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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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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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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67
추천수 :
7,282
글자수 :
980,210

작성
23.07.01 10:41
조회
4,898
추천
66
글자
13쪽

멸망이라니, 갑자기?

DUMMY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우진은 잠에 취한 채로 멍한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뭐지?


양손으로 눈을 비비적거리자 조금 더 뚜렷해진 시야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 몇 번 깜빡이던 우진은 어느 순간 잠이 확 달아난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뭐야, 이게!”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뭐, 뭐라고?”


멸망? 지구가 멸망한다고? 갑자기?


[마지막 기회입니다. 당신은 근원으로부터 선택받아 지구의 멸망을 막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미친.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그러니까 이런 게 보이지.


“아 씨, 아침부터 재수 없게. 어떤 새끼가 이딴 장난질을 치는 거야? 만나기만 해봐, 아주 죽창을 날려버린다.”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알게 뭐야! 에이 씨, 안과부터 가야 하나?”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냐고. 우진이 짜증스레 혀를 차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상한 글씨가 갑자기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악! 눈부셔!”


제대로 눈뽕 맞았다. 우진이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주저앉았지만, 빌어먹게도 손을 통과라도 하는지 번쩍거리는 빛은 그대로였다.


“그만 좀 해!”


이래서야 움직일 수도 없지 않은가. 울컥 치솟는 짜증에 버럭 소리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번쩍거리던 빛이 사그라들었다.


그제야 손을 뗀 우진의 표정이 떫은 감을 씹은 듯 떨떠름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데?”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그놈의 멸망! 뭘 어쩌라고?”


[마지막 기회입니다. 당신은 근원으로부터 선택받아 지구의 멸망을 막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하? 돌겠네, 진짜.”


갑자기 지구의 멸망이니 뭐니 하는 것도 웃기고, 근원인지 뭔지에게 선택받았다는 것도 황당했다.


자신이 뭐라고 선택받고 멸망을 막는단 말인가. 아니 갑자기 지구가 망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멀쩡한 지구가 망할 리가 없잖아.”


하다못해 멸망의 조짐이라도 있다면 몰라. 지나치게 멀쩡하지 않은가.


“음, 멀쩡한 건 아닌가?”


요즘 들어 기후가 많이 이상해지기는 했으니까. 한여름에 폭설이 내리는 곳도 있고, 우기 때 외에는 비를 보는 것도 힘들던 곳이 홍수 피해를 봤다는 말도 들었다.


거기다 세계적으로 가뭄이 극심해져 21세기에 굶어 죽는 곳도 있다니 결코 멀쩡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또 뭐가 있지?”


맞다. 지진! 몇 년 전부터 지진이 잦아졌다. 대한민국도 일 년에 20번이 넘는 지진은 겪고 있으니까.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자면 약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매년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화산도 세계적으로 자주 터지는 바람에 한국도 백두산 분화를 두고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사실 백두산이 위험한 수위로 가고 있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니까.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게 멸망까지 갈 일인가.”


아니잖아? 멸망이라면 뭐 우주에서 거대한 운석이 날아온다든지 온갖 재난과 지각변동이 같이 일어나서 육지를 싹 쓸어버린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빙하기가 와서 생명체가 다 얼어 죽을 정도는 돼야 멸망이 될 것 같은데. 아니면 바이러스나 전쟁이라도 터지나?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지랄하네. 유예기간이야 뭐야.”


[마지막 기회입니다. 당신은 근원으로부터 선택받아 지구의 멸망을 막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아, 몰라! 기회는 지랄, 출근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농락당할 바에는 출근이나 해야지. 우진이 짜증스레 혀를 차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도 성질이 난 건지 메시지가 아주 그냥 작정이라도 한 듯 발광을 했지만, 무시로 일관하고 샤워를 끝마쳤다.


그러다가 발광하는 빛에 문지방에 걸려 휘청이게 된 우진이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아 씨, 그만하라고! 이 멍청한 새끼가 진짜, 내가 다치면 기회고 뭐고 없거든? 그러니까 적당히 해라?”


말을 하면서도 설마 이게 먹힐까 했는데 어이없게도 먹혔다! 발광이 뚝 멈추고 시야 한 편에 똑같은 메시지만 있는 걸 확인한 우진의 표정이 묘해졌다.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지구 멸망까지 100년 남았습니다.]


“아우, 질긴 놈.”


이제는 달달 외울 지경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우진은 시계를 힐끔 보고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쳤다.


“늦었어!”


