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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호 님의 서재입니다.

전능한 손(almighty hands)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달호
작품등록일 :
2020.05.11 16:55
최근연재일 :
2020.05.18 12:4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99
추천수 :
75
글자수 :
27,101

작성
20.05.11 17:01
조회
241
추천
24
글자
9쪽

전능한 손-001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입니다.




DUMMY

10월 중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침.

부대 정문을 빠져나온 두 남자의 군복과 모자에 계급장 대신 예비군 마크가 붙어 있다


“용현아, 뭐 할 거냐?”

“복학하고 학교 다니면서 슬슬 생각해보려고.”


전역의 기쁨도 잠시, 이젠 만만치 않은 사회에 발을 디뎌야 할 때였다.

둘의 대화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진우, 넌?”

“아버지 하시는 일 도와드려야지.”

“공부는 더 안 해?”

“공부는 지겹다. 적성에 안 맞아.”


진우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진우와 이용현은 같은 실업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진우는 입대영장 나오기를 기다리며 가전제품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박태훈을 도왔었다.

대학에는 뜻이 없었고, 이용현은 2년제 대학이라도 가겠다고 해서 대학교 1년을 다니고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었다.

군 입대 지원자들이 많아서 계속 기다리던 진우는 용현과 동반입대로 지원했고, 2년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이번에 전역하게 된 것이다.


진우가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진돗개 닮은 똥개 멍순이가 꼬리치며 달려들었다.

역시 가장 순수하게 날 반겨주는 놈은 이놈이야.

진우가 멍순이를 쓰다듬으며 거실 문을 열고 나오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 아들. 수고했어. 배고프지?”


말년휴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늘 하던 말투였다.


“아직요. 아버지는?”

“가게에 계시지.”

“가게 먼저 가볼게요. 밥은 이따 아버지랑 같이 먹을게요.”

“그래.”


집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게가 있었다.

점심 먹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라 아버지한테 먼저 가보기로 했다.

진우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트럭 옆에서 움직이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저 왔어요, 아버지.”

“왔냐? 이리 와서 이것 좀 잡아줘.”


아버지가 커다란 냉장고를 옮기면서 대답했다.


“허리 조심하세요.”

“몇 십 년을 해서 네 놈보다는 훨씬 나을 꺼다.”

“아버지, 저 팔팔한 스물두 살 청년이에요.”

“이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거야.”


진우는 아버지와 함께 냉장고를 트럭에 실어 올렸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지럼증이 느껴지는지 양 손 엄지손가락으로 머리를 누르며 잠시 서 있었다.


“괜찮으세요?”

“가끔씩 머리가 띵 하네.”

“거 봐요, 아버지. 나이도 있으신데 이제 너무 무거운 거는 막 들고 그러지 마세요.”

“금방 괜찮아져, 요즘 감기 기운 때문에 그런 거야.”


아버지는 별일 아닌 듯 머리를 한번 흔들고는 공기청정기 한 대를 더 올렸다.


“아버지, 식사하고 가세요.”

“그러자. 갔다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곳이니까 그동안 네가 가게 좀 보고 있어.”

“예.”


진우는 순간 아버지가 약간 휘청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 아버지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다니까. 잠깐 현기증이 나서 그래.”


감기 기운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별일 아니려니 했다.

진우는 아버지와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아버지가 배달을 나가 있는 동안 가게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말년휴가 받았을 때 잠시 들렀던 때와는 달랐다.

들어와 있는 물량이 좀 줄어든 거 같았다.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가전제품들이 종류대로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상태가 괜찮은 것도 있었지만, 거의 낡아서 폐기 직전에 있는 것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고칠 수 있긴 한 건지 의심나는 것도 가끔 보였다.


그러다가 진우의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연식도 오래된 것 같은 소형냉장고였다.

진우는 어깨너머로 배운 걸 한번 시험 삼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보다가 안 되면 그냥 버리면 되지 뭐.’


