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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등 뒤에 수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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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19.03.05 13: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1:2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47
추천수 :
0
글자수 :
96,319

작성
19.03.05 13:49
조회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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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주말의 학교는 언제나 한산하다.


경비 아저씨와 당직을 서는 선생님과 주말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는 녀석들. 그리고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자처해서 등교한 소수의 고3들. 다 합쳐봤자 평일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인원이 학교 내에서 볼일들을 보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지금 주말 대낮의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학교를 오는 목적이 위에 설명한 것들과 부합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곳에 다니는 학생인데다 교복까지 입고 있으니 딱히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선생님과 마주치게 되더라도 교실에 물건을 놓고 왔다든지 하는 그런 변명으로 둘러대면 되니 떳떳한 마음으로 음악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지하에 지어진 음악실은 평소에도 다른 공간과는 달리 한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사실 이건 단순한 한기가 아니라...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한기... 가 아니라 그냥 한기잖아?”


미리 들었던 내용과는 달리 영적인 느낌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현황에, 교복 재킷 안에서 나침반을 꺼내 다시 확인해 보았다. 나무를 골자로 이루고 여러 고풍스런 한자로 장식된 나침반의 화살표는 확실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상하네... 형은 분명 음악실에 귀신이 있다고 했는데...”


업계의 떠오르는 신성이라는 현직 프로의 말과 그들이 애용하는 물건의 판단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으니


“어라?”


나의 두 발은 어느새 한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이상하게 생긴 나침반을 보며 멍하니 걸어 다니는 자신의 모습과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하니 등골이 오싹했지만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애써 기억을 지워냈다.


“이걸 보면 이곳이 확실한 거 같은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지어진 이 학교의 정중앙에 위치한 연못은 학교의 이사장이 애지중지 하는 보물 1호로, 수업시간 창가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낮지 않은 확률로 이사장이 연못을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확률로 선생님께 그 모습을 걸려 혼날 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나침반의 화살표가 이 앞에서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침반의 움직임이 무색할 정도로 연못에는 그 어떠한 수상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 같은 곳에서 맡을 법한 물비린내가 아닌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이사장이 잘 관리했다는 생각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단 퇴마를 시작해 볼까?”


그랬다. 내가 이런 맑고 화창한 주말 대낮에 학교에 온 것은 다른 이유도 아닌, 퇴마행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근처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 한 후, 품에서 주사朱沙로 쓰여진 기척차단 부적을 라이터로 태웠다.


순식간에 화르륵 불타버린 부적은 은은한 잿빛으로 변하며 내 몸을 한차례 감쌌고, 그 느낌을 받으며 부적을 만들어준 형에게 찰나동안 감사의 인사를 했다.


형의 도움을 받는 건 여기까지.


닭의 피로 직접 쓴 부적 여러 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책으로 여러 번 보긴 했어도 부적을 직접 만들어 본 건 이번이 처음. 하지만 부적의 성능을 확인하던 형에게서 이쪽 방면으로 자질이 타고났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순간, 하기 싫은 업종에 타고 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축복인지 저주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부적 세장을 꺼내 잔잔한 연못의 물 위에 띄우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 흠!... 명계를 관리하는 세 명왕의 이름을 빌어 말하노니 가엾은 영혼이여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야 할 곳으로 가거라.”


부적이 연못의 물속에 녹아들며 잠잠하던 수면에 강한 파문을 남겼다.


“좋아. 반응이...”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없어!?”


뭔가가 나타날 것 같이 일렁이던 파문은 헛된 기대감만 부풀리고 잠잠해져 버렸다.


“분명히 부적 한 두 장이면 어지간한 귀신은 성불시킨다고 했는데...”


혹시나 실수라도 한 건가 싶어 다시 부적 세 장을 연못에 띄우고 아까와 같은 말을 읊조렸지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었다.


“...좋아. 이렇게 된다 이거지?”


대추나무를 깎아 만든 염주를 오른손목에 착용한 후, 직접 만든 부적 열 장을 꺼내 땅바닥에 흩트려 놓고 그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았다.


“후우...”


조금 전이 이성적으로 상대방을 조목조목 설득하며 당근으로 유혹하는 형식이라면


“발동!”


