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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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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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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작성
19.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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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6. 꼬이는 파리

DUMMY

06. 꼬이는 파리




이틀 후, 데이브는 다시 일을 나갈 준비를 하였다.

보통 한번 나가면 짧게는 5일, 길게는 보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좀 더 쉬어야 했지만, 프랭크와 함께 일한 탓에 데이브는 하루 이틀만 쉬고 곧바로 움직이는 습관이 배었다.


쉬는 동안 약혼녀인 레이첼을 만나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어긋나 이번에도 만날 수 없었다.


‘집착하면 인기가 없다.’ 데이브는 반코에게서 들었던 조언을 중얼거리며 시장으로 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진흙타운에서 평생 맛도 못 볼 비싼 포도주와 신선한 치즈, 햄, 닭 반 마리로 만찬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데이브는 혹여 누가 볼까 싶어 조심스레 포장해 짐 가방에 챙겨 넣었다. 행여 다른 채집꾼이 왜 이런 음식을 가져가냐 물어보면 둘러댈 말이 마땅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넝마를 몸에 두르고, 부츠를 신은 뒤, 데이브는 목에 건 ‘부적’을 손으로 만져 나갈 채비를 하였다. 이미 상당수의 채집꾼들이 준비를 마쳤는데, 대다수 팀을 꾸리고 있었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채집꾼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집단으로 팀을 꾸렸는데, 아무래도 일의 효율이나 안전상 여럿이 있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과거 프랭크가 쓰러진 후 데이브는 어느 무리에도 들어가지 못해 아직까지 혼자 다녔다.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지만.


몸을 풀고 슬슬 움직이려는 찰라, 저 멀리서 한 채집꾼 무리가 데이브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착각이 아니었는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지저분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이보시게. 데이브 맞나?”




◆◆◆◆◆◆




“전 마음에 안 듭니다.”


채집꾼 엔비가 불평스레 그리 말했다. 허나, 팀 내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자신의 말 따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네 의견은 상관없어. 이미 모두 그러기로 합의했으니까.”


역시나였다. 허나, 엔비는 침묵하지 않았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이웃들’에 그런 멍청한 애송이를 받아들이다니. 정말 다들 괜찮으신 겁니까?”


그 ‘멍청한 애송이’는 다름 아닌 데이브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 볼 일 없는 채집꾼이었으나, 거의 한 달 전부터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원석을 주기적으로 챙겨오는 행운아였다.

그 덕분에 수많은 채집꾼 팀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우리 ‘이웃들’이 그를 영입하려고까지 하였다.


엔비는 이 사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알지도 못한 그런 쓰레기가 감히 자신이 있는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다니. 더군다나, 이틀 전 놈 탓에 망신을 당한 기억이 있어 놈이 더더욱 증오스러웠다.


‘이웃들’의 대장인 ‘햄’이 말했다. 가장 연장자로 실력 또한 뛰어난 채집꾼이었다.

희끗희끗 난 하얀 턱수염이 그의 연륜과 지혜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알아, 안다고... 네 불만. 우리 이웃들은 믿을 수 있는 진짜 이웃들만 팀원으로 받는 아주 엄격한 팀이지.”


도시 경비대가 없는 성벽 밖에서는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 했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이웃집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었다.

서로 빈 집을 봐주며, 도둑과 약탈자에게 공동으로 맞서며, 때때로 피 같은 돈을 빌려주기도 했는데, 이 채집꾼 팀인 ‘이웃들’은 기적적으로 그 신뢰를 지켜, 현재와 같은 직업 동맹체가 되었다.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철저한 협력과 분업을 통해 극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이뤄냈는데, 근래로 버섯 군생지를 발견했을 때 그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


그런 신성하고 선택받은 조직에 아무런 연관도 인연도 없는 데이브가 들어온다고 하니, 엔비로서는 속이 뒤틀리다 못해 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허나, 이해타산이 빠른 대장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근래 놈이 가져오는 수확물을 보면 확실해. 운이 좋게도 광산을 찾은 거야....”


그러자 팀원 중 하나인 안톤이 말했다.


“난 채집꾼이 광산을 찾는다는 게 동화 속 이야긴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동화가 이루어지려나 보지. 그런데 난 걱정이야. 햄. 과연 놈이 우리 팀으로 들어오려고 할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광산을 찾았다면 왜 굳이 우리랑 나눠 먹으려고 하겠어?”


햄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왜냐면 우린 이웃들이니까! 우리의 채집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헐값에 팔리는 원석을 다른 판로를 통해 더 비싸게 거래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면 썩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더욱이 놈이 아주 어리바리하게 생겼잖나? 아마 우리 팀에 끼워준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두 팔 벌려 환영할 거야! 날 믿어보라고!”


햄이 아주 자신감에 찬 채 말했다.




◆◆◆◆◆◆




“죄송합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데이브가 거절하자, 호언장담했던 햄의 표정이 말 그대로 썩어들어갔다.

마치 뺨이라도 맞은 태도였다.


애송이 주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다니. 채집꾼 팀 이웃들의 대장인 자신의 제안을 말이다!


허나, 햄은 욕을 한바탕 쏟아내는 대신 전문가답게 행동했다.


“내가 말을 제대로 안 했나 보군. 우리가 무슨 속셈이 있어 그러는 게 아니야. 자네가 성실한 친구인 거 같고, 또 혼자 다니는 게 안쓰러워서 그래. 아무래도 우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데이브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잘 압니다. ‘이웃들’ 가장 뛰어난 채집꾼 팀 중 하나지요.”


