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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일님의 서재입니다

무신급 천재가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이도일
작품등록일 :
2024.04.20 17:03
최근연재일 :
2024.06.21 09: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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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677

작성
24.04.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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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천도문주의 집무실.

두 명의 중년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나는 선이 굵은 외모의 중년인.

날카로운 눈매 안에 강렬한 안광을 갈무리하고 있는 그는 바로 천도문주 진천우였다.


“유신이가 아직도 무공수련을 하고 있다고?"

"동이 트기도 전에 연무장에 가서 밤이 늦도록 혼자서 수련을 한다더군요. 식사도 연무장을 벗어나지 않은 채 주먹밥 같은 것으로 간단히 해결하고요.“


천도문주의 맞은편에서 답을 하는 이는 서종의 총관이었다.

천도문내의 대소사를 관리하고 있는 천도문의 책사 같은 남자였다.


"녀석이 무슨 변덕이 들었길래 안 하던 짓을 할까?"

"형님. 신이가 다시 칼을 든 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이쯤 되면 정신을 차린 게 아니겠습니까?"


둘은 막역한 사이로 의형제까지 맺은 관계였다.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친분을 내보이진 않았으나 사적인 자리에선 이처럼 형님 아우하며 스스럼 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서종의의 말에 진천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린 거라면 좋겠다만...또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란 생각이 가시질 않는군."


진천우의 말대로였다

구제불능인 진유신은 원하는 게 있을 때 마다 정신을 차린 척 연기를 해왔다.

그러다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다시 한량으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처음 몇 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아줬지만 이젠 아니었다.


"저도 하루 이틀은 그럴 게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벌써 보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하는 척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전력을 다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곤 한다만."

"저도 저 나이 땐 방황을 했습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 형님께서 직접 신이와 얘기라도 한 번 나눠보는게 어떻겠습니까?”

“흠···.”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하던 진천우가 말했다.


"이 얘기는 이 쯤 하세.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남아있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서종의 총관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진천우의 마음이야 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종의가 인사를 하고 진천우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집무실에서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던 천도문주 진천우.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내었다.


문주의 자리. 그것도 천도문 같은 대문파의 문주직은 아들의 사안에만 온전히 신경을 쏟을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었다.


아들일이 아니어도 할 일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진천우는 산재해 있는 서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천도문주 진천우의 의심과 달리 진유신은 정말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미래에서 죽음을 겪고 되돌아온 그의 정신 상태는 지금까지 썩어빠졌던 그 진유신이 아니었다.


카앙!


칼날이 부러져서 튀어 올랐다.


붕붕!

부러진 칼날이 회전하더니 바닥에 퍽 박혀 들어갔다.

진유신이 부러진 칼을 보곤 중얼거렸다.


"부러진 게 진천도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부러진 칼날과 자루를 모아 한 쪽에 치웠다.

이렇게 부러진 칼이 벌써 세 번째다.

그는 회귀한 이후 수도 없이 칼을 휘둘러왔다.

진천도가 아닌 칼의 내구도는 하루에도 수천 번 이상 휘두르고 내리치는 격렬한 훈련을 견디지 못했다. 천도문에서 직접 만든 검이라 품질이 상향평준화 된 검인데도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야."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란 말이 있다.

어떤 계기가 있다고 해도 그 때뿐이고 본래 사람이 가진 기질대로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진유신에게도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회귀를 하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지만, 번뇌는 시시때때로 진유신을 괴롭혔다.


오늘은 이쯤에서 훈련을 그만둘까. 목이 마른데 주루에 가서 검남춘 한 모금만 마셔볼까. 기루에 가서 조금만 놀다 올까.


그런 번뇌. 예전 같았으면 진작 타협하고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진유신은 변화했다.

그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무공에 집중했다.


천인도법, 유운보. 패력권. 번천장.


천도문의 정식문도라면 누구나 익히는 무공이었다.

회귀 후 진유신은 이 무공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 결과 하루가 다르게 무공의 성취가 진전되고 있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무공이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만일 천도문주 진천우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의심을 거두고 뛸 듯이 기뻐했을지도 몰랐다.


"아직이다."


하지만 진유신에겐 기쁜 기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며 침잠해 있었다.


"아직 멀었어."


지난 시간의 단련만으로도, 진유신은 한 명의 무인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었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남들은 기초체력을 늘리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그는 퇴보했던 무공의 성취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


재능!

압도적인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재능이 회귀 이후 극대화된 집중력을 만나자 폭발적으로 반응해 무공의 경지를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론 부족해."


짧은 시간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진유신은 만족하지 못했다.


"더 강해져야 한다."


뜨겁게 쏟아지는 뙤약볕 아래, 진유신은 다시 새로운 칼을 뽑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



진혈(眞血).

천도문을 이끌어가는 혈족을 바로 진혈이라고 불렀다.


진혈에는 천도문주 진천우를 필두로 그의 형제와 누이를 비롯한 혈족이 포함됐다.


진유신 역시 이 진혈에 속해 있었다.


진혈부 내에 마련된 진유신의 거처.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공을 운기 하는 진유신이 거기 있었다.


진유신 평온한 신색으로 고르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천인심법.


지난 시간 천인도법을 비롯한 무공을 회복한 진유신은 이제 내공에도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후우우."


진유신이 천천히 숨을 토해내고 눈을 떴다.


그의 눈에 청명한 하늘처럼 짙푸른 기운이 맴돌다가 사라졌다.


"언제까지 그러고 서 있을 거냐? 들어와."

"엇!"


문 밖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요~ 헤헤."


드르륵.

문을 열고 삼동이 들어왔다.

그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저, 그런데 도련님. 제가 온 걸 어찌 아신 겁니까?"