지금은 채찍을 든 용역깡패가 깽판 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몹쓸 짓을 하는 느낌인데...’


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땅바닥에 달라붙듯 놓여있던 부적들이 하나하나 푸른 불꽃을 내며 불타오르더니 잠잠하던 연못의 물길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연못이 왜 저래!?”


아무리 기척차단의 술법이라고는 해도 현실적 투명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유형의 투명인간이 되는 술법인지라, 술자가 누군가에게 시선을 끌만한 행동을 하거나 눈에 띄는 핫플레이스의 근원지에 가까이 하면 술법이 풀리게 된다.


“저기 누가 흙장난 하는데?”


웅성웅성대는 사람들의 시선과 이 심상치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손바닥이 땅바닥에 달라붙기라도 한 건지 아무리 힘을 써도 떨어지질 않았다.


파사사삭


부적이 하나씩 재가 되어 사라질수록 연못은 점점 부글거리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고, 오른손목에 착용한 염주마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혼자 퇴마를 하러 오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지, 애초에 그 녀석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머릿속 의식의 흐름이 소꿉친구를 잘못 사귄 것에 대해 다다를 때쯤 오른손의 염주가 무언가의 힘에 의해 강제로 뜯겨지듯 터져나갔다.


“때졌다!”


손이 떨어진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콰앙


작은 연못이 폭발하며 세찬 물줄기가 솟아올랐는데, 그 연못의 모든 물이 전부 뿜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물줄기였다.


“우왓!”


“폭발했다!?”


“북한? 북한의 소행인가!?”


미스테리한 상황에 하던 일을 멈추고 학생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나는 그저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바라 볼 뿐이었다. 하지만


“어?”


모든 것은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지기 마련.


“우와앗!”


점차 다가오는 세찬 물벼락의 모습에 엉덩방아를 찍으며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후두두두둑


처마 밑에서 느끼는 장마철의 집중호우처럼 거센 물줄기가 수 초간 귓가를 때렸지만


“멀쩡해?”


물에게 의지라도 있는 듯 그 거센 물줄기들은 전부 나를 피해 떨어져 내렸다.


“이게 대체...”


“너인 것이냐.”


“!?”


갑작스레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반쯤 사라진 연못의 정중앙. 그곳에는 한 여성이 성경에 나오는 그 분처럼 수면 위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물빛으로 찰랑거리는 기다란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거기에 백색과 은은한 옥색으로 하늘거리는 천 옷을 갖춰 입은 그녀의 모습은, 책이나 미디어에서 표현하던 문구인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모습과도 하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네가 이 몸의 봉인을 푼 것이냐?”


현실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옥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하자, 정신이 아득히 먼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묘하게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지금 묻고 있지 않느냐.”


“네... 네? 그렇긴 한데...”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신비스럽고도 영롱한 목소리가 나를 부드럽게 질책하자, 순간 정신이 번쩍하며 돌아왔다.


“그... 근데 누구... 시죠?”


“이 몸에 대해 묻는 것이냐.”


“...네.”


그녀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그런 소소한 것을 생각할 겨를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평소라면 감히 허락하지 않을 일이지만 상황이 이러니 윤허해 주겠느니라.”


“가. 감사합니다(?)”


“정신을 깨끗하게 하고 머릿속에서 새겨 넣거라. 이 몸은 바로 위대한 천신 하백의 첫째 딸이자 물을 다스리는 신. 상이라고 하느니라.”


“...네?”


얼빠진 내 목소리 위로 가만히 자신의 위엄을 한껏 뽐내는 그녀. 그리고 어느샌가 연못에 피어오른 한 송이의 작은 무지개. 그건 마치 그녀와 나의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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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수련 - 1 19.03.06 20 0 17쪽
7 6.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3 19.03.05 31 0 9쪽
6 5.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2 19.03.05 28 0 9쪽
5 4. 호가호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 1 19.03.05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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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위대한 수신. 그 이름은 상이 - 2 19.03.05 38 0 8쪽
2 1. 위대한 수신. 그 이름은 상이 - 1 19.03.05 36 0 14쪽
» 프롤로그 19.03.05 1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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