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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호 님의 서재입니다.

전능한 손(almighty hands)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달호
작품등록일 :
2020.05.11 16:55
최근연재일 :
2020.05.18 12:4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04
추천수 :
75
글자수 :
27,101

작성
20.05.14 13:50
조회
163
추천
10
글자
12쪽

전능한 손-004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입니다.




DUMMY

진우는 효과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캐온 산삼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산삼보다도 자신이 더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깊은 숨을 내쉬며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머니는 아들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면서 계속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우야, 이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어서 들어가서 쉬어.”

“아니, 저도 같이 있어야죠.”

“얼른 가. 내일 가게도 나가봐야 하잖아.”

“네, 그럼 그럴게요.”

“여기는 승주가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진우는 아버지 곁에 있고 싶었지만, 병원비 때문에라도 몸을 추슬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누나인 박승주가 한 몫을 하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누나. 무슨 일 생기면 곧바로 전화해.”

“알았어. 걱정하지 마.”


진우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서 집으로 향했다.

사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온 몸에 힘을 주고 험한 산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족사 당하기 딱 알맞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절벽까지 탔다.

몸의 모든 근육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일단 집에 가서 씻고, 푹 쉬어야 가게 일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가게 일은 계속해야 하니까······.’


가게를 수리기사에게 맡겨놓기는 했지만, 하는 일이 주인만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산삼의 효과가 있어서 아버지가 깨어나면 정말 좋겠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어쨌든 뭔가 할 수 있어서 마음의 위안이 조금이나마 됐지만, 중요한 건 아버지가 깨어나는 일이었다.

진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또 생긴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복잡한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한 진우는 뜨거운 물에 지지듯 몸을 씻고 누웠다.

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산에서 겪었던 황당한 일이 떠올랐다.


‘도대체 뭐였지?’


액체가 스며들었던 왼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봤다.

이상한 점은 아무 것도 없었다.

손바닥을 펴서 여기저기 냄새도 맡아봤다.

하지만 조금 전에 씻어서 그런지 오이비누냄새만 날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거 참······.’


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리곤 곧바로 스르륵 눈이 감겼다.

너무 피곤한 탓에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진우는 사방이 뻥 뚫린 하얀 공간에 혼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진우의 왼손에는 메모지처럼 생긴 약간 두꺼운 종이를 들고 있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이 한없이 멀리 이어져있었다.

진우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일반 종이가 아니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보이는 면이 유리처럼 반질반질했다.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휘어지기도 했다.


“이건 또 뭐지?”


진우가 휴대폰의 액정을 터치하듯 오른손 검지로 눌러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밝아지더니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어?”


그때였다.

터치했던 오른손 검지가 갑자기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굵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다른 손가락도 커지기 시작했다.

진우는 커지는 손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주먹을 쥐어보았다.

처음엔 참외 만하던 주먹이, 순식간에 수박만큼 커지고 있었다.


진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먹이 멈추지 않고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입만 뻥긋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배에 힘을 주자 겨우 낮게 짓눌린 것 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으으, 으······. 내 손, 내 손이······.”


하지만 진우는 커지는 손을 어쩌지 못하고 그 놀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손! 내 손!”


진우가 허공에 팔을 휘두르며 허우적거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을 흘렸는지 등이 축축한 느낌이었다.


‘휴우. 꿈이었네. ······별 이상한 꿈도 다 있네.’


진우는 양손을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지극히 정상이었다.

진우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일어났다.

오른손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간담이 서늘했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마저 다치거나 잘못되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너무 생생한 꿈이었기에 혹시나 해서 꿈 해몽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나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 중에는 잠재됐던 재능이 폭발하여 큰 성공을 이룬다는 내용도 있었다.


‘나한테 숨은 재능이 있나?’


잠시 생각하던 진우는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긴 숨을 한 번 내쉬고, 가게로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준비랄 것도 없이 옷만 입고 바로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해보니 이제 일곱 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날은 아직도 어둑어둑했다.

맘이 급하기 때문에 날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가게 문을 열어보니 웬만큼 정리는 되어 있었다.

그래도 수리기사인 천진수가 나름 가게를 잘 봐준 것 같았다.


그런데 물건이 하나 둘씩 빠지고 들여오는 물건이 없다보니 보유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수리기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는 않겠지.’


원래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가전제품들을 모아 와야 한다.

아버지가 정기적으로 했던 일이었다.

한동안 못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물량이 줄어든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진우는 오늘부터 자신이 배달을 나가야 되기에 끝내고 돌아오면서 물건도 모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우가 트럭 운전석에 있는, 확성기와 연결된 녹음기를 틀어봤다.

그러자 곧바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장 난 냉장고오, 세탁기이, 텔레비저언, 컴퓨터어 삽니다아! 고장 난······.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진우는 갑자기 눈가가 시큰해졌다.


