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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님의 서재입니다.

나노 형사는 범인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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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6:53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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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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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진실을 꿰뚫는 자

DUMMY

“지금부터 속도전이다.”


마약 팀과의 공조가 이뤄졌을 때 흑곰파가 눈치채기 전에 잡아들이자는 의미로 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그런데 이 순간. 그 말이 더욱 크게 와닿게 되었다. 정말로 흑곰파 놈들이 함정에 걸렸기 때문이다.


강현철은 뒷좌석에 기절한 채 묶여있는 흑곰파 조직원을 힐끗 보았다.


‘저놈 절대 말단 조직원이 아니야. 최소 간부급이다.’


설마, 이런 일에 간부가 나설 줄이야. 그만큼 놈들 대가리가 이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단 뜻이겠지.


‘대어가 걸린 것은 좋은데, 덕분에 시간제한이 생겨버렸다.’


말단 조직원이었더라도 저쪽 대가리가 금방 눈치챘을 텐데, 저놈은 그보다 더 높은 계급이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저쪽 대가리가 눈치채는 순간 경계가 올라가겠지.’


어쩌면 경찰에게 쫓기지 않게 흔적을 없앨지도 모른다. 그 흔적 중 하나는 지현덕 교수일 것이고.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해.’


오늘 밤 안에 놈들 대가리를 잡는다. 그것이 강현철이 낸 결론이었다.


끼익.


차가 신호에 잠시 걸렸을 때, 강현철이 단백질 바를 꺼내 먹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신하윤을 불렀다.


“하윤아, 아까 저놈들 핸드폰 챙긴 거 있지? 잠깐 줘봐.”

“핸드폰이요? 그거 잠금 걸려있잖아요? 지문도, 얼굴인식도 아닌 패턴이라 어차피 열지도 못해요.”

“됐으니까, 일단 줘.”


신하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건넸다.


‘노머, 잠금 좀 풀어줘.’


눈앞에 여러 가지 패턴이 빠르게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렇게 약 1분 후, 알맞은 패턴 하나가 나타났다.


“아니?! 잠금 어떻게 푸셨습니까?”

“······글쎄.”


강현철은 대충 얼버무리며, 근성이라는 놈이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역시, 임무가 끝날 때마다 구상철이라는 놈한테 문자로 보고하는군.’


그렇다면 지금 문자를 보내놓아야 저쪽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노머, 이놈 문자 패턴 파악해서 임무 완료했다는 문자 한 통 보내줘. 그리고 만약 전화가 걸려 오면 네가 저놈 목소리로 짧게 통화해. 가능하지?’


-녹음된 통화 데이터를 통해 학습 완료, 핸드폰에 나노머신을 심는다면 짧은 통화는 문제없습니다.


됐다. 이걸로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배신자를 색출하고, 뒷좌석 놈들에게서 지현덕 교수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


특히, 배신자는 곡 찾아내야 한다. 내부 정보가 유출되면 작전이고 뭐고 망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정말 성두식 팀장이 배신자가 아닐까?’


강현철은 지금도 그가 배신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종대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를 옹호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선배님.”


뭔가를 생각하던 신하윤이 말을 걸어왔다.


“배신자 말입니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한 명 있는데요.”

“누구?”


곧 이어 들려오는 이름에 강현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네. 평소에 과묵하고 절대 의견을 내지 않던 사람인데, 갑자기 동조하고 나선 게 이상해요.”


강현철은 잠시 침묵했다. 그 이름은 결코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불신이 일었지만, 하윤이의 말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강현철보다 2년간 근무한 신하윤이 더 내부 사정에 밝을 테니 말이다.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잠시 후, 결론을 낸 강현철이 말했다.


“알겠어. 그럼, 복귀하면 하윤이 네가 그 사람을 감시해 줄 수 있겠어?”

“맡겨만 주세요!”


강현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머릿속에선 빠르게 여러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눈치챌 수도 있으니,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이진 마. 나도 다른 방법으로 배신자를 확인해 볼 테니까.”

“옙!”


벌써 밤이 깊었다. 강현철은 더욱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


그 시각, 구상철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형님, 연구 자료 회수했읍니다.]

[현장 마무리 후 복귀하겠읍니다.]


‘뭐지···?’


짧고 간결한 문체와 ‘습니다.’ 대신 ‘읍니다.’로 쓰는 스타일. 근성이 보낸 문자가 확실했다.


하지만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왜 직접 문자를 보낸 거지?’


근성은 혼자 일할 때만 직접 문자를 보내온다. 그러나 오늘 녀석은 상호 녀석을 데려가지 않았던가.


