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쥬랄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에게 붙은 기생충들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쥬랄
작품등록일 :
2021.05.17 18:11
최근연재일 :
2021.06.09 22: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313
추천수 :
166
글자수 :
154,025

작성
21.06.09 22:05
조회
51
추천
5
글자
16쪽

24. 성진하의 재능

DUMMY

이제는 한계다.


끝없이 몰려오는 오크들과 늑대들은 내가 피할 곳마저 완전히 포위한 채 창을 겨누고 있었다.


“덤벼라. 덤벼! 겁먹었나, 이 뻐드렁니들아?”


-프헤헤헤.

-크헤헤.


사방을 포위하고 비웃는 오크들. 놈들은 창을 찌르는 척하며 날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앞으로 검을 겨누면 뒤에서 창을 찌르고, 그에 반응해 뒤로 돌면 앞에서 창이 날아오는 식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난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내가 딱히 튼튼해서가 아닌, 놈들이 날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얕은 상처만을 내고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피는 종아리를 타고 신발을 채우기 시작하고, 눈앞은 흐려져 몸이 휘청거린다.


‘여기까지구나.’


난 최후를 느꼈다. 오랜 전투 끝에 찾아온 비참한 최후를.


-케하하하!

-카! 빈 모크 다자크 차!


오크 놈들의 창이 허벅지를 쑤셨다. 처음에는 왼쪽, 두 번째는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머리통을 후려쳤다.


결국 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고 목을 내민 상태가 되었다.


빌어먹을 오크 놈들. 날 처형하고 싶은 건가?


무릎 꿇은 상태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더 이상은 버틸 힘도 없었기에 오크 놈들이 빠르게 죽여주길 바랐다.


-크아!

-로카르!


그때. 오크들의 진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대전사는 휘하 오크들을 쳐다봤지만,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했을 뿐이다.


결국 오크들은 자기네들끼리 치고 치여 진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놈들 간의 간격이 벌어졌고, 그 사이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진백 씨. 괜찮으신가요?”


“넌······”


성진하. 다른 구역의 오크들을 막던 성진하였다.


“네가 대체 왜······”


“읏차! 낙오되셨다는··· 소릴 듣고! 구하러 왔습니다.”


성진하는 덤벼드는 오크들을 처리하며 말했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해맑은 모습이다.


하지만.


“너······”


무어라 말을 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녀석의 옷은 전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오크의 피는 녹색. 오크의 피는 아니다. 그러니······


“눈을 감으세요. 눈 좀 부실 겁니다.”


성진하는 흔들리는 내 눈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그리고 합! 하고 짤막한 기합을 내뱉었다.


후우우웅!


눈을 감고, 거기다가 손바닥으로 덮기까지 했는데도 어마어마한 광량이 내 안구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쾌하다거나 괴롭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눈을 뜨세요.”


잠시 후 들려오는 성진하의 말에 난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바라본 세상은 너무나도 찬란했다.


그 많은 오크들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피들도, 악다구니 쓰던 함성도 없었다.


오직 밝게 웃는 성진하만 남아있었다. 난 멍하니 그 미소를 바라봤다.


**


성진하와 친분이란 게 생긴 것은 그 일 이후부터였다.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고, 누구와도 정을 쌓지 않았던 나는 너무나도 쉽게 그에게 홀려 그를 따라다녔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 단순히 날 구해줬기 때문에 그런 건가?


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각성자들이 대기하는 병영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은······

-쉿! 눈 마주치지 마. 위험한 사람이야.


나를 보고 수군대는 각성자들. 그래. 이거다. 내가 응당 받아야 할 시선과 두려움. 이게 내가 원하던 반응이다.


끼익.


“어? 왔어?”


하지만 성진하는 달랐다.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얼굴. 나에 대한 거리낌이나 두려움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왜 넌 날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성진하의 목으로 가져갔다. 이 목을 비트는 시늉을 한다면 이 녀석도 날 두려워하게 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푸핫! 뭐 하는 거야. 간지럽게. 할 일 없으면 정찰 나가는 것 좀 도와줘. 나 혼자 다 돌아보기엔 너무 넓거든.”


보통 사람이라면 기겁을 할 행동에도 성진하는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대체 뭐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몸은 성진하를 따라나섰다.


이후 난, 성진하에게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녀석과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서로 등을 맞대 적과 싸우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성진하의 최측근이 되어 있었다. 과거 목표로 했던 지위와는 아주 먼, 성진하를 도와주는 고작 보조자에 불과한 지위.


