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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랄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에게 붙은 기생충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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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랄
작품등록일 :
2021.05.17 18:11
최근연재일 :
2021.06.09 22:0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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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글자수 :
15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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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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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성진하의 재능

DUMMY

탄탄하게 뻗은 육체에 뼈로 만든 가면을 쓴 엘프. 엘프 부두술사.


놈은 동굴 안으로 천천히 걸어와 주위를 둘러봤다. 풀려난 제물들과 엉망진창이 된 제단이 눈에 들어온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불경이다.


-네가 제물들을 풀어주고 제단을 이리 만들었느냐?


엘프가 유진백을 향해 말하자 세하가 이를 통역한다.


“그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진백.


엘프는 입매를 끌어올리며 두개골이 박힌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그 불경의 대가를 네게서 받아 가마.


“그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보도록.”


-건방진 놈.


엘프 부두술사는 두개골 지팡이를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두개골의 양 눈구멍에서 녹샌 연기가 흘러나왔다.


“물러나!”


유진백이 이를 보고 재빨리 물러나며 외쳤다.


이에 조규현과 세하, 그리고 신체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한 드워프들은 그 말에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른 인간들은 그러지 못했다.


“뭐, 뭐야?”


“아무렇지도 않은··· 어?”


“야, 너 왜 그··· 우웩.”


연기에 닿은 인간들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그들은 피를 토하면서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를 못하는 눈치였다.


“가, 가슴이 아파.”


“속이··· 메스꺼워······”


각자 가슴을 부여잡는 사람들.


조규환이 놀라 유진백을 바라봤지만, 유진백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다. 부두술에 당한 일반인은 치료 능력이 아니라면 방법이 없다.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가슴이 폭발했다. 붉은 피보라가 흩뿌려지고 가슴을 뚫고 나온 버섯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 저건 매번 봐도 적응이 안 되는구만.”


“끔찍하네.”


한편 놈의 부두술을 본 유진백은 빠르게 평가를 내렸다.


다행히 놈은 수준 높은 부두술사는 아니다. 고위 부두술사의 버섯 부두술은 희생자의 몸을 완전히 터트리는데, 앞의 부두술사는 고작 가슴을 터트리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정말 할만하다. 놈의 부두술을 파훼하는 건 세하도 충분히 해낼 테니까.


유진백은 놈에게 달려드는 한편 세하에게 외쳤다.


“녀석의 주문을 방해해!”


“어떻게?”


“녀석이 주문을 외울 때 말이 안 되는 단어를 끼워 넣어라! 녀석들의 주문은 언어에 의해서 완성된다.”


“그렇게 설명하면 어떻게 알아!”


“그냥 아무 말이나 해!”


다짜고짜 닥달하는 말에 세하는 짜증을 토해냈다. 대체 단어를 끼우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하지만 머리를 굴릴 새도 없이 엘프 부두술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지에 잠든 죽음의 씨앗아···


“세하!”


유진백의 고함에 세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엘프어를 토해냈다.


-어머니 나무시여···


“병신!”


-우리의 적들에게 저···


“머저리!”


-?


계속해서 말을 덧붙이는 세하로 인해 부두술사의 주문이 헝클어진다. 부두술사는 당황한 눈빛으로 세하를 바라봤다.


-엘프 어를 어떻게 아는 거지?


-몰라도 돼, 병신아!


-건방진 인간 계집이로군.


-칭찬 고마워.


천연덕스럽게 세하가 대답하자 부두술사의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년을 찢어주마!


화가 난 부두술사가 세하에게 달려든다. 사람으로 따지면 사무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현장직인 엘프 전사들 못지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엘프는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다. 유진백과 조규환이 필사적으로 이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아무리 엘프가 민첩하다고 해도 이 둘을 떼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이 더러운 오물들!


“다구리 맛이 어떠냐!”


부두술사가 분노에 찬 음성을 내뱉으니 조규환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엘프어는 모르지만 뭐라고 하는지는 이해했다. 최고의 찬사일 게 분명하다.


-키아아!


부두술사가 괴성을 지르며 발광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유진백의 검을 막으면 조규환의 검이 허벅지를 찔렀고.

조규환의 검을 막으면 유진백의 검이 허리를 베었다.

주문조차 외우지 못하고 양옆의 검격에 갇혀버렸다.


-아아! 아아아!


