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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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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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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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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736

작성
24.05.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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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글자
13쪽

6화. 알력 다툼 (1) 

DUMMY

중학교 입학 첫날, 설지수는 자기 자리에 앉으면서 깜짝 놀랐다. 잡티 없는 하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남자애와 짝꿍이 됐으니. 


‘무슨 남자애가 나보다 피부가 더 하얗지?’


설지수의 짝꿍은 무풍초등학교 출신이었고, 이름은 이정욱이었다. 하지만 잘생긴 얼굴과 달리, 하는 행동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거침이 없었다. 


오랜만이라면서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를 껴안는가 싶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설지수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반장이 된 걸 축하했다.


“지수야, 반장 된 거 축하해!”


‘고맙다’고 대답해야 하는데. 설지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목구멍까지 목소리가 나오려다가 말았다. 그 대신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왜 이렇게 덥지. 나 설마, 첫···.’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중학교 수업 과정에 관해 설명할 때. 이정욱은 듣는 척도 안 했다. 꼭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 수업 시간에 이렇게 딴생각을 하는데. 


‘아무래도 공부를 못하는 애라서 내 옆에 앉혔나?’


설지수는 조금 안타까웠다. 이정욱이라는 애가 공부까지 잘했다면, 조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 공부 못하는 남자는 설지수에게 매력이 없었다. 


‘내게 첫사랑은 언제 오려나?’


***


교문 앞 오솔길은 천해중 남학생들의 전통 있는 싸움터였다. 그런 곳에 염동수가 3대 1로 동초등학교 친구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염동수가 잔뜩 인상을 쓰면서 폼을 잡고 있지만, 미세하게 오른손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이놈 긴장했네. 아무래도 3대 1이니···.’


하지만, 내 모습을 보자. 염동수가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정욱아. 이 멍멍이 새끼들이 나한테 나대지 말라네. 동초등학교 X밥들이 겁도 없이 말이야. 이 새끼들이 아직 우리가 누군지 모른 것 같은데···.”


우리가 누구였지? 나는 염동수에게 귀엣말로 물었다. 


“동수야, 우리가 누군데?”

“아, 그냥 폼 좀 잡아봐. 저놈들한테 얕보이면 안 되니까.” 


전생에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입학 첫날, 염동수는 동초등학교 3인방과 대거리를 했다. 그 이후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됐더라?’


염동수 앞에 서 있는 1학년들은 동초등학교 출신 애들이었다. 위정수, 고종훈, 김지욱. 그중에서 김지욱은 다른 애들보다 덩치가 좋았다. 


나는 세 사람이 반가웠다. 중학교 입학 초기에는 알력 다툼으로 자주 대거리질했지만, 나중에는 다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었다. 


이번에는 좋게 끝내야겠지. 그렇고말고. 어떻게 만난 친구들인데. 죽었다가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싸울 수는 없지.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안녕, 친구들. 반가워.”


내 인사에 위정수가 코웃음을 쳤다. 


“뭐야? 너도 무풍초등학교 출신이야?”

“맞아. 그리고 현재 천해 중학교 1학년 학생이지. 고로 너희들이랑 친구라는 소리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내가 다시 인사하자, 김지욱이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친구? 난 너 같은 친구 둔 적이 없는데.”


이때는 이 친구들이 이랬구나. 귀엽다. 흐흐흐. 나도 귀여운 건가? 내가 전생에서 50살이 넘었지만, 지금은 나도 10대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 이제부터 친구를 맺으면 되지. 그렇지. 동수야?”


염동수가 황당한 얼굴을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정욱아. 이 새끼들이 지금 우리 무풍초등학교 애들 축구 못한다고 무시했어. 산에서 고사리나 캐 먹고 다니는 놈들이 말이야.”


천해 동초등학교는 산 밑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고사리를 따기도 한다고 해서. 고사리 캐 먹는 놈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별명은 동초등학교 출신 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발끈한 위정수가 어느새 염동수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진짜로 너 맞고 싶냐?”


상황은 점점 내가 생각한 것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게는 모두 보고 싶은 친구들인데. 지금은 중학교 1학년 입학 시기로 알력 다툼이 시작할 때이니. 


연례행사처럼 매년 3월. 천해 중학교 1학년 남학생 사이에서 알력 다툼이 일어났다. 1년 전 2학년 선배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싸움을 말려야 했다. 내게 알력 다툼할 시간이 없었다.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를 더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저기, 정수 씨. 멱살은 잡지 말고 좋게 좋게 말로 하는 게 어떨까?”


