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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님의 서재입니다.

나노 형사는 범인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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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6:53
최근연재일 :
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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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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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과잉 진압 전문 형사 강현철

DUMMY

“꺄아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도둑이야!”


여자가 가리킨 곳엔 명품으로 보이는 지갑을 지닌 채 빠르게 도망가는 남자가 있었다.


‘소매치기?’


강현철은 상황을 이해하고 쫓으려 했다. 그때, 돌연 소매치기범이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바본가?’


하필 도망쳐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다니. 참 지지리 운도 없는 놈이었다.


‘각도 좋고.’


강현철은 마치 펀치 머신을 치듯 솥뚜껑 같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뭐, 뭐야?! 저리 비켜!”


거대한 덩치의 강현철을 발견한 소매치기범이 소리를 지르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빛이 반사되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날카로운 칼처럼 보였다.


‘이 새끼가.’


대낮의 대로변에서 칼을 휘두르다니. 강현철의 주먹에 핏줄 하나가 툭 돋아났다.


“비키라니까!”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 소매치기는 욕지거리를 날리며 칼을 휘둘렀다.


후욱-!


자그마한 칼이 가슴을 향해 날아왔지만, 강현철은 재빨리 고개를 비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소매치기의 칼과 강현철의 주먹이 교차한다.


“미안한데, 난 조폭들이 휘두르는 사시미도 다 피하는 형사야.”


그대로 턱주가리에 꽂히는 돌덩이 같은 주먹. 완벽한 카운터 펀치였다.


콰직-!


“커억···!”


요란하게 날아간 소매치기범이 바닥을 다섯 번이나 구르며 바닥에 처박혔다.


“으······.”


저벅저벅.


강현철은 천천히 다가가 정신 못 차리는 소매치기범의 손에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너를 소매치기 및 특수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어.”


고지를 마친 강현철이 길가에 널브러진 지갑을 주웠다. 저 멀리 이쪽을 보며 굳어있는 주인이 있었다.


“저기···.”

“네, 네? 저, 저요?”


방금 소매치기를 당했기 때문일까. 여자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여기 지갑이요.”

“아······.”


벌벌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가져가는 여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강현철은 신분증을 꺼내었다.


“일산서부 경찰서 강력3팀 강현철 형사입니다.”

“혀, 형사요? 조폭이 아니라?”


아까 수갑 채우는 장면도 분명 보았을 텐데, 여자는 진심으로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만 보면 최소 어느 조직의 행동대장쯤 되어 보였으니까. 문제는 강현철 본인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조폭이라뇨. 저처럼 순하게 생긴 조폭이 어디 있답니까. 하하.”

“······.”


강현철은 추후 진술을 위해 피해자 여성에게 연락처를 받았고, 얼마 전 사건을 끝내 한가해진 형사2팀에 연락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어, 되도록 빨리 와줘.”

-네, 그런데 선배님. 혹시 그 소매치기범 살아는 있죠?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후배 형사의 미심쩍은 목소리에 강현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내가 뭐 맨날 사고만 치는 사람으로 보이냐?”

-아닙니까······?

“······크흠.”


강현철은 크게 부정하지 못했다.


-···아무튼 확인 좀 해주세요.

“아오, 진짜. 귀찮게. 자, 봐봐. 이렇게 멀쩡하게 숨을······.”

-숨을···?


어어?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어보던 강현철이 놀라며 다급히 몸을 흔들었다.


“야야! 숨 쉬어! 숨!!”


강현철은 소매치기범의 몸을 왼쪽으로 눕히며 나름의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하··· 씨, 망했네. 안 그래도 징계받을 거 같은데 또 사고 치면······.’


극대노한 팀장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강력 3팀 사무실에 배치된 TV에서 강현철과 관련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5일, 일산서부 경찰서의 강 모 경사가 소매치기범을 과잉진압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앵커의 말과 함께 강현철이 소매치기범의 얼굴을 강타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이 자료화면으로 올라왔다.


