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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일님의 서재입니다

무신급 천재가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이도일
작품등록일 :
2024.04.20 17:03
최근연재일 :
2024.06.21 09: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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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09
추천수 :
390
글자수 :
64,677

작성
24.04.23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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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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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3화

DUMMY

백현은 다소 고지식하단 평을 들을 정도로 우직한 사내였다.

그래서 진유신과는 정 반대 유형의 사람이란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한 없이 놀기만 좋아하고 맡은 바 책무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진유신.

그와 달리 백현은 매사에 책임감있게 행동했으며 뚝심있게 무에 정진했다. 


더불어 재능도 출중했다. 

진유신처럼 이질감이 들 정도의 독보적인 재능은 아니었지만, 후기지수 중에 놓고 봐도 상급에 속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도 무인들을 이끌고 단독 임무를 맡아 출정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 오랜만이다. 요즘은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한량 같은 삶을 청산했다고 들었다. 물론 네 복심이 뭔진 모르겠다만.”


백현은 살짝 비꼬는 어조로 말하며 진유신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진유신은 그가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천도문의 대공자라는 위치를 타고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진유신.

천도문의 대공자라함은, 원하는 것이 열 가지가 있다면 그 중 예닐곱 개는 배경의 후광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단 얘기였다.


아울러 진유신은 단순히 배경만 좋은 게 아니라 재능 또한 타고났다. 

누구나 질시와 추앙을 함께 가질만한 압도적인 무공 재능을. 


그런데 저 진유신이란 놈은 그 모든 걸 제발로 걷어차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망나니의 길을 걸었다.


‘멍청하고 한심한 놈.’


그런 위치는 단지 누리기만 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누리는 만큼 책무를 다하고 모범이 되어야 했다.


적어도 백현의 생각은 그랬다.  

그러나 진유신은 오직 나태하게 사는 것에 삶의 주안점을 뒀다. 


사람이 얼마나 쓰레기처럼 살 수 있나 몸소 증명하듯이. 

그런 한 편 인내심도 바닥이라, 다른 이들의 조롱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되갚아주거나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속에 담아두는 옹졸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분명 백현이 아는 진유신이란 인간의 속성은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본성을 한 번 끌어내려고 이죽거려 본 것인데.


“그래. 요즘엔 정신 차리고 살고 있다.”


그는 백현의 말에 발끈하기는 커녕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


순순히 인정하는 진유신의 모습을 본 백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분명 자신이 아는 진유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땐 내가 쓰레기 같긴 했어. 지금 되돌이켜 보면 어찌 그렇게 살았나 모를 정도로.”


심지어 자학하듯이 한 마디 보태는 진유신.


‘내 생각대로면 벌써 흥분해서 노발대발 했을텐데.’ 


사람이 바뀌었단 소릴 들었을 때 믿지 않았던 백현이었다.

그래서 초운휘를 불구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백현은 믿지 않았다. 


우선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은 좀체로 믿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거니와 초운휘와 진유신의 무력은 격차가 꽤 컸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면 몰라도 지금은 초운휘가 압도적인 우위.

그런데 진유신이 초운휘를 무력으로 굴복시켰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헌데 눈 앞에서 달라진 진유신의 모습을 직접 목도하니 그 일도 정말 가능했을지 모른단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직 무공을 보지 않았으니 확신할 순 없지만.’


백현은 그제야 진유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방탕하게 살던 진유신의 탁한 동공은 없고 청명한 하늘과도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정말 달라지긴 달라졌군.’


백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유신이 툭 내뱉었다. 


“토벌 의뢰인가?”

“그래.”

“이번엔 어디지?”

“인근 현에서 문제가 터졌다더군.”

“문제?

“마문(魔門)이 열렸다고 한다."


백현은 진유신이 묻는대로 족족 대답해 주었다. 

평소라면 진유신과 대화도 잘 나누지 않았을 뿐더러 질문을 한다해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묻는대로 답을 해주는 자신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백현이었다. 


‘바뀐 분위기 때문인가? 나도 잘 모르겠군. 지금은 그냥 대답해줘야 할 것 같아.’


백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지명을 들은 진유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변했던 그의 표정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와서 백현은 그 표정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리 멀진 않은 곳이네. 며칠 일정이지?”

“넉넉하게 열흘 정도 잡고 있다.”

"그래. 그럼 조심히 다녀와라."


진유신이 손을 흔들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휘적 휘적 걸어갔다.


“······."


