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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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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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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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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


그의 등을 거칠게 밀치며 수민은 귓가에 속삭였다.

”하하하,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소돔은 제 집이니까요.“


자신만 믿으라며 가슴을 텅텅 두드리며 그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성문 앞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정체 모를 사람들로 한가득.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기를 한참, 병사들의 외침이 들렸다.


”다음.“

화려한 행렬이 성문을 통과하자 곧이어 수민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증표를 보이시오.“

이어지는 검문에도 그는 그저 고개를 들었다.


”나다, 문 열어.“

수민에게 보여준 모습과는 대비되는 고압적인 태도. 그 즉시 일행의 목에 칼이 겨뉘어졌다.


”경고하지. 초대장이 없다면 즉각 사살하겠다.“

담담하게 찾아간 것 치고는 오히려 살벌하게 위협을 당하자 그가 당황하여 잠시 움찔했다.


”나다, 소돈왕. 어이가 없군. 자네 신참인가? 신참이라면 미리 말하지. 날 이렇게 대한다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 당장 경비반장 데려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으름장을 놓아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소 뿐이었다.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뇌옥에 갇혀있지. 현 경비반장은 본인이다.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하고 소돈왕을 사칭한 죄는 뇌옥행이다. 그곳에 가면 네 친구가 기다릴 테니 딱이겠군. 포박해!“

병사들의 칼날이 일행의 숨통을 조여오자 수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만 믿으라더니 어처구니가 없네. 정말 하등 쓸모없는 벌레구나 네놈은.“

수민이 여차하면 이들을 모두 제압하고 안으로 침투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황금으로 된 가면을 쓰고 흰 로브를 걸친 남자는 소돈왕을 보고 비웃었다.


”이게 누군가, 명성이 자자하신 소돈왕 아니신가. 상단은 어디다 내팽겨치고 고작 초병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까나?“

남자의 조롱에 그는 짧은 안도감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후계자 자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틈을 보여서는 안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개로 고마운 것은 사실. 감사를 표하되 결코 비굴하지는 않게 말했다.


”···고맙소 금검(金劍). 본인은 조롱해도 좋아. 하지만 내 부하들을 욕보이진 마라.“

”쯧“

그런 그의 반응이 재미 없었는 듯 가볍게 혀를 차는 남자와 흘러가는 상황을 대강 눈치챈 수민이었다.


”이 자는 소돈왕이 맞다. 상단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신원은 나 금검이 보증하지. 들여보내.“

어쨌거나 덕분에 도시 안으로 출입할 수 있게된 일행은 그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였다.


#


소돔 내부로 진입한 이후 어색한 침묵만이 그들을 감쌌다. 꿀먹은 벙어리 같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수민은 그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의 고개가 홱 하니 돌아갔지만 눈에선 텅 빈 공허함 만은 엿볼 수 있을 뿐.


”정신 차려. 소돈왕이라는 놈이 고작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냐? 내가 말했을 텐데 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죽여버리겠다고. 고작 이 정도였나, 근성을 보이란 말이다 애송이.“

”···네가 뭘 안다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짓거리지 마.“

풀린 동공을 부여잡으며 안광에선 기이한 열기가 아른거렸다. 그것은 작은 불씨. 무미건조한 그의 텅 빈 세상에 지펴진 의지.

눈빛이 살아나기 무섭게 그의 명치에 묵직하게 주먹을 뻗는 수민이었다.


-퍼억


”살아난 건 좋다만, 네 처리를 자각해라. 그래도 꽤나 보기 좋은 눈이 되었군. 명심해라 네 목숨은 우리의 것이라는 걸.“

남자의 턱을 치켜세우며 수민이 말했다.


#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도시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면에는 추악함이 깃들어 있는 소돔.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소돔의 진실된 모습은 이 깊은 어둠 속에서 드러난다. 낮에는 평범한 상점이었던 것들이 반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네킹 따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인간. 발가벗겨진 채 어깨에 새겨진 바코드는 노예의 표식.



다른 곳에서는 광적인 함성이 울려퍼지는 원형의 투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검투사들의 몸에 바코드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 모두가 노예들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상다해고 있는 것은 요괴. 그들의 조약한 장비로는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해 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온갖 비인간적인 것들이 자행되고 있는 이곳은 소돔, 악의 소굴이다.


”추악하네, 아니 이미 그런 수준이 아니야. 내면의 욕망들이 들끌어 수면 위를 적시는 그런 느낌이 들어.“

정후가 인상을 한껏 쓰고는 구역질이 나는 듯 시선을 회피했다. 그런 그녀의 손을 보듬어주며 수민은 마음을 굳혔다. 철저하게, 뿌리 하나 남김없이 싸그리 불태워주마.

그런 그들의 마음과 달리 남자는 홀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이들로부터 탈출하여 자신의 위치를 다시 공고히 할 계획을 짜는 것이다.


#


”돈왕과 3대 상단주가 모두 모이는 곳이라면 오직 한 곳 밖에 없지.“

수민과 팽팽한 신경적은 펼치던 그가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투기장, 매번 우승자에게는 돈왕께서 직접 상품을 하사하는 영광을 베풀어주신다.“

”투기장이라···“

그의 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골똘히 몰두하는 수민과 어떤 결정이든 이를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그녀의 자세는 기묘하지만 중심이 잡혀있었다.


