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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Seo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소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EdwardSeo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1
최근연재일 :
2023.03.23 00:4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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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수 :
119,184

작성
22.05.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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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6. 1장 6화

DUMMY

1장




6화




[ 과거 회상 : 아로아의 이야기 ]




1980년 1월 7일 월요일.



충청남도 서산군 어느 해안가 마을.



날이 저물 무렵에야 코제트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코제트의 용색은 무척 초췌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만단수심(萬端愁心)이 가득하였다.


코제트부인은 축 늘어진 남편의 겉옷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코제트부인 : 얼굴이 무척 상했어요. 다녀오신 일이 잘 안되었나요?


코제트 : 아로아. 냉수 한 잔 다오.


아로아는 부엌에서 차가운 얼음냉수를 한 컵 가득 따라 코제트에게 가져다주었다.


코제트는 차가운 냉수를 한잔 들이키고 방고래가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로아 : 왜 그러세요, 아빠.


코제트는 망연자실하여 머리칼을 한 움큼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코제트 : 큰일이 났소. 오늘 수협에서 대출받은 현금과 통장을 잃어버렸소.


코제트부인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로아 : 잘 찾아보셨어요, 아빠?


코제트 : 선착장 사무실에 들러서 임금과 전도금을 정산하고 나서는 길이었소. 담배 한 대 피우고 차에 타려고 자동차 지붕 위에 돈과 통장이 든 봉투를 잠시 올려두었지.


코제트부인과 아로아는 마음을 졸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코제트 : 그것이 화근이었소.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갈매기 한 마리가 봉투를 낚아채 달아났소. 단 가마에 눈처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소.


코제트부인 : 여보. 무슨 말이에요. 갈매기라니?


코제트 : 믿기가 힘이 들겠지만 사실이오. 선착장 직원들과 급하게 갈매기를 뒤쫓아 봤지만 이미 저 멀리 하늘을 날아가 버렸소.


아로아 : 이를 어쩌면 좋아.


코제트부인 : 여보. 너무 걱정마세요. 돈은 다시 빌리면 되지 않겠어요?


코제트 : 모르는 소리 마시오. 더 이상 우리 마을에 돈을 빌려줄 곳은 없소. 그 돈이 없으면 우리 마을은 파산하고 말 것이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마을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해안가를 샅샅이 수색해 보아야겠소.


아로아 : 저도 같이 갈게요, 아빠.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코제트부인은 초인종 소리를 듣고 대문으로 나갔다.


코제트부인 : 이 시간에 누구지?


코제트부인이 대문을 열자 문밖에는 네로가 온몸이 꽁꽁 얼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서 있었다.


코제트부인은 깜짝 놀라서 네로를 대문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네로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네로 :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코제트부인 : 네로구나. 아로아를 만나러 왔니? 하지만 지금은 때가 좋지 않구나. 아저씨께서 오늘 기분이 몹시 안 좋으시단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때마침 스웨터 위에 털실목도리까지 단단히 매어 입고 집을 나서던 아로아가 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맨발로 뛰어나와 네로를 맞았다.


아로아 : 네로. 때마침 잘 왔어. 함께 바닷가에 가자.


네로 : 안녕, 아로아. 바닷가라니? 나는 아저씨께 볼일이 있어서 왔어.



그때 코제트가 집 안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들고 문밖을 나섰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네로를 발견했다.

그러자 간신히 화를 참고 있던 코제트는 결국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제트 :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냐?


코제트가 불같이 호통을 쳤다.

그러자 네로는 깜짝 놀라 우물쭈물 입을 열지 못했다.


코제트 : 내가 다시는 아로아와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나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네로 : 죄송합니다, 아저씨. 저는 단지...


코제트 : 닥치거라. 부모도 없고, 돈도 없는 비렁뱅이 같은 녀석이 감히 누구를 넘보는 게야. 너는 아로아에게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야.


아로아는 황급히 두 팔로 코제트를 끌어안았다.


아로아 : 네로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미 노발대발 성이 난 코제트는 한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코제트부인은 남편의 용광로 같은 성정을 알고 있었기에, 아로아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의 품에 보듬어 안았다.


코제트 : 아로아. 애비가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대학 공부까지 시켰는데, 어떻게 네가 고작 이런 비렁뱅이 놈과 어울려 다닐 수가 있니?


아로아는 코제트부인의 품에 안겨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코제트 : 네로. 네 놈이 다시 한번 아로아를 만나는 날에는 두 번 다시 배를 못 타게 만들어 주겠다. 나의 말을 알아들었다면 당장 꺼져!


그리고 코제트는 홧김에 네로를 힘껏 밀쳐 버렸다.

네로는 뒤로 나자빠지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네로 : 악!


코제트부인 : 어머, 여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네로는 바닦에 쓰러져 끙끙댔다.



코제트는 잠시 어름적어름적 거리다가 활짝 열린 대문을 나섰다.


서럽게 호곡(號哭)하던 아로아가 네로에게 달려가 그를 보듬어 안았다.


아로아 : 네로, 괜찮아?