침입자를 감지하고 동굴로 자신만만하게 들어올 때는 몰랐다. 이렇게 짐승처럼 사냥당할 줄은. 그리고 그 자만의 대가는 컸다. 목숨이 위험해진 것이다.


-아아. 어머니 나무시여······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부두술사가 지팡이를 역수로 쥐었다. 뾰족한 끝이 자신의 심장을 향하도록.


“헛!”


이러한 행동을 본 적이 있는 조규환이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는 엘프가 반대쪽 손을 뻗어 막았다. 그리고 여전히 멀쩡한 지팡이를 쥔 손이 정확히 심장으로 찔러갔다.


조규환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그리고 그때.


서걱-!


유진백의 검이 날아와 지팡이를 쥔 손을 베어버렸다. 엘프의 지팡이는 매달린 손과 함께 멀리 튕겨져 나갔다.


“위험했군.”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행위. 이는 엘프 부두술사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실행하는 자폭 마법이다.


이 역겨운 마법이 만약 실행됐다면 자신들이 있는 이 동굴은 지독한 산성 물질로 범벅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끄아아. 역겨운 오물들이!


퍽-!


“입 다물어라.”


유진백은 욕만큼은 알아듣고 놈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놈의 얼굴을 덮고 있던 뼈 가면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훤히 드러나는 하얀 얼굴.


“얘도 진짜 이쁘게 생겼긴 하네.”


세하가 엘프의 얼굴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조규환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정말 이쁘지. 그리고 저 기막힌 얼굴에 속아서 죽은 놈들도 부지기수고.”


저 아름다운 얼굴에 속아 넘어간 놈들은 수없이 많이 봐왔다. 포로를 몰래 숨겨둔 녀석, 전투 도중 자비를 베풀던 녀석, 심지어는 엘프를 설득하던 녀석까지도.


그리고 그런 놈들의 말로는 매번 똑같았다. 심장이 털린 채로 야지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이다.


그러니.


엘프에게는 동정심을 가지면 안 된다.


서걱-!


엘프의 팔다리가 유진백의 검에 의해 잘려 나갔다. 이를 본 조규환이 눈을 돌렸다.


차라리 한칼에 죽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유진백의 저 잔인한 손속은 전쟁터에서 구른 조규환조차도 질리게 만들었다.


엘프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유진백은 이내 세하에게 통역을 지시했다.


“나머지 엘프들은 다 어디 갔지?”


-말하지 않겠다.


“인간들에게 납치된 드워프가 왜 너희들에게 있는 거지?”


-흥! 같은 인간들에게 물어봐라.


“마종(魔鐘)은 왜 노리는 거냐.”


-··· 마종에 대해선 어떻게 아는 거지?


“묻는 것에만 대답해라.”


-대답하지 않겠다.


입을 꾹 다무는 엘프 부두술사. 대답을 듣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유진백은 망설임 없이 놈의 목을 벴다.


데구르르.


엘프의 목을 벤 유진백은 이내 드워프 테트모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진백의 시선을 받은 테트모는 흠칫 몸을 떨었다.


“왜, 왜?”


“널 납치한 인간들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나도 몰라! 그땐 누가 덮치는 것도 모르고 기절해서······”


“쓸모가 없군.”


“윽······”


정보가 없다. 누가 왜, 어떻게 이 드워프들과 인간을 납치했는지.


“일단은 돌아가지.”


나오지 않는 답을 안고 앓을 필요는 없다.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다.


유진백 일행은 요새로 향했다.


**


“오, 테트모! 나의 작은 손, 작은 망치!”


“아버지!”


두 작은 부자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렸다.


한참을 서로 얼싸안고 난리를 치던 그들은 이내 유진백 일행에게 다가왔다.


“나, 테라칸이 너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너희들은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 감사, 잘 받겠다.”


드워프의 감사는 말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원한이든 은혜든 남겨두는 법이 없었으니까.


“네 아들은 엘프들의 마을에 잡혀있었더군.”


“뭐? 엘프?”


엘프란 말에 테트칸의 아비, 테라칸의 언성이 높아진다. 엘프와 앙숙인 드워프이기에 엘프들에게 잡혀간 드워프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빌어처먹을! 까딱하면 내 아들이 엘프 똥이 될 뻔했단 말야?”