평소 같으면 간단한 토스트에 커피 한 잔까지 할 여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터무니없는 일에 시간을 다 뺏겨서 졸지에 굶고 출근하게 된 터라 우진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미지근한 물 한 잔만 마시고 차 키를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우진은 운전대를 잡자마자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에 이를 악물고 전화기를 들었다.


-뭐야, 아침부터?


“아직 출발 안 했지?”


-응. 이제 나가려고. 왜?


“입구로 나갈 테니까 태우러 와.”


-갑자기? 차 고장 났어?


“그냥 태우러 와. 오늘은 운전 못 할 것 같아서 그래.”


-어디 아프냐? 아니다. 일단 갈 테니까 기다려.


전화를 끊은 우진은 눈앞의 메시지를 노려보며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메시지를 끄는 것도 없고 손으로 휘저어도 요지부동이다. 이래서야 운전해봐야 사고만 나지!


“하, 짜증 나는군.”


오늘 수술도 몇 건이나 있는데 어쩌라는 건지. 짜증스레 혀를 찬 우진이 차에서 내려 입구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차가 앞에 서자 한숨을 내쉬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무슨 일이야? 운전을 왜 못하는데? 진짜 아파?”


“눈앞에 이상한 게 보여서.”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에이 씨, 자고 일어났더니 눈앞에 이상한 게 있다고! 시야를 가리는데 운전은 개뿔!”


“···어, 미쳤냐? 아니면 술이 덜 깼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지구가 100년 안에 멸망한다느니, 선택을 받았다느니 기회를 얻었다느니!


헛소리 같은 메시지와 씨름하다가 오는 중이라고 말해본들 믿기나 할까.


“환장하겠군.”


“뭐야? 진짜야? 그러니까 눈앞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혹시 먼지 같은 거 아니야?”


“미친놈아, 먼지하고 글씨도 구분 못 할까 봐?”


누굴 바보로 아나? 우진의 노려보는 시선에 현준이 움찔 놀라 슬쩍 시선을 피했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글씨가 보이는데?”


“지구가 100년 안에 멸망할 거란다.”


“헐. 신박한 개소리네. 그거 혹시 신종 사기냐?”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기로서니 신종 사기로 홀로그램 메시지를 이용한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듣는데. 설마 지금도 보여?”


“응.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미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안과부터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면 뭔데? 우선 가서 검사부터 해보자니까. 아니면 정신과라도 갈래?”


뭐래? 갑자기 정신과를 가라니?


“나를 정신병자로 만드시겠다?”


“아니! 뭔 말을 그리 삐딱하게 받아쳐? 야 이 자식아, 네가 이상한 거 보인다며?”


“아, 몰라! 빨리 출발하기나 해.”


“얼씨구? 이 자식은 걱정을 해줘도 성질이지?”


“안 가?”


“간다, 가!”


징글징글한 놈. 하여간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저놈의 삐딱한 성질머리가 문제다.


현준이 혀를 차고 운전에 집중할 때 우진은 메시지를 철천지원수처럼 노려보다가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한숨 쉬지 마라, 복 달아난다.”


“시끄럽고 운전이나 해.”


“하여간, 저 주둥이가 문제야.”


냅둬. 이리 살다 갈 거니까. 우진이 입을 삐죽이다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보고는 다시 메시지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 망하는 건가.”


“응? 뭐라고?”


“아니. 요즘 들어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 것 같아서.”


“확실히 그렇긴 해. 요즘은 마스크가 필수가 됐다니까. 그러고 보니 너, 마스크 어디 갔어?”


정신 없어서 까먹었지.


“어차피 차에서 내리면 바로 병원이잖아.”


기껏해야 몇 발자국인데 마스크를 쓰고 벗고 하는 게 더 귀찮았다. 우진의 태연한 대꾸에 현준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걸 알면 쓰고 다녀야지.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세계적으로 사막화가 더 극심해졌다고 하더라. 특히 중국하고 몽골은 더 심하다네. 그런데도 중국 공장은 풀가동을 하는 바람에 이제는 중금속에 방사능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대. 자칫하다가는 큰일 난다니까.”


“미친 새끼들.”


“동감. 다 같이 죽자는 거지.”


방사능은 말할 것도 없고, 중금속이 체내에 쌓이면서 심각한 병을 유발하게 되는 것쯤은 어린아이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익에 눈이 먼 것이다. 하긴, 제 나라 국민도 안 살피는데 이웃 나라를 생각이나 할까.