"너 밖에 올 사람이 더 있냐?”

“아, 그건 그렇습죠.”

“그리고 보폭이나 발소리를 들으면 누구인지 정돈 금방 파악할 수 있지.”

“대, 대단하십니다!”

“특히 넌 발소리가 유난히 호들갑스럽고 커.”


무공수위를 회복했으니 감각도 예민해졌다. 덕분에 발걸음만 듣고도 상대가 누군지 파악할 수 있었다.


"저는 몸집이 크지 않습니까?"

"덩치가 있다고 다 그렇게 요란한 건 아니다."


강호엔 7척의 장신을 가졌으면서도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널렸다.


물론 삼동은 무공을 배우지 않고 덩치만 컸으니 발소리가 큰 것도 이해는 됐다.


녀석은 타고난 장사체형이었다.


진유신도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삼동 옆에서면 어린아이로 보일 정도로 컸다.


또한 키나 덩치에 어울리게 힘도 강했다.

쌀 포대를 몇 가마니씩 이고 나를 정도로 그 신력만큼은 타고났다.


'분명 무공을 가르친다면 잘 해낼 테지.'


삼동의 충섬심은 이미 회귀 전에 확인한 바 있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삼동이 진유신을 지키기 위해 흑살귀의 앞을 가로막았었다.


심지어 변변한 무기를 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삽자루를 들고 초절정고수인 흑살귀를 막아섰다.


그 결과 삼동은 흑살귀에 의해 걸레짝처럼 난도질 당해 죽었다.


허나 몸이 갈가리 찢기고 참수까지 당하는 순간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 흑살귀를 막았다.


그건 무공을 익힌 자들이라도 따라 하기 힘든 용맹함이었다.


오직 진유신을 지키기 위해 제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진 것이다.

그 충성심만 봐도 삼동에게 무공을 가르칠 가치는 충분했다.


"그래, 날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냐?"

"그게 말입니다, 설 소저가 찾아왔습니다."

"설 소저?"

"설아영 소저 말입니다! 공자님과 혼례를 약조하신···."

"아."


설아영.

잊고 있었던 이름이 기억났다.

한 때는 진유신에게 매우 의미가 컸던 이름이었다.


장차 진유신과 혼례를 약조했던 정혼녀. 천도문주 진천우는 진유신이 아직 촉망받던 시절, 검가로 커다란 성세를 이룬 백문검가의 여식과 약혼을 시켰었다. 그게 바로 설아영이었다.


진유신이 미간을 좁히고 기억을 되짚었다.


'설아영이 찾아온 이유는 분명히···.’



***



백문검가.

백가지 검술의 장점만을 뽑아 만들었다는 백상검술로 위상이 높은 검가였다.


또한 백문검가가 위치하고 있는 강서지역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무가이기도 했다.


그 백문검가의 둘째 영애 설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미모로 소문이 난 여아였다.


그리고 유년기를 지나 약관에 가까운 지금, 그녀의 미모는 한 떨기 꽃송이조차 색이 바라게 할 정도였다.


설아영이 천도문의 경내를 걸었다. 한 걸음 사뿐 내딛을 때 마다 후광이 비추는 듯 했다. 하인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


“후후. 역시 아름다워. 용봉지회가 열릴 때 마다 보긴 봤지만, 역시 그 아둔한 녀석의 약혼녀라기엔 과분한 외모야."


멀찍이 설아영을 지켜보고 있는 또 하나의 사내가 있었다.


훤칠한 키를 가진 남자였다. 가슴께에 푸른 수실로 만든 용 한마리가 승천하고 있는 검은 무복을 입은 남자였다.


그가 웃자 안 그래도 얇은 눈과 입매가 한층 더 얇아지며 비열하게까지 보였다.


"설 소저. 그대에게 어울리는 건 진유신 따위가 아니라오."


남자의 이름은 초운휘.

설아영이 사라질 때 까지 그 뒤를 지켜보던 초운휘의 입매가 비틀렸다.


"바로 이 몸이지."



****



시종의 안내에 따라 설아영은 손님을 맞이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대공자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시종이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설아영의 곁으로는 잘 벼려낸 검처럼 예기를 풍기는 남자 하나가 동석해 있었다. 설아영의 숙부인 설영백이었다.


세간에는 백면검이라는 별호로 잘 알려져 있는 검사였다.


'오다가 본 녀석, 내 기억이 맞다면 초운휘라고 하는 이름이었나?'


백면검은 자신의 조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선을 떠올렸다.


초운휘는 천도문 소속된 후기지수였다. 자신도 알 정도니 후기지수 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천도문의 정식적인 후계자인'진혈'이 아니지만, 오히려 진혈의 후기지수 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무인이었다.


'소문대로 괜찮은 실력을 가진 것 같던데. 망나니 같은 진유신이 아니라, 그런 녀석이 이 아이의 짝이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백문검이 안쓰러운 눈으로 조카를 보며 생각했다.


그 때.


드르륵!

접객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가 성큼 성큼 걸어 들어와 설영백의 맞은편에 섰다.

기다리고 있던 진유신이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진유신이라고 합니다."

"설영백이네. 아영이의 숙부 되는 사람이지."

"백면검 선배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허허...나도 자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


백면검이 들어왔던 이야기 중에 그다지 좋은 소문은 없었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밝힌다는 얘기만 줄창 들어왔을 뿐이니까.


때문에 설영백은 그를 망나니 중의 망나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유신을 보고 촌각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은 지금, 설영백은 의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진유신의 당당한 걸음걸이나, 정명한 눈빛, 그가 품고 있는 기도가 꽤나 걸출했기 때문이다.


'음...듣던 소문과는 다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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