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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용사였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7.09 16:53
최근연재일 :
2018.08.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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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수 :
2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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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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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왕도

DUMMY

겨우 경비병을 비롯한 몇 명의 남자가 침입하는 걸로 끝날 사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택의 출구이자 입구인 문을 내려와 마을로 향하면서 사태가 보통이 아님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몇 해를 이르러서 흉작이 이어져갔다. 그 말은 계속해서 주민들은 굶주려 왔으며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 한 셈이다. 그러니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러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건 시발점이 아니라 최종 단계였던 모양일지도 모르겠네.”

내 감상은 그랬다.

이 사태는, 아니 봉기는 순식간에 번지는 중인 모양이다. 란스가 머무는 저택을 빠져나와 영지 내의 마을로 들어서자 한밤중임에도 떠들썩하다. 다들 횃불을 들고 우리가 온 방향으로 달려가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짐을 싸들고 있는 이들 어딘가로 갈 준비를 하며 마차를 대비 하는 이들도 보인다.

“빌어먹을 영주 놈, 빛까지 졌을 줄이야.”

“이제 여기는 더는 방법이 없어.”

“그래, 얼른 챙길 거 챙겨 떠나자고.”

마을의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봉기는 전부터 계획적으로 준비 된 모양이다. 그 봉기의 정보는 삽시간에 온 도신 내로 퍼진 모양이다. 란스가 빚을 지고 있다 던지 말이다. 그래서인지 중심가는 사람들이 뒤엉킨 엄청난 상황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한밤중임에도 불과하고 귀에도 멀리서 웅성대는 사람들의 함성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누구라 할 거 없이 안색이 변해 있다.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이들 전부가 하나같이 평온하지 못하다.

그런 이들을 보면 저대로 란스의 저택에 있었다면 하는 가정이 떠오른다. 만약 그랬다면 그대로 봉기에 휘말렸을 거다. 그걸 생각하니 오싹하며 오한과도 비슷한 게 등줄기를 타오른다.

“예상보다 빠르군.”

인랑이 망토를 깊게 눌러 쓴 채 사전에 말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과 한 대의 짐마차가 있다. 당연히 말 한 마리와 짐마차 한 대는 우리를 기다리는 인랑으로 알 수 있듯 새롭게 준비한 거다. 꽤 훌륭한 짐마차인데 마부석은 혼자 앉기에는 너무 넓은 정도다. 지난번에 발렌타인인 뒤에 짐칸에 있는 게 싫다고 하여 조금 넓은 걸로 마련해서다.

“그럼 저랑 이 진흙 고린내가 나는 놈은 뒤에서 보조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발끈 하는 루슈냐와 인랑을 뒤로 하고 나는 발렌타인을 마부석에 태운다.

“정말이지 시끄럽구나. 어서 떠나야겠어.”

발렌타인의 감상에는 동의 한다. 그 사이에도 일은 차츰차츰 벌어져만 간다.

우리가 윤랑과 합류하는 사이에도 뒤편으로는 여전히 혼란의 도가니였다. 뒤편으로는 사람들의 물결이 거센 파도소리를 울리고 있다. 그런 와중을 마차에 몸을 실고 달려간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런 혼란 속에서 폭도들에게 습격을 받은 가엾은 여행자가 마을을 탈출 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 혹은 지금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마을을 탈주하는 주민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던 이 곳의 폭락에 대피하는 자들이겠지.

* * * * * * *

그러나 예상 이외로 왕도로 가는 길은 순탄지가 못하였다.

우리가 그곳을 떠난 게 대충 다섯 시간도 더 전이다. 동 트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산을 내려와 들판으로 나왔을 쯤에는 이미 점심때가 다 돼 있었다. 키 큰 초목이 거의 없어 시야가 탁 트인 초원에 들어설 쯤 우리가 가는 길이 순탄하지 못한 게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그러게.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 갑자기 왜 검문이지?”

마차 뒤에서 나 같은 인간과 달리 시력이 월등이 좋은 둘은 먼저 알아차리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비록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같은 의견이 나오면 동의하고 대화는 주고받는 둘이다.