햄이 우쭐해지며 어흠거렸다.


“고맙긴 하지만. 다소 틀렸군. 우린 최고의 채집꾼 팀이야. 난 그렇게 자부하네.”


데이브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햄은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입을 열었다.


“팀 이름 그대로 우리는 서로 이웃이야.” 햄이 자기 동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웃이라는 게 뭔가? 단순히 옆에 산다는 것뿐 아니라, 서로 돕기도 하지. 서로의 빈집을 지켜주며, 아이를 돌봐주고, 때때로 돈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기도 한다네. 도시 경비대도, 법도, 도덕성도 없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동료가 필요하지.”


데이브는 그 말이 제법 감동적이게 들렸다.


“특히 채집꾼 일에서는 그런 관계가 필요하지. 푼돈밖에 못 벌지만, 사실 다른 모험가만큼이나 위험하거든.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해. 우린 우리를 보호할 무기조차 없으니! 정말 불공평하지 않나?”


그가 뒤의 동료들을 돌아보며 묻자, 모두 하나 되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채집꾼은 개미와도 같지. 직접 두 발로 걸어 다녀 무엇이든 돈이 될 만한 걸 줍고, 갖은 위험을 겪지. 하지만 그럼에도 가져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도 뺏기기 일쑤야. 억울하지 않나?”


“뭐...”


“아! 대답할 거 없네. 당연히 억울하겠지! 심지어 우리들은 성벽 안 ‘인사이더(성벽 안 거주민)’들에게는 벌레처럼 경멸과 멸시를 받지 않나? 옳지 못해... 하지만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라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네. 어떤 의미로 우리는 진흙타운에 다 같이 사는 이웃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데 우리 팀에 들어오겠나?”


데이브의 표정이 거절의 뜻으로 어두워지자 햄이 다급히 말했다.


“우린 다른 채집꾼들에 비해 노하우가 쌓여 있어 일의 효율성이 비교도 되지 않아. 결코 나쁜 이야기가 아닐 거야. 특히, 독자적인 판로도 있어 물건을 비싸게 팔 수도 있지.”


데이브가 난감한 미소를 짓더니 정중히 다시 말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이미 소속된 팀이 있어서 사양하겠습니다.”


햄이 코가 불쾌함 탓에 실룩거렸다. 저도 모르게 따졌다.


“팀? 고작 프랭크 하나이지 않나? 그는 더욱이 지금 누워있고.”


“곧 나을 겁니다. 튼튼한 사람이니까요.”


“엄청난 돈을 써도 나을까 말까라는데? 소문이 그래. 성벽 안에서 내가 들었어.”


“전 프랭크 스승님이 나을 거라 믿습니다. 원체 강인한 분이시니.... 그러니 그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토록 하겠습니다.”


데이브의 대답을 듣고 햄의 뒤에 서 있던 채집꾼 하나가 손을 우두둑 꺾었다.

척 봐도 주먹이 매서워 보이는 사내였는데, 햄은 당장이라도 그에게 데이브를 흠씬 패주라고 명령하고 싶었다. 허나, 필사적인 인내심으로 그를 말렸다.


지금 보는 눈이 너무 많았으며, 두들겨 팬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햄이 끓어오르는 성질머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해 진정. 그럴 수도 있지. 같은 채집꾼끼리 싸워서 쓰나.”


그러자 햄의 동료가 뒤로 물러섰다.


“좋네. 데이브 자네 뜻을 존중하지. 하지만 기억하게 너무 욕심을 부려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지 않는 이는 벌을 받게 된다네. 신부도 그렇게 이야기했잖나? 그러니 늘 이웃들과 나눌 생각을 하게.... 우리 역시 자네가 도움을 청할 때 도와줄 터이니 말이야.”


데이브가 고맙다고 정중히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햄도 억지로 웃으며 그를 보내줬다.

데이브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팀원 중 한 명이 물어보았다.


“이제 어쩔 거야?”


햄이 대답했다.


“어쩌긴 뭘 어째? 저 놈 뒤를 밟아야지!”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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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망상 +16 19.11.02 2,962 110 13쪽
14 13. 악몽 +8 19.11.02 2,927 125 5쪽
13 12. 누더기 선술집에서의 소란 +18 19.11.01 3,041 109 11쪽
12 11. 무력자 +6 19.11.01 3,015 120 8쪽
11 10. 운수 좋은 날 +10 19.11.01 3,192 120 15쪽
10 09. 거짓된 가족 +16 19.11.01 3,237 135 9쪽
9 08. 예상치 못한 질문 +12 19.11.01 3,272 149 11쪽
8 07. ‘위대한 마법사’ 펠러 +12 19.11.01 3,267 126 5쪽
» 06. 꼬이는 파리 +19 19.11.01 3,393 125 10쪽
6 05. 가족? +16 19.11.01 3,550 133 10쪽
5 04. 꼬맹이 무리 +19 19.11.01 3,693 152 10쪽
4 03. 스승 프랭크 +28 19.11.01 4,082 151 14쪽
3 02. 스승의 가족 +6 19.11.01 4,380 142 11쪽
2 01. 한 달 후 +4 19.11.01 5,127 148 10쪽
1 00. 채집꾼과 위대한 마법사 +49 19.11.01 7,584 16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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