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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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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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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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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736

작성
24.05.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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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1쪽

9화. 알력 다툼 (4) 

DUMMY

시골 중학교 체육 시간의 축구 경기는 한 마디로 ‘공격수 놀이’였다. 공격수만 즐거운 그런 축구였다. 무풍 초등학교 출신 애들은 전부 수비수를 맡았다. 그리고 그 수비는 활짝 열린 문이었다. 


“야, 무풍 수비들 완전히 못해. 완전, 개 허접들이야. 다 제치고 슛 때려!”


주호남의 화려하지 않은 어설픈 개인기에 우리 팀 수비수들은 모두 헛발질을 했다. 아마도 자동문은 이런 축구 시합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공을 뺏지 말고, 앞에 서 있기만 해··· 서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상대 팀 선수를 쫓아가야지···.”


축구 시합이 답답했지만 내가 거의 모든 상대 팀의 공격 길목을 막았다. 아무리 동초 애들이 축구를 잘한다고 해도 무풍초 애들과 비교하면 잘한 것이었고. 그런 애들의 드리블을 막는 것은 내게 ‘누워서 떡 먹기’였다. 


“뭐야? 골키퍼야? 수비수야? 골키퍼가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거야?”


흐흐흐. 전생에 축구 좀 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그리고 군대에서도 축구를 했다. 심지어 축구 영화 제작팀에 조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축구 영화를 찍을 때, 직접 선수들과 축구도 해보고··· 전술 관련해 공부도 했었지.’


이 시기 동네 축구를 하는 애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미래의 축구 전술도 알고 있다. 


앞으로 골키퍼가 골대 앞에서 골만 막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수비와 공격 역할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대표적으로 ‘스위퍼 키퍼’는 수비 범위가 넓어져 또 한 명의 필드 플레이가 된다. 이런 골키퍼는 우리 팀 필드 플레이어를 상대 팀보다 한 명 더 만들어 수적 우위를 점하게 한다. 


이를 알고 있는 나는 골키퍼를 맡으면서 최종 수비수 역할도 겸했다. 상대 팀 선수의 패스가 길면, 나는 골키퍼 페널티 라인을 넘어서 공을 뺏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상대방 진영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우리 편에게 롱패스했다. 


뻥. 

뻥. 

뻥. 


이런 내 활약으로 우리 팀이 3대 0으로 축구 시합에서 이겼다. 

뻥 축구의 승리였다. 잉글랜드 만세다! 


하지만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교실로 들어가는 무풍초등학교 출신 친구들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경기 내내 수비를 못한다고 동초등학교 출신 애들한테 욕을 먹어야 했으니까. 


*** 


“그럼, 다들 조심히 집에 들어가고···.”


종례 후.

1학년 1반 담임 김상주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자, 친구들이 후다닥 가방을 챙겼다. 나는 느긋하게 가방을 챙기려는데.


“정욱아!”


누가 내 이름을 불러 뒤돌아봤더니. 염동수가 교실 뒷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화가 난 듯,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 잠시만 기다려 줘.”


이윽고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니. 염동수가 내게 물었다. 


“정욱아, 오늘 너희 반도 체육 시간에 축구 했지?”

“응. 했지.

“아, 동초 애들이 무풍초 애들 수비만 시키면서 축구 못한다고 얼마나 욕하던지, 참을 수가 없더라. 너희 반은 어땠어?”


어떻긴, 똑같았지. 

솔직히 무풍초 출신 친구들이 축구 못하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초등학교 때 축구 자체를 많이 해 보지 않았으니. 


‘우리도 너희 반이랑 똑같았지···.’


아니다. 이렇게 대답했다가는 또 동초 친구들과 싸우자고 말할 수도 있다. 염동수는 당장이라도 동초등학교 3인방과 붙을 기세였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말을 순화해서 대답했다. 


“우리 반은 다들 재밌게 찼어. 내가 골키퍼를 해서 다 막았어. 하하하.”

“뭐? 네가 골키퍼를 했어? 동초 새끼들 안 되겠네. 우리 무풍초 출신 중에서 너만큼 축구 하는 애도 없는데. 골키퍼를 세웠어. 아 이런 X발 놈들···.”

“아니, 그게 아니고···.”

