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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님의 서재입니다.

나노 형사는 범인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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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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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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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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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이질적인 노란색

DUMMY

‘···대체 뭘 하는 거지?’


운전대를 잡은 신하윤의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강현철을 힐끔거렸다. 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으니 말이다.


“아냐··· 이건 안돼···.”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걸까.


‘이번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건가?’


겉으로 봤을 땐 그래 보였다. 만약 저번 사건 때 활약한 게 우연이 아니라 그의 실력이라면, 추리력도 상당히 좋은 형사일 것이다.


추리력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사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확실해. 선배님은 범인이 남긴 단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하는 중일 수도 있고.’


그 증거로, 잘 들리지는 않지만 ‘그건 칼로···가 부족해···.’라던가. ‘단··· 도 많이 필요한데.’라고 중얼거리지 않는가.


‘칼로? 납치할 때 흉기를 고민하는 건가? 그리고 단...? 아, 단서를 말하는 거겠지?’


신하윤은 강현철이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 판단했다.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일까.’


신하윤은 처음 강현철이 왔을 때 오종대가 말해준 소문을 떠올렸다.


‘실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든 쓰레기 형사라니.’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전혀 그럴 사람 같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사람 속은 모를 일. 능력과 인성은 비례 관계가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쓰레기 형사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신하윤은 미꾸라지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강현철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혼자 재수사를 시작하였고, 자신은 그런 강현철에게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결국 강현철이 옳았으며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때 선배님의 수사를 막거나 방해했더라면, 윤신애 씨는 무사하지 못했겠지.’


당시 강현철이 보여준 능력은 굉장했다. 앞으로 그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나 많은 범인을 잡고 또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


신하윤은 능력이 우선인지 인성이 우선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강현철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신하윤은 강현철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얼른 변명거리를 생각해 냈다.


“졸고 계신 줄 알고 깨워드릴까, 고민했어요. 거의 다 왔거든요.”


저 멀리, 고연대의 입구가 보였다.


.

.

.


탁.


강현철이 자동차 문을 닫으며 물었다.


“신고하신 송주원 씨가 여기 대학원생이랬지?”

“네. 지금도 지현덕 교수의 연구실에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실종된 지 1년이나 지났는데도 연구실이 남아 있네?”

“그러게요. 보통 그쯤 되면 새로 부임한 교수에게 연구실이 돌아갈 텐데.”

“···연구실로 가보면 알게 되겠지.”


방학을 맞이하여 한산한 고연대 교정을 가로지르자, 충무관이라 적힌 15층 높이의 건물이 나타났다.


띵.


12층에 도착한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마침 복도 끝에 있는 연구실에서 한 남자가 초췌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신고자 송주원 씨였다. 강현철이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송주원 씨?”

“왜, 왜 또 오셨어요?”

“예? 그게 무슨 말씀······.”

“말씀드렸잖아요. 교수님 연구자료가 어디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니까요? 진짜예요!”


이런 일이 익숙했는지 말투는 당당했지만, 목소리는 꽤나 떨리고 있었다. 그때 신하윤이 신분증을 꺼내 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중부서 강력 2팀 신하윤 형사입니다. 지현덕 교수님 건으로 신고하셨던 송주원 씨 맞으신가요?”

“···형사님이라고요? 설마, 이분도?”


강현철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송주원 씨의 얼굴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또 그 조폭 놈들이 찾아온 줄 알았어요.”

“조폭이라면 혹시 흑곰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름까진 모르겠습니다만, 자신들이 이 근방에서 제일 잘 나가는 조직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흑곰파가 맞았다. 이어서 강현철이 물었다.


“그놈들이 자주 찾아왔나요?”

“예. 1년 전엔 가끔 왔었는데 6개월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왔습니다.”

“혹시, 놈들이 찾아온 이유가 아까 말씀하신 연구자료 때문입니까?”

“네. 하지만 저희는 정말로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교수님은 보안에 철저한 분이셨거든요.”


신하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현철에게 속삭였다.


“지현덕 교수를 흑곰파 녀석들이 납치한 거면 왜 따로 연구자료를 노리는 걸까요? 그냥 교수한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잖아요.”

“교수가 흑곰파에게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거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

“그럼, 지현덕 교수가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걸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다시 강현철이 물었다.


“지현덕 교수님 방이 어딥니까?”

“아, 연구실 안쪽에 있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송주원 씨를 따라 연구실로 들어서니, 각종 화학 약품 냄새가 확 풍겨왔다.


“냄새가 좀 심하죠? 이거 쓰세요. 연구실에 비치된 마스크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들 뭘 하고 계신 겁니까?”

“교수님이 하시던 연구를 저희끼리 이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현덕 교수님의 연구요? 아까 연구자료랑 관계있는 연구인 건가요?”

