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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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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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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376

작성
19.11.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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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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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글자
10쪽

04. 꼬맹이 무리

DUMMY

04. 꼬맹이 무리




데이브는 메어리 부인에게 지폐 몇 개를 챙겨 줬다.

넉넉지는 않은 액수지만, 최소한 다음 방문 때까지는 어찌어찌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메어리 부인은 감사 인사를 거듭하며, 데이브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빌었다.

어느새 릴리도 와 배웅을 해줬는데, 데이브는 평소대로 최대한 빨리 오기로 그녀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였다. 역시 귀여운 아이였다. 딸을 가진다면 릴리 같은 애를 가지고 싶을 정도였다.


집으로 가져갈 식료품 바구니를 챙기며 밖으로 나왔는데, 어째서인지 스승인 프랭크의 말이 머리에 박혀 떠나지가 않았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말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게 문제야. 목표니, 꿈이니...... 그런 건 특별한 사람에게나 통용되는 거야!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인연 없는 거지. 주제를 파악해야 해. 그래야지만 고통을 받지 않아.’


데이브는 프랭크의 말을 늘 따랐다. 자신보다 똑똑하며, 강하며, 심지어 도와준 사람이니까. 허나, 그럼에도 이 말만큼은 부정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었다.

몇몇 특별한 사람들만 꿈과 목표를 가질 수 있다니 그건........ 너무 부조리하지 않은가?


과거 데이브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만, 근래 여유가 생기자 이런 생각을 자주 하였다. 아니면, ‘그 사람’과 대화한 탓일지도 모르고.


‘자칭 가장 위대한 마법사.’


잡생각 탓인지 뒷골이 당길 정도로 머리가 아파왔다. 데이브는 머리를 휘휘 저어 생각을 비운 다음 프랭크가 했던 충고를 곱씹었다.


확실히 프랭크의 말마따나 이제 좀 조심히 해야 할 것 같았다. 프랭크의 말대로 근래 자신은 너무 벌이가 좋았고, 자신과 관련된 소문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설마 광산을 발견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다니..... 사람들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대단하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위험은 없었지만, 어쨌건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터였다.

성벽 밖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데이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던전의 거대한 외성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거대한 성벽 안에는 여기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질척거리지 않는 단단한 포장도로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헐벗지 않고 모두 옷을 제대로 입고 있었다. 죽은 개나 고양이를 두고 싸우지 않았으며, 도로 위에는 오물 웅덩이가 없었고, 장달막한 건물보다는 크고 웅장한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성벽 안의 모습을 무심코 떠올리니 데이브는 다시 한번 그곳에 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과거 그런 꿈을 꾸었다가 포기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예상치 못한 행운을 손에 쥔 자신이라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 성벽 안에 들어갈지도 몰랐다.


안전하고, 풍족한 성벽 안 시민이 되어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상상을 하노라니 데이브는 몸이 붕 뜨며 현실에서 벗어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어느 한 땅딸막한 무리가 데이브의 앞을 막아섰다.


꼬맹이들이었는데, 제일 큰 아이도 데이브의 허리까지밖에 머리가 오지 않았다. 모두 때와 먼지로 지저분했으며, 몸은 척 보기에도 앙상했고,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바지 내지 상의만 걸친 모습은 딱 봐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생물의 생존 본능인지 이런 아이들은 일찍이 저들끼리 뭉쳐 이 험한 거리를 헤쳐나갔다.


안쓰러운 말이지만, 성벽 밖에는 저런 아이들이 쥐새끼만큼이나 많았으며, 데이브도 한때 저기에 속할 뻔했었다.

자신들끼리 뭉친 꼬맹이들은 조직적으로 구걸을 하거나, 도둑질 심지어 강도질까지 하였는데, 때때로 어른조차 위협하곤 하였다.


꼬마들은 데이브의 앞을 막으며 빤히 바라봤다.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은 어른들 못지않게 딱딱하고 차가웠는데, 서로 마주보기만 할 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꽤나 위험해 보이는 상황. 그 순간, 데이브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다들 안녕. 오랜만이지?”


데이브는 그렇게 인사하고는 길 위에 쌓인 한 잡동사니 더미에 식료품 바구니를 올려놓았다.

보통 꼬맹이 무리들은 이때다 싶어 바구니에 손을 댔겠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데이브의 바구니에 손을 대지 않았다.

데이브는 애들이 훔칠 것을 걱정하지 않는 듯 완전히 신경을 꺼버리고, 바구니에서 커다란 빵을 꺼내 칼로 먹기 좋게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 치즈를 올렸다.


한 조각의 빵, 한 조각 치즈. 그는 구빈원 직원처럼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단, 구빈원 직원들처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대신, 고개를 낮춰 두 눈을 마주치며 상냥하게 나눠줬다.


아이들은 빵을 받으면서도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질서정연하게 자기 몫을 받고 곧바로 다음 차례에 자리를 양보했다.


더 받기 위해 떼쓰거나, 약한 아이의 빵을 빼앗지 모습은 없었는데, 그 모습에 데이브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시큰해졌다.


처음에만 해도 서로 먼저 받겠다고 때리고, 물어뜯고, 그 틈을 타 음식 바구니를 훔치는 등 난장판이 따로 없었는데, 다섯 차례에 걸친 노력 끝에 이러한 질서가 자리 잡은 것이었다.


