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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용사였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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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7.09 16:53
최근연재일 :
2018.08.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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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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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5,249

작성
18.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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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이단(異端)

DUMMY

“아차, 지난 번 일 때문인가? 이거 너무 과하게 힘을 줬는데?”

초원에는 돌연 거칠게 휩쓸린 자국이 선명해진 새로운 길이 생기고 말았다.

일전에 흡혈귀를 상대 할 적에는 오랜만에 힘을 사용하면서 녹슨 게 아닌 건가 느꼈다. 마왕을 무찌른 줄 알고 더는 내 힘이 필요 없고, 내 사명은 다했다는 생각에 세상을 등지고 살아왔다. 힘을 사용한지 꽤 오래되어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했지만. 또 한 겉모습이 어린 아이여서 방심한 전래 때문인지 과하게 힘이 들어 가버린 모양이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이 틀려서인지 힘을 제대로 못 쓰는지는 않은 건 다행이긴 하다. 하긴 이번에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저번처럼 오랜만에 쓰는 게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과하게 힘을 사용한 건 좋지 않다. 좀처럼 조절이라도 했어야 했다.

저번에 들른 마을처럼 돌연이 힘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마을을 계기로 흡혈귀는 아니어도 또 다시 마족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비했다. 그 마을에서 만나 소녀의 말로는 마족이 다시 들 끓는다는 걸 접한 이후로 다시 힘을 사용하는 걸 익숙해지려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과연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지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술술 매끄럽게 나온다. 역시 수만 번이나 반복 또 반복함으로써 의식 속에 각인시킨 건 몇 년간의 공백 정도로는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 결과 힘을 내는 건, 일찍이 마왕을 무찌른 내 힘을 발휘하는 건 문제는 없었지만. 다만 다른 쪽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나도 과하게 힘을 발휘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변에 자연에는 피해가 가지 않았다. 깔끔하게 서로 충돌하려는 마족 무리 이외에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들은 돌연 내뿜어진 내 공격에 당황한 한 건지 몇 몇은 바닥에 주저 앉아있다. 어떤 이들은 벌벌 떨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나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다.

“지나가던 나그네인데.”

상대방이 누구냐고 묻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밝혀두지 않으면 여러모로 성가셔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정체를 너희들의 마왕을 무찔렀으며 너희 마족을 한 때 패망의 길에 오르게 한 용사다. 그렇게 소개를 하면 더욱 성가셔지기에 나는 적당히 스스로를 나그네라고 칭한다.

“미안하지만 마을에 피해가는 일은 더는 해주지 않을 수 없을까? 적어도 영역 싸움은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해준다던지. 아니면 서로 타협점을 찾아서 화목하게 지내 준다던지.”

되도록이면 마족들과도 피해를 내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을 하고 싶다.

막강한 힘이 있다고 그 힘을 권력으로 삼는 건 취향이 아니다. 그런 권력을 만들어서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휘두르는 건 사양이니까. 그걸 이용해 협박을 하는 건 강제성을 부여하는 거 역시 나는 특별히 원치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내가,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한 능력을 타고 난 이상 품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시끄럽다!”

가장 먼저 내 말에 발끈 하고 나선 건 라이칸 슬로프(Lycanthrope)의 선두에 서 있던 소녀다.

“어디서 인간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명령이냐!”

후드득 후드득 후드득 하는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꼭 꽁꽁 묶어 놓은 밧줄이 강력한 힘에 의해서 끊어지는 느낌의 묵직한 소리다. 자신의 힘을 과시 하는 소리가 이어지나 싶더니. 이어서 부드러운 흙 위에 발을 디뎠을 때처럼 퉁 하는 둔한 소리가 난다.

그 가냘픈 팔이 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거대한 짐승의 앞발이 된 건 그 순간이다.

“이 앞발에 깔아뭉개져 목숨을 다하고 싶지 않는 한 주제에 넘는 참견은 거두라. 나약한 인간 나부랭이야.”

그 커다란 앞을 나에게 겨누고 경고를 하는 거처럼 읊는다. 아마가 아니라 확실한 경고가 맞겠지.

“불쾌하게도 동쪽의 라이칸 슬로프(Lycanthrope) 족장의 계집년인 윤랑의 말에 찬성하기 싫지만. 인간 주제에 죽고 싶지 않다면, 그 목숨이 아깝다면 신성한 우리 마족의 전투에 끼어들지 마라!”

오른쪽 무리에서 선두로 서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을 한 하얀 오우거가 말 한다 .명백하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말 안에 가득 담겨 있다.

일순 노여운 빛을 내비쳤지만 이내 그걸 거둔다.