“저기··· 엘프 똥이란 표현은 좀······”


테라칸의 단어 선정에 조규환이 표정을 찌푸린다.


“늦지 않아 천만다행이군! 내 이 망할 놈의 엘프들을 죄다 쳐 죽이든지 해야지.”


“그전에, 너희들 혹시 엘프 부족이 이 근방에 산다는 건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겠어? 알았으면 이 근방의 도끼잡이들을 죄다 불렀겠지. 엘프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만 해도 어제 저녁에 먹은 맥주가 거슬러 올라올 것 같은데 말이야.”


결국 이놈도 아는 게 없다는 소리다.


유진백은 주제를 바꿨다.


“드워프. 마종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그 빌어먹을 것은 왜?”


마종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오래전부터 그들의 역사에 등장한 물건이니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 얘기는 쉽다.


“알고 있는 모양이군. 마종을 울릴 망치를 만들어라.”


“뭐? 싫어!”


“내 요구는 정당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셈인가?”


“으··· 약속은 약속이지만··· 젠장! 그딴 불길한 물건을 왜 만들어 달란 거야? 설마 마종을 울린 생각은 아니겠지?”


“······”


“울릴 생각이군! 오, 화로의 신이시여. 이런 미친놈을 봤나! 너 그걸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


“잘 알지.”


“그런데도 그걸 울리겠다고? 제정신이냐?”


테라칸의 반응이 심상찮자, 세하가 끼어들었다.


“그 마종이란 게 뭔데?”


테라칸이 이건 또 뭐야라는 표정으로 세하를 바라봤다.


“너, 마종이 뭔지 모르냐?”


“어.”


“아니, 그런데도 이 망할 놈이랑 같이 다닌다는 거야? 이런 미친년놈들.”


세하가 유진백을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조규환도 궁금해하는 눈치다.


마종을 구한다는 소린 했지만, 정작 마종이 어떤 물건인지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유진백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마종이란 강력한 마족을 불러내는 마계의 아티팩트다. 마종에 의해 소환된 마족을 죽이면 전대미문의 강력한 보상을 얻을 수 있지.”


“그게 다야?”


너무나도 간단한 설명에 세하가 표정을 찡그린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테라칸이 끼어들었다.


“야! 앞뒤 다 잘라먹었잖아!”


“··· 그보다 중요한 내용이 있나?”


“있지, 이 빌어먹을 인간아! 망치가 필요하다는 소린 하면서, 제물이 필요하다는 소린 왜 빼먹어?”


제물이란 소리에 조규환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엘프의 마을에서 본 인신공양을 떠올린 탓이다.


“너희들 저 녀석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그 마종이란 물건. 절대 쉽게 볼 물건이 아냐. 마종이란 마물은 제물을 요구하는 놈이라고!”


“제물? 어떤 제물을 말하는 거야?”


세하의 물음에 테라칸이 불쑥 그녀의 앞에 섰다.


“뭐 하는 거야?”


세하를 노려보던 테라칸은 이내 조규환의 앞에 섰다. 그리고 뒤로 물러났다.


“마종의 사용자 혹은 너희들.”


“뭐, 뭐라는 거야? 우리?”


“그래. 마종이 요구하는 제물은 당사자가 될지 그 당사자의 주변 인물이 될지 아무도 몰라. 심하면 수백 명의 목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테라칸의 말에 조규환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작은 드워프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 그러면 그냥 마종을 버리면 되는 거 아냐? 제물을 안 바치면 되잖아.”


“그게 되면 내가 이 지랄발광을 안 하지!”


테라칸이 땅을 쿵쿵 울리며 소리쳤다.


“일단 한 번 울리면 마종은 멈출 수 없어! 제물이 준비됐든 안 됐든 강제로 공양되어 버린다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도! 그리고 그게 또 끝이 아니야! 마족은? 마족은 어떻게 할 건데?”


“마족은 내가 처리한다.”


한참을 듣고 있던 유진백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테라칸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마족이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너보다 훨씬 잘 알지.”


“아, 그러세요? 그래, 아이고 네 맘대로 해라. 너희들 인간들 따위 다 뒈지든 말든 나랑 아무 상관없으니까.”


테라칸은 손을 휘휘 저으며 물러났다. 그리곤 테트모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요새를 떠나는 듯하던 테라칸은 불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여기 인간들 다 뒈지면 맥주는 어디서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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