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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th Heaven

잔혹동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크로니클s
작품등록일 :
2015.03.07 07:43
최근연재일 :
2015.03.10 13:2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996
추천수 :
63
글자수 :
40,368

작성
15.03.07 07:58
조회
323
추천
7
글자
5쪽

2. 라푼젤 (1)

DUMMY

빛 한 점 새어들지 않는 어두운 숲 속. 한 번 들어서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 해서 누군가의 발길조차 없는 이곳, 마녀의 숲.


여자는 홀로 그곳을 헤매고 있었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계속 앞으로만 걷는 여자의 손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래도 조금도 아랑곳 않는 그녀의 마른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어떻게 나한테-.



‘그곳으로 돌아가면 되겠군. 혹시라도 갈 데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한때는 어떤 짓까지도 불사해가면서 사랑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하던 남자. 그리고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은 채 웃던 낯선 여자.


사랑한다는 그의 한마디만 믿고 버리지 않은 게 없었는데.


작지만 아늑했던 집과 평범했던 삶들. 그리고 그만큼이나 사랑해주고 아껴줬던 사람까지도.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주저앉아 올려다봤던 근사한 홀 안의 천장. 높게 매달린 샹들리에가 빙글빙글 돌면서 자신에게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잘한 유리 파편들이 온몸으로 아프게 내리꽂히는 것 같았다. 잊고 있었던 오래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벌을 받은 거야.’



그때 그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면.



‘내 말을 들었더라면-.’



그랬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흐윽…….”



휘청거린 여자가 풀숲에 주저앉았다. 마른 바람에 까슬하게 메마른 풀줄기들이 찢어진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창백한 피부를 할퀴었다. 그래도 여자는 꼼짝 않은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대로 숨이 끊어져 더 이상 괴롭지 않을 수만 있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차갑고 마른 숲의 한가운데에서 외로이 썩어가더라도 차라리 그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만큼이나 서글펐을 누군가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스르륵 미끄러져 쓰러진 여자의 뺨이 날카로운 풀줄기에 길게 찢어졌다. 눈물과 섞인 핏방울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차가운 흙냄새가 나는 바닥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앙-.”



그때였다. 여자가 다시는 눈을 뜨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그 순간, 어디선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번뜩 눈을 뜬 여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쓸쓸한 바람만이 숲 곳곳에서 떠돌 뿐, 더는 아무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 귀를 세워봐도 단지 그뿐이라, 환청인가 싶던 찰나였다.



“아아앙-.”



또다시 아기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작지만 분명한 그 울음소리에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래 먹지 못하고 쉬지도 못해 지친 몸이었지만, 여자는 그런 건 모두 잊은 채 숲을 헤맸다. 거친 나뭇가지와 따가운 가시덤불을 헤치고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맸다.



“헉헉…….”



마른 흙을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뜯겨지고 피부가 벗겨져도 아프지 않았다.



“어디 있니.”


“아앙-.”


“어디 있니, 아가.”



그렇게 한참 헤매는 동안 점점 가까워지는 아기의 울음소리. 여자가 애타는 눈빛으로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우뚝 걸음을 멈춘 그녀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메마른 숲의 한가운데, 버려진 오두막과 낡아 다 무너져가는 탑. 그 앞의 너른 뜰에 작은 바구니가 하나 놓여있었다. 여자가 나타난 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소리가 뚝 멎었다.



“아가……?”



여자가 조심스레 다가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새하얀 피부와 깨끗한 금빛 머리카락을 한 아기가 강보에 싸여있었다.


아기의 통통하고 발그스레한 뺨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었다. 여자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아기를 들어 안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쩌다가 이런 곳에 버려졌는지 그런 것 따위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가슴이 찌르르해지더니 드레스 앞섶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돌기 시작했던 젖이 뚝뚝 흘러 뽀얀 뺨으로 떨어졌다. 잠깐 울음을 멈췄던 아기가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아앙-.”


“그래그래, 배가 고팠구나.”



여자가 드레스 앞섶을 헤치고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건만, 다행히도 젖은 넘치도록 흘렀다.


여자가 정신없이 젖을 빠는 아기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피투성이 손가락이 아기의 보드라운 뺨에 지저분한 핏자국을 남겼다.


천천히 고개를 든 여자가 눈앞의 오두막과 탑을 바라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저도 모르는 사이 오랜만에 다시 돌아와 버린 이곳.



“라푼젤.”



여자의 야윈 뺨을 타고 다시 흐른 눈물이 젖을 삼키는 아기의 이마로 뚝뚝 떨어졌다.



“엄마랑 함께 살자. 라푼젤.”


작가의말

라푼젤 에피는 거북한 내용이 다소 많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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