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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90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1.11 08:10
조회
203
추천
7
글자
16쪽

1부. 하늘이 내린 돌 : 다섯

DUMMY

마차 두 대를 가운데에 두고 주위로 수백의 병사들이 열과 오를 맞춰 행진하고 있었다. ‘성(星)’ 자가 적힌 깃발이 선두에, ‘천장(天長)’이라 적힌 깃발이 그 한 보 뒤에서 따랐다.

다른 나라의 천장이 백경에 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천장의 즉위를 알리고 책봉 문서를 받아갈 때도 직접 백경으로 오는 경우는 없었다.

천장의 마차는 화려했다. 네 마리의 말이 둘씩 짝을 이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학과 거북이가 사방에 그려져 있었고, 기름을 칠한 나무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말들의 등에는 붉은색 비단이 덮여 있었고, 이를 모는 마부 또한 붉은 비단옷과 검은색 갓을 쓰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해기서와 윰이 탄 마차였다. 앞에 가는 천장의 마차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두 마리 말이 모는, 고관대작들이 흔히 타는 마차였다.

마차 창밖 호송하는 병사들 사이로 논과 밭이 늘어서 있었다. 간간히 그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 여름인데 빈 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윰의 말에 옆에 타고 있던 해기서도 슬쩍 창밖을 바라봤다. 확실히 빈 논밭이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백경 주위도 이 정도면 말 다했군.”

“예?”

해기서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윰이 고개를 돌아보며 물었다. 해기서는 품에서 서방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뱉은 연기는 마차 창을 통해 밖으로 빨려 나갔다.

“신전 안에만 계셔서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요즘 서양 물건을 팔면 농사일 하는 것보다 몇 배나 돈을 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다 농사를 그만 두고 장사를 하러 간 건가요?”

“그렇죠. 원래는 안 되지만, 서방인들 중에 천부석을 몰래 사들이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농사꾼들이 배급받은 천부석을 그 자들에게 팔아 밑천을 마련하고 있죠. 하지만 서방물건은 오로지 정부만이 사들일 수 있죠.”

해기서가 말하다 말고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가 뱉었다.

“그렇게 사들인 서방물건은 오로지 정부에서 정한 거상(巨商)들만 돈을 내고 살 수 있습니다. 거상들은 그렇게 정부에게서 사들인 물건들을 다시 그런 농사짓던 사람들에게 팔아 이익을 취하는 거지요.”

말하는 해기서의 입에서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빈 논을 바라봤다. 천부석. 하늘이 내린 돌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하늘이 내린 돌.

“이제 백경이 보이겠군요.”

해기서가 앞의 창문을 옆으로 밀어 열었다. 마부의 뒤통수를 지나, 앞으로는 하얀 빛의 성벽이 보였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그렇기에 더욱 그 성벽의 모습이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성벽은 자신에게 백경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윰은 그 아름다운 성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성도가 어마어마한 높이로 위압감을 줬다면 백경의 성벽은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하얀 성벽, 그리고 성벽 가장 위의 돌들에 새겨진 용들이 오른쪽으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저 성벽 맨 위에 새겨진 용이 백경을 수호하는 용입니다. 성벽을 한 바퀴 빙 둘러져 있지요. 용이 시작하는 곳은 전하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두미문(頭尾門)’ 이름 그대로 처음과 끝, 머리와 꼬리가 있는 문입니다. 그 문 위의 성벽에서 용의 머리가 시작하고, 용의 꼬리로 끝납니다.”

해기서의 말을 들으면서도 윰의 시선은 성벽에서 떠나지 않았다.

천장의 마차는 검문도 없이 성문을 통과했다. 백경 안으로 들어간 마차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로를 천천히 지나갔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은 빠르게 양 쪽으로 비켜서 길을 텄다. 그런 모습은 성문에서 백옥궁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과 대로의 양쪽 끝으로만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에 윰은 감탄했다.


“성천장이 입궐하여 조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나이다.”