“아니면 우리에게 덤비기라도 할 테냐?”

실눈을 뜨며 말한다.

그건 내가 덤비는 즉시 반격하겠다는 표시다. 또 이대로 내가 물러서고 자신들에게 덤빌 리가 없다는 걸 단정 짓는 모습 같다.

쉽사리 그냥 말로 통할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지만. 그게 쉽게, 쉽게 먹혀 들 거라고는 여기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 예상을 직접 겪게 되니 의욕이 꺾이는 기분이다. 되도록 마족이라 할지라도 살생은 원치 않는다. 피를 부르는 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거부한다면 그래야겠지?”

온몸의 기맥을 활성화시켜 피부 위를 순환하는 고압의 기가 빛을 가다듬는다. 맹수가 사냥감에게 겁을 먹게 할 때처럼 모습을 취한 채 답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부탁할게. 너희들이 서로 영역 다툼을 하는 바람에 이 마을 사람들이 중요한 농사며, 양을 모는 작업도 어려워지고 있어. 그러니 부디 그걸 생각해서 거둬줬으면 하거든. 아니면 무슨 대책을 세워서 나와 약속을 해줘도 고맙고 말이지.”

말을 하는 동안에도 기맥을 줄이는 짓을 하지 않고 위협을 계속해서 가한다. 처음부터 말을 들어 주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들은 의기양양 했던 기세와 달리 차츰 뒷걸음질 쳤지만 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마치 미리 짜고 춤추기라도 하는 거처럼 그들과 나의 거리는 딱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

“크윽.”

“평범한 나그네 같지는 않은데. 인간 나부랭이 정체가 뭐냐?”

한쪽은 신음을 삼키고 다른 한 쪽은 정체를 묻는다.

“음, 그냥 평화를 사랑하는 나그네랄까? 그렇게 기억해줬으면 하는데.”

짐승은 본능적으로 강자와 약자를 알아본다. 그 대상의 강함을 알아보며 약자라면 그 앞에서 한해서 강해지며 그 약자 위에 굴림 한다. 또 한 약자는 자신이 약자라는 걸 알고 있으며, 강자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게 얌전히 굴복 한 채 행동한다.

물론 이건 짐승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신기하게도 마족도 사람에게도 적용이 된다. 그러니 마족에게 절대적인 군주인 마왕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 이 두 마족은 내가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는 건지. 지금의 발언으로 그 강함을 직감적으로 파악한 한 건지 경계한 채 노려만 보고 있다.

이제 조금 더 밀어 붙인다면 쉐브닉의 의뢰는 순조롭게 해결 될 거라고 판단이 된다.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거 같다. 모든 게 말이다. 쉐브닉의 부탁을 포함해서 여동생의 몸에서 마왕을 떼어내는 거 역시 해결될 거처럼 보인다.

그런 거라고 이때만 해도 짐작 하고 있었다. 예견하고 있었던 나다.

실제로 드넓게 초원이 펼쳐져 있는데 사람 하나 걸어가는 이가 없는 이곳에서 말발굽 소리를 내며, 마을을 향해서 가는 무리를 발견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저건? 설마, 아니야, 잘못 본 거겠지.”

나는 말발굽 소리를 내는 무리를 포착하며 동공이 흔들린다. 침이 목구녕 너머로 삼켜지며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저들이 이곳에 어째서......”

내 말은 조금씩 떨어지는 빗줄기에 묻힌다.

빗발은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 밤에는 본격적으로 퍼부어지게 될지 모르겠다고 나는 직감 한다.


직감은 곧 시선을 내다보는 곳을 통해 들어 맞음을 알게 된다.

시선은 두 마족 무리에게서 저 먼 발 치 말을 타고 이동하는 이들에게 돌려본다. 두 마족 무리를 예의 주시하던 시선을 그리고 옮긴다. 그곳에 집중 하며 보는 내내 나는 불길함을 직감한다.

설마 싶은 감정과 함께 신음하는 비명이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말발굽 소리를 내며 초원을 지나 마을로 향해 가는 무리의 정체를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와 마족 무리들과 거리가 떨어진 상당히 먼 거리에서 가는 무리를 본다. 나는 자세히는 보지 않았지만. 그들이 무엇인지 알 수밖에 없다. 부모를 잃고 교회에서 자란 나라면 모를 수 없는 이들이다.

그곳에는 검은 사제복 위에 와인색의 로브를 두르고 말에 탄 사제들이 보인다. 그들의 목에는 은제 성구가 걸려 있다.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와 그 심벌은 그들이 두른 로브의 가슴 부분에도 은사로 큼직하게 수 놓여 있다. 그 주변으로는 그들을 보호하는 존재로 보이는, 사제들과 같이 와인 색 망토를 두른 기사들도 엿보인다.

