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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의 영웅 방송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배드애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3.17 17:57
최근연재일 :
2023.04.20 21:5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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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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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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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방송, 새로운 임무 (3)

DUMMY

“코 앞인데 뭔 차를 태워준다는 거야, 요 미꾸라지야.”

“···용이라고 불러. 제피로스나.”


임예진이 씩 웃고는 천용의 옆구리를 툭 쳤다. 천용이 볼을 긁적였다. 사실 천용은 미꾸라지라는 표현이 그렇게 싫지 않다. 그건 오직 자신만을 부르는 특별한 애칭인 거니까.


다만 남들이 듣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잘가~”


여명의 리무진에서 내린 후, 임예진은 협회로 들어갔다. 들어가려던 때, 천용이 무언가를 쏘아올려서 잠깐 멈춰섰다.


팡파파팡——!


머리 위에서 터지는 폭죽.

쏟아지는 종이 꽃술에 임예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생일 축하해. 예진아.”

“···아. 벌써 나 생일이야? 시간 진짜 빠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용이 곱게 포장된 황금색 상자를 건네고는 후다닥 멀어졌다. “선물은 나 없을 때 열어!” 곧장 출발하는 차. 천용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얼핏 본 하얀 뺨이 불그스름해던 탓에, 임예진은 그만 벙쪄버리고 말았다.


‘뭐야. 수줍음이 저리 많아서는.’


그래도 이렇게까지 신경써주는 건 참으로 고맙다.


“여어~”


기숙사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누군가 툭 등을 치며 다가온 것은.

코를 아련하게 스치는 은은한 흙냄새 덕분에, 서혜수라는 건 금방 알아챘다. 대지술사.


“오늘 생일인 모양이지?”


임예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네 앞으로 택배 왔더라.”

“아~.”


‘또 보내주셨구나.’


임예진은 협회에서 자라며 여러 영웅들의 보호 아래서 컸다. 하여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다. 십 수 년간 꾸준히, 생일마다 특별한 선물을 주는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을.


“너는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지 아마?”

“예, 뭐.”


임예진이 멋쩍게 웃었다.

웃으면서 머리에 줄줄 매달린 종이를 떼어냈다.


“참, 그것보다 걔 못봤냐? 김서원.”

“아까 카페에 있던데요.”

“카페? 이게 진짜 돌아버린 건가. 테스트 할 게 있는데···”


'테스트라니.'


그게 뭐냐 묻기도 전에, 서혜수가 빠르게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따라갈까 싶다가 그냥 방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확인할 게 있었다.


‘이번에는 뭐가 왔을까.’


생일이라고 대단히 심장이 빨리 뛰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발이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방 앞에 어김없이 그 상자가 보였다. 가을 낙엽처럼 알록달록한 색으로 포장된 네모난 선물 상자.


스륵.


곧바로 상자를 까자 지웰 사 초콜렛이 나온다.

선물과 늘 첨부되는 초콜렛이었다.


불현듯 천용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사실 그거 내 거 아니거든. 법사가 예전에 줬는데 깜빡 잊고 있었어. 아! 초, 초콜렛을 나눌 정도로 친해진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받았어.’

‘난 또 뭐라고.’

‘응?’

‘좀 눅눅하긴 했는데 맛있었어. 걔 거라고 뭐 다른감.’

‘···그렇긴 하지.’


임예진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더 생각하다가는 그 말랑말랑한 얼굴까지 떠올라버린다···.


그나저나.


“오늘은 웬일로 편지가 있네.”


옅은 기대감을 느끼며 편지봉투를 북 뜯었다.


——예진이에게——


또 한 번의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 어느덧 성년이 코 앞으로 다가왔네. 처음 편지를 썼을 땐 코찔찔이 조카를 챙겨주는 기분이었는데···(중략)

···그러니까 언제나처럼, 전리품의 일부를 네 아버지, 임지후의 대리인으로서 줄 게.


———대리인 K


대신할 대(代). 아버지 부(父). 대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꾸준하게 등장한 편지의 주인이었다.


말투는 대체로 딱딱해서 언뜻 투덜거리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러나 십 수 년간 꾸준히 왔다. 그리하여 임예진으로서는 무뚝뚝함에서조차, 그저 넘치는 애정의 편린을 느낄 뿐이다.


대리인 K.


글자를 아련하게 쓰다듬다가 문득 마지막 문장에 시선이 닿았다. 도저히 눈을 땔 수 없는 문구가 거기 적혀 있었다.


——예진이에게——


앞으로는 전과 같은 수준의 전리품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편지도 그렇고···(중략)

···그러니까 여태껏 받은 전리품 분배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거나—혹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원한다면— 아래의 번호로 문자바란다.