조당 밖에서 들린 내관의 목소리가 회의 중이던 중신들의 입을 막았다. 왕이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적로로 들이라.”

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당의 중문이 열리고, 라다가 적로 위에 발을 올렸다. 그 뒤로 해기서와 윰이 적로를 밟지 않고, 양 쪽에 바짝 붙어서 쫓고 있었다.

라다는 옥좌로 오르는 계단 몇 걸음 앞에 멈췄다. 양 손을 가지런히 모아 얼굴 앞으로 올린 뒤 라다가 입을 열었다.

“성천장 라다, 전하를 알현하옵니다.”

조당에서 울린 목소리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라다가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세 번 머리를 조아린 뒤에야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윰과 해기서도 라다와 함께 엎드려 머리를 세 번 조아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잘 오셨소. 대리자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오?”

왕이 몸을 살짝 앞으로 내밀며 라다에게 물었다. 라다는 일어섰지만 고개는 여전히 숙이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사방으로 수소문해봤으나 아직 진전이 없나이다.”

“큰일이 아닐 수 없소. 이곳 백경은 성도에서 멀어 아직도 그 날 정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니, 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소?”

“신이 그 날 올렸던 보고에 적힌 것이 다이옵니다. 그날 괴한이 신전에 침입하여 신위군 병사들을 제압하고 대리자를 납치하였나이다.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아 서방인 같으며, 그들이 누구인지 조차 아직 확신할 수 없사옵니다.”

라다의 말에 왕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라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왕은 물론 주변 신하들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입 꼬리가 분명 올라가 있었다.

“다만, 신묘한 능력을 지닌 이가 있어 이 자가 대리자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옵니다.”

라다의 말에 왕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세히 고해보시오.”

“제 뒤에 있는 청년은 신전에서 대리자를 보필하던 자입니다. 헌데 이 자는 신묘한 능력이 있다고 하옵니다.”

“그게 무슨 능력이오?”

“누군갈 보면 그 자의 기운이 주위에 일렁이듯 보인다 하옵니다. 대리자가 신을 몸에 받았을 때 그 기운이 강하여 빛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하니 그것을 보고 쫓으면 될 듯하옵니다.”

그 말에 왕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라다 뒤의 둘을 바라봤다.

“둘 중 누구인가?”

“제, 제가 아니, 소, 소인이옵니다.”

윰은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것은 물론 말까지 더듬었다. 온 몸이 떨리는 것 같고,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일어나보라.”

왕의 목소리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화나 짜증이 섞이지 않은 것은 물론, 기쁘다고 하기에는 약간 차분한, 기대감에 차있는 것 같았다. 왕은 그저 드디어 길이 열렸다는 안도감과 기대감에 차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라다의 귀에 들린 왕의 목소리는 새벽에 추위를 물러나게 하는 햇빛 같았다. 그런 포근한 목소리가 어떤 면에서는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개를 들어보라.”

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왕이 다시 명했다. 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물론 왕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계단 중 하나를 볼 뿐이었다. 왕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이름이 무엇인가?”

“윰이라고 하옵니다.”

“특이한 이름이구나. 나이는 어찌 되느냐?”

“스물 둘이옵니다.”

“언제부터 신전에 거처했느냐?”

“아주 어렸을 때라 언젠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형식적인 대화였다. 딱히 알아도, 몰라도 상관없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 분이었다.

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윰을 자세히 살폈다. 아직 앳된 모습의 청년. 신비한 능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그대의 능력을 자세히 고해보라.”

왕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을 보면, 몸 주위에 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게 사람의 기운인가?”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자는 곧 꺼질 듯 미약하고, 장성하고 건강한 자는 불꽃이 타오르듯 강하게 일렁입니다.”

윰의 말에 왕의 눈이 반짝였다. 믿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강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대의 눈에는 나의 기운도 보이는가?”

