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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트 님의 서재입니다.

모쏠이 회귀 하면 이상형VS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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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트
작품등록일 :
2023.03.17 11:02
최근연재일 :
2023.06.19 11:0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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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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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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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최악의 생일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행운이 가득하시길.




DUMMY

095. 최악의 생일


예민한은 약속을 지켰다.


내가 이용하는 태신증권의 hts프로그램을 개조해 프로그램 매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 것은 물론 일주일후 보다 개량되어 능동적으로 대처를 할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업그레이드를 시켜 주었다.


그 덕에 억지 춘향으로 하던 가수활동을 접고 학교를 다닐수 있었고 내가 없는 사이에도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나의 주식을 꾸준히 팔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12월의 크리스마스 이브 새론기술의 모든 주식을 모두 처분하는데 성공했다.


1999년 다가오는 밀레니엄 2천년대를 앞두고 맞이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는 잊지못할 나의 생일로 기억이 될 예정이었다.


도저히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수 없는 나의 생일.

크리스마스 이브.


물론 이제는 너무나 익숙했고 또 너무나 어색했던 독고다희와의 데이트 약속이 있는 날이기도 했는데.


증시의 마감과 함께 얼마를 벌었는지도 다 셈하지 못한채 부랴부랴 독고다희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 생일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날이기도 하니 크게 부담되는(?) 선물로 고심 끝에 준비한 나는 막힐 것을 고려해 차를 가지고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채 서둘러 청담동의 집을 나섰다.


이 맘때 젊은 연인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는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해 있던 미래의 빵집자리 그러나 지금은 빈스케익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고 잘 안잡히는 택시를 꾸역꾸역 잡아 간신히 타고 약속장소로 도착했을 때 이미 독고다희가 도착해 앉아 있었다.


잊지못할 집들이, 그리고 어색함.


그 뒤로는 서로 바빠서 만날 약속을 잡지 못했고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기에 반가움은 두배였고 서둘러 자리에 뛰듯이 도착해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내 기분은 싸늘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봐 주던 독고다희의 얼굴이 무색무취로 변해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목도리와 마스크 선글라스등으로 꽁꽁 둘러싸맨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나였지만 이미 안좋은 예감이 등골을 싸하게 자극했고 애써 외면하려 손을 들었지만 차마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가 않았다.


무슨 일일까 설마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건 아니겠지...

혹시 안좋은 일이 생긴건?

부모님이나 자매의 몸에 이상이 생긴걸까?


1,2초 그 짧은 순간 온갖 망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조심스럽게 의자를 밀고 자리에 앉았을 때 비로소 독고다희의 눈에 얼굴에 잠시 생기가 스쳤다.


“쏘니... 오래... 기다렸어? 그래서 화난 거야? 나 아직 약속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하는 독고다희의 눈빛이 다시 서글퍼진다.

“저기 나 있잖아...”


서두를 꺼내고는 말을 잇지 못하는 다희.


그냥 답답한 마음에 말을 잘라버렸다.


“보고 싶었어 다희야.”


뭔가 막 말하려 했던 건지 입술을 들썩이던 독고다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한다.


또 다시 뭔가를 말하려 하길래 필사적으로 막았다.


“자 이거 오다 주웠다. 너 하던가.”


약간은 퉁명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 툭 앞으로 밀었다.


포장지에 싸여 리본까지 맨 예쁜 상자는 주인의 거부하는 듯한 손길에 초라해져 버렸고.


내가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독고다희의 작고 고운 입이 열렸다.


“저기... 나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1년 다녀오게 됐어. 학기는 3월 시작하지만 나는 모레 출발할 거야. 가족여행 겸해서 조금 빨리 출발했다가 나만 남고 다들 돌아오기로 했거든. 아마도 새해는 미국에서 맞이하게 되겠지... 그리고 빨리 가는 이유는 언어문제 때문에 적응하려고 가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거기 까지 나왔을 때 다시 말을 잘랐다.


“기다릴께.”

“기다릴께 쏘니야. 그러니까 무사히 공부 마치고 잘 돌아와.”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독고다희는 다시 묵묵부답이었고.