“맞습니다. 사실, 교수님의 연구자료는 저희도 찾고 있었습니다. 그것만 있으면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질 테니까요.”

“실례지만 무슨 연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저희는 우주 비행사들이 먹을 간편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간편식··· 이요?”


강현철이 고개를 갸웃하자 머릿속 노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주에서 섭취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며 무중력 상태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아하.


개념을 이해한 강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런 간편식은 이미 NASA같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간편식은 조금 다릅니다.”


간편식이라고 해서 군대에서 먹은 전투 식량을 떠올리던 강현철은 이어지는 설명에 두 눈을 번쩍 떴다.


“저희는 영양분을 압축하여 자그마한 알약에 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칼로리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는 탓에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사용자님.


‘그래, 이거 딱 우리가 찾던 건데?’


강현철은 지현덕 교수를 꼭 구해내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교수님이 사용하시던 방입니다.”


연구실의 안쪽 문을 열자, 책장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책상 하나와 컴퓨터도 놓여 있어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다.


“저희가 잠시 둘러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저는 잠깐 나가 있겠습니다.”


지현덕 교수의 방은 두 사람까진 괜찮았지만 세 사람 이상은 비좁게 느껴질 만큼 좁았다.


“난 여기부터 저기까지 찾아볼 테니, 하윤이 넌 나머지를 살펴봐.”

“둘 다 연구실만 조사할 필요는 없잖아요. 누군가는 탐문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신하윤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강현철은 고개를 저었다.


“지현덕 교수는 연구에 미쳐있던 사람이야. 여기 박혀서 연구만 했던 사람이니 여기에서만 활동했겠지.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좁아졌을 테니 탐문조사를 한다 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확률이 높아.”


일리가 있는 말에 신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강현철과 신하윤은 각각의 구역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신하윤은 책상 위의 서류와 메모지를, 강현철은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으며 조사를 이어가던 중, 신하윤이 문서 더미 속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선배님 여기 뭐가 있는데요?”

“어디 봐봐.”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노트였다.


“뭐야 이거 빈 노트잖아?”

“아뇨, 맨 뒷장에 자그마한 글씨가 적혀있어요.”


신하윤의 말대로 마지막 장에는 ‘이질적인 노란색을 따라가라.’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있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글쎄······. 그냥 낙서 같진 않아 보여.”


이것이 무언가의 단서임을 직감한 강현철이 주머니에서 단백질 바를 꺼내 먹었다.


‘노머, 지금 이 방을 전부 스캔해서 노란색 계통의 물건을 찾아 표시해 줘.’


이 문장이 특정 누군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서가 아니라면, 눈에 닿는 범위 내에 적용되는 암호일 것이다.


-스캔 완료.


파앗.


눈앞에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이 떠올랐다.


‘이건···?’


노란색 물건은 책상 위의 메모지나 바닥에 떨어진 볼펜도 있었지만, 책장에 꽂힌 책이 가장 많았다.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던 강현철은 곧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모스 부호!”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현덕 교수가 모스 부호를 즐겨 사용한다고 했었잖아.”

“그랬죠. 그런데요?”

“그런데요는 뭘 그런데요야. 저기 모스 부호가 떡하니 있는데.”

“네에?”


강현철이 가리킨 책장으로 고개를 돌린 신하윤이 눈썹을 찡그렸다.


“어디요?”

“기다려 봐.”


책장으로 다가간 강현철이 칸마다 어떤 책들을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신하윤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설마?”

“그래. 회의실에서 본 영양 분석표랑 같아.”


강현철이 꺼내놓은 책은 노란색이었으며 모두 이 방과 어울리지 않는 연애 소설이었다.


“책장에 있는 책들은 죄다 전문 서적들뿐인데 이것들만 연애 소설인 게 이질적이지.”

“선배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노란색 책들은 모두 한 칸이나 두 칸씩 떨어져 꽂혀있네요. 그럼 이걸 모스 부호로 변환하면······.”


신하윤이 메모지를 꺼내 모스 부호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 .-.


“3-7 HARDCOVER? 이게 무슨 말일까요?”

“단서가 책장에서 나왔으니 뻔하지 않겠어?”


강현철은 3번째 책장 7번째 줄을 살펴보았다. 그곳엔 하드커버로 제작된 단 하나의 전공 서적이 있었다.


“자, 어디 한번 보자고.”


책상 위에 책을 펼친 강현철이 빠르게 넘겼다. 그런데 잠시 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그가 크게 당황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데요?”


신하윤의 목소리엔 실망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상해. 모든 단서가 맞아떨어지는데 왜 아무것도 없지?’