워낙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진우는 공구를 늘어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분리되는 나사와 볼트와 너트, 각종 부속품들을 넓은 널빤지 위에 순서대로 늘어놓으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한 시간이 넘게 고장 난 곳을 찾아봤지만 어디가 잘못됐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될 때까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한 시간을 더 씨름하고 있는데도 전혀 감이 없었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폐기해야 될 걸 고른 건 아닌지 생각했다.


‘에이, 어쨌든 내부를 봤으니까 됐고. 다시 원상태로 조립이나 해놓자.’


하지만 다시 조립하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았다.

한참이 걸려서 원상태로 조립을 끝냈다.


어? 그런데······.

두 개의 나사와, 볼트와 너트 한 쌍이 남아 있었다.

이런.

분명히 분해할 때의 반대 그대로 했는데, 이상하다.

잠깐 고민하던 진우가 다시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다시 풀었다 조립하는 거야.’


진우는 한 번 시작했으니 완벽하게 완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풀고 조립하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작은 부속하나, 나사가 하나 남았다.


“젠장, 다시.”


처음 할 때 보단 시간이 단축되긴 했다.

이번에는 나사가 하나 남았다.

반복 할수록 조금씩 발전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우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은 남는 거 없이 깔끔하게 조립을 끝냈다.


결국 해냈다.

남들 보기에는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기분이 좋았다.

냉장고를 고치려고 분해했지만 고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립하는 건 성공한 것이다.


“뭔가 찜찜하지만 어쨌든 뭐 하나라도 얻었으면 됐어.”


진우는 피식 웃으며 열심히 한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시간을 보니 아버지가 배달 나간 지 거의 네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었다.

문득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걱정부터 됐다.

하지만 다른 볼 일이 있으려니 생각했다.

진우는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운전 중일 꺼라 생각하고는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지친 얼굴로 돌아왔다.

진우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아버지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중간에 쉬다가 왔어.”


박태훈은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아파 와서 중간에 쉬었다가 오는 길이었다.

하지만 굳이 말해서 아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힘드시면 제가 배달 나갈게요.”

“넌 아직 운전이 서툴잖아.”

“천천히 다니면 되죠, 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게나 잘 봐.”


진우는 며칠 동안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며 가게 지키는 일을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가고 11월 중순의 날씨 치고는 바람도 불고 꽤 추운 날이었다.

아침 아홉시가 되자 아버지는 아침배달을 해야 한다며 냉장고를 실었다.


“가까운 데니까 한 시간정도면 올 거야.”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버지는 금방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출발했다.

가게에 남아있는 진우는 늘 하던 것처럼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어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살짝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설마 했다.


“에이, 오늘도 좀 쉬다가 오시나 보지.”


진우는 그러려니 하고 고장 난 조그만 선풍기를 계속 해체했다가 조립하는 걸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시간이 더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진우의 전화벨이 울렸다. 누나 승주였다.


“어, 누나. 왜?”

- 진우야, 큰 일 났어. 아빠가 병원에 실려 가셨대.


박승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진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에 눈이 커지면서 되물었다.


“어느 병원이야?”

- 세동병원 응급실이래.

“알았어!”


진우는 너무 급한 마음에 휴대폰은 던져버리고 드라이버를 손에 든 채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택시!”


택시 한 대가 서는 것 같더니 그냥 지나가버렸다.


“젠장, 뭐야?”


또 한 대가 오는 걸 보고 거의 앞을 막다시피 해서 세웠다.


“택시!”


크게 놀라는 택시기사의 얼굴이 얼핏 비쳤다.

왜 그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택시가 서자마자 앞문으로 올라탔다.

택시기사가 당황한 눈으로 진우의 얼굴과 손에 든 드라이버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다급한 택시기사의 표정과는 상관없이 큰소리로 외쳤다.


“세동병원, 빨리요.”

“······아, 예.”

“빨리 좀 가주세요. 빨리.”

“······.”


택시기사는 눈썹만 잠깐 꿈틀거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다시 굳어진 표정으로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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