왜 인지 모르게 살짝 목이 메인 나도 역시 입을 열수가 없었다.


“힘들었어...”


조심스래 다시 열린 입.

그렇게 독백을 하듯 조그맣게 말이 전해졌다.


“수많은 팬들이 좋아해 주는 너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 그리고 조금 비참했어... 그래서 좀 떨어져 있어 보려구.”

“.......”

“사실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했어. 기다려 달라기엔 너무 염치가 없었거든. 그런데 기다려준다고 하네... 그래서 조금 뻔뻔해 지려구. 나는 모레 떠날꺼고 일년이 훨씬 넘어서 돌아올 거야.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기다려줘 하지만 그 끝에 희망일지 절망일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니 쏠빅 기다리는 동안 언제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만나... 내 마음은 싫다고 하지만 무려 일년을 기다려도 기약이 없는 사이라니 그건 너에게 너무한 일이잖아... 그래서 이 선물은 도저히 못받겠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이런 나라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해 생일... 축하해 삼촌...”


독백이 끝이나고 그녀가 떠나갔다.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현실같지 않은 현실에 답답했던 목도리를 풀어버렸고.


그렇게 멍하니 그녀가 떠나갔던 빈자리와 그녀에게 건내졌다 거절당해버린 크리스마스선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애지중지하는 선녀의 링을 모사해 주문제작한 커플반지였다.


* * *


자고로 크리스마스 이브엔 술파티를 벌여야 제맛이지.

그리고 생일날엔 역시 케익을.

다만 장소가 선바위 집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곳에는 똘비만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


단지 그 뿐이었지만 참으로 쓸쓸하고 재미없는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생일이었다.


이제 정말로 원없이 쓸 수 있는 돈을 만든 바로 그날.

얼마를 벌었는지는 이미 나의 관심밖이었고.


선기의 영향으로 술이 무지막지하게 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치 이상을 들이 붓는 술에는 장사가 없었다.


“똘뱌~ 이 형아가 말이야 오늘 생일 이걸랑... 히끅! 근데 말이야 예수님도 생일이라네? 히히히히 재미없냐? 자 일단 하나 먹어 먹어.”


후~.


옆에 독고다희가 없어 쓸쓸해진 생일날 하나의 초를 건성으로 꽂은 케익에 불을 붙여 훅 불어 꺼버린후 아무거나(그러나 맛있는 것만) 잘먹는 잡식 똘선생에게 케익 한조각을 건냈다.


“근데 말야 히끅! 우리 시라소니가 간다네... 저 멀리 가버린다네. 똘비야 이거 정말 너무하지 않냐? 왜 하필이면 오늘일까? 왜 오늘 그런 얘기를 하는 걸까? 장난하냐? 장난하냐고!”


그렇게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렸다.


.

.

.


할짝.

할짝.


뭐야 얼굴이 왜 이리 척척해...


귀찮았던 나는 손으로 대충 얼굴을 문대는데 복슬복슬하고 따뜻한 느낌의 작은 물체가 만져졌다.


“똘비야 형 조금만 더 자자...”


잠이 덜깬 나는 그 물건의 정체가 똘비임을 알아차리고는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냐~앙, 냥 냐~앙.”

“배고프다고?”


그제야 눈을 뜬 나는 시계를 봤고 내 눈을 의심했다.


저녁7시?


왜 어제 잤는데 다시 오늘 저녁이지?


잠이 달아난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머리를 싸맸다.


“오 마이갓! 미쳤네, 이게 다 내가 먹은 술이라고?”


주위에는 소주병과 맥주병이 두 박스 이상 되어보이는 숫자가 널부러져 있었다.


“사람이 술을 박스로 먹는게 가능해? 이거 그것이 궁금하다인가? 아냐 세상에 저런 일이 제보 각이다 진짜.”


그러고 보니 어제가 내 생일, 그럼 오늘은 크리스마스겠군...


참 재미없는 크리스마스네.


예수님 하필 왜 이날 태어나셨나요?

