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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12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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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4 15:35
조회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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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7쪽

4장 흑막 1

DUMMY

두 번째 32강전을 멋지게 장식하고 링에서 내려온 정진은 관중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첫 번째 경기에 비해 관중의 수가 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천 명을 넘어가던 관객이 이제는 수가 줄어들어 오백을 밑돌았다. 대기실을 통해 객석으로 돌아온 정진은 한손에는 감자 칩을 들고 견택의 옆에 앉았다.


“아버지, 관객이 너무 줄어들었다고 생각 안하세요?”


“아무렴, 어제 저녁 우주선으로 몇 백이 지구로 귀환했다고 하더구나.”


견택은 신문을 읽으며 정진의 말을 받았다. 그의 눈은 신문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끄러. 경기에나 집중해라.”


태연히 신문을 보면서 경기에나 집중하라는 아버지의 말이 영 신빙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진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관두고 다음 경기가 진행되는 링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강 씨 아저씨 차례인데요?”


“흥, 제깟 놈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보나마나 떨어지겠지. 상대는 누구냐.”


“어……. 태극권의 ‘타이쥐 첸’이란 선수요.”


“아, ‘타이쥐 첸’이라면 알고 있다. 한자로는 太極拳인데 이게 우리나라 식으로 읽으면 태극권이니 참 이름값 하는 놈이지.”


“어떻게 보세요?”


견택은 천천히 신문을 접었다. 그리고 정진의 손에 들린 감자 칩을 낚아채듯 빼앗은 뒤 남은 부스러기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아버지의 입에 들어가는 감자 칩을 망연히 바라보던 정진은 견택이 눈을 부라리자 깨갱하고 눈을 돌렸다.


“왜, 아비가 먹으니 아니꼬우냐?”


“아닙니다.”


“그럼 경기에나 집중해라.”


견택은 남은 봉지를 고이 접어 정진의 주머니에 넣은 뒤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이길 것 같으냐.”


“강 씨 아저씨한테 한 표요.”


견택의 물음에 정진은 딱딱하게 대답했다. 안 봐도 감자 칩 때문에 삐진 것이 필시 분명했다. 견택은 그런 아들의 뒷목을 움켜잡으며 주물렀다.


‘그러고 보니 우창이 이기면 너랑 붙게 되겠구나. 본국검과 흑사검이라……. 이거 재밌게 되겠군.’


“내가 보기에는 타이쥐가 이길 것 같군. 태극권은 근접전이기 때문에 길이가 긴 도가 활약할 기회가 거의 없어. 더욱이 태극권은 전사(纏絲)를 사용해서 경락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상대는 더 많이 맞을 수밖에 없거든. 거기에 예술적이고 대중적이기까지 하니 뭐 하나 빼면 흠잡을 데가 없는 무술이거든.”


“그럼 아버지는 태극권이나 배우시지, 왜 흑사검술을 배우셨어요?”


정진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견택을 바라봤다.


“방금 말했던 딱 하나의 흠 때문이지. 왜냐면 그게 유일한 단점임과 동시에 내가 흑사검술을 배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니깐.”


“뭔데요?”


정진의 질문에 견택의 눈이 이글거렸다.


“이론이 맘에 안 들어. 강하면 강한거지, 이유극강(以柔克剛)? 귤 까는 소리가 따로 없다.”


“……뭐라고요?”


“아, 또 하나 있다. 네 할아버지 극성에 내가 어떻게 다른 걸 배울 수 있었겠냐. 거부하다가는 내 목이 날아갔을 거다.”


태연히 죽음에 관한 말을 하며 자신의 목을 더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정진은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저것 봐라. 우창이가 탈탈 먼지처럼 털리고 있지 않느냐.”


정진이 링을 바라보자 본국검의 달인인 우창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계속되는 타이쥐의 주먹질과 장법에 우창은 뒤로 물러나는 방법을 선택했다.


‘BP가 벌써 20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세속오계(世俗五戒)를 사용하는 수밖에…….’


우창의 검이 몸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졌다. 타이쥐는 기세 있게 우창에게 달려가다가 뒤로 물러났고 우창은 그대로 연이어 두 바퀴를 더 돌며 올려쳤다.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는 물러섬이 없다.”


우창의 외침과 함께 검이 내려치기, 올려치기, 가로 베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타이쥐는 여유롭지만 긴박하게 움직이며 우창의 검을 피해냈다. 우창과 타이쥐는 제자리에서 공격과 회피를 하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 벗을 사귀어라.”


검의 기운이 바뀌고 타이쥐는 피하지 않은 건지, 피하지 못한 건지 계속 검의 옆면을 쳐냈다. 검의 옆면을 쳐내는 내내 타이쥐의 BP는 줄어들었고 우창의 BP는 증가했다. 결국 3까지 떨어진 타이쥐의 BP.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도로 부모를 섬기라.”


또 다시 검의 기운이 바뀌고 베기와 올려치기가 바뀌어 찌르기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타이쥐는 우창에게서 뿜어지는 무언가에 대한 반항적인 기세에 피하지도 못한 채 그의 검에 아랫배를 허용하고 말았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으로 군주를 섬겨라.”