내 말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던 고종훈이 입을 열었다. 


“정수 씨래? 흐흐흐. 정수야. 저 새끼, 우리 보고 쫀 거 같은데. 3대 2니까, 오늘 무풍 애들 제대로 교육 좀 시켜주자.”


이 자리에서 싸움을 제일 못한 친구가 고종훈이다. 말발로는 1학년 짱이었지만, 싸움을 잘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내가 뺨 한 대 때리면 쓰러지지 않을까. 


‘그래도 싸우면 안 되겠지.’


나는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음··· 우리 이제부터 같은 학교 친구잖아.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푸하하. 저 븅신이 뭐라는 거야?”


고종훈이 ‘븅신’이라고 대답하자, 동초등학교 애들이 웃었다. 이를 틈 타, 염동수는 위정수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면서 재빨리 내 옆에 섰다. 


“정욱아, 그냥 우리 싸우자. 이 새끼들 별것도 아니야. 딱철이 형 말대로 까불까불한 애들이야. 우리가 이겨.”


‘븅신’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 노력에도. 염동수도 그렇고, 천해 동초등학교 3인방도 싸울 기세였다.


일촉즉발.


 이때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을 써야겠다. 내게는 소중한 친구들이기에 입학 첫날부터 싸우고 싶지 않았다. 


“어, 저기 선생님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동초등학교 3인방 뒤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위정수가 외쳤다. 


“야, 튀어.”


잔뜩 겁을 먹은 동초등학교 3인방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를 지나쳐 달렸다. 


‘방금 뭐가 지나갔나?’


염동수가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정욱아, 우리도 튀자.”

“동수야. 괜찮아. 선생님 없어.”


염동수는 내가 인사를 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뭐야? 이 새끼들, 오늘 운이 좋네. 눈탱이 밤탱이로 만들어 버릴까 했는데. 근데, 정욱이 너 설마 쟤네들한테 쫀 거야?”

“아니. 입학 첫날부터 싸우면 어떡하냐? 그냥 사이좋게 지내자.”

“정욱아, 너 석철이 형 말 못 들었어? 입학 첫 달이 중요하다고. 이러다가 무풍초 친구들이 동초등학교 애들한테 맞고 다니면 어떡해? 이럴 때 싸움 좀 하는 우리가 동초등학교나 남초등학교 애들 다 잡아놔야지.”


염동수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시골 중학교지만, 도시 학교보다 더 야생 같은 곳이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학교에서 싸움도 잦았다. 이것도 1학년 한해서지만, 1학년 때 싸움에 대한 서열이 정해지면 거의 다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천해 중학교였다. 


그렇기 때문에. 천해중 1학년 남학생들에게, 입학 첫 달은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어떤 초등학교 출신이 3월을 장악하냐에 따라 향후 1년이 달라진다. 더 나아가 중학교 생활 3년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음. 그건 좀 생각해보자. 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니.”


***


염동수는 버스 안에서 가는 내내 투덜댔다. 내일이라도 동초등학교 3인방을 잡아야 한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삑.


버스가 무풍리 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가방 안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아웅다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수야. 너 혹시 점심 도시락 가져왔어?”

“응. 점심 지나서 학교가 끝날 줄 알고 도시락 가져왔지. 혹시, 너도?”


나는 염동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염동수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린 친구임에 틀림이 없었다. 


“우리 바닷가에서 도시락이나 먹을래?”

“오케이!”


우리는 무풍리 바닷가로 걸어갔다. 그렇게 바닷가로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동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물었다.


“이놈들아, 공부해야지. 학교 땡땡이치는 거야?”


그 물음에 염동수가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오늘 중학교 입학식이라서 학교가 빨리 끝났어요.”

“뭐? 너네, 벌써 중학생이야? 엊그제 코 흘리고 다니던 애들이 많이 컸어···.”


염동수가 코를 훌쩍이면서 대답했다. 


“할아버지, 우리 코 흘린 적 없습니다.” 

“하하하. 꼬추도 많이 여물었겠네. 옜다 맛난 거 사 먹어라. 중학생이니까, 주는 거야.”


동네 할아버지가 호주머니에 천 원 한 장을 꺼내서 동수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염동수는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나는 어리둥절했다. 이때는 이랬나? 중학생이 됐다는데, 왜 돈은 주시는 거지?


“정욱아, 우리 슈퍼에서 보리텐 사서 마시자.”