네로는 무릎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아로아가 네로의 곁에서 그를 부축했다.


코제트부인 : 네로야. 괜찮니?


네로 : 괜찮아요, 아주머니.


아로아 : 미안해, 네로. 정말 미안해.


네로 : 괜찮아, 아로아.


코제트부인 : 미안하구나, 네로야. 아저씨가 돌아오시기 전에 오늘은 이만 돌아가렴.


네로 : 네, 아주머니. 아! 이것을 아저씨께 전해주시겠어요?


네로는 점퍼 안주머니에서 현금 뭉치가 가득한 봉투를 꺼내어 코제트부인에게 건넸다.


코제트부인 : 어머나, 네로야. 어디서 봉투를 찾았니?


네로 : 저... 아까 아로아를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당집 팽나무 밑에서 주웠어요. 액수가 매우 커서 일단 아저씨께 가져다드리면 주인을 찾아주실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주머니, 저는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요.


아로아 : 기다려, 네로. 엄마. 네로에게 저녁을 차려 주시면 안 될까요?


코제트부인 : 그래, 아로아. 네로야. 정말 고맙구나. 아저씨가 봉투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단다. 금방 맛있는 저녁 식사를 차릴 테니 아로아와 함께 저녁 먹고 가거라.


아로아 : 그래, 네로. 네로가 잃어버린 봉투를 찾아준 것을 알면 아빠도 더 이상 네로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네로 :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하지만 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혼자 쓸쓸히 집에서 저를 기다리시고 있을 것만 같아서요. 아로아, 저녁은 다음에 함께 먹자.


아로아 : 그렇지만, 네로.


네로 : 아로아, 나는 정말 괜찮으니 걱정마. 이만 가볼게. 아주머니, 안녕히 계세요.


설한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길 속으로 네로는 다리를 절뚝절뚝 절며 걸어갔다.




* * *




마을 사람들과 코제트는 해안가를 샅샅이 수색하여 보았다.

그러나 결국 봉투를 찾지 못했다.

바다로부터 불어온 칼바람은 마을 사람들의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코제트 : 다 끝장났어.


망연자실하여 넋 나간 꼴로 돌아온 코제트.

그런 그에게 코제트부인은 황급히 봉투를 건네주었다.

코제트는 화들짝 놀라며 봉투를 열었다.

그는 돈뭉치와 통장을 확인했고, 안도감에 숨을 내쉬었다.


코제트 :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어디서 봉투를 찾았소?


코제트부인 : 네로가 주고 갔어요.


코제트 : 네로가?


아로아 : 그래요, 아빠. 네로는 눈길에서 봉투를 주워서 주인을 찾아 달라고 찾아왔던 거에요.


코제트 : 네로가 봉투를 찾아주었다고?


코제트부인 : 당신, 날이 밝으면 네로에게 찾아가서 꼭 고맙다고 하세요.


아로아 : 그래요, 아빠. 네로에게 심하게 말한 것도 모두 사과하세요.


코제트는 그의 속 깊은 곳에서 벅찬 무언가가 차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은 염념천사로 가득 차 무거운 침묵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코제트 : 내가 잘못했어. 큰 실수를 하고 말았어.


아로아 : 그래요, 아빠. 네로는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


코제트 : 알겠다, 아로아. 날이 밝는 대로 내가 네로를 찾아가서 꼭 사례를 하마.


아로아 : 아빠. 앞으로 네로를 계속 만나는 것도 허락해 주실 거죠?


코제트 : 그건 안 된다. 네로에게 걸맞은 사례를 하도록 하겠지만, 내 딸이 그런 비렁뱅이 놈과 만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아로아 : 아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어요? 네로는 우리 마을의 은인이라구요.


코제트 :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다시는 네로를 만나지 말거라.


아로아 : 싫어요. 저는 누가 뭐라 해도 네로와 결혼 할 거에요.


코제트 : 결혼? 지금 결혼을 한다고 했어? 지금껏 키워 준 은혜도 모르는 것 같으니라고.


코제트부인 : 그만하렴, 아로아.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거라.


아로아 : 싫어요. 두 분이 반대하시면 제가 집을 나가겠어요.


코제트 : 괘씸한 것. 당장 나가거라. 그리고 두 번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마. 딸 하나 없는 셈 치고 살면 된다. 딸 하나 없는 셈 치고 살면 돼.


코제트부인 : 아로아. 어서 잘못했다고 빌거라. 어서.


아로아 : 싫어요. 저는 앞으로 네로와 살겠어요. 진심으로 네로에게 사과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 연락주세요.


코제트부인 : 아로아.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니? 여보. 당신이 어떻게 좀 해보세요.


코제트 : 듣기 싫소.


아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뛰쳐나갔고, 코제트부인이 호곡하며 딸을 뒤쫓았다.



눈은 그쳤지만, 설한풍이 휘몰아쳐 쌓였던 눈들이 흩날렸다.

아로아는 펑펑 울며 뒤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야속한 밤길은 더욱 더 짙어만지고, 코제트부인은 눈길에 주저앉아 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하염없이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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