검을 빼어든 우창은 검을 회수한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배에 통증으로 인상을 찡그린 타이쥐가 비틀거리는 사이 우창은 그대로 검을 다시 칼집에서 꺼내어 타이쥐의 가슴을 베었다.


“컥!”


“살생유택(殺生有擇). 생명을 죽임에 가림을 두어라.”


뒤로 쓰러진 타이쥐를 내려다보며 우창은 검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저 허망하고 고통스럽게 허공을 바라보는 타이쥐. BP가 1이 남아 위태위태했다. 우창은 타이쥐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타이쥐는 내심 감탄하면서 우창의 부축을 받았다.


‘이것이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국가의 국민인가. 난 그저 무찌르는 것만 생각…….’


“컥!”


우창의 팔꿈치가 타이쥐의 명치를 가격했고 타이쥐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타이쥐의 BP가 0이 되어 우창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우창은 비통한 미소를 지으며 타이쥐를 계속 부축해서 링에서 내려왔다.


“호……. 강 우창, 저 녀석. 저렇게 비겁한 수를 쓰다니. 네 말이 맞구나.”


“아버지, 제발 말 순서 좀 제대로 해주세요. 누가 들으면 제가 강 씨 아저씨 비겁하다고 한 줄 알겠어요.”


성을 내는 정진의 목을 견택이 다시 한 번 목을 움켜쥐자 정진은 다시 깨갱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보다 너는 저 수를 알고 있었던 게냐?”


“예. 전에 강 씨 아저씨 댁에서 신세진 적 있었거든요. 그 때 눈요기로 보다가 걸렸는데 제대로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사회타령, 신세 한탄하시면서요.”


정진은 태연히 말을 꺼냈고 이번에는 견택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근데 왜 말 안했어. 본국검법으로 갈아타려고?”


“아뇨. 아까 아버지가 말하셨듯이 그걸 말했다간 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그랬듯이 제 목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깐 말이죠..”


웃음을 지어보이는 정진을 바라보며 견택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그 아비의 그 아들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편에는 한번 화랑도를 인용해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랑도의 세속오계를 말이죠. 억지로 끼워넣는 식이지만 사회문제를 비판해보고 싶어서...


이번 후기에는 본문에 나온 본문검법의 최종오의 세속오의의 담긴 뜻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건 마치 개그를 친 사람이 그 개그를 설명하는 꼴이기는 하지만... 함 해보겠습니다.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는 물러섬이 없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풀어봤습니다. 싸움에 물러섬이 없다고 해서 전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언어유희를 이용해서 


’우창과 타이쥐는 제자리에서 공격과 회피를 하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이런 장면을 묘사해보았습니다.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 벗을 사귀어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죠? 손바닥을 마주쳐야 좋은 박수소리가 나 듯 한쪽이 피하지 않고 둘 다 공격을 막는 것으로 친구라는 것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고 싶었습니다.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도로 부모를 섬기라.”


우창의 기운이 반항적인 기세라고 표현했듯이 이건 사춘기 소년들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머리 좀 컸다고 아이들의 마음은 반항적이고, 자식은 살면서 효를 제대로 행하지 못한 채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기가 십상이니깐요. 그래서 배에 칼을 박는 장면도 넣습니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으로 군주를 섬겨라.”


흠... 이 표현이 현대사회에 옳을지는 모르겠지만 신라시대의 왕이면 지금으로는 대통령입니다. 그냥 자기가 뽑은 대통령 욕하는 걸 보면서(대통령이 잘못했으니 욕을 하는 것이겠지요.) 뽑을 땐 언제고..라고 억지로 껴맞추어 봤습니다.


“살생유택(殺生有擇). 생명을 죽임에 가림을 두어라.”


이건 생명경시가 되고 있는 사회에 비판을 둬봤습니다. 개, 고양이 또는 다른 작은 동물들을 학대하거나 처참히 살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뜻에서 살생유택을 넣었습니다만... 우창의 행동은 그냥 뒷통수 치기라고 밖에 안느껴지는군요;;;


아직도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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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장 흑막 3 12.12.18 1,560 7 6쪽
14 4장 흑막 2 12.12.18 1,720 4 7쪽
» 4장 흑막 1 12.12.14 1,259 4 7쪽
12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4 12.12.02 2,031 4 6쪽
11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3 12.11.29 2,497 11 8쪽
10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2 12.11.23 2,362 9 7쪽
9 3장 약한 놈이 지는 게 아니라 지는 놈이 약한거지 1 +2 12.11.10 2,712 9 10쪽
8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4) +3 12.11.08 2,475 5 9쪽
7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3) +2 12.11.03 2,544 12 10쪽
6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2) +2 11.10.27 2,662 17 9쪽
5 2장 예선, 그것은 약육강식 (1) +4 11.10.26 2,506 6 11쪽
4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4편 +2 11.10.15 2,366 7 10쪽
3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3편 +2 11.10.12 3,169 9 18쪽
2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2편 +2 11.10.10 2,773 18 9쪽
1 1장 의문의 대회, 천상제일무도회 1편 +2 11.09.30 3,3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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