그 덕분에 상당히 멀리까지 훤히 내다보이는데, 시야 저쪽 가물가물한 끝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진을 치고 길을 막고 있는 걸 알게 된다. 또 한 그 병사들이 나와 처음 만났을 적에 보인 이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까지 알게 되었다.

“설마, 그렇다는 건.”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인가 싶다고 믿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우연히 아니라는 가망성이 더 머릿속에서 커져간다.

“역시 그런 건가.”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를 찾는 이들이 보인다는 건 십중팔구 린스의 부인이 신고한 게 교회의 귀에 들어갔다는 증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단순한 검문일 수도 있지 않나. 어찌 그리 확정 짓는 거지?”

내 말에 인랑은 평소와 다르게 사뭇 진지한 말투로 묻는다.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마 아닐 거야.”

“그래, 이 몸 역시 그리 생각한다. 그 위저드 계집을 대면했을 때 놈들과 같은 복장이라면 필시 같은 놈들이겠지.”

내 말보다 발렌타인이 이쪽이 동의를 표하자 뒤에 둘은 바로 긍정을 표한다. 역시나 충실한 부하인 모양이다.

진을 치고 검문을 벌이는 이들 사이에는 검은 사제복 위에 와인색의 로브를 두르고 말에 탄 사제들이 보인다. 그들의 목에는 은제 성구가 걸려 있다.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와 그 심벌은 그들이 두른 로브의 가슴 부분에도 은사로 큼직하게 수 놓여 있다. 그 주변으로는 그들을 보호하는 존재로 보이는, 사제들과 같이 와인 색 망토를 두른 기사들도 엿보인다.

강조하는 대로 저건 단순한 검문이 아니다. 필시 이단을 심문하고 처벌하는 걸 전문으로 하는 교회의 이단 처벌대다.

그런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모양인 목소리가 앞에서 흘러나온다.

“어째서 검문이지, 난 뒤에 실은 걸 서둘러 운반해야하는데.”

“설마 밀반입 한 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우리와 같이 마을을 벗어난 게 아닌 떠돌이 상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어리둥절한 대화를 나누는 한 편. 우리와 같이 마을에서 뛰쳐나온 이들은 불안에 떠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빌어먹을 영주 놈, 빚까지 있어서 우리라도 잃으면 배가 꼬이는 모양이지.”

“퉷! 그러게 말일세. 어째 그런 인정머리 없는 놈이 영주 자리에 앉은 건지.”

그러는 불만 끝에는 이대로 다시 마을로 연행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줄이었다. 물론 그런 그들을 보고 저들은 그런 목적으로 저기서 검문을 벌이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일반적인 이들이 보기에는 저들은 무장을 한 기사 무리와 몇 명의 사제들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교회에 많은 세월을 보낸 나는 저들의 복장만으로 알 수 있다. 저들이 단순히 검문을 하는 기사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위엄하군. 저들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이쪽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인랑이 가늘어진 눈동자로 관찰을 하고는 그런 말을 한다. 아마도 시력이 몇 배나 뛰어나다 보니 저들이 앞에서 벌이는 걸 자세히 본 모양이다.

“몽타주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이미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인랑은 저들이 몽타주를 들고서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린다.

“그건 위험한데.”

저들은 그렇게까지 나왔다는 건 이미 교회에서는 나를 적이라고 처단 대상으로 선정을 해버린 모양이다.

동료였던 자들의 변모와 행보에 비하면 배반감은 심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들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왔다고는 하나 가족이라고 여긴 적은 없다. 그들은 신의 대리인을 자청하지만 뒷면에서는 나름 상인보다도 더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는 걸 나는 잘 아니까 그런지 모르겠다. 동료였던 자들과 달리 본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목격해서 충격은 덜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러는 게 어때?”

루슈나는 인랑이 본 걸 말하자 의견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그걸 듣던 발렌타인은 잠시 침묵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거냐.”

침묵은 잠시 망설임이 머물러서 인 거 같다.