데이브는 그 순간 무엇인가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자신이 아주 대단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십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빵을 거의 다 나눠줘, 두 소년만 남게 되었다. 형제로 보이는 소년들로, 형 쪽은 또래보다 크고 건강해 보였지만, 동생은 반대로 작고 연약해 보였다.


데이브가 빵을 잘라 동시에 내밀었다. 둘 다 말없이 받았다. 동생은 걸신들린 듯 맛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입에 욱여넣는데 반면, 형은 잠시 동생과 빵을 번갈아 보더니, 다 먹은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처음 동생은 머뭇거렸지만, 형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젓자 결국 동생은 아이답게 그 빵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데이브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꼬마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대단하지 않은가? 자기 역시 아이이고, 배가 고플 텐데 저렇게 동생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다니! 데이브는 가히 신성하다고까지 느꼈다.


데이브는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바구니에서 롤빵을 하나 꺼내 형 쪽에게 내밀었다.


꼬마 형이 데이브가 내민 번드르르한 롤빵을 보곤 눈이 동전처럼 커졌는데, 혹시 무슨 속셈이 있는 것 아닌지 수상쩍은 눈빛으로 데이브를 살펴보았다.

데이브는 최대한 속셈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상냥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먹어도 돼. 네 꺼야.”


어째서인지 꼬마 형은 받지 못했다. 롤빵에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데이브는 롤빵 귀퉁이를 살짝 뜯어먹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받지 않자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형이 아프면 동생을 누가 보호해? 받아. 어서.”


결국 그제야 꼬마 형은 데이브가 건넨 빵을 받아들었다. 생각보다 배가 고팠는지 입에 사정없이 욱여넣었는데, 제대로 씹지도 않아 목에 걸리고 말았다.

데이브는 서둘러 바구니를 뒤져 방금 전 시장에서 산 신선한 우유를 자신이 쓰는 컵에 따라 내밀었다. 그러자 꼬마 형은 반 정도 마시고는 동생에게 잔을 넘겼다.


둘 모두 우유를 처음 맛보는지 아주 기뻐 보였다.

더 주고 싶기는 했지만, 데이브와 가족들도 먹어야 해 더 이상은 나눠줄 수 없었다.


데이브는 식료품 바구니를 챙겨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꼬맹이 무리’도 무리 지어 떠났는데, 아까 전 롤빵을 나눠준 꼬마 형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세상에 맙소사!............ 처음 받아 보는 인사였다.


“고마워.... 요,” 인사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지, 꼬마 형의 말은 어색하고 퉁명스럽게 그지없었다. 허나, 데이브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뻤다. 아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이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겠는가?


데이브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고맙다고 해줘서 나도 고맙단다.”


꼬마 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데이브의 손을 잡았다. 애들에 비해 큰 거지 확실히 꼬마는 꼬마였다. 거칠긴 했지만 손이 작고 따뜻했다.

데이브는 이름을 묻고 싶었으나, 경계할 것을 알기에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인사만 했다.


“다음번에 또 만나자.”


꼬마 형은 마치 처음 듣는 말인 것처럼 눈이 커지더니 대뜸 데이브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이름은?”


겁먹은 것 같으면서도, 부끄러워 보였다.

데이브가 기쁘게 알려줬다.


“데이브. 데이브야. 그럼 넌?”


“..... 말론. 동생 이름은 메이슨.”


“말론, 메이슨.... 나랑 달리 멋진 이름이구나. 그래, 다음에 또 보자.”


꼬마 형은, 아니 말론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데이브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브는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 악수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갔다.


별 뜻 없는 짧은 대화였지만, 데이브에게 아주 뜻깊은 순간이었다.

그 이유는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십시오.

혹시 진행상 문제나 궁금증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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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도박 +24 19.11.06 2,821 122 7쪽
19 18. 마법사와의 시험 +15 19.11.06 2,835 132 7쪽
18 17. 루시오 +23 19.11.05 2,900 133 12쪽
17 16. 도움 +37 19.11.04 2,955 132 12쪽
16 15. 뿌리며 거둔다 +19 19.11.03 2,909 123 9쪽
15 14. 망상 +16 19.11.02 2,962 110 13쪽
14 13. 악몽 +8 19.11.02 2,927 125 5쪽
13 12. 누더기 선술집에서의 소란 +18 19.11.01 3,041 109 11쪽
12 11. 무력자 +6 19.11.01 3,015 120 8쪽
11 10. 운수 좋은 날 +10 19.11.01 3,192 120 15쪽
10 09. 거짓된 가족 +16 19.11.01 3,237 135 9쪽
9 08. 예상치 못한 질문 +12 19.11.01 3,272 149 11쪽
8 07. ‘위대한 마법사’ 펠러 +12 19.11.01 3,267 126 5쪽
7 06. 꼬이는 파리 +19 19.11.01 3,392 125 10쪽
6 05. 가족? +16 19.11.01 3,550 133 10쪽
» 04. 꼬맹이 무리 +19 19.11.01 3,693 152 10쪽
4 03. 스승 프랭크 +28 19.11.01 4,082 151 14쪽
3 02. 스승의 가족 +6 19.11.01 4,380 142 11쪽
2 01. 한 달 후 +4 19.11.01 5,127 148 10쪽
1 00. 채집꾼과 위대한 마법사 +49 19.11.01 7,584 16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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