———대리인 K


임예진은 눈을 부릅뜨고 맨 끝에 적힌 일련의 숫자를 바라봤다.


“공일이삼삼구···”



***



사흘 뒤 나는 협회에 위치한 얇은 문을 통해 탑으로 들어왔다.

이 문은 신비한 힘을 품고 있어서, 늘 사용자를 마지막에 있던 장소로 이전시킨다. 그리하여 이전된 곳은 에리두가 되었다.


다만 며칠만에 에리두의 풍광은 많이도 달라졌다.


곳곳에 불화살과 포탄의 흔적, 그리고 이를 정면으로 맞은 사람들의 주검이 보이게 된 것이다. 오크, 드워프, 수인족. 그 중에 인간이 제일 많다.


[금일 영웅 후보생들은 탑의 입장이 제한된다.]


그저께 손백호가 말했다.


[에리두가 마적들에게 공격받고 있다. 거의 오백에 달하는 숫자야. 지금 협회 인원들이 방어하고 있으니 제한은 금방 풀릴 거다. 공성전이 끝나면 너희는 입장과 동시에 곧장 올라갈 수 있도록 채비를···]


뭐 그런 말이었지.


“파파라치의 우려가 현실이 됐네.”


탑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협회와 영웅 후보생들은 거기에 휘말려버렸고.


조금 놀라웠다.


전쟁. 나 역시, 내심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게 탑 내부에 지구인들에 대한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 않은가.


이계 용병 연합.


우리는 이 세계에서 탑의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마수를 사냥하는 등의—대가를 받는 용병 무리로 알려져 있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


당연하지만, 협회를 포함해 많은 길드가 넘어왔으므로 꽤 큰 세력이다.


에리두에 하루 이틀 거점을 잡은 게 아니다. 그러니 마적떼는 여기가 이계 용병의 거점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침략은 단순한 공격 이외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마적떼를 움직이는 누군가의 의도를···.


슬쩍 기록을 남겨봤다.


[마적떼는 엔키두가 움직이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엔키두는 이계 용병들에게 누구의 편에도 서지 말으라 윽박을 지르는 게 아닐까.]


···금방 지웠다.

이는 추측에 불과하며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만 하나는 정확하게 알았다. 마적떼의 저력.


——끼랴라랏!


어제 영상기록보주를 통해 에리두의 침략 장면을 봤다.

허공에 난 실금에서 졸졸 떨어지고 있던 ‘신의 물’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적의 습격을 알렸더랬다.


——으아아악!


주민들과 뒷골목 양아치들이 구불구불한 길을 나와 어디론가 도망치는가하면, 끝이 마법사의 모자처럼 뾰쪽 솟은 집이 적의 포탄에 폭삭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사방이 피로 뒤덮히고, 성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달려든 건 우루크의 검병을 든 마적떼였다. 군마에 올라탄 형형한 눈빛의 사내들.


비단 얼굴이나 체격이 멀끔한 것 뿐 아니라 착용한 무기나 장비가 뛰어났다.

하나 같이 두툼한 철갑옷을 걸쳤고, 날이 번뜩이는 장창과 검, 가시 철퇴를 들고 있었다. 막아서는 이들은 순식간에 피곤죽이 되었다.


누군가 비명처럼 외쳤던 것도 기억난다.


——우와아악! 거, 검은표범 아야 오웨그다!

——제기랄, 아야 오웨그가 왜 마적 노릇을 하고 있는 거야?!


검은표범 아야 오웨그.

검은 전투화장이 인상적인 그는, 우루크의 천인대의 엘리트 병사 중에 한 명이다···.


“이 마적들이 누구 부하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때, 생각을 끊어내며 손백호가 다가왔다. 나무 모퉁이 방향이었다.


“···부하?”

“이건 마적떼가 아니라 차라리 우루크 정예병이라고 보는 게 옳지 않나. 그러니 우리 이계 용병들과 척을 지는 게 폭군의 뜻인가, 아닌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거다.”


아, 그러고보면 저번에 나한테 뭔가 부탁할 게 있다고 했는데···.


“설마 폭군에게 가서 직접 물어봐달라. 그게 네 부탁은 아니겠지?”


손백호가 눈을 움찔 떨며 대답했다.


“···그게 맞다.”

“왜 협회 인력이 가지 않고 나한테?”

“일전, 네가 찾던 아하바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봤다. 우루크의 옛 재상이더군. 그가 늘 목각인형을 가지고 다녔는데···”


[주머니]에서 꺼내들자 손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목각인형, 아마도 네 아버지께 받은 물건이겠지. 협회 정보로는 재상이 ‘부적’처럼 사용했다더군. 그 아이템의 효과는···”


효과는 나도 짐작하고 있다.


