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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등 뒤에 수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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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19.03.05 13: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1:2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49
추천수 :
0
글자수 :
96,319

작성
19.03.13 12:0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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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14. 손님

DUMMY

생각해보니 우리 집을 찾아오는 택배 아저씨들은 택배 왔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초인종만 누르고 문 앞에 물건을 놔두고 가기 때문에 저렇게 문을 두들길 리가 없다. 그러면 진짜 손님인가?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게 몇 달 만이지...”


“나도 손님인데?”


“한비 너를 손님이라고 하기에는...”


어렸을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찾아오는데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그냥 문을 벌컥벌컥 열고선 다녀왔습니다~ 라고 외치는 걸 손님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뭐야?”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매우 궁금하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내 의사를 물어왔다. 말을 잘못한다면 큰일 나겠지만 평소에 내가 생각한 그대로 말하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음... 이웃사촌 이상 가족이하랄까?”


“...쯥. 내가 그것밖에 안 된다 이거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한비는 쭈쭈바를 빨아먹으며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분명 잘못한 게 없을 텐데 과거의 잘못을 찾아보게 만드는 그런 눈빛에 나는 당혹감을 면치 못했다.


“아니 왜...”


“저기... 저는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닫힌 문밖의 손님과 미묘하게 화난 모습의 한비. 두 상황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나는 덜 무서운 쪽으로 선택을 내렸다.


“저기 무슨 일로... 아니, 그 전에 누구...?”


“무슨 일로 왔습니까 해강.”


형이 내 말을 자르며 차갑고 사무적인 말투로 밖의 사내에게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인가?’


“너무 날선 태도 아닙니까 이도진군.”


“당신을 집에서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본청일로 온 것뿐입니다. 게다가 저도 그런 일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고요.”


푸념 섞인 그의 말에서 이유모를 은근한 자조가 담겨져, 그의 정체에 대한 의문점이 더욱 커져만 갔다.


“...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도진오빠?”


“응. 그래야 될 것 같네. 미안해 한비야.”


상황과 분위기를 읽은 한비가 먼저 돌아가겠다는 모습을 보이자, 형은 미안함을 가득담은 얼굴로 그녀를 배웅했다.


“아니야 어차피 다음에 또 오면 되는데 뭐. 가볼게여 어머님 가볼게여 어딘가 계시는 상이님, 그리고 내일 봐 도영아~”


한비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껍질을 마룻바닥에 내려놓고선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나자, 그런 한비에게 나를 포함한 어머니와 상이까지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배웅했다.


“어 내일... 야 잠깐! 쓰레기는 버리고... 담요는 놓고 가!”


“흥. 메-롱이다!”


하지만 한비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지키지 않고서 대문을 활짝 열고 종종걸음으로 시야를 벗어났다. 그렇게 그녀가 시야 밖으로 스쳐 지나가자, 열린 문 너머로 해강이라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형과 비슷한 20대 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외모에 적당히 웨이브 진 검은 머리를 가지런히 내린 그는, 타이를 메지 않은 백색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바지로 회사원의 분위기를 1차적으로 연출하고, 눈가에 짙게 자리 잡은 다크서클로 일과에 찌든 도시남자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그 위에 도포였던 것으로 보이는 회색의 거적때기를 두르고 있다는 게 유일한 옥의 티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묘한 밸런스를 이루는 것 같았다.


“저기... 안 들어오세요?”


“허락을 해 주셔야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집 마냥 벌컥벌컥 들어오는 한비에 익숙해져 있었더니, 저렇게 예의를 차리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낯설었다.


“들어오거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한숨을 쉬며 대문을 들어왔다.


“그냥 눈 딱 감고 들어오시면 되는 걸 가지고...”


“여길 허락도 안 받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던 그는, 창가에 팔을 걸쳐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께 예를 표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화영천녀님.”


“간만이구나 해강. 모습을 보니 그간 잘 지낸 것 같고 또한 공사가 다망한 것 같으니 본론만 말하자꾸나.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는데 말이죠...”


