 안고 싶어지셨군요. 그럼 안아주세요. 밤새도록, 부서지도록, 저를 탐해주세요. 당신의 욕망을 제게 쏟아내 주세요. 저는 언제나 스승님만의 레나니까요.”


나는 그녀를 범했다.

밤새도록.

침대가 삐걱거릴 정도로.

그녀가 지쳐서 곯아떨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나갈 때로군.’


주인공이 없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주인공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부대공의 정보력으로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찾아야 했다. 그래서 뭘 하려는지 알아야 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직 나만이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려면.


‘여기를 나간다.’


그녀의 감금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는 잠든 엘레나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그녀의 하얀 뺨에 살짝 입 맞추고는 발길을 돌렸다.

이제 가야 할 때였다.


‘윽. 허리야.’


그리고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녀를 재우기 위해 밤새 무리해서 힘을 써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다.

역시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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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 적당히 +13 24.07.01 2,052 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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