-소매치기범 A씨는 전치 4주의 부상으로 현재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모 경사는 범인이 칼을 휘둘러 위협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가 휘두른 것은 자그마한 커터칼, 그것도 칼날이 반도 안 남은 짧은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도 강 모 경사는 수차례나 과잉 진압을 한 이력이 있었는데요, 일부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강 모 형사의 제압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고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일산서부 경찰서 신동윤 서장은 어젯밤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신동윤 서장은 앞으로 과잉진압을 주의할 수 있도록 현직 형사들의 재교육을 시행하겠다며······.


삑.


허성일 팀장이 신경질적으로 TV를 끄며,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는 강현철에게 말했다.


“잘한다. 잘해. 네 덕에 범인 잡느라 안 그래도 바쁜데 교육까지 받게 생겼어.”

“······죄송합니다.”

“하아······.”


전혀 안 죄송해 보였다. 저놈 저거 범죄자들 한 대 쥐어박은 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프지. 그리고 이제 어차피······.’


허성일 팀장이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현철아.”

“넵.”

“너 인사 발령 났다.”


인사 발령이라니?

강현철이 의아하다는 듯 허성일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서울 강수대로의 인사 발령이라면 쌍수 들고 환영이지만, 팀장님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듯싶었다.


“어디로 발령 났습니까?”

“···한 달 뒤에 아진시로 가면 된다.”

“네에?”


아진시라면 한국의 고담시로 불리는 곳이다. 사건 사고도 많고 근무 환경도 열악하여 모두가 기피 하는 근무지가 아니던가.


“······혹시 소매치기범 기절 시킨 일 때문입니까? 솔직히 진짜 억울합니다. 저는 정말 살살 쳤다고요.”

“야, 네가 과잉 진압한 범인이 어디 한둘이야? 차라리 CCTV라도 없었으면 변명거리라도 있지. 빼도 박도 못하게 매번 선명하게 찍혀 오기나 하고!”

“아니··· 나쁜 놈들 가볍게 꿀밤 좀 때려준 게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꿀밤? 그게 어딜 봐서 꿀밤이야?!”


웬만한 성인 남자 허벅지보다 두꺼운 강현철의 팔뚝에 허성일은 질린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인사 발령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일까. 허성일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강현철이 두 주먹을 부딪치며 이유를 설명했다.


“흐흐. 아진시는 나쁜 놈들 천국 아닙니까. 다 때려잡으면 실적은 두둑하게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제가 가고 싶어 하는 서울 강수대도 노려볼 수 있을 테고요. 오, 생각할수록 진짜 괜찮은데요? 강등이라도 당했으면 모를까.”


아이고 골이야.

허성일 팀장은 지끈지끈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야 이놈아, 기피 도시로 발령 났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아진시가 저 같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뜻?”

“너 강등되었다는 뜻이잖아!”

“···에이, 농담이시죠?”


애석하게도 팀장님의 얼굴은 진지했다.


“아니, 제가 왜 강등입니까?! 저처럼 실적 좋은 형사가 어디 있다고?”


허성일 팀장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게 몸 좀 사리라고 했잖아. 저번 사건 때도 하필이면 그 망나니 앞니를 부러뜨려서는···.”

“앞니라면···? 아, 그 재벌 3세 강간 미수범이요? 그놈이 벌써 나왔습니까?”

“그래.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거든.”


고소 취하라니.

당시 처참한 몰골이었던 피해자를 떠올린 강현철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왜요?”

“뻔하지 뭐.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놈이 뭘 했겠냐. 높으신 분들에게 왕창 챙겨주고, 피해자에겐 쥐꼬리만큼 주면서 반강제로 회유했겠지.”


으득.


강현철은 분한 듯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오, 그런 놈들은 깜빵 맛을 제대로 보여 줘야 하는데! 그래서 그놈 지금 어디 있답니까?”

“누구? 재벌 3세? 알면 뭐 하게?”

“찾아가서 남은 송곳니도 리모델링 시켜주려고요.”


퍽퍽.


강현철은 두 주먹을 부딪치며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제발 몸 좀 사려, 현철아. 계속 이러면 너만 손해 볼 거야. 형사 일도 결국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어?”

“그야······.”