‘이럴 땐 상호에게 보고를 시키는데···.’


근성이는 전자기계를 잘 다루지 못한다. 핸드폰조차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잘 만지지 않는다.


‘그런 녀석이 굳이 상호가 있는데 문자를 보내온다는 건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거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구상철은 곧장 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근성이냐?”


구상철은 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예, 형님. 접니다.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였다. 구상철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언제쯤 출발하려고?”

-지금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무뚝뚝하긴 해도 확실히 누군가 근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진 않았다.


“그 강현철인지 뭔지하고는 만났냐?”

-보긴 했는데 직접 마주치진 않았습니다.

“그래? 알았다. 적당히 하고 빨리 와라.”

-···예, 형님.


뚝.


통화가 종료된 후 구상철은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보네.’


그래, 근성이도 가끔은 직접 문자를 보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드디어 연구 자료를 챙겼단 말이지?’


오랜 염원이 이뤄진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 꼴 보기도 싫은 교수와 작별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곧 경찰 수사가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조용히 움직인다고 했으니 보나 마나 며칠 걸리겠지.’


짭새들이 당장 오늘 쳐들어온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영장이 필요할 테니까.’


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경찰 놈들 일하는 스타일이 대충 파악된다. 그놈들은 영장이라는 종이 쪼가리가 없으면 그저 손만 빨고 기다리는 무능한 새끼들이다.


그리고 구상철은 놈들에게 영장이 나오지 않도록 손쓸 방법이 있었다.


‘가만, 이렇게 좋은 날에 술이 빠질 수 없지.’


구상철은 바깥에 대기 중이던 부하 한 명을 불렀다.


“가서 연구 자료 받아와. 근성이한텐 우리 자주 가던 룸으로 오라하고.”


고생한 동생을 위해, 그리고 이제껏 잘 참고 인내한 자신을 위해. 오늘은 밤새도록 즐길 생각이었다.


***


중부서에 도착했을 때 깨어난 근성과 상호를 각자 다른 조사실로 들어갔다.


“제가 신문하겠습니다.”


강현철의 말에 도송학이 고개를 저었다.


“여긴 나한테 맡겨. 고생했는데 좀 쉬어야지.”

“아뇨, 꼭 제가 신문해야만 합니다.”

“왜?”

“저는 거짓을 판별할 수 있거든요.”


도송학이 미간을 모았다.


‘장난치는 건가.’


그렇게나 직접 신문을 하고 싶은 것일까. 가만히 강현철을 바라보던 도송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준비 끝나면 바로 들어가.”

“넵. 그리고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강현철은 도송학에게 무언가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달라 부탁했다.


잠시 후, 조사실 문 앞에 선 강현철은 품속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까 강현철이 송주원 씨와 교수의 방에 들어갔을 때, 사정하여 겨우 남는 알약 3개를 받아온 것이었다.


‘부작용이 없다고 했었지?’


-근손실,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 지방간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칼로리를 전부 소모한다면 문제없습니다.


‘파란색 알약이 2,000칼로리라고?’


-그렇습니다.


성인 남성 평균 기초대사량을 넘는 열량. 잠시 망설이던 강현철은 이내 결심한 듯 알약을 삼켰다.


벌컥.


조사실로 들어서자, 의자에 묶인 채 이쪽을 노려보는 근성이 보였다. 강현철은 천천히 맞은 편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 함근성? 맞지?”

“······.”


근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의자에 삐딱하게 기댄 모습이 무척이나 비협조적이었다.


“나이는?”

“···아까 신분증 봤잖습니까.”

“어, 맞아. 그래도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데.”

“······.”


근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놈의 모습에 강현철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 말이지?”

“······.”

“묵비권은 네 권리지만, 나중에 불리해질 텐데 괜찮겠어? 저 바깥에 네 동료도 너처럼 입이 무거울지 궁금하네.”

“······.”


놈의 눈동자가 살짝이지만 흔들렸다. 이를 확인한 강현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넌 이런 대화가 싫은 것 같은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고.”

“······?”

“지금부터 너한테 굉장히 사소하고 쓸데없는 질문을 할 거야. 네 조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질문이지. 여기에만 성실하게 대답해 주면, 당분간 귀찮게 안 굴지. 약속해.”


근성이 눈썹을 모으며 말했다.


“무슨 꿍꿍이지?”

“꿍꿍이는 무슨.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나랑 오붓하게 조사실에서 밤새우면 되니까.”


잠시 고민하던 근성이 어디 뭘 할지나 보자는 식으로 턱을 까닥거렸다.


