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dwardSeo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소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EdwardSeo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1
최근연재일 :
2023.03.23 00:4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48
추천수 :
90
글자수 :
119,184

작성
22.05.24 21:48
조회
25
추천
1
글자
10쪽

009. 1장 9화

DUMMY

1장




9화




[ 과거 회상 : 한스 사건의 전말 ]




한스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고, 분위기는 일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네로 : 아닙니다, 형님. 제가 왜 형님을 무시하겠습니까.


한스 : 내가 코제트씨 밑에서 일하니까 우스워 보이지? 네가 코제트씨의 사위면 사위인 거지, 이렇게 사람 무시해도 되는 거냐?


네로 : 아닙니다, 형님.


한스 : 그리고 말이야. 내가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기분 나쁜 게 한두가지가 아니야. 정부지원금 문제도 그래. 코제트씨의 사위라는 이유로 정부지원금도 네가 받은 것 아니야?


네로 : 아닙니다, 형님. 형님이 오해하시는 겁니다.


한스 : 거짓말하지 마! 지 할아비를 닮아서 입만 열면 거짓말이냐!


네로는 워낙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러자 조르쥬가 발끈 화를 내며 한스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조르쥬 : 말이면 다 하는 말인 줄 알아?


한스 :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어디 멱살을 잡아? 이거 못 놔? 다스영감이 금괴 상자가 있다고 온 마을에 거짓말했잖아.


그의 술주정을 듣다못한 폴이 벌떡 일어나 한스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툇마루로 끌고 갔다.


폴 : 이기지도 못할 술을 그리 마시더니. 단단히 취했네. 그만 돌아가요.


한스는 술에 취해 제 몸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팔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발악을 했다.


한스 : 아비가 거짓말쟁이니 당연히 자식새끼도 거짓말쟁이로 크겠지. 불 보듯 뻔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네로는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단숨에 한스에게 달려들어 그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한스는 네로에게 안면을 가격당하고 툇마루에서 굴러떨어져 마당을 나뒹굴었다.


네로는 몹시 화가 난 듯 식식 소리를 내며 한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한스는 다리를 다친 듯 다리를 감싸 안고 고통 속에 신음하였다.


조르쥬 : 이런 젠장! 네로, 정신 차려.


금방이라도 마당으로 뛰어 내려가 한스를 공격할 듯 식식거리는 네로의 앞을 조르쥬가 가로막고 섰다.


조르쥬 : 폴. 일단 한스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가.


폴 : 알겠어, 형. 서울 학생들, 여기 좀 도와줘.


파트라슈와 에릭은 재빨리 마당으로 뛰어 내려가 폴과 함께 한스를 부축하여 일으켜 대문 밖으로 나섰다.




* * *




1988년 3월 25일 금요일.




플란다스호의 선미(船尾).


조르쥬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하늘은 점차 먹구름으로 덮여가고,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원들은 주낙 회수에 앞서 해풍에 맞서기 위하여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미셸은 옷깃을 세워 올리며 조르쥬에게 말했다.


미셸 : 그날 그런 일이 있었군.


조르쥬 : 어때요? 듣고 보니 이상하죠?


미셸 : 그럼 그날 한스의 다리가 부러진 것이야?


그러자 폴이 미심쩍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폴 : 글쎄요. 집에 데려다줄 때까지는 가벼운 찰과상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미셸 : 그래?


폴 : 자네들이 보기에는 어때?


파트라슈가 긴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말문을 열었다.


파트라슈 :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미셸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파트라슈와 에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파트라슈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파트라슈 : 그런데 다음 날 갑자기 경찰이 선장님을 찾아왔어요.


미셸 : 경찰?


파트라슈 : 네. 경찰은 한스 씨의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그가 선장님을 폭행죄로 신고했다고 하더군요.


미셸 : 이거 참, 그래서?


파트라슈 : 그리고 한스 씨는 합의금을 요구했어요.