“그, 그래···.”


우린 다시 슈퍼에 가서 보리텐과 과자 2봉지를 사 들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또 가는 길에서 동네 할머니를 만나서 500원을 받았다. 


‘우리 동네에 부자만 사나?’


그렇게 무풍리 바닷가에 도착해 도시락을 까먹었다. 밥은 찬밥이었고,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멸치볶음밖에 없었지만 어떤 밥보다 꿀맛이었다. 


‘고향 바다를 보면서 밥 먹으니, 미슐랭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네.’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염동수에게 다시 당부했다. 


“동수야, 내일 학교 가서도 동초등학교 애들이랑 싸우지 마. 되도록 말로 풀어.”

“하, 정욱아. 초장에 우리가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니까. 그러다가 우리 무풍 애들이 동초등학교 애들한테 무시당할 거야.”


***


염동수와 헤어지고 집에 가니, 동생 정희가 집에 먼저 와 있었다. 


“정희야, 빨리 왔네.”

“우리도 오늘 개학 날이라서 빨리 끝났어. 오빠는 중학교 첫날인데. 어땠어?”


정희는 왜 이렇게 귀엽지. 동생 정희의 볼을 꼬집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정희가 얼굴을 붉혔다. 


“그냥, 뭐. 별거 없었어.”

“그, 그래? 남자애들 말로는 중학교에 가면 다른 초등학교 출신 애들이랑 싸운다고 하던데.”

“하하하. 걱정하지 마. 오빠는 절대 안 싸워.”

“그래? 그럼 저번에 동수 오빠랑 싸움 연습한다면서 쌀 포대에 모래를 넣어서 샌드백 만들었잖아.”


내가 그랬었나? 


집 마당 감나무에 포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군데군데 상처가 난 곳에서 모래가 살짝 흘러나왔다. 오랜 수련의 흔적이리라. 


“그랬었구나···.”


동생 정희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동수 오빠가 다른 초등학교 출신 오빠들하고 싸우자고 해도 싸우지 마. 알았지?”

“그래. 싸우기보다는 안아줘야지.”


내 대답에 동생 정희가 이상한 눈초리를 하면서 물었다. 


“아, 맞다. 오빠 도시락은 먹었어? 밥이랑 김치만 싸서 갔지?”


아침에 시간이 없기도 해서 도시락 반찬으로 푹 익은 배추김치만을 넣어 갔다. 그나마 염동수가 멸치볶음을 싸와서 칼슘 섭취는 할 수 있었다.


“하하하. 괜찮아. 동수가 싸 온 멸치볶음도 먹었어.”

“그래도 친구들이 김치만 싸 온다고 뭐라고 하는 거 아냐? 그래서···.”


동생 정희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쑤욱, 얇고 긴 몽둥이 같은 게 나왔다. 분홍 소시지였다. 가격은 1,000원이었던가. 이거 한 개면 3~4일 도시락 반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거, 내일 달걀에 부쳐서 가지고 가.”


동생 정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도 귀여웠다. 윽! 심장 폭격이다. 


“오~”

“오빠, 나밖에 없지.”

“그러게. 우리 동생밖에 없네. 이리 와. 뽀뽀나 한번 하게.”

“웩. 뭐 하는 거야?”


내가 너무 아메리칸 마인드에 빠졌나? 아직은 어리니까, 오빠 동생끼리 볼 뽀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아니면···.


“뽀뽀가 싫으면 오빠가 안아줄게!”

“뭐야?”


동생 정희가 손사래를 치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다가···.


짝!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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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축구 시합 (1) +2 24.05.17 3,368 65 16쪽
9 9화. 알력 다툼 (4)  +5 24.05.16 3,638 71 11쪽
8 8화. 알력 다툼(3) +3 24.05.15 3,848 75 12쪽
7 7화. 알력 다툼 (2) +10 24.05.14 4,129 81 11쪽
» 6화. 알력 다툼 (1)  +4 24.05.13 4,576 91 13쪽
5 5화. 찬란했던, 그 시절로 돌아오다 +3 24.05.11 5,226 104 15쪽
4 4화. 그날이, 다시 오면 +7 24.05.10 5,196 110 16쪽
3 3화. 40년 만에 돌아온 고향 +1 24.05.09 5,340 112 13쪽
2 2화. 그날 이후 40년이 지나 +3 24.05.09 5,766 107 15쪽
1 1화. 그날의 아침에 생긴 일 +10 24.05.08 6,932 10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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