난 의문에 빠졌다. 이것이 정녕 내가 원하던 위치인가? 그토록 인내하며 보내온 세월의 결과가 겨우 이건가?


난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려 분노했다. 성진하를 찾아가 녀석의 목을 부러뜨리고 공포와 힘 그리고 잔인함으로 다시 재무장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결심은 성진하와 대면하는 순간, 물에 들어간 촛불처럼 팍하고 꺼져버렸다. 목을 꺾기 위해 내민 손은 녀석의 어깨를 치고 있었고, 녀석의 목숨을 끊기 위해 던진 비수는 등을 노리는 적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때가 돼서야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겠구나. 이 녀석을 미워할 수 없겠구나 라고······


**


우리들은 마침내 신을 마주했다. 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의미 없는 전쟁을 반복하게 만든 이를.


그는 자신의 신좌에 온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크게 웃었고, 우리는 원치 않는 무릎을 꿇었다.


성진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신에게 말했다. 왜 우리에게 이런 고통과 시련을 줬냐고. 꼭 이렇게 서로를 죽이게 만들어야만 했냐고.


그러자 신은 대답했다.


-그리하고 싶었노라.


그 간단한 대답에 난 나도 모르게 수긍해버렸다. 행동의 당위성. 신은 그 누구도 이해 못 할 행위에도 완벽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존재였다.


당연함 그 자체. 그게 바로 신이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진하는 그러함에도 혀를 씹어가며 필사적으로 부당함을 외쳤다. 신이 억지로 만들어낸 당위성의 흐름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하하하! 재밌는 인간이구나!


그러자 신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행동조차 나는 당연하다 여겼다.


-영겁과도 같은 삶에 이 정도 유희도 없다면 어찌 세상을 지탱하겠느냐? 너희들의 희생으로 수억 수조, 수해, 수경의 세상이 온전하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


감정 있는 신. 이 얼마나 두렵고 끔찍한 존재인가. 그의 변덕 하나에 온전한 세상 여럿이 한순간에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니. 그렇다면 창조된 모든 존재들은 공허하고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닌가.


-당신은 끔찍한 존재입니다! 당신에겐 세상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스스로 일어난 존재입니다!


신의 괴변을 당연하다 여기는 나와는 달리 성진하는 또다시 그것이 잘못됐다고 외쳤다. 그러자 신은 또 한 번 웃었다.


-푸하하! 세상을 수없이 멸망시켰지만, 너 같이 흥미로운 존재는 없었다. 너는 어찌하여 이제야 나타났느냐?


신은 호감 어린 눈으로 성진하를 바라봤다. 그는 손을 뻗어 성진하를 신좌로 끌어왔고, 성진하는 그의 존재에 짓눌려 피를 토했다.


-흐음··· 더 재밌는 일이 생각났도다.


신은 손을 휘저어 성진하를 내게 보냈다. 성진하는 무릎을 꿇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마.


신은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이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린 표정이었다.


그는 하늘에 지구의 풍경을 띄웠다.


-아직도 지구에는 생명이 많구나. 엘프, 드워프, 오크, 그리고 인간들까지··· 필멸자여. 이들을 구하고 싶으냐?


신의 물음에 성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은 빙긋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다, 좋아! 그렇다면 네게 제안하마. 네가 죽게 된다면 내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을 살려줄 것이다. 더 이상의 전쟁도 없을 것이다.


신은 그리 말하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내 손에 작은 비수 하나가 쥐어진다.


설마······


-하지만 선택권은 네게 없다.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살려달라 애원하든지, 죽여달라 애원하든지. 둘 중 하나이니라. 자, 어찌할 테냐?


잔인한 말이었다. 난 나 자신도 모르게 비수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성진하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둘 모두 이걸 바라왔잖아? 이 기회를 놓치지 마.


“이, 이건 너무 잔인한 요구다. 나, 난 못한다. 그럴 수 없다.”


-진백아. 넌 내 친구잖아.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해 봐. 아직도 고통받고 있어. 오직 너만이, 너만이 이 고통을 끝낼 수 있어. 진백아, 부탁이야.


“나, 난······”


난 나도 모르게 비수를 주웠다. 그리고 천천히 칼날을 성진하의 심장에 가져다 댔다.