미셸은 한스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기가 차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폴이 격양된 목소리로 미셸에게 말했다.


폴 : 합의금을 줄 형편이 못 되니까 급한 대로 형수가 친정으로 돈을 빌리러 갔는데, 코제트 씨가 호락호락하게 돈을 빌려줄 리 만무하잖아요.


조르쥬 : 코제트 씨는 돈을 빌려주고 조건을 붙였어요. 그 조건이란, 네로가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아로아와 마르코가 친정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미셸 : 정말 환장할 노릇이군.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기 시작했다.


플란다스호 주변으로 거센 파도가 들썩이고 물보라가 일었다. 선원들은 폭풍 속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선장 네로만은 비장한 각오를 한 듯 단연한 모습으로 거센 물결을 가르며 플란다스호를 몰았다.


가끔 비가 오면 도리어 물고기가 더 잘 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선장 네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플란다스호의 선장 네로.

네로는 어선 한 척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의 형편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6년 전, 정부 사업의 일환으로 어민 후계자 지원금 800만원으로 건조한 플란다스호는 네로의 전 재산이었다.


사실 현재 그의 상황은 어민 후계자 지원금을 상환하는 것도 벅찼다. 거기에 선원 배당금, 일상 경비 등을 지출하면 사실 빈털터리나 다름없었다.


수평선 아득히 갈매기가 짝을 지어 나는 모습을 보니 네로는 더욱 그리움이 사무쳤다.



서해는 평균 수심 50m 가 채 못 되는 얕은 바다이다.

그렇지만 조석 간만의 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서해 연안에서 고기잡이는 물때가 맞아야 했다.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 때가 연승 어업이 가능한 유일한 시기였다. 조금은 대개 매월 음력으로 초여드렛날과 스무사흘이었다.


네로는 몇 날 며칠 동안 조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음력 2월 8일이 되는 오늘 긴 기다림을 끝내고 드디어 배를 띄운 것이었다.



플란다스호가 주낙을 던져 놓은 위치에 다다랐다.


그러자 네로는 낚싯줄의 행방에 따라 쉼 없이 플란다스호를 조정했다. 조르쥬와 에릭이 한 조를 이루어 낚싯줄을 감아올렸다.


그리고 폴과 파트라슈가 한 조를 이루어 끌려 올라온 고기를 낚싯바늘에서 떼어 냈다. 미셸은 낚싯바늘에서 떼어 낸 어획물을 어창에 집어넣고, 그물이 엉키지 않도록 하였다.



조르쥬는 작업용 코팅장갑을 끼고, 허리를 숙여 연신 모릿줄을 감아올렸다. 아직 뱃일이 미숙한 에릭은 잔뜩 긴장하여 조르쥬의 옆에 앉아서 감아올린 낚싯줄을 고무 대야 안에 정리했다.


씨알이 굵지 않은 노래미가 딸려 나오자, 폴은 몽당식칼로 모릿줄에 달린 아릿줄 끝을 잘라내 낚싯바늘 채 물고기를 떼어 냈다. 낚싯바늘 채 떼어 낸 물고기를 파트라슈가 낚싯바늘을 제거하여 미셸에게 넘겨주었다.



빗방울이 떨어진 후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그렇지만 선원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조르쥬 : 그나마 낚싯줄이 바위에 엉키지 않아서 다행이야.


폴 : 그렇기는 하지만, 빈 바늘이 너무 많아.


조르쥬 : 우럭이다!


에릭 : 우럭이요?


폴 : 굵은 놈이야! 간만에 굵은 놈이 딸려 왔어.


미셸 : 그러네. 3kg는 훌쩍 넘겠어. 고것 참. 이상해. 이십 년 전만 해도 여기가 우럭, 조기, 전갱이, 고등어 할 것 없이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차고 넘쳤는데 말이야. 그때는 소금도 귀한 시절이라 절이지도 못하고 잡아서 버리는 게 태반이었어.


조르쥬 : 그러게요. 그 많던 고기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허구한 날 붕장어, 노래미만 잡히네요.


