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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14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2.12.18 16:38
조회
1,560
추천
7
글자
6쪽

4장 흑막 3

DUMMY

정진이 대회장으로 내려갔을 때 보인 것은 그의 온몸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저씨!”


관중들보다 한 시간 일찍 들어갈 수 있는 선수와 관리자의 특권. 그리고 그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혼잡한 공기가 물씬 풍기며 분주하며 움직이는 사람들 탓에 이상함을 느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경기장에 꼿꼿하게 무릎을 꿇은 채 굳어있는 사내.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은 힘없이 축 처져있었고 그의 푸른색 도복은 붉은 피로 물든 채 칼을 꽉 물고 있었다. 배에 단단히 박혀있는 그의 장검과 입에 문 흰색 손수건이 그가 할복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예정된 문 정진 선수 맞으시죠?”


“예? 예.”


멍하니 링을 올려다보는 정진을 향해 줄곧 경기를 진행시키던 사회자가 다가왔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경기는 취소입니다. 시신의 신원은 강 우창 선수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사인은 할복자살로 추정됩니다. 경기는 부전승으로 진출하셔서 8강 확정되셨으니 다음 경기까지 휴식시간을 가지시면 됩니다.”


시체를 봤음에도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모습. 이전에 덜덜 떨던 모습과 딴판이라 그런지 정진은 그의 냉철한 모습에서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정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근만근 같은 다리를 끌며 경기장을 나왔다. 정진은 방으로 들어갈까, 아니면 자주 이야기를 나눈 한석에게 갈까 고민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버지. 좋지 못한 소식이 있습니다.”


“……말해라.”


“……강 씨 아저씨가 돌아가셨습니다.”


방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정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더 이상 하려던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문 앞에서 멀어졌다. 소파에 주저앉아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하아……. 아저씨가 자살로 돌아가셨다니.”


정진은 참으려고 해도 흘러넘치는 눈물을 훔치며 그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가시려고 이 대회에 참가하셨습니까?’


정진의 눈에 우창과의 짧지만 정겨웠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부인과 정진과 동갑인 늦둥이 딸을 키우던 강 우창.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였지만 정진이 이따금 그의 집에서 신세를 질 때마다 가족처럼 대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살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정진아, 따라와라.”


방에서 나온 견택은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는 허리춤에 적월을 차고 있었다. 정진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마치 누군가를 죽이러 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고개를 도리질 쳤다.


“쉬고 싶습니다.”


“시끄러. 닥치고 나와.”


이를 꽉 악문 견택의 차가운 목소리.


“안갑니다!”


“개소리 집어치우고 나와. 나오지 않으면 벤다.”


견택은 눈을 부라리며 검을 조금씩 뽑는 시늉을 보였다. 결국 정진은 도복차림 그대로 허리춤에는 은월을 찬 채 견택의 뒤를 따랐다.


“어쩌실……겁니까?”


“…….”


견택은 대답 없이 복도를 걸을 뿐이었고 정진은 질문에 답을 받지 못하자 입을 다물고 그의 뒤를 따랐다. 견택이 앞장 선 곳은 바로 호텔 옥상이었다. 이미 어두운 밤인 탓에 옥상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앞을 밝혀주었다.


“오랜만이다.”


“그렇지. 참 오래간만이지.”


견택은 먼저 인사말을 건네고 적월을 길게 빼어들었다. 옥상에서 기다리던 사내는 견택의 인사에 웃으며 코에서 연기를 뿜었다. 여태껏 경기에서 룰을 설명했고 화성의 성왕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회장 사내.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그의 모습은 어디에 가도 꿀리지 않을 만큼 당당함을 지니고 있었다.


“자네 아들이군. 그래, 기억나. 자네의 경기에 따라왔을 때는 어린 학생이었지. 내 이름은 기억하나? 데미안 최라고 하네. 어린 친구.”


사내의 소개에 뒤에 서있던 정진이 움찔했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15년 전 견택의 은퇴 경기에서 견택의 목을 치려던 사내. 결국 진행위원의 제지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링에서 내려오는 견택을 크게 비웃으며 조롱했던 것이 어린 정진의 머리에 똑똑히 각인 되었다.


“닥쳐, 최 춘식. 지금부터 너는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첫째, 이 대회를 연 목적이 뭐지?”


견택의 서슬 퍼런 말에 데미안 최……. 아니, 춘식은 껄껄 비웃으며 손에 들린 담배를 짓이겼다.


“썩을 놈. 춘식이라……. 그래, 답해주지. 이 대회를 연 이유? 그거야…….”


“닥쳐. 듣고 싶지 않다!”


춘식이 입을 열려는 순간 견택의 고함이 그의 말을 끊었고 춘식은 멀뚱멀뚱 견택을 바라봤다. 이내 붉으락푸르락 하게 변한 춘식의 표정은 견택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다시 괴상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었군.”


“둘째, 강 우창이 죽은 것. 네 놈 짓이냐?”


“글쎄. 과연 누가 그랬을까, 사인은 할복자살인데.”


능글맞은 말투로 말하는 춘식을 보며 견택은 천천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강 우창? 그 놈, 참 재미있더군. 금으로 전부 바꾼 이유가 지구로 송금하려고 했다나 뭐라나. 이거 필요해? 이제 죽을 테니 필요 없겠지만 원한다면 줄게.”


춘식은 허리춤에 달고 있던 검을 풀어서 던졌다. 피에 녹슨 검이 거친 소리를 내며 견택의 앞에 떨어졌다.


‘우창의 검…….’


‘강 씨 아저씨의 검…….’


견택과 정진은 둘 다 검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분노가 머리를 잠식하고, 혈기를 참았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춘식은 낄낄대며 허리춤에서 거대한 언월도를 빼어들었다.


“네가 국회의원일 줄은 몰랐어. 조금 더 조사를 해봤어야 하는데 이런 우를 범하다니……. 하지만 잘못은 그 뿌리를 잘라내면 된다. 낄낄. 재밌는 걸 하나 알려줄까?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물론 이 친구 빼고 말이야.”


춘식이 휘파람을 불자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아마 흑막은 5까지 갈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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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흑막 3 12.12.18 1,561 7 6쪽
14 4장 흑막 2 12.12.18 1,720 4 7쪽
13 4장 흑막 1 12.12.14 1,259 4 7쪽
12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4 12.12.02 2,031 4 6쪽
11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3 12.11.29 2,498 11 8쪽
10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2 12.11.23 2,362 9 7쪽
9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1 +2 12.11.10 2,712 9 10쪽
8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4) +3 12.11.08 2,475 5 9쪽
7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3) +2 12.11.03 2,544 12 10쪽
6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2) +2 11.10.27 2,662 17 9쪽
5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1) +4 11.10.26 2,506 6 11쪽
4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4편 +2 11.10.15 2,366 7 10쪽
3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3편 +2 11.10.12 3,169 9 18쪽
2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2편 +2 11.10.10 2,773 18 9쪽
1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1편 +2 11.09.30 3,3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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