“아, 아······”


살갗 바로 앞에서 비수를 멈추고 성진하의 얼굴을 바라봤다. 성진하의 눈은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한치의 두려움도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비수를 꽉 부여잡았다. 그러자 비수의 끝이 성진하의 피부를 살짝 찔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물방울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난 충격 받은 얼굴로 성진하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의 눈에는 작은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하지만 성진하는 고개를 흔들어 그 눈물을 떨쳐냈고, 이내 담담하게 다시 내게 종용했다.


하지만 이젠 난 알게 됐다. 성진하조차도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


-흐흐······


신의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진다. 눈은 반달로 휘어지고 얼굴에는 추악한 주름이 가득 잡힌다.


가르젤비우스는 이번에야말로 확신했다. 저 미천한 인간이 포기할 것이라고.


일그러지고 붕괴되고 있는 유진백의 심연이 그것을 증명했다. 심지어 성진하가 눈물을 글썽일 때는 거의 자아가 붕괴되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번에야말로 승리. 가르젤비우스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푹!


비수가 심장을 파고들기 전까지는.


-아니!


가르젤비우스가 신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유진백을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갑자기 왜 마음이 안정된 거지?


가르젤비우스의 심연을 보는 눈이 유진백에게 향하자 유진백의 생각이 전해져 왔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리해주마. 그게 설령 내 영혼이 찢기는 고통을 가져온다 해도.’


-키야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아아아아!


유진백의 생각을 엿본 가르젤비우스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는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굴렸고, 자식 잃은 부모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한참을 그렇게 추하게 날뛰던 그는 이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아직이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 난 인정할 수 없다!


가르젤비우스는 거의 미치기 직전의 심정으로 팔을 휘저었다.


[가르젤비우스가 꿈을 재생성한다.]


**


-하지만 선택권은 네게 없다.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살려달라 애원하든지, 죽여달라 애원하든지. 둘 중 하나이니라. 자, 어찌할 테냐?


성진하가 유진백을 바라봤다.


“진백아. 나, 난 도저히 못 하겠어. 나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진백아. 내가 왜 죽어야 해? 이쯤 하면 나도 할 만큼 했잖아. 진백아. 그냥 돌아가자. 사람들도 이건 이해해 줄 거야.”


울음을 터트리는 성진하.


유진백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흐느끼는 성진하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흐··· 이번에야말로 내 승리로다.


가르젤비우스는 그 모습을 보며 승리를 자신했다. 저 버러지 같은 인간은 이번에야말로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푹!


-어?


가르젤비우스가 황망한 음성을 내뱉었다. 대체 왜? 이번에는 왜? 도대체 왜?


가르젤비우스는 황급히 유진백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대체 이번에는 무슨 생각으로 찌른 것인가!


그러자 유진백의 생각이 전해져 왔다.


‘난 누구보다 널 잘 안다, 진하야. 지금이야 이렇게 애원하지만, 이 순간을 벗어나게 되면 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자책하고,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네 영혼을 찢어발기고 죽음을 그리워하게 만들 것이다. 성진하··· 난 그걸 평생 볼 자신이 없다. 네가 괴로워하는 것을 볼 자신이 없어. 그러니, 내가 너 대신 올바른 선택을 해 주마.’


이런 미친 새끼가!


가르젤비우스는 분노했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녀석을 봤나! 어찌 친구의 목숨을 스스로 판단한단 말인가! 영혼을 채우고 있던 소중한 존재를 어찌!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가르젤기우스는 이제 광인이 춤을 추듯 허공에 손을 내젓기 시작했다.


성진하가 유진백에게 분노를 토해내게 하고.

이성적으로 설득하게 하기도 하고.

반쯤 미치광이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 무엇도 유진백의 선택을 바꿀 순 없었다.


언제나 유진백의 선택은 단 하나. 성진하의 죽음.


가르젤비우스는 정신 나간 아이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떼를 썼다.


-아아아악! 싫어! 싫어! 이건 싫어! 이건 인정 못 해! 안 해! 저건 잘못됐어! 저건 사람이 아니라고!


듣기 싫은 떼쓰는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젠장! 좋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찮은 인간이여!


화가 난 가르젤비우스는 이제 유진백의 심연이 완전히 붕괴 될 때까지 계속해서 꿈을 되돌릴 생각이었다. 패배를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르젤비우스여.]


세계를 관통하는 음성에 가르젤비우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다.


-어, 어둠의 존재시여!


[추하구나.]


-아,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제 시작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존재시여!


가르젤비우스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애원했다. 하지만 냉담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넌 패배했다, 가르젤비우스. 이 이상 추태를 봐줄 수가 없구나.]


-조, 존재시여! 제, 제발 전 아직-


[사라져라.]