나는 그 무리의 정체를 알기에 바라보면서 보는 내내 눈빛에는 초조한 빛이 여력하다.

악마가 들렸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가끔 이상한 모습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종종 들린다. '악마가 들렸다'고 하여, 태어날 때 악마나 요정이 아이 몸에 들어갔다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교회에 발각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악마를 숭배했다는 죄로 온 가족이 모조리 화형에 처해지는 터라 대부분 산에 버려지거나 평생 집 안에 숨겨진 채 자란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 같지만 사실 옛날부터 존재한 사실이다.

악마를 숭배하거나 또는 악마와 관계를 맺은 자들에서 태어난 자들의 이야기다. 즉, 마족을 따르거나 마족과 관계를 맺은 경우 이런 아이가 태어난다. 마족의 피를 부여받거나 혹은 마족이 그 몸속에 들어간 채 태어나는 특수한 경우에 한 해서 말이다.

이건 일반적으로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 때문에 이런 걸 교회가 알지 못할 리 없다. 애초에 이런 정보를 용사라는 걸 확인받고, 용사로서 길러지며 수련을 받은 교회에서 내가 들은 정보다. 그러니 교회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어찌되는지 역시 알게 된다. 잘 알 수밖에 없게 익히 봤다.

이런 흔히 악마가 들렸다는 존재를 따로 멸하는 존재가 별도로 교회에 안에 존재한다. 그들은 악마가 들렸다는 이를 이교도 신자라고 믿으며, 마족과 다를 게 없다며 철퇴의 심판을 내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특징은 와인색 로브를 두른 사제와 마찬가지로 와인색 망토를 두른 기사들로 이뤄진 집단이다. 악마가 들렸다는 보고를 받으면 그들에게 신의 심판을, 신의 이름으로 철퇴를 내리기 위해 어디든지 간다.

특별한 마법 아이템으로 연락을 받아 근처의 가까운 교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파견을 나가고는 한다. 꼭 지금 저 앞에서 웅장한 모습으로 마을 가까이로 가는 무리처럼 말이다.

“설마, 아닐 거야. 그저 이 근처를 지나는 중이겠지.”

저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떠오르는 상상을 뿌리쳐 본다. 그 정체를 확인이 되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는 불안이 떠오르지만 아니라고 부정해본다.

혹여나 파또리아에 가더라도 꼭 그럴 턱은 없다. 도시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하였을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배제 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그런 걸 종종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로간의 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끈끈한 정으로 서로 감싸주는 편이다.

그걸 잘 인지하고 있는 나는 더욱 불안해진다.

“하, 하지만. 아는 건 쉐브닉뿐인데.”

아까부터 자꾸 드는 불안의 원인은 여동생이다. 만에 하나 여동생의 몸에 들어간 마왕이 신고를 당하여 저들이 가는 중 일지 모른다는 게 내 불안의 원인이다. 그녀 때문에 저들이 마을로 향하는 걸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안을 지배한다. 그러자 오싹해지고 불길함이 온 몸을 지배한다.

“쉐브닉이 그랬을 리는,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혼자 그 가능성을 부정해 본다. 멋대로 머릿속에서 상상되어지는 하나의 가능성을 아니라 반복한다. 쉐브닉이 여동생을, 마왕을 회부했을 거라는 가능성을 믿지 않아 본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해보아도 말도 안 돼는 상상이 떨쳐지지 않는다.

“어째 강하다 했는데, 그렇게 대놓고 빈틈을 보이다니!”

“좋다, 감히 우리의 신성한 싸움을 방해한 죄다!”

그 두 무리는 내가 떨리는 몸을 주채 하지 못 하고, 마을로 향하는 무리를 예의 주시하는 걸 기회로 본 모양이다.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는지 육탄돌격 강행한다.

허나 그건 명백한 실수다.

“만약, 만약······.”

그 말을 중얼거린다.

몇 초 후, 너무 황당한 일이라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가만 두지 않아!”

냉정한 말투다.

옆구리에 겨눠진 짐승의 거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거대한 발톱이 드리워진다. 육중한 근육의 힘에 실린 채 예리하게 목덜미를 향해 날아오는 칼날도 함께 다가온다. 하지만 그 둘은 내게 닿지 않는다. 닿는 건 오로지 빗물 뿐이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방울은 빗물만은 아니다. 배신이라는 감정과 함께 힘은 증폭되어 버린다. 배신당했다는 분노에 따른 눈물도 있었다.

“으아아아악!!!!”