사실 진유신과 백현은 동갑내기였다. 

그들이 유년기였을 땐 꽤 가까운 친구사이였는데 자라면서 거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그 이유를 천도문의 변화하는 역학관계에서 찾는 이도 있었다.  

천도문은 진혈부와 사신부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후계자들의 사이 또한 멀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단순히 문내정치와 파벌싸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백현 스스로가 망나니처럼 사는 진유신을 멀리했었다.

그는 한량처럼 인생을 낭비하는 족속들을 싫어했으니. 


‘헌데 이제보니 다 핑계고 내가 그를 멀리할 이유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군.’


비록 잠깐의 대화였을 뿐이지만 진유신에게 어렸을 때의 총명함을 엿본 기분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까지 진유신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좀 더 긴 대화를 해봐도 될 것 같군.’


백현은 멀어지는 진유신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



진유신의 개인 연무장.


그는 이제 일과가 되어버린 연공에 몰두하고 있었다.

진유신은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각기 다른 훈련에 투자했다.  


예를들면 아침엔 무공 초식을 훈련하고, 잠시 쉬었다가 내공을 모으는 운기행공을 한 후, 오후 쯤 천금술을 연마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실전싸움을 한다고 가정하고, 몸을 날리며 초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팟! 파파파팟! 

양손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손그림자가 허공을 수놓는다. 


그는 무공을 단련하는 한 편 머리속으로는 아까 백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마문이라.’


뭔가를 생각하던 진유신의 눈빛이 깊어졌다.

몸은 무공초식을 사용하며 머리로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내 기억보다도 좀 빠른 것 같은데.’


얼추 생각해 보면 이 시기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마문으로 인해 파견갔던 천도문의 무사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


이 때 피해를 본 사상자 중엔 백호당의 걸출한 후기지수 백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초 측정되었던 것 보다 강한 마수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츄우우웃!

땅을 밟고 도약한 진유신의 몸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휘리리릭!

진유신의 몸이 허공에서 팽이처럼 돌더니 그의 소맷자락이 펄럭였다. 


퍼벅! 

그리고 섬전처럼 빠른 속도로 비수가 날아가더니 목인형의 머리부분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부르르르! 

박힌 비수는 그러고도 힘이 남아서 부르르 떨다가 멈추었다. 


“후우.”


진유신은 몸을 거칠게 움직이는 동안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목인형 가까이로 다가갔다. 


비수를 날린 거리가 대략 6장은 댔는데 정확히 노린 부위를 파고 들어갔다. 

위력도 상당해서 검날이 전부 목인형을 파고 들어갔을 정도였다. 


비도술의 고수가 봤다면 한 수 가르침을 청했을 정도의 정확도와 위력.

그러나 이건 단순히 비도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니었다.  


천금술의 금속을 조종하는 공능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위력이었다. 

목인형의 앞에 선 진유신은 손을 비도의 가까이로 가져갔다. 


비도가 부르르 떨면서 목인형에서 빠져나오려했지만, 너무 깊게 박혀서 천금술만으로 뽑아내는건 아직 불가능했다. 


‘아직 이 정도까진 어렵나. 비도를 완벽하게 조종하려면 훨씬 많은 금속을 먹어야 하겠네.’


진유신은 금속을 먹으며 훈련하는 천금술의 독특한 수련방식을 생각했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금속의 서늘한 느낌.

처음엔 섬뜩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잠시 천금술을 성취를 시험해보던 진유신은 결국 포기하고 손아귀로 비도의 손잡이를 잡고 뽑았다.


'마문을 해결하러 떠난 백현. 행방불명 되었다가 대략 달포쯤 지나 사망을 확인하게 됐었지.'


다시금 마문과 백현을 떠올렸다. 

백현의 뒤를 따라 마물을 토벌하러간 천도문 무사가 10여명. 

백현을 포함하면 총 11명의 인원중 돌아온 것은 6명이었다.

거지꼴을 하고 돌아온 그들이 백현의 죽음을 문파에 알렸다.


그마저도 전부 죽을 뻔한 걸 백현이 자신을 희생해 무사 몇 명을 살렸다고 했다.

진유신의 입장에선 천도문의 무사는 물론이고 백현의 무의미한 희생 또한 좌시할 수 없었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살려야지. 백현이 무뚝뚝하긴 하지만 심성이 탁한 녀석은 아니니까.'


그는 의복을 정제하고 천도문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천도문과 같은 현에 자리잡은 무림맹 지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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