[왕은 재상 할아버지를 아끼는 것 같다.]


폭군이 광증을 앓고 있는 건 유명한 얘기다.


폭군은 아하바 할아버지를 아꼈고, 아하바 할아버지는 목각인형을 부적처럼 소중히 여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건 아마 폭군의 공격 같은 걸 막아주는 효능이 있겠지.


"···폭군의 광증이 도질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부적이다."


역시.


"왜 옛 재상이 죽고 네 아버지가 그걸 얻게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걸 갖고 있다면 폭군을 만나도 죽지 않을 거다."

"협회 인력을 보내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으니, 내가 대신 가라?"


나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하지만 이거, 소모품일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더구나 탈각자 길가메시에게 가라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걸으란 말인데··· 맨입으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느낌이 왔다. 이건 중요한 일이라고.


탈각.


각성을 아득히 넘어선 일부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요, 종의 한계에 도달해 다른 무언가로 거듭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 무력 수준을 영웅 등급으로 따지자면 2-3급 정도.


“보상을 주지, 원한다면.”


···크게 배팅을 걸어볼까?


프로듀스 히어로 1차 투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내 순위는 낮다. 내 최초 목표가 무엇이었던가? 시련의 법보였다. 그걸 이번 기회에 얻을 수만 있다면—


“시련의 법보는 절대 안 된다.”


···얘기하기도 전에 아주 단호한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다면야.”


나 역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절대 안 되겠는 걸. 부적이 있다해도, 폭군 정도 되는 강자를 만나면 어떤 위험을 겪게될지 모르는데 그만한 보상도 안 주고 가라 마라 하다니··· 더구나 어제 에리두를 공격한 이들을 봤어. 평범한 마적떼 따위가 아니었지. 무려 우루크 정예병 아야 오웨그가 함께 있었다고. 말인즉 그건 마적떼가 아닌 우루크 정예병일 확률이 무척 높다는 건데. 이런 시점에 우루크로 향한다? 위험할 게 뻔하잖아. 전쟁이 폭군의 뜻으로 일어난 거라면 도중에 우루크 정예병들을 마주할 수도 있고."


이렇게 혓바닥을 길게 놀리는 건 오랜만이다.

그 정도로 나는 필사적이었다.


“그런데 시련의 법보 하나를 못 준다고?"


손백호의 눈이 찰나, 잘게 흔들리는 걸 봤다. 넘어올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늘 말하지만 내 목표는 탑을 오른 다음 악마를 사냥하는 거야. 그런 나를 지원한다고 협회가 손해볼 게 있을까?”


없다. 절대로 없다.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지금 나는 ‘영웅 후보생’으로서 여기 있다고.


그러자 잠시 후,


“···규정상 절대 안 되는 거지만, 방법이 있기는 하지.”


좋아.


“네가 시련의 법보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가져왔을 때, 내가 바꿔주도록하겠다.”

“아하. 요컨데 네가 프로듀스 히어로 보상으로 시련의 법보를 고르고, 그에 상응하는 내 물건과 교환··· 뭐 그런 말이지?”

“맞다. 꼭 내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도 좋다. 협회 주요 인력, 후보생에게 쓸만한 물건이면 바꿔주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 걸.”


새삼 느끼는데 프로듀스 히어로, 하길 아주 잘 했다.

내게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했다.

날 위해 보상과 의뢰를 주고, 스카웃을 하고, 공짜로 장비를 맞춰준다며 명함을 건네고··· 빌런 따위보다 영웅이 아득하게 좋다. 영웅 최고다.


“그럼 수락하는 건가?”


나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나 삼장법사. 지구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겠어.”


손백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부탁하지. 아, 그리고 우루크에서 일을 마친 후 2층, 3층, 4층을 빠르게 돌파해 6층까지 올라오도록. 위험한 일이니 동행자도 붙여주겠다. 마침 저기 오는군.”


그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곧 내게도 그 얼굴들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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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시련의 탑 (2) +1 23.04.07 225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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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당신의 영웅에게 투표하세요! —테디베어— (2) +1 23.04.04 230 16 15쪽
17 당신의 영웅에게 투표하세요! —테디베어— (1) +2 23.04.02 248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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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경매장에서 (4) +2 23.03.31 254 18 12쪽
14 경매장에서 (3) +1 23.03.30 270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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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경매장에서 (1) +1 23.03.28 275 1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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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웅 협회 (2) 23.03.25 298 1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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