“첫 번째 질문이다. 무슨 음식 좋아하냐?”

“···뭐?”


뜻밖의 질문에 근성은 잠시 놀란 듯 했다가, 코웃음을 쳤다.


“그딴 걸 왜 묻지?”

“그냥 말해 봐. 나도 네 취향을 알아야 이따 거기에 맞춰서 밥을 시켜주지.”

“······.”


근성은 입을 다문 채 강현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강현철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닭가슴살을 좋아한다. 사실 소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경찰 월급으로는 빠듯해서 말이지.”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내가 네 속셈을 모를 줄 아나?”

“응? 내 속셈이 뭔데?”

“라포(Rapport)형성. 범죄자와 친밀감과 동질감을 높여, 수월하게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 아닌가.”


이번에는 강현철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너 보기보다 똑똑하구나? 어떻게 알았어?”

“나는 범죄영화를 좋아한다.”

“···하여간 그놈의 미디어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에잉.”

“······.”

“야, 그래도 대답은 해줘라. 나도 일하는 척은 해야 하니까. 막말로 이미 속셈을 다 들킨 마당에 예, 아니오. 한마디 하는 게 뭐가 문제야? 협조만 잘해주면 편의는 내가 최대한 봐줄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저 멍청한 형사의 엉성한 계획은 이미 다 들통났고, 정말 중요하다 싶은 질문에는 대답 안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지.”

“좋아. 그럼 무슨 운동 좋아해? 헬스? 아니면 등산?”

“당연히 헬스다.”

“뭘 좀 아네. 그러면 격투기 쪽은 어때? 권투를 좋아하나? 아니면 유도를 좋아하나?”

“나랑 싸워봤으면 알 텐데? 권투를 더 선호한다.”

“오호.”


강현철은 계속해서 영양가 없는 질문을 계속하며 근성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했다.


‘노머, 패턴 파악 잘하고 있지?’


-네. 현재 50% 축적 완료했습니다.


거짓말 탐지를 위한 데이터를 쌓는 것. 이것이 계속해서 근성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이유였다.


“조금 전에 등산 보다 헬스를 더 좋아한다고 했었지? 이번엔 등산이 더 좋다고 말해봐.”

“···그딴 건 왜 시키지?”

“그냥 좀 해봐. 별거 아니잖아?”

“······등산이 더 좋다.”


강현철은 계속해서 근성이 진실 혹은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반복했다.


그렇게 잠시 후.


-데이터 축적 완료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정확도 99% 이내로 거짓말 탐지가 가능합니다.


그 말에 강현철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물었다.


“이번 일, 구상철이 지시했지?”


근성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짧은 침묵. 그러고는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강현철은 놓치지 않았다. 근성의 왼쪽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려 할 때 나오는 반응.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걸 보니, 맞나 보네.”

“······아니라고.”


근성의 목소리는 굳건했지만, 이미 노머는 그의 몸짓에서 많은 걸 읽어냈다.


-말과 행동의 미묘한 불일치. 호흡이 빨라지고, 어깨가 경직되어 있습니다. 거짓말일 확률 92%입니다.


“아니긴 개뿔. 다음으로 지현덕 교수, 너희와 함께 있지?”

“······아니.”


-당황 또는 불안감으로 호흡이 빨라졌으며 가슴이 미세하게 들썩이는 것을 확인. 데이터 패턴상 거짓입니다.


“함께 있군. 지현덕 교수는 무사하냐?”

“······.”

“무사하지는 않으시고··· 살아는 있지?”

“······이게 무슨?”

“살아는 있다? 다행이네.”


근성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입을 다물었는데도 저 미친 경찰은 자신의 대답이 무엇인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비타코어를 활용한 마약 사업, 구상철이 주도한 거냐?”

“······!!!”

“아, 구상철이 주도한 건 아니야? 그보더 더 위인가보네?”

“그, 그만!”


급기야 근성은 묶인 팔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도 하고 두 눈을 감기도 하는 등 최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걸로 노머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강현철은 계속해서 질문을 해나갔다.


“자, 다음 질문. 너희가 심은 경찰 쁘락치. 혹시 마약 1팀장 성두식이냐?”

“······그래, 맞다.”


근성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며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들릴 정도로 명확했다.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노머의 분석을 듣지 않아도 거짓말이 확실했다.


“아니네. 그럼, 강력 2팀장 한명길인가?”

“······.”

“한명길이네. 젠장, 하윤이의 예상이 맞았어.”