폴 : 다들 너무 실망하지 마. 이제 주낙 하나 걷었어.


파트라슈 : 그래요, 형님.


만선의 꿈을 가득 싣고 플란다스호는 또 다른 주낙을 걷어 올리려 망망대해를 가로질렀다.




* * *




해가 기울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플란다스호의 선원들은 뿌린 주낙을 모두 걷고 어획물을 정리했다. 장대비가 물결 위로 쏟아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자 거센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금일 어획량은 노래미 40kg, 우럭 5kg, 잡어 10kg 정도였다. 여기서 배당금을 나누면 선원들은 각각 몇 천원의 푼돈을 손에 쥘 따름이었다. 게다가 주낙 세 바퀴를 잃어 먹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조금에 백오십 만원은 벌어야 선원 한 사람 앞에 십만 원씩 배당금이 돌아가는데, 금일 조업은 영 신통치 못했다. 결국 금일 플란다스호의 조업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비에 흠뻑 젖은 미셸이 기관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네로에게 말했다.


미셸 : 이보게, 네로. 자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더 늦기 전에 뱃머리를 돌리게.


네로는 고개를 푹 숙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네로 : 아저씨. 이번 조금 때를 놓치면 또 몇 날을 기다려야 할지 몰라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네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어깨는 축 쳐져서 마치 패잔병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마도 소리 없이 흐느껴 우는 것인지 이따금씩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때마침 일기 예보가 라디오 전파를 탔다. 일기 예보는 곧 큰 풍랑이 올 것임을 선장과 선원들에게 알렸다.



사실 네로는 오늘 밤을 돌섬에서 지새고, 명일 아침부터 서둘러 배를 띄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인하여 네로의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네로는 격랑 치는 바다가 원통하고, 폭우를 뿌리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 역시 이런 날 조업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로아와 마르코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려 차마 뱃머리를 돌릴 수 없었다.


미셸 : 이 사람아, 돈이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가.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그만 돌아가세.


뱃일을 하다 보면 언제나 희망과 낙망이 서로 교차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셸은 네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 그러자 네로는 격양된 마음을 추슬러 뱃머리를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기말 소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001. 축전 22.05.13 42 0 -
26 025. 2장 15화 23.03.23 27 0 5쪽
25 024. 2장 14화 23.03.20 20 0 3쪽
24 023. 2장 13화 23.01.05 29 0 10쪽
23 022. 2장 12화 22.06.10 43 0 11쪽
22 021. 2장 11화 22.06.09 28 1 15쪽
21 020. 2장 10화 22.06.08 25 0 9쪽
20 019. 2장 9화 22.06.07 23 0 10쪽
19 018. 2장 8화 22.06.06 26 0 9쪽
18 017. 2장 7화 22.06.05 27 0 12쪽
17 016. 2장 6화 22.06.04 24 0 14쪽
16 015. 2장 5화 22.06.03 24 1 15쪽
15 014. 2장 4화 22.06.02 38 1 12쪽
14 013. 2장 3화 22.05.31 21 0 9쪽
13 012. 2장 2화 22.05.27 22 0 14쪽
12 011. 2장 1화 22.05.26 27 0 11쪽
11 010. 1장 10화 22.05.25 24 0 12쪽
» 009. 1장 9화 22.05.24 26 1 10쪽
9 008. 1장 8화 22.05.23 23 1 10쪽
8 007. 1장 7화 22.05.20 23 0 10쪽
7 006. 1장 6화 22.05.19 26 1 10쪽
6 005. 1장 5화 +1 22.05.18 39 2 10쪽
5 004. 1장 4화 +1 22.05.17 40 3 11쪽
4 003. 1장 3화 22.05.16 48 9 9쪽
3 002. 1장 2화 22.05.15 53 12 10쪽
2 001. 1장 1화 22.05.14 105 26 11쪽
1 000. 프롤로그 22.05.13 136 3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