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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호 님의 서재입니다.

전능한 손(almighty hands)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달호
작품등록일 :
2020.05.11 16:55
최근연재일 :
2020.05.18 12:4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02
추천수 :
75
글자수 :
27,101

작성
20.05.15 13:28
조회
140
추천
13
글자
8쪽

전능한 손-005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입니다.




DUMMY

천진수는 폐기 직전까지 갔다가 작동되고 있는 냉장고를 이해할 수 없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뒷부분도 유심히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허, 콤프레셔 안에 있는 모터가 완전히 고장 났었던 게 분명한데······.”

진우가 얼핏 들리는 말에 반응했다.

“어? 방금 모터라고 하셨어요?”

“그래, 지금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나잖아.”

“실은 아까 모터까지 분해했었거든요.”


진우의 말에 천진수가 흠칫 놀란 얼굴로 휙 돌아본다.


“음? 모터를 분해했다고?”

“네.”

“직접 모터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는 거야?”

“네, 제가 직접요.”


천진수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진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모터를 해체했다가 조립하는 건 아무나 못하는 건데······?”

“아, 그래요?”

“혹시 수리기사 자격증 있어?”

“아뇨?”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진우의 모습을 보고 천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잘 돌아가고 있는 냉장고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다시 진우를 쳐다보았다.


“거 참, 이상하네.”

“어쨌든 잘 됐죠 뭐. 이거 갖다 주면 되겠네요.”

“이거 가져갔다가 안 되는 건 아닌지 몰라.”

“부속까지 갈았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진우를 보고, 천진수가 멈칫하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부속을 갈았다고?”

“예.”

“어떤 부속인데?”

“그게······뭐, 저도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그 부속이 맞을 것 같았어요.”


진우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천진수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저 어려운 걸 그냥 감으로 했다는 거야?”

“뭐, 그런 셈이죠.”

“혹시 꿈꾼 거 아냐?”


천진수의 얼굴에는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진우 자신도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천진수가 잘 돌아가고 있는 냉장고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거 참.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수리를······. 어떻게 된 건지 도대체 모르겠네.”

“저도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동이 되니까 얼른 배달 나갔다 올게요.”

“그, 그래.”

“혹시, 안 되면 다시 갖고 오죠 뭐.”


진우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냉장고의 코드를 빼고 트럭에 실어 올릴 준비를 했다.

천진수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한 번 흔들더니 같이 돕기 시작했다.

소형냉장고도 같이 실었다.


진우는 오늘 배달할 세 곳을 체크했다.

배달을 하면서 중간 중간 중고 가전제품들을 수거해 올 작정이었다.

진우는 아직도 나사가 하나쯤 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천진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다녀올게요.”

“······어. 그, 그래.”


진우는 아직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있는 천진수를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른 진우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러면 잠시 생각했다.


‘난 그냥 손 가는대로 고친 건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거였나?’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특별한 점이라곤 왼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는 것밖에 없었다.

진우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겠지, 하며 일단 생각을 접기로 했다.


김치냉장고를 배달할 첫 번째 집으로 향했다.

차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

다행히 주택가여서 근처를 돌면서 중고 가전제품들을 수거해 보기로 했다.


무사히 배달이 끝나고 녹음기를 틀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대신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걸 틀었다.


-고장 나거나 오래 된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컴퓨터 삽니다.


그런데 내 목소리인데도 느낌이 생소했다.


‘어? 내 목소리가 저랬나?’


평소에 자신이 듣던 목소리와 조금 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아버지 목소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목소리 톤이 너무 낮은 것 같기도 했다.

진우는 밝은 목소리로 톤을 좀 높여서 다시 녹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녹음기를 튼 상태로 천천히 시속 5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로 차를 운전했다.

그런데 그때, 한 50대로 보이는 여자가 나오더니 차를 세웠다.

그리곤 밝게 웃는 표정으로 옆으로 오더니 말을 건넸다.


“아저씨······. 어머, 총각이네?”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거든요.”

“아들이로구나. 그런데 많이 편찮으셔?”

“네,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진우의 말에 미간을 구기는 걸 보니 친분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가게를 시작한지 벌써 25년째 되기 때문에 친분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었다.


“아유, 그래도 든든한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일 때문에 나오셨어요?”

“아참, 맞다. 이번에 냉장고를 새로 샀거든.”

“아, 그러면 쓰던 냉장고 가져가면 되나요?”


아버지가 주로 다니던 지역에는 이렇게 미리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어차피 쓰지 못할 물건이기 때문에 그냥 서비스 차원으로 수거해 주는 것이었다.

쓸 만한 중고 물품들은 돈을 주고 구입도 해야 한다.

하나라도 물량을 늘려놓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높게 쳐달라고 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앞에 서있는 아주머니는 처치 곤란하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버리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하니까 말이야.”

“제가 가져갈게요.”

“좀 오래 돼서 쓸모가 있으려나 몰라.”

“무조건 가져갑니다. 하하.”


진우는 일부러 밝은 얼굴로 대했다.

이렇게 수거를 해가면 나중에 더 좋은 물건이 있을 때 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유, 총각. 고마워.”

“고맙긴요. 다음에 좋은 물건 나오면 소개시켜주세요.”

“그러엄, 당연하지. 아버지 전화번호는 있는데, 아들 전화번호도 줘봐.”

“예. 감사합니다.”


전화번호를 불러달라고 하고 전화를 걸었다가 바로 끊었다.


“저장해두세요.”

“고마워.”

“고맙긴요. 어디로 가면 되죠?”

“따라와.”


길 한쪽에 트럭을 세운 진우는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을 따라 꽤 멀리 가고 있었다.


“아주머니, 얼마나 더 가야돼요?”

“다 왔어.”

“이 길은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들고 날라야겠네요.”

“네 아버지도 다 들어서 날랐어. 처음엔 바퀴달린 수레 끌고 다니면서 하셨는데······.”


쫄래쫄래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가던 진우가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아, 이런. 수레를 깜빡했네요.”

“난 또 안 갖고 오길래, 그냥 떼 메고 오나 했지.”

“하하하, 그 무거운 걸 어떻게 떼 메고 다녀요.”

“아냐, 아버지는 그거 떼 메고도 100미터는 거뜬히 가시던 걸?”


아주머니가 옅은 미소와 함께 하는 말이었다.

진우가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정말이요?”

“우리 아들도 힘 좋게 생겼네. 할 수 있겠지?”

“글쎄요······.”

“그럼, 괜히 고생하지 말고 수레 갖고 와.”

“하하,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려.”


진우가 재빨리 트럭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진우가 세워둔 트럭 옆으로 다가오더니 운전석을 살피고 있었다.

진우가 다가가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진우의 물음에 두 남자 중 한 명이 다짜고짜 반말로 거친 목소리를 냈다.


“여기 아저씨 어디 갔어?”

“아저씨는 왜요?”


두 남자 모두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듯 험악한 모습이었다.


“사기꾼 같으니라고!”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진우의 얼굴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두 남자가 번갈아가며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빌어먹을 노인네가! 아무리 중고라고 해도 그렇지, 금방 고장 날 걸 팔아먹어?”

“완전 사기꾼 아냐, 이거!”


어떤 상황인지는 몰라도, 진우는 아버지에게 막말을 하는 남자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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