유일하게 한국 하늘이 깨끗할 때는 중국 정부가 국가 단위의 행사를 주체할 때뿐이었다.


그때는 단 며칠이라지만, 중국 공장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그쪽에서 내려오는 미세먼지가 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미세먼지는 자신들 탓이 아니라고 무지성으로 큰소리만 땅땅 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예 거짓말을 달고 사는 놈들이라니까.”


“뭘 새삼스럽게.”


거짓말하고 우기고 협박하고 가짜 뉴스로 혐오 조장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그냥 그런 것들은 상대를 안 하면 그만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난데없이 나타난 메시지가 문제다. 우진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시야 한 편을 차지한 메시지를 노려보다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며 표정을 바꿨다.


“원장님, 부원장님, 오셨어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간호사들과 인사를 끝낸 두 사람이 곧바로 탈의실로 들어가 스크럽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는 사이 속속 출근한 선생들이 들어오는 모습에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은 우진은 또다시 반짝이기 시작하는 글자에 재빨리 진료실로 들어갔다.


“하 씨, 미치겠군.”


“뭐가?”


“아이, 깜짝이야. 너 왜 들어왔어?”


“네가 급히 나가기에 뭔 일 있나 싶어서. 혹시 아직도 이상한 게 보이는 거냐?”


보인다. 마치 시위하듯이 반짝이면서 여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어쩌면 진짜 정신과로 끌고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우진은 걱정이 가득한 현준의 표정을 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안 보여. 그딴 게 보일 리가 있냐?”


“뭐래? 그럼 아까 한 말은 뭔데?”


“그냥, 농담이니까 신경 쓰지 마.”


“이 미친놈이? 무슨 농담을 그따위로 해?”


그러니까 말이다. 정말 농담이면 좋겠는데 빌어먹게도 희망 사항 같아 더 속이 쓰렸다.


어쩐지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에 우진은 씩씩거리다가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현준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지금은 입씨름할 기분도 아니었다.


“피곤하다. 그만 꺼지렴.”


“저저, 싸가지 봐라.”


“시끄럽고 가서 진료 준비나 해. 일 안 할 거야?”


“너 진짜, 나중에 보자.”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는지 보란 듯이 콧방귀를 뀌고 진료실을 나가는 현준의 행동에 우진은 한숨을 내쉬다가도 이내 웃음을 흘렸다.


삐진 것 같아도 저게 다 걱정돼서 그런다는 걸 알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문제는 이건데.”


도대체 왜 하필이면 자신이란 말인가. 애초에 지구 멸망하고 자신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선택이니 기회니 하는 것도 황당하다.


“용사 선택이야, 뭐야.”


그럼 진짜 잘못 고른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은 싸움 실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사람이니까.


하물며 지금까지 친구끼리 장난을 쳐도 그 흔한 주먹질도 안 해본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을 선택해서 지구 멸망을 막으라고?


“무슨 수로?”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동물 치료하는 것밖에는 없는데? 물론, 돈은 제법 많았다.


그렇다고 멸망을 자금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물며 자신보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았고 부자는 그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왜 하필 자신이냐고!


“도대체 너 뭐냐? 뭔가 다른 말이라도 해보든가. 지랄발광만 하지 말고.”


얼씨구. 한소리 했다고 더 발광하는 거 봐라. 요즘 메시지는 더러운 성격도 탑재하나? 우진이 혀를 차고 한마디 하려는 찰나 울리는 전화에 한숨을 삼켰다.


따지는 건 나중에 하고 우선은 진료부터 봐야 했다. 다행히 진료를 보는 동안은 발광하던 빛이 가라앉는 걸 느낀 우진은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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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5 홍뱀
    작성일
    23.07.16 13:35
    No. 1

    잘됐네~ 100년후 꼭 멸망하자. 지구따위~ 얼릉 멸망해 버려라~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90 마테라테
    작성일
    23.10.08 06:32
    No. 2

    이런말 좀 그런데 주인공 그렇게 귀찮으면 안한다고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저게 정신병이든 진짜든 그걸로 납득하고 증상이 사라진다면 되는거 아닐까요. 왜 시도도 안하고 딴소리하며 자꾸 혼자 화내는지. 그리고 사실 100년후면 보통 본인사망하고 손자나 중손자때 후라 안믿으면 신경쓸것도 아닌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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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이라니, 갑자기? +2 23.07.01 4,899 66 13쪽
1 프롤로그 +3 23.06.30 6,120 8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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