“됐고. 조만간 날 한 번 더 잡자. 제대로 이소룡 뺨 싸대기를 또 보여줘야 동초 새끼들이 정신 차리지. 아비오~”


동수야,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또 무슨 날을 잡아?

그리고 어제는 ‘아비오~’라고 말할 때 정색하다니. 오늘은 이소룡 기합을 흉내까지 내네. 혹시 어제 농담한 건데. 집에 가서 이소룡 기합 연습한 건가. 


“야, 축구 시합 가지고 그러면 안 되지···.”

“이러다가 나도 골키퍼 하게 생겼어.”


그래. 맞다. 축구 시합! 

싸움보다 차라리 축구 시합으로 이 알력 다툼을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운동만큼, 남자들을 결속시키는 것도 없지. 그렇고 말고···.


“동수야, 그래 날 한번 잡자.”


염동수가 의아한 표정을 나를 쳐다봤다. 


“네가 무슨 일이냐? 싸우지 말자고 했으면서···.”

“그래, 싸우지는 말자. 차라리 동초랑 축구 시합을 하자.”

“뭐? 축구 시합?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우리 무풍 애들이 다 개, 개발인데, 당연히 축구 경기를 하면 우리가 지지. 차라리 야구 시합을 하면 모를까?”


염동수도 알고 있었다. 무풍초등학교 애들이 축구를 못 하는 것을··· 아니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축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 


“아니야. 우리 애들이 축구를 제대로 안 해봐서 못 한 거지. 알려주면 잘할 거야.”

“그, 그런가? 그래도 너랑 기우, 나 이외에 축구공도 제대로 못 찰 텐데.”


걱정하지 말아라! 미래 축구 전술과 전생에 20년간 축구 경력을 가진 내가 있으니.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애들을 잘 가르칠 테니까.”

“네가?”


염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유치원 때부터 늘 함께 다녔는데, 내가 축구에 대해 잘 안다고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 형 핑계를 댔다. 


“내가 작년 겨울 방학 때 사촌 형한테 축구를 배웠어. 너도 알지? 정호 형이 축구 좀 하잖아. 내가 축구 기술을 배웠으니까, 그걸 무풍 애들한테 전수하면 동초랑 비벼볼 만할 거야.”  

“음··· 솔직히 동초 애들이 축구를 좀 하는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벌써 쫄리면 안 되지. 나만 믿어!”


***


동초등학교 출신 3인방은 내가 제안한 축구 시합에 흔쾌히 응했다. 비웃음과 함께. 


“뭐? 축구 시합하자고? 푸하하. 우리는 좋지···. 나중에 딴말하지 말아라.”


그리고 나는 확답을 받아야만 했다. 


“축구 시합에서 우리 무풍초가 이기면, 앞으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기로 하자. 무풍초 애들도 건들지 말고. 축구 경기를 할 때 무풍초 애들만 수비 시키지 말고. 만약 이를 어기면······.” 


남초등학교 출신 애들도 이번 축구 시합에 끼어달라고 했다.


“야, 우리 남초등학교도 끼워줘.”


또 동초는 축구 시합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내기를 하자고 했다. 축구 시합 내기는 흔히 있는 일이라서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이왕 축구 시합하는 김에 내기도 하자. 1인당 500원 빵 어때? 우승팀이 모두 가지고 가는 걸로···.”


이번 축구 시합 내기는 한 사람당 500원이 걸렸다. 10대 10으로 경기할 예정이니, 각 팀당 5,000원. 최종 우승팀은 무려 1만 원을 가져가게 된다. 


1학년 축구 시합 소식을 들은 무풍초등학교 출신 남학생들은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라고? 500원 빵 축구 시합을 한다고? 정욱아, 우리 초등학교 출신 절반이 개발이야.”


절반이 아니라 대다수가 개발인데. 


“동초 애들 축구 엄청나게 잘하는데··· 500원만 날리게 생겼네.”

“이거 꼭, 우리가 해야 해? 분교 출신 애들이 무풍초에 오더라도 힘들어.”


축구 시합에 무풍초등학교 출신 친구들이 모두 회의적이었지만, 나는 동초를 축구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니.


“애들아, 걱정하지 마. 우린 할 수 있어. 우리가 축구를 몰라서 못 한 거지. 알면 동초 애들을 10대 0으로도 이길 수 있어. 주말에 내가 축구에 대해 알려줄게.”