강현철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나쁜 놈들 잡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

“아 근데 진짜 짜증 나네요. 안 그래도 진급도 느린데 강등까지 당하다니···. 아, 아닌가? 생각해 보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요.”

“···왜?”

“계급 낮으면 현장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나쁜 놈들도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벌하게 웃는 강현철을 보며 허성일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녀석.’


어떤 경찰이 부당하게 강등당했는데 범인을 더 오래,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좋아할까. 이게 바로 중학생 딸래미가 말하던 원영적 사고라는 걸까.


‘하긴, 이게 이 녀석의 매력이지.’


손해를 보든 말든. 오로지 나쁜 놈들 잡는 것만 생각하는 녀석.


‘···아쉽네.’


그동안 녀석 때문에 허구한 날 서장에게 불려 가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런 강현철을 보고 있노라면 잊고 있던 경찰로서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었다.


‘···앞으로 많이 허전해지겠어.’


허성일은 씁쓸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짐 정리나 해. 아, 그리고 오늘 저녁에 시간 되지? 간만에 다 같이 회식이나 하자.”


***


치이익.


“에이 시발.”


집게를 든 구동만 경위가 신경질적으로 삼겹살을 뒤집고 있었다.


“상은 못 줄망정 좌천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어!?”


그는 속이 탔는지 맥주잔에 소주를 콸콸 들이부어 단번에 삼키었다.


“에잇, 더럽다 더러워!”

“야 임마! 화 좀 가라앉혀! 현철이랑 마지막 회식인데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 거야?”

“아니, 팀장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막말로 우리 서에서 가장 실적 좋은 녀석에게 상은 못 줄망정 강등이라뇨!”


구동만은 맥주잔에 따른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머지 팀원들도 구동만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조용히 빈 술잔을 털었다.


쩝쩝.


그러든가 말든가.

정작 당사자는 눈앞의 고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야, 강현철. 넌 속도 안 쓰리냐.”


구동만의 물음에 강현철이 입안 가득 있던 삼겹살을 꿀꺽 삼켰다.


“뭐, 나쁜 놈들 잡는 데 계급이 뭐 중요합니까?”

“어휴, 이 정의감 넘치는 단순한 새끼.”

“하하.”


강현철은 멋쩍게 웃으며 빈 잔을 채웠다.


크으.


늘 달았던 소주가 오늘따라 조금 썼다.


그때, 강현철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웠다.


‘속이 왜 안 쓰리겠습니까.’


계급이 강등되어 현장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따위라는 게 조금 속상했다.


‘나쁜 놈을 잡았을 뿐인데.’


강현철 본인이야 진급에 관심이 없어서 상관없지만, 다른 정의로운 경찰들도 이런 대접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범인을 잡은 사람보다 범죄자에게 더 유한 세상이라니.’


범인이 칼을 들고 위협해도, 단체로 폭력을 가하더라도. 경찰은 권총은커녕 테이저건 조차 쉽사리 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뭐만 하면 과잉진압, 과잉진압······.’


답답했다.

그냥 나쁜 놈을 잡아들이는 것뿐인데 뭐 그리 신경 쓸 것이 많단 말인가.


“······.”


현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 것을 본 신동윤이 그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현철아. 한잔하자.”

“아, 네. 팀장님.”


짠.


잔을 부딪친 두 사람이 단숨에 잔을 비웠다. 허성일 팀장은 강현철의 넓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진시로 가면 제발 몸 좀 사려. 거긴 진짜 위험한 곳이란 말이다. 오죽하면 윗분들 눈 밖에 난 경찰들의 유배지라고 불릴까.”

“하하. 팀장님 저는······.”


평소처럼 장난식으로 넘기려던 현철은 걱정이 뚝뚝 묻어 있는 팀장님의 눈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네. 되도록 조심할게요.”

“되도록이 아니라 무조건 조심··· 에휴. 말을 말자. 내가 말한다고 네가 들을 놈도 아니고. 그것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강현철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자신 때문에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한 팀장님의 부탁인데 뭔들 못 들어 줄까.


그런데 이어지는 팀장님의 말은 현철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진시에 가면, 제발 공부 좀 해라. 강등당했는데 승진 시험이라도 봐서 복구해야지.”