왕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왕을 똑바로 보지 못해 확인하진 못했으나, 그도 사람인 이상 보일 것이 분명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라.”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나 윰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이었다. 누구도 윰에게 재촉하지 않았다. 왕조차도.

윰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들었다. 윰의 눈에 보이는 왕은 높은 곳에 앉아 있었으나 외모는 보통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거리에서 봐온 사람들보다 왜소해보였다.

“내 기운은 어떠한가?”

왕이 몸을 뒤로 젖혀 등받이에 기댔다. 내려다보는 그의 눈과 올려다보는 윰의 눈이 마주쳤다.

왕의 기운은 미약했다. 곧 꺼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약한 빛이었다. 윰이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너무 강하여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이 나라의 지존이자, 상징과 같은 그의 기운이 미약하다는 말을 백관들이 보는 앞에서 뱉을 수 없었다.

“그러 한가.”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슬쩍 좌우의 신하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렇다면 이곳에 모인 신하들 가운데 과인보다 기운이 강한 자가 있는가?”

이번엔 왕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지금까지 단순히 호기심 담긴 목소리와는 달랐다. 윰은 다시 살짝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펴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붙어있어, 빛은 거대한 덩어리로 합쳐져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끝. 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선 두 신하의 기운이 눈에 띄었다. 연로해 보이는 둘의 기운은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삐져나와 있었다.

“없습니다.”

윰은 다시 한 번 거짓을 고했다. 아무도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거짓이었지만 윰의 심장은 조당에 울릴 듯 크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왕은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라다를 바라봤다.

“저 능력으로 대리자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마침 성도에서 출발하는 날이 대리자가 접신을 하는 날이기에 확인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대리자가 공허의 절벽 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나이다.”

라다의 말에 심드렁하던 왕의 표정이 변했다. 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대리자가 역시 서방으로 향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게 보이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른 추격대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루캄 공사관도 불러와 추궁을 해야 하지 않겠소?”

왕이 국무대신 아도후를 보며 물었다. 아도후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능력의 진위를 확인하기 힘든데 그들이 믿겠사옵니까? 추격 또한 불가능하옵니다. 저희는 공허의 절벽을 건널 기술이 없으나 그들은 있으니 어찌 쫓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방법이 없단 말이오?”

왕의 표정에 답답함이 묻어났다. 한 나라의 지존임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런 모습에도 아도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또한 신도 저 자의 말을 믿기가 힘드옵니다.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을 믿고 국가의 중대사를 정할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아도후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대장군 가비래가 입을 열었다.

“하오나 전하. 천장께서 조당까지 데려와 저리 말씀 하시는데 거짓이라고만 치부할 수가 있겠습니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열어두는 것이….”

“허면 대장군은 저 자의 밀을 믿고 루캄에 항의라도 하자는 것이오?”

이번엔 아도후가 가비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치고 들어왔다. 가비래와 아도후의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자니 근거가 부족하고, 묵살하자니 아쉬운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를 절충해 비공식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비공식적이라?”

가비래의 말을 유심히 듣던 왕이 물었다. 왕의 표정에 기대감이 보였다. 가비래가 왕 쪽으로 몸을 살짝 돌려 섰다.

“저 청년과 용맹한 자들 몇을 뽑아 서방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가비래의 말에 조당 안이 술렁였다. 이에 적로에 서있던 라다가 가비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5년 전 조약을 체결할 때, 양국의 공사관을 건설하기로 했었음에도 짓지 못한 것은 서방으로 갈 기술이 없어서였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수로 사람들을 서방에 보낸단 말입니까?”

라다의 물음에 가비래 대신 아도후가 대답을 시작했다.

“우리 쪽 첩자들을 보내는 방법이 있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저 자의 능력은 대리자가 접신했을 때만 위치를 알 수 있는 것 아니오? 헌데 대리자는 한 달에 한 번만 접신을 하니 어느 세월에 찾을 것이며, 혹여 그 사이 대리자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찌 감당을 하겠소.”