다행인 것은 하윤이가 한명길을 감시 중이었으니 허튼짓은 못 하리라는 것이다.


근성은 중요한 정보를 발설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성을 잃은 그가 소리쳤다.


“이, 이···! 개새끼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오, 시끄러. 다 방법이 있다.”

“이 괴물 같은 새끼가!!”

“그래그래.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 건데, 잠시만 기다려.”


드르륵.


강현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사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미리 대기 중이었던 도송학이 몇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 부탁한 리스트다.”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어떻게 한 거냐?”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처음에 강현철이 거짓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을 때는 그냥 의욕 넘치는 형사의 객기라고 보았었다.


하지만 근성의 반응으로 봐선 정말로 강현철이 거짓과 진실을 파악한 듯 보였다.


“독심술이라도 배운 거냐?”

“···비슷한 거라고 해두죠. 그것보다 하윤이한테 연락해서 한명길 팀장 당장 붙잡으라고 전해주세요.”

“······정말 한 팀장님이 배신자라고 생각하냐?”


강현철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99% 확률로요.”


다시 조사실로 돌아온 강현철이 리스트에 가장 윗줄부터 차례로 읽기 시작했다.


“음··· 지현덕 교수를 가둬둔 곳이 아진시 중현구 하진동 24-1번지냐?”

“······!”

“아니야? 그럼 56-7번지인가?”

“···이익!”

“이것도 아니야? 그러면······.”


도송학이 전해준 것은 다름 아닌 흑곰파의 본거지나 작업장으로 추정되는 모든 주소에 대한 리스트였다.


“송화동 142-6번지?”


강현철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근성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땀이 맺힌 이마에서 한 방울이 턱 아래로 천천히 흘렀다. 그의 목젖이 긴장된 듯 위아래로 움직이며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놀아날 수는 없다.’


근성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어금니를 꽉 물었다.


‘더는 내게서 아무것도 못 알아내!’


그는 있는 힘껏 머리를 책상에 내리쳤다.


텁.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근성은 기절할 수 없었다. 근성의 행동을 미리 알아챈 강현철이 솥뚜껑같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했었지? 아! 일명동 11-9번지.”


강현철이 근성의 머리를 꽉 붙든 채 물었다. 관자놀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제법 강했다.


‘젠장···.’


절망감이었다.


***


“···뭐라고?”


구상철은 아까 연구자료 회수를 지시한 부하의 보고에 눈썹을 찡그렸다.


“근성이가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형님이 자꾸만 엉뚱한 장소를 이야기하셔서요. 마치 저희를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기다려 봐.”


곧장 핸드폰을 꺼낸 구상철이 근성의 번호를 거침없이 눌렀다.


-여보세요.

“근성아, 우리 일본에 있었을 때 기억나냐? 차에 치일 뻔한 나를 네가 몸을 날려서 구해줬었잖아.”

-······예, 기억납니다.

“하하. 그래?”


구상철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그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분노로 물들어 갔다. 손가락 관절이 울리며 꽉 쥔 주먹이 하얗게 질려갔다.


“이, 개새끼가. 너 누구야?”

-···형님? 저 근성입니다.

“지랄. 일본에서 근성이는 나 대신 야쿠자 놈 칼을 대신 맞아주었어. 차 사고는 있지도 않았다고.”

-······이런.


뚝.


일방적으로 끊어진 통화에 구상철이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 산산이 조각난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하아하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구상철은 크게 심호흡하며 진정하려 애썼다.


“후우······ 준비해라.”

“무슨 준비 말씀입니까?”

“뭐겠어? 손님 맞을 준비지.”


그 말을 끝으로 구상철은 한쪽 구석에 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서랍으로 향했다.


드르륵.


안에는 고이 모셔둔 대포폰 3개가 보관되어 있었다. 그는 그중 하나를 꺼내어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최 사장님. 부탁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부탁? 무슨 부탁?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삐딱했지만 구상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영장 하나만 막아주시죠.”

-···하. 다짜고짜 이게 뭔······. 내가 왜 그런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당장이라도 통화를 끊을 것 같은 분위기에 구상철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강현철과 관련된 일입니다.”

-······강현철?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낮고 음울한 목소리.


-그것부터 진작 말했어야지.


최창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운 증오가 가득 배어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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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쪽은 끝났습니다 24.09.17 309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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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짓입니다 24.09.08 491 17 14쪽
3 노머 +2 24.09.07 493 16 16쪽
2 그쪽이 아닙니다 24.09.06 539 15 18쪽
1 과잉 진압 전문 형사 강현철 +1 24.09.06 590 1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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