“아··· 죄송한데 그건 좀······. 제가 부모님께 피지컬은 잘 물려받았는데 이 대가리는 우리 누나가 다 가져가 버려서요. 그래서 제가 공부 쪽으로는 영······.”

“누나라니? 너 누나가 있었어?”

“네. 벌써 8년째 연락도 안 하고 살지만요. 머리 하나는 끝내주는 누나였죠.”


고등학교 때 심심풀이로 본 테스트를 통해 멘사 회원이 될 정도였으니, 어디에 있던 아주 잘살고 있을 것이다.


강현철은 오랜만에 생각난 누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잔을 채웠다.


***


“우웨에엑.”


전봇대를 짚으며 속을 게워 낸 강현철이 입술을 닦으며 일어섰다.


‘어지러워.’


시야가 몹시 흔들렸다. 평소에는 소주 3병을 마셔도 잘 취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취기가 빨리 올랐다.


투둑투둑.


쏴아아-


갑자기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여기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어서 집으로 가야······.’


강현철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서둘러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비가 내려서였을까? 새벽의 도로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강현철은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빨리 집에나 가자.’


강현철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를 바라봤다. 저기만 건너면 집까지 금방이었다.


‘···응?’


어지러운 시야 속,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강현철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누나?’


8년 만이었지만 강현철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새빨간 코트와 빨간 구두, 그리고 빨간 우산을 쓴 누나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누······!”


그렇게 강현철이 반가운 마음에 누나를 부르려던 순간이었다.


부릉.


‘···어?’


저 멀리,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누나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안돼!!!”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강현철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부아앙-


“응···?”


그제야 트럭을 발견한 누나가 놀랐는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트럭이 먼저 누나를 덮칠 터.


‘안돼!!’


강현철은 이를 악물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누나아아아아!!!”


타앗!


트럭의 밝은 헤드라이트가 누나를 집어삼키기 직전, 간발의 차로 현철은 몸을 날려 누나를 밀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젠장.’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미처 피하지 못한 현철이 튕겨 나갔다. 그의 몸은 거친 아스팔트를 몇 번이나 굴러서야 겨우 멈춰졌다.


“커억···!”


널브러져 엉망진창이 된 몸뚱이. 기괴하게 돌아가 있는 팔다리와 몸에서 쏟아져 나가는 붉은 피는 누가 봐도 심각한 부상이었다.


“으······ 누나······.”


강현철은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누나가 무사한지를 애써 확인하려 했다.


또각또각.


현철은 힘겹게 눈동자를 굴려 구두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누나······.’


많이 놀랐을 것이다. 늘 짜증만 내던 누나지만 하나뿐인 동생이 자신을 구하다 이런 꼴이 되어 버렸으니.


하지만 들려온 것은 걱정 대신 혀를 차는 누나의 목소리였다.


“···쯧.”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린 누나가 마뜩잖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는. 덕분에 계획이 엉망이 됐잖아.”

“그···게 무···슨···?”

“이를 어쩐담.”


화가 났다. 기껏 구해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저딴 거라니. 당장 일어나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거 네가 책임져.”


무엇을?


강현철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을 때, 그의 누나인 강현정이 캐리어에서 노트북과 정체불명의 주사를 꺼내 들었다.


탁탁.


“운 좋은 줄 알아. 멍청한 너한테는 과분한 거니까. 이걸로 조금은 똑똑해지겠지.”


강현정이 강현철의 허벅지에 주사를 놓자, 희한하게도 극심했던 통증이 점점 가라앉았다.


곧장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녀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작게 중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이 귀한 나노머신을 이렇게 쓰다니······ 그래도 원래 계획이 틀어진 이상, 이 녀석에게 맡기는 편이 최선일 수도······.”


‘뭐라는 거야···?’


아득해지는 의식 속, 강현정의 목소리가 꿈처럼 들려왔다.


“······그래도 구해줘서 고맙다.”


퉁명스러웠지만 어딘가 따듯한 말투를 끝으로 강현철의 의식이 완전히 꺼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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