아도후의 목소리가 한껏 격앙돼 있었다. 그러나 가비래또한 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슨 수가 있단 말이오? 전하,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라 여겨지옵니다.”

“전하. 성급하게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일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나이다.”

조당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때 떨리는 목소리 하나가 아도후와 가비래의 날 선 목소리를 뚫었다.

“하, 한 달에 한 번이… 아닙니다.”

이 나라를 이끄는 국무대신 아도후와 대장군 가비래의 사이에 끼어든 자. 그 목소리에 조당 안의 사람들은 모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 대리자께선 원할 때…. 신께 알현을 청해, 접신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윰이었다.

“자신을 구하러 사람들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면…. 그들 중 제가 있다는 것만 아시면…. 분명 수시로 접신하여 위치를 알리실 겁니다.”

계속된 윰의 말에 모인 대신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도후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어보였으나 목소리를 뱉진 않았다. 그 사이 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소. 이번 임무를 맡길 자를 추천할 이가 있소?”

“신 대장군 가비래, 대장군부의 인물들 중 출중한 이를 뽑아 천거하겠나이다.”

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비래가 아뢰었다. 뒤이어 신하들 무리에 섞여 있던 신위군 대장 자호인이 나섰다.

“신 신위군 대장 자호인, 송구스럽사오나 실추된 신위군의 명예를 갚고자 하오니 기회를 주십시오.”

“신 국무대신 아도후 또한 한 명 천거해 올리겠나이다.”

자호인과 아도후까지 나서자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급박한 일이니 내일 이 시간까지 추천할 이들을 조당으로 들게 하시오. 다른 대신들은 올 것 없소. 천거한 이와 임무를 맡을 자들만 조당에서 기다리시오.”

모두 왕명을 받고 회의가 끝나는 분위기였다. 그때 라다가 불쑥 나서 아뢰었다.

“전하. 이 일은 성천의 일이오니, 어찌 손 놓고 있겠나이까.”

“맞는 말이나…. 내일까지 사람을 데려오긴 힘들지 않겠소?”

“이번에 신과 함께 온 자들 중 하나를 뽑으면 될 듯하옵니다.”

“좋소. 천장과 그 일행은 별궁에서 묵게 하고, 불편한 것이 없게 하라.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니 이만 다들 물러나 보라.”

“전하. 송구스럽사오나, 토지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니, 이 일은 어찌 하면 좋겠나이까?”

조당을 나가려던 몇몇 신하들이 아도후의 물음에 다시 자리를 찾아갔다. 아도후의 물음에 왕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칭왕(稱王), 칭신(稱神), 전시항명(戰時抗命)은 즉결처형으로 알고 있소. 국법대로 처리하시오. 이만 모두 물러나라.”

왕명이 떨어지자 조당 안을 가득 메웠던 신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아도후는 마지막에 조당을 나오며 자신의 처남, 외부대신 다니라의 옆으로 슬쩍 다가갔다.

“내가 찾으라 한 자는 찾았나?”

“겨우겨우 찾고 구슬려 어제 백경 안으로 데려왔습니다.”

“오늘 밤에 내 방으로 들이게.”

“예. 대감.”

다니라가 꾸벅 인사를 했으나 아도후는 이를 본 척도 않고 성큼성큼 앞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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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부. 하늘이 내린 돌 : 일곱 15.11.13 169 6 14쪽
7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여섯 15.11.12 209 7 15쪽
» 1부. 하늘이 내린 돌 : 다섯 15.11.11 204 7 16쪽
5 1부. 하늘이 내린 돌 : 넷 15.11.10 249 7 13쪽
4 1부. 하늘이 내린 돌 : 셋 15.11.09 253 7 13쪽
3 1부. 하늘이 내린 돌 : 둘 15.11.08 307 7 13쪽
2 1부. 하늘이 내린 돌 : 하나 15.11.07 563 11 16쪽
1 프롤로그 +2 15.11.07 889 2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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