”물론 네가 우승할 수 있을 경우에나 뵐 수 있으니 포기해. 투기장은 진정한 초인들의 세계니까 말이야. 너희 같이 운 좋게 고수 한 명을 이겼다고 출전할 만큼 녹록한 곳이 아니다.“

그런 그의 말에 정후가 고민에 쐐기를 찍듯이 말했다.

”간단하네, 우승해서 수여식 때 모두 처리하면 되겠어. 네가 투기장, 내가 사장을 맡으면 되는거 아니야?“


그런 그녀의 주장을 뭣도 모르는 것들이라 생각한 그는 속으로 승자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바보같기는. 어줍잖은 실력으로 나대는 꼴이라니. 이대로 시간을 끌면 틀림없는 나의 승리다. 이미 자신의 출입이 보고되었을 것이기에 시간을 끈다면 곧장 보고하지 않는 자신에게 감시자가 붙을 터였다.


둘이 나뉘는 순간 한 놈씩 처리해주마.

그런 그의 속마음대로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어갔다.


”그래, 나는 투기장에 몰려든 인원 모두를 처리하지. 너는 노예들의 구출과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부탁해.“

”자신만만한 걸 보니 컨디션이 좋은가 봐?“

”컨디션에 구애받을 정도로 어줍잖게 살아오진 않아서 말이지. 그저 이 악몽의 연쇄에 종지부를 찍고 싶을 따름이야.“

수민의 곁에 선 그녀는 알 수 있었다.

F1 머신의 엔진처럼 요동치는 심장 박동소리. 언제라도 달려나갈 수 있게 달궈진 몸. 높아진 텐션.

그는 이미 소돔과의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도 질 수는 없지.


”승부하자.“

”승부?“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하게 반문하자 그녀가 수민의 허리를 팡 하고 때리며 말했다.


”너와 나 둘 중 누가 먼저 해내는지 말이야. 나는 노예들의 해방과 흑시의 말살을, 너는 투기장 우승과 수뇌부의 처리를. 어때?“

”정의를 집행하는 것에 다른 것들이 개입하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지만, 승부라 그래 해보지. 마침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르겠어. 승부라면 상품은?“

”나 같은 여자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포상 아닌가?“

”···없었던 일로―“

”알겠어, 알겠어. 네 육체 더욱 더 강하게 만들고 싶지? 내가 상대했던 적들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자의 비술을 걸게.“

”그런 거라면 좋아, 의욕이 샘솟는군.“

”대신 내가 이기면 너에 대해 더 알려줬으면 해, 피하지 말고 말이야.“

예상에서 벗어난 요구에 놀란 것도 잠시 수민은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지 혹은 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내기에 응하였다.


”좋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이놈은 투기장에 들어가야 하니 내가 데려가겠어. 그럼 행운을 빌지.“

서로 손을 탁하고 치며 헤어졌고 그렇게 기나긴 소둠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


곧장 투기장으로 향하는 수민의 뒤에서 사내는 내심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오냐 원하는 대로 해주지.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이 지옥으로 가준다면 고맙지.’


그런 사내의 모습에 살짝 눈을 흝기고는 수민은 짐짓 목소리를 낮고 굵게 깔았다.

”뭘 혼자 히죽거리는 거지, 어서 등록할 준비나 해.“

”걱정하지 마라. 소돈왕의 이름이면 그까짓 거 통하지 않을 수가 없지. 네 목숨은 내가 직접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군. 이거 하나만은 말해주지 너 갈가리 찢겨 죽을 거다.“


위협적인 사내의 몸짓에도 수민은 콧웃음을 칠 뿐. 그런 그들의 귓가에 조금씩 열기와 욕망이 어우러진 농밀한 광기의 향연이 다가온다.

그 분위기의 편린 만으로도 입안을 바싹 마르게 하는 그것.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열광적인 시합이 눈앞의 거대한 투기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마. 이곳의 선수들은 전부 노예들이자 범죄자들이니까.“

그의 도발적인 어투에도 수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로 여유를 부린다.


”어서 등록이나 해. 얼마나 기다려줘야 하는 거지? 이것도 못 한다면 이번에 날아가는 건, 네 모가지가 될 테니까.“

터벅터벅 그의 뒤를 따라 걷는 수민의 모습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누구라도 수민을 본다면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그만한 키와 덩치는 흔한 것이 아니니까.


어느덧 접수처로 향하자 카운터의 여직원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소돈왕께서 여긴 어떻게···?“

”선수를 등록하러 온 게 당연하지 않은가. 등록이나 부탁하네.“

놀람도 잠시 접수처의 직원은 그저 두 가지를 물었다.

”이름과 소유주를 밝혀주시면 되겠습니다.“

”즈베리(зверь), 소유자는 소돈왕.“

”등록되었습니다. 짐승이라··· 당신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녀의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수민은 가드들에게 둘러싸여 대기실로 이끌려 갔다. 극런 수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내의 뒤로 회색빛 로브의 인영들이 일렁였다.


”돈왕(豚王)께서 찾으십니다. 동행하셔야겠습니다만.“

건방진 말투에도 그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순순히 그들과 함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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