-어? 아, 안 돼! 난 아직인데에에에······


가르젤비우스의 몸이 물을 만난 소금처럼 흩어졌다. 발끝에서부터 무릎까지, 무릎에서부터 목까지.


그렇게 가르젤비우스는 끝내 머리조차 소멸되고 말았다.


쨍그랑!


동시에 꿈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


[네가 승자다. 어떤 제물을 바치겠느냐?]


“저희를 공격한 요새의 병사들과 이를 방관한 주민들, 그리고 엘프들을 바치겠습니다.”


[흐음··· 다소 제물의 수가 초과되는군. 하지만 좋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를 봤으니까. 네 제물은 흔쾌히 받도록 하마.]


세상이 뒤집힌다. 하늘과 땅이 수차례 위아래로 서로 위치를 바꿔댔고, 그럴 때마다 유진백은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


유진백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어안이 벙벙해져 쳐다보는 군중들이 보인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사라졌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나타나네.”


“뭐가 일어나긴 한 건가?”


유진백은 천천히 병사들과 엘프들의 상태를 살폈다. 엘프들은 유진백이 나타났을 때 흠칫했지만, 자신들의 제사장도 이내 모습을 드러내자 다소 안심한 눈치였다.


제사장에게 이변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아아아아!


제사장이 자신의 가면을 뜯어내다시피하여 벗겨냈다. 벗겨진 가면 아래에는 희고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아아아아!


제사장은 말을 잃어버린 듯 비명만 내질렀다. 옆에서 엘프들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그녀는 그저 비명만 내질렀을 뿐이다.


엘프들과 서지승의 표정이 굳어졌다.


뚝뚝.


급기야 엘프 제사장은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진득한 피가 그녀의 볼을 타고 바닥에 뚝뚝 흘렀으며 그 피들은 고이고 고여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아아아!


괴이쩍기 그지없는 상황. 하지만 끔찍한 모습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 어? 내, 내 다리가?”

-퀘이타? 스시모 타스카?

“이, 이게 뭐야! 밑에서 뭔가가!”

-시이이! 바바야! 시, 시스쿠라!


엘프와 인간들이 디딘 발아래에 피로 이루어진 늪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늪에서는 수백 개의 손이 튀어나와 웅덩이를 밟고 있는 자들의 다리를 붙잡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하던 그 손들은 이윽고 점점 빠른 속도로 그들을 늪으로 이끌었다.


“저들이 제물이로군······”


상황을 눈치챈 모우릿산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웅에게 붙은 기생충들이 너무 많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병원 입원으로 인한 휴재 공지 +3 21.06.10 60 0 -
» 24. 성진하의 재능 +1 21.06.09 52 5 16쪽
24 23. 성진하의 재능 21.06.08 63 4 14쪽
23 22. 성진하의 재능 21.06.07 65 4 12쪽
22 21. 성진하의 재능 +1 21.06.06 67 2 16쪽
21 20. 성진하의 재능 21.06.06 77 3 13쪽
20 19. 성진하의 재능 21.06.04 86 4 12쪽
19 18. 성진하의 재능 21.06.03 89 3 14쪽
18 17. 성진하의 재능 +2 21.06.02 98 3 12쪽
17 16. 성진하의 재능 21.06.01 93 5 16쪽
16 15. 성진하의 재능 +1 21.05.31 90 6 15쪽
15 14. 성진하의 재능 21.05.30 94 7 14쪽
14 13. 아이들의 파도 +2 21.05.29 92 6 13쪽
13 12. 아이들의 파도 +2 21.05.28 96 6 15쪽
12 11. 아이들의 파도 21.05.27 102 6 14쪽
11 10. 아이들의 파도 21.05.26 112 6 14쪽
10 9. 아이들의 파도 21.05.25 121 5 14쪽
9 8. 동료를 찾아서 21.05.24 131 4 13쪽
8 7. 동료를 찾아서 21.05.23 143 4 13쪽
7 6. 동료를 찾아서 +2 21.05.22 165 9 13쪽
6 5. 박멸의 시작 +1 21.05.21 164 8 14쪽
5 4. 박멸의 시작 +1 21.05.20 180 7 17쪽
4 3. 박멸의 시작 +2 21.05.19 189 8 17쪽
3 2. 박멸의 시작 +1 21.05.18 225 9 12쪽
2 1. 박멸의 시작 +2 21.05.17 339 16 15쪽
1 프롤로그 +1 21.05.17 381 2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