“에이, 이런······.”


진우는 얼른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했다.

주문서를 보니 주문 받아놓은 물량이 세 건 있었다.

진우는 수리기사 천진수가 나올 때까지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다.

천진수가 여덟시 반쯤 출근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약 30분 정도 움직였더니 대충 가게 정리가 되었다.

배달 나갈 물건은 천진수가 나와야 알 수 있었다.

진우는 남은 시간동안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예전처럼 분해 조립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두리번거리다보니 전역하고 처음에 해봤던 소형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구석에 처박혀서 곧 폐기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가 연습 삼아 수리해보려고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연습만 했던 기억이 났다.

수리도 중요하지만, 그건 전문분야기 때문에 경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진우는 앞으로 차근차근 배워 갈 생각이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분해 조립하는 것만 연습하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몇 번 만에 완성했었다.

오늘은 한번에, 그것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지만, 목표니까.


준비를 끝내고 분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손놀림이 빨라졌다.

진우는 오른손잡이인데 오늘따라 왼손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 몇 번 연습했던 게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왼손이 자연스러우니 분해하는 속도가 거의 두 배는 빠른 것 같았다.

그런데 거의 분해가 다 되어갈 즈음.

가장 크게 고장 난 부분이 소형 모터부분이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진우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왼손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냉장고의 아랫부분에 있는 작은 모터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모터를 떼어냈다.


보통 고장 난 모터는 수리기사들도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통째로 갈아버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우는 왠지 모터까지 분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 지금은 연습이니까······.’


곧 모터가 분해되고 진우도 잘 모르는 부품을 가져다가 교체하고, 다시 조립을 했다.

이런 작업이 너무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어쩐지 진우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진우는 그냥 매우 자연스럽게 왼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진우의 또 다른 두뇌가 지시하는 것처럼.


‘······뭐지?’


그리고 나머지 조립이 이뤄지더니 금방 완성이 되었다.

남는 부속은 하나도 없었다.

진우가 목표했던 대로 한 번에 성공하긴 했다.


그런데 과정이 워낙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기 때문에 마치 잠시 꿈을 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왼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동안 연습한 것 때문에 갑자기 실력이 늘었나?’


어쨌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조립은 끝났다.

그리고 물건은 원래 자리로 밀어뒀다.


진우는 다시 왼손을 흔들어 보았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다.

평소와 달리 오른손만큼, 아니 오른손보다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때, 천진수가 출근하는 게 보였다.

진우는 생각을 멈추고, 먼저 밝은 모습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셨죠?”

“어, 그래. 일찍 나왔네?”

“일찍 나와야죠. 가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봐주긴 뭐······.”


천진수는 멋쩍은 표정으로 진우를 지나쳐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배달할 물건 어떤 거죠?”

“벌써 나가려고?”

“네. 일찍 갔다가 물건 좀 모아 오려고요.”

“아, 그렇잖아도······.”


천진수가 말끝을 흐리면서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물건이 하나 모자란데······.”

“어떤 물건이요?”

“큰 냉장고 주문한 분이 작은 냉장고를 같이 주문했거든.”

“아, 그래요?”

“그런데, 고쳐서 쓸 만한 게 없어서 말이야.”

“······예, 그렇긴 하죠.”


오늘부터는 물건 모아오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조금 전에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던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천진수도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저 냉장고가 딱 인 것 같아서 뜯어봤는데, 저건 그냥 폐기처분해야 될 것 같더라.”

“······그렇죠?”

“쓰려면 아예 여러 부품을 통째로 갈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고.”

“······예.”


말을 하면서 천진수가 그 소형냉장고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발로 툭툭 건드려본다.


“음······?”


잠시 멈칫하던 천진수가 조금 전보다 더 세게 발로 툭툭 차보고 있었다.

텅, 텅!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손으로 세게 흔들었다.


“어? 아까 딸깍거리던 소리가 안 나네?”

“거기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었어요?”

“어, 소형 모터 쪽에서 뭔가 부러진 부품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었거든.”

“그래요?”


진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진우가 분해 조립하면서 확인했던 부분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진우가 코드를 꽂아보기로 했다.


코드를 꽂자 소리가 들렸다.

우우웅.

순간 진우와 천진수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지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약간은 거친 소리가 나지만, 분명히 작동이 되는 소리였다.

천진수의 표정에 황당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어?”

“작동이 되네요?”

“분명히 회생 불능이었는데?”

“음······제가 아까 분해 조립, 연습 삼아 해보긴 했는데······.”


그러자 천진수가 진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게 무슨 얘기냐는 표정이었다.

이게 분해했다가 조립만 한다고 고쳐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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