네? 저는 왜 전날 태어났냐구요?

그러게요 왜 하필이면 우리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10개월전에 저를 만드는 작업을 했을까요? 왜 하필이면 한방에 제가 만들어져서 어제 세상에 나왔을까요?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게 이렇게 없네요...


주저리 주저리 속으로 푸념을 늘어 놓으며 묵묵히 똘비의 밥을 챙겨줬다.


“주정 받아주느라 애썼다 똘비야 메리 크리스마스...”


그렇게 말하는 내눈에는 애써 참았던 눈물이 방울져 흐르고 있었다.


* * *


머리가 복잡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우다시피하다가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떠 보니 똘비가 안하던 짓을 해서 온 사방을 죄다 어질러 놓았다.


“똘비야! 어후 너 진짜!”

“냥!”


밥.

그래 내가 죄인이다.

밥도 안주고 하루종일 잠만 잤으니...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2시쯤.


독고다희는 오늘 미국에 간다고 했는데 이미 출발했으려나?

전화기에 손이가다가 멈칫한 나는 다시 침대에 털석 드러누웠다.


가만히 숨만 쉬며 잠시 잠깐 어제일을 떠올려 보는데 술도 안마시고 울었던 기억이 떠올라 순간 이불을 걷어찼다.


어후! 진짜 쪽팔려 뒤지겠네 사내새끼가 눈물이라니...


42평생 처음 있는 일인 듯 싶었다.


다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 있다가 자조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수를 진짜 그만둬야하나?...”


* * *


독고영재는 방학을 이용해 큰 딸인 독고다희의 교환학생프로그램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큰 맘을 먹고 모든 식구가 미국여행을 가기로 했다.


행선지는 당연히 보스턴.


학기가 시작이 되면 기숙사로 들어갈테지만 그 전 두달간 머무를 집을 같이 알아보고 어학프로그램 이수 등록도 같이 알아보기로 한 상황.


물론 앞장서서 주도하는 이는 와이프인 윤수희였고.


“큰 딸 걱정하지마 엄마가 미.쿡.에서 살다가 왔잖니? 완전 자신있으니까 엄마만 믿어.”


엄마답지 않게 하이텐션을 선보이는 윤수희였지만 그러려니하는 독고영재.


뭐 저런 모습을 하루 이틀 본게 아니니...


자신의 예쁜 딸들중 둘째와 셋째는 사이가 좋지않다.

그냥 딱 견원지간이라고 보면 될 듯.

안에서 새는 바가지들은 현재 공항에서도 새고 있었고.


“야 독고미희 너 죽을래? 저리 가라?”

“이으 득그스흐 느 즉을르? 즈르 그르 히히히.”

“너 죽고 나살자 이 미친년아!”


꾸당탕탕...


딸들은 아빠를 좋아하지만 아빠의 말을 듣지는 않는다.

오르지 유일한 천적은 엄마였으니...


“동작 그만! 지금 이대로 짐싸서 집으로 가고 싶으면 계속 해보던가.”


윤수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

만약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면 정말 집으로 가야한다.


두 딸은 얼음이 되어 잠시 휴전을 맺었고.


한숨을 돌리며 저기 망부석이 되어 있는 큰딸래미를 보자니 다시금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래도 모쏠인지 하는 그 어린 가수 놈을 기다리는 듯한데 꼴을 보니 나가리났다.


정작 주인공의 분위기가 줄초상이 난 듯 했지만 우리집 세여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어휴... 어쩌겠는가 아빠인 나라도 큰 딸을 챙겨야겠지...


독고영재가 독고다희에게 다가가 한숨을 내쉬며 막 어깨에 손을 올리던 그때.


처량하게 입구쪽을 바라보던 독고다희는 고개를 떨구더니 터벅터벅 엄마와 두 자매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뻘쭘하게 올렸던 손을 조심스럽게 거둬들인 독고영재는 아무도 듣지 않는 허공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큰 딸? 아빠는 괜찮아 아빠는 정말 괜찮다...”




그렇게 세모녀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한 가장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번째 글입니다. 연중없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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