어딘가 처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무튼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그렇게 한숨을 쉬던 그는 눈빛을 바꾸고 진지한 자세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2013년 9월 27일 화요일. 밤 8시경에 새마을교 부근에서 누군가에 의해 악령이 성불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


“그리고 그 일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본청으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이도영 군이 벌인 일로 확인 하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어머니는 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자 해강이라는 남자는 다시금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무적이면서 사심이 담기지 않은, 어딘가 무섭도록 무거운 눈빛이었다.


“그래서 본청은. 이도영군을 호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강이라는 남자의 말을 끝으로, 주위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면 저녁에 보내도록 하마.”


“그럼 오늘... 에? 그렇게 쉽게 말인가요?”


“후훗. 설마 본청을 무시하고 적대하는 행동이라도 상정 한 것이냐.”


“아니, 그 정도 까지는...”


“걱정 마라. 이런 일 정도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그... 렇군요.”


그는 어머니의 말에 수긍하며 이런 일 정도로는 이라는 말을 곱씹었지만 이내 본래의 표정을 되찾았다.


“그럼 저녁에 본청에서 뵙겠습니다.”


“조금 더 있다가 가셔도 되는데.”


“갈 때 되서야 잡는 척하고 그러지 마세요.”


“아, 들켰나?”


“에효... 저는 일이나 하러 갑니다.”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형의 모습에 그는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퐁하며 작은 뭉게 연기와 함께 한지로 이뤄진 한 장의 서류가 그의 손에 잡혔다.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별로 없는 거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도진씨야말로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두문불출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이도영군과 함께 이도진 당신도 본청으로 오세요. 그럼 저는 이만.”


어머니께 예를 표하며 밖으로 걸음을 돌리려던 그는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고는 집안의 어딘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아뇨, 기분 탓인 것 같습니다.”


“당신도 열심히 일하면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 겁니다 해강.”


“제가 지금 그런 것 때문에... 하아~ 갑니다 가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집의 한 곳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을 나섰다.


“흐음... 감이 좋은 녀석이로다.”


“어디 계셨던 거예요?”


“이 몸이 있어봤자 좋은 일은 없을 것 같기에 자리를 피해 있었느니라.”


“그냥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닙니까?”


“......”


상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차가운 무언가가 갑작스레 내 이마를 후려쳤다.


딱콩


“악! 말로 해요 말로!”


“말보단 행동이니라.”


“으으...”


“본청... 가야하나?”


이마를 문지르며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귀찮다는 감정이 가득 실린 표정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 본청이라는 게 뭐야?”


“나나 아까 해강 같은 녀석들의 직장으로... 가봐. 가보면 알아.”


“형 같은 사람들이라면 퇴마사나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그런 곳 일라나?”


“뭐... 그렇지?”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나는...”


어버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던 형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넌 따로 뭐 할 것 없고, 지금 딱 한 가지만 하면 돼.”


“...뭐 하면 되는데?”


“밥 먹고 가게 저녁밥이나 차려 줄래?”


작가의말

아무도 안 보실 줄 알았는데 보시는 분이 있긴 하네요


다행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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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시험 - 2 19.03.09 17 0 16쪽
11 10. 시험 - 1 19.03.09 20 0 16쪽
10 9. 일상 19.03.06 17 0 12쪽
9 8. 일상 - 2 19.03.06 23 0 20쪽
8 7. 수련 - 1 19.03.06 20 0 17쪽
7 6.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3 19.03.05 31 0 9쪽
6 5.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2 19.03.05 28 0 9쪽
5 4.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1 19.03.05 43 0 12쪽
4 3. 약속의 의미 19.03.05 41 0 11쪽
3 2. 위대한 수신. 그 이름은 상이 - 2 19.03.05 38 0 8쪽
2 1. 위대한 수신. 그 이름은 상이 - 1 19.03.05 36 0 14쪽
1 프롤로그 19.03.05 1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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