“다른 방도가 없는 듯싶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셔야 할 거 같습니다.”

“예, 찬성하기는 싫지만 그 의견을 저 역시 동의하는 바입니다.”

사족으로 루슈나는 인랑을 향해 가죽 냄새나는 놈과 함께는 싫다는 말을 붙인다. 그 발언에 인랑 역시지지 않으려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처음에는 계신 걸 모르고 그쪽의 사내를 남편으로 맞이해 보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거 같기도 하니. 전의 선대에게 주신 은혜에 비해서는 한 참 부족하나마 이런 미끼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루슈나는 씨익 웃으며 의견을 내건 물리지 말라는 느낌을 표한다.

그 말에 발렌타인은 말없이 끄덕인다.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는 뜻이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나는 반대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이 마족이라는 점이, 예전에 내가 적으로 두었던 이들과 같은 종족이라 살짝 망설임이 이른다. 과연 마족에게 그런 위험이 닥치는 일을 권하지 말아야 하나 말이다. 더 이상은 용사로서 직책에 반하는 짓은 하면 안 될 텐데 하고 말이다.

“대체 무슨 은혜기에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망설임을 생겼지만 끝내 안위가 신경 쓰여 그런 말이 튀어 나왔다. 내 나름의 이들의 결정을 말리는 표현이기도 한 셈이다.

처음에는 그 물음에 발렌타인이 쑥스러운지 답을 못하게 말렸으나. 그걸 무시하고 말해달라고 간청하자 입을 연다.

“우리는 꽤 마족 중에 하위 존재에 속했는데 말이지.”

“그래, 이쪽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힘이 약했으나. 지금 계신 발렌타인님께서 직위하면서 마족 간의 권력 다툼을 전면 금지 하셨지. 그 덕분에 우리 같은 약소 부족은 강한 부족에게 당할 위험이 사라진 거지.”

“뭐, 우리는 거기다가 전장에서 죽을 위기였던 선대의 목숨을 거두어 주셨다고 하더라고.”

크큭, 소리를 내며 루슈나는 말을 마친다.

“자, 그럼 여기서 작별 하겠습니다. 부디 뜻 하는 바를 이루시길.”

루슈나가 뛰쳐나가고 그 뒤를 인랑이 작별을 남긴다.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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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왕도(完) +1 18.08.22 217 3 13쪽
46 왕도 18.08.21 76 1 16쪽
» 왕도 18.08.20 69 1 10쪽
44 란스 랜스 형제 18.08.16 72 1 10쪽
43 란스 랜스 형제 18.08.15 72 1 10쪽
42 란스 랜스 형제 18.08.14 63 1 12쪽
41 란스 랜스 형제 18.08.13 56 1 12쪽
40 란스 랜스 형제 18.08.12 87 2 12쪽
39 란스 랜스 형제 18.08.11 78 2 14쪽
38 란스 랜스 형제 18.08.10 82 2 15쪽
37 란스 랜스 형제 18.08.09 73 2 15쪽
36 새로운 마왕 18.08.08 87 2 20쪽
35 새로운 마왕 18.08.07 77 2 14쪽
34 새로운 마왕 18.08.06 68 2 14쪽
33 새로운 마왕 18.08.05 78 2 15쪽
32 새로운 마왕 18.08.04 90 2 15쪽
31 새로운 마왕 18.08.03 116 2 14쪽
30 새로운 마왕 18.08.02 85 2 17쪽
29 새로운 마왕 18.08.01 91 2 15쪽
28 새로운 마왕 18.07.31 120 2 16쪽
27 이단(異端) 18.07.30 86 2 15쪽
26 이단(異端) 18.07.29 77 2 16쪽
25 이단(異端) 18.07.28 81 2 10쪽
24 이단(異端) +2 18.07.27 85 2 10쪽
23 이단(異端) 18.07.26 85 2 10쪽
22 이단(異端) 18.07.25 99 2 10쪽
21 이단(異端) 18.07.24 137 2 10쪽
20 이단(異端) 18.07.23 104 2 16쪽
19 쉐브닉 18.07.22 10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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