강현철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퍼즐을 거의 완성했지만, 마지막 한 조각이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설마, 그저 제자를 골려주려던 지현덕 교수의 장난에 놀아난 건가?’


그때, 노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자님, 커버의 표지를 살펴보십시오. 새로 붙인 흔적이 있습니다.


커버에는 얇은 표지가 붙여져 있었는데, 살펴보니 노머의 말대로 옅은 칼자국과 풀칠한 흔적이 있었다.


드드득.


강현철은 책상 위의 커터칼로 표지를 살살 드러내었다. 그러자 커버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거, 메모리칩이잖아요!”

“그 옆에는 무슨 알약도 있어.”


아마 교수가 남긴 연구일지와 개발하던 알약의 시제품일 가능성이 높았다.


신하윤이 교수의 컴퓨터로 메모리칩을 얼른 확인하였다.


“맞아요! 연구자료. 그런데 숨겨져 있던 문서가 하나 더 있는데요?”

“숨겨진 문서?”

“그 왜 있잖아요. 파일 숨김 기능으로 안 보이게 해둔 거.”

“···뭔지 열어봐.”


잠시 후, 문서를 확인한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갔다.


“···흑곰파가 새로운 마약을 만들고 있다고?”


***


그 시각, 어느 저택의 고급스러운 침실.

벽에 걸린 대형 TV에서 어느 기자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환각 증상을 보이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몇 병원에선 마약성 약물 투여를 의심하여 환자들에게 정밀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몸에선 아무런 약물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는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새로운 종류의 합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당국은 대사체 분석과 CDS, 합성 약물 검사 등의 추가적인 조사를 시행하였지만, 여전히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삑.


TV를 끈 것은 상체를 반쯤 벗고 있다시피 한 젊은 남자였다. 그는 킹사이즈 침대에 몸을 기대며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의 그 헛소리가 정말이었네?”


목소리가 향한 곳은 한쪽 구석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검은 양복의 남자였다. 그는 열중쉬어 자세로 정면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보셨다시피 저희가 개발한 약은 합법적인 성분으로 만들어 걸릴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너희가 시중에 출시한 비타민을 특정 조합대로 섞어 먹으면 체내에서 특별한 성분으로 합성되어 환각을 보게 된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추가로 합성된 성분은 빠르게 몸 밖으로 배출되며, 그 전에 소변검사를 실시하더라도 금방 분해되어 알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오호.”

“단언컨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를 알아챌 수 있는 기관은 없습니다.”


남자가 재밌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좋아. 다 좋은데 말야. 내가 실제로 해 보니 생각보다 별로던데? 차라리 코카인이 훨씬 낫겠어.”

“현재 시중에 풀린 건 미끼 상품으로 일종의 맛보기고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아, 전에 말했던 10번째 시제품 말하는 거지? 근데 그게 그렇게 특별해?”

“물론입니다. 시중의 상품은 그저 약한 환각만 보여줄 뿐이지만, 10번째 시제품과 조합한다면 헤로인이나 코카인과는 비교도 안 될 쾌락을 선사 합니다.”

“헤에··· 정말? 이것 참 궁금해지네.”


스윽.


침대에서 일어선 남자가 검은 양복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언제쯤 완성되는데?”

“예약을 걸어 주시면 준비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가격은?”

“1g에 50만 원입니다.”

“50만 원이라··· 비싸긴 한데, 뭐 괜찮아.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했으니까.”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더니 메시지를 보낸 후 검은 양복을 다시 바라보았다.


“밖에 현금으로 5천만 원 준비했으니 돌아갈 때 가져가.”


5천만 원이면 무려 100g을 구매하겠다는 말이었다. 검은 양복은 속으로 놀랐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재벌들은 대량으로 구매하여 종종 지인들에게 나눠주곤 했으니까. 심지어 눈앞의 남자는 망나니로 유명한 재벌 3세였다.


“아참, 너희 본거지가 아진시라며? 내가 조만간 그쪽으로 발령 날 것 같은데,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말씀만 하십시오.”


눈앞의 남자는 VVIP 고객이었다. 작은형님의 허락 없이도 간단한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부탁은 그의 재량을 아득히 넘는 것이었다.


“사람 한 명만 담가 줘라.”


검은 양복은 상당히 놀랐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일단은 고객 응대가 먼저였다.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꼴통 같은 놈 하나 있어. 그 새끼 때문에 쪽 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열불이 나.”


남자는 자신의 앞니를 만지작거렸다. 임플란트의 이질적인 감각에 그날의 고통이 떠오른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강현철. 그 짭새 새끼만 없애준다면 원하는 게 뭐든 다 들어줄게.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내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거든.”


최창원. 강현철에 의해 앞니가 부러졌었던 그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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