내 울부짖는 목소리는 금속성의 비명으로 이어진다.

검을 노련하게 휘둘러 짐승의 발톱도 막강한 힘이 실린 검도 치켜낸다. 어깨 관절이 내지르는 비명에 묻힐 지경으로 힘을 실어 본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억제하지 않고 힘을 개방시켜 버린다.

검을 휘두른 순간. 그 순간만큼은 검에 모든 감정을 실어서, 그것을 꽉 잡으면서 배신에 대한 분노를 간신히 참는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시선을 주변에 둔다. 주변에는 나에게 덤빈 두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였던 두 소녀가 처참하게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있는 마족 무리들은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 뿐이다. 그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겁에 먹어 있는 눈빛을 흘길 뿐이다.

“제길!!”

주변에서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지지 않게 되자 때는 이때다 싶어 냅다 앞으로 달려 나간다.

몸은 거칠게 달려 나가지만 진정이 되지 않는다. 머리는, 머리 안은 강렬한 분노가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 눈이 따끔따끔하면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빗속을 달리길 몇 초.

마침내 그들, 악마에 쓰인 자를 퇴치하는 자들과 가까워진다. 그들의 무리의 대화가 멀리서 들릴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무렵 들리고 만다.

“쉐브닉 영주가 신고한 거 틀림없이 죽었던 마왕인 거 맞아? 마왕은 예전에 용사가 없앴잖아.”

“그런 줄 알았는데 어떤 계집의 몸에 숨어 있었다더군. 그리고 그걸 발견했으니 급히 오라니 가보는 수밖에 없겠지. 허탕일 거 같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귀에 들리는 말은 한 글자 한 구절 똑똑히 이해한다.

그 후로 귀에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안개비가 내리는 소리뿐이다.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난다.

어리석은 게 너무나도 분통하다.

믿었던 동료였는데. 이제는 신용하지 못할 존재라니. 믿지 못할 존재였다니.

아니, 근본적으로 내가 어리석었다.

내가 어리석지 않았다면. 여동생 혼자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이런 한심스런 배신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물며 마왕이 여동생의 몸 안을 점령하는 일도 없었을 테지.

“절대 가만 두지 않아!”

온몸이 찢겨지도록 근육을 써보며 달려간다. 초조함을 지팡이 삼아 달리고 달린다. 절대로 저들보다 먼저 도착 하리라 다짐하고 내달린다.

코를 막고 있던 건 거침없이 쏟아지는 빗방울인 듯하다. 콧김을 확 넣어 둘 다 날려 버리자 차가운 공기가 코로 들어와 몸을 진정시킨다. 물론 머리는 진정될 리가 없지만.

그 앞으로 달려가는 내게 또 하나 드는 감정이 있다. 옛 동료와 싸울 수 있나. 그런 망설임이 있지만. 각오는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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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왕도(完) +1 18.08.22 216 3 13쪽
46 왕도 18.08.21 76 1 16쪽
45 왕도 18.08.20 68 1 10쪽
44 란스 랜스 형제 18.08.16 72 1 10쪽
43 란스 랜스 형제 18.08.15 72 1 10쪽
42 란스 랜스 형제 18.08.14 63 1 12쪽
41 란스 랜스 형제 18.08.13 56 1 12쪽
40 란스 랜스 형제 18.08.12 87 2 12쪽
39 란스 랜스 형제 18.08.11 78 2 14쪽
38 란스 랜스 형제 18.08.10 82 2 15쪽
37 란스 랜스 형제 18.08.09 73 2 15쪽
36 새로운 마왕 18.08.08 87 2 20쪽
35 새로운 마왕 18.08.07 77 2 14쪽
34 새로운 마왕 18.08.06 68 2 14쪽
33 새로운 마왕 18.08.05 78 2 15쪽
32 새로운 마왕 18.08.04 90 2 15쪽
31 새로운 마왕 18.08.03 116 2 14쪽
30 새로운 마왕 18.08.02 85 2 17쪽
29 새로운 마왕 18.08.01 91 2 15쪽
28 새로운 마왕 18.07.31 119 2 16쪽
27 이단(異端) 18.07.30 86 2 15쪽
26 이단(異端) 18.07.29 76 2 16쪽
25 이단(異端) 18.07.28 81 2 10쪽
24 이단(異端) +2 18.07.27 85 2 10쪽
23 이단(異端) 18.07.26 85 2 10쪽
22 이단(異端) 18.07.25 99 2 10쪽
21 이단(異端) 18.07.24 137 2 10쪽
» 이단(異端) 18.07.23 104 2 16쪽
19 쉐브닉 18.07.22 10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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