축구 기본기만 잘 배우면 승산이 있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주말을 이용해 무풍초 친구들의 축구 실력을 향상할 수 있으리라. 


***


그렇게 토요일 오후.

중학교 오전 수업을 끝내고 무풍초등학교 운동장에 남학생 11명이 모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 앞에서 축구의 기본기 시범을 보였다. 


“애들아, 이건 인사이드 킥이야. 이것만 잘하면 패스와 슛도 다 잘할 수 있어. 이렇게 하는 거야. 잘 봐··· 이리 나와서 한명씩 나한테 차봐.”


친구들이 인사이드 킥으로 찬 축구공은 모두 나를 지나쳤다. 그나마 2~3명만 내 발밑에 패스했다.


괜히 축구 시합을 하자고 한 걸까?


“애들아, 왼발 디딤발이 중요해. 공을 찰 때 디딤발인 왼발이 축구공 앞이나 뒤에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딱 주먹 두 개 들어갈 정도의 거리에 두고 인사이드로 차야 해···.”


디딤발을 제대로 해서인지. 축구공을 차는 임팩트는 달랐지만, 대다수 애들이 내 앞으로 축구공을 보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어때 이제는 축구가 쉽지?”


축구 연습 이외에 전술 훈련도 했다. 


“애들아, 축구공을 앞으로만 뻥 차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패스해서 상대편 골대 앞까지 가져가야 해. 이걸 빌드업이라고 하는데. 수비수부터 미들, 공격수까지 상대편 선수를 피해 공을 패스하면서 반대편 골대 앞까지 가는 거야.”


한 시간 만에 인사이드 킥을 제대로 차게 되면서 친구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마치, 꿈을 적는 난에 ‘축구 선수’라고 적을 분위기였다. 


“자, 윙백이 미드필더에게 보낼 수 있고, 윙에게 패스할 수도 있어. 그리고 선수 간 간격을 유지해야 해. 다이아몬드 모양 알지. 공격이나 수비 할 때 우리 팀 선수끼리 다이아몬드 대형을 유지하면서 움직여.”


***


그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 다들 나보다 일찍 와서 축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뭔가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래, 내가 틀리지 않았어. 하면 되는 거야!’


축구 연습을 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에서 자신만만한 무풍초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욱이가 말한 것처럼 차니까, 우리도 되는데. 이번 축구 시합해 볼 만하겠는데.”

“야, 나 혹시 축구 천재가 아닐까? 내가 찬 공이 다 골대 안으로 들어가.”

“내가 찬 공 봤어? 저기까지 날아간다. 나 이러다가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되는 거 아니야···.”

“하하하. 잘 봐. 나는 골대도 맞출 수 있어. 더 연습해서 독수리 슛도 할 거야.”

“난 돌발이 슛할 거야.”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나,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지만, 축구 시합이 기대됐다. 친구들의 공을 차는 실력이 어제보다 오늘이 더 월등하게 늘어난 것은 확실했으니까.


‘어릴수록 빨리 배운다더니. 애들이 가르쳐 준 내용을 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네.’


친구들이 열심히 패스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벤치에 앉아 구경하고 있을 때. 염동수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정욱아, 나 꿈이 생겼어.”

“야 너도?”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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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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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축구 시합 (1) +2 24.05.17 3,370 65 16쪽
» 9화. 알력 다툼 (4)  +5 24.05.16 3,640 71 11쪽
8 8화. 알력 다툼(3) +3 24.05.15 3,849 75 12쪽
7 7화. 알력 다툼 (2) +10 24.05.14 4,130 81 11쪽
6 6화. 알력 다툼 (1)  +4 24.05.13 4,577 91 13쪽
5 5화. 찬란했던, 그 시절로 돌아오다 +3 24.05.11 5,227 104 15쪽
4 4화. 그날이, 다시 오면 +7 24.05.10 5,197 110 16쪽
3 3화. 40년 만에 돌아온 고향 +1 24.05.09 5,342 112 13쪽
2 2화. 그날 이후 40년이 지나 +3 24.05.09 5,769 107 15쪽
1 1화. 그날의 아침에 생긴 일 +10 24.05.08 6,935 10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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