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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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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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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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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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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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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4화. 그날이, 다시 오면

DUMMY

천해 대교 중간 부위에서 트럭에 부딪힌 <천해중 3학년 수학여행> 관광버스는 다리 난간을 부수면서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다. 


한순간, 다리 위에서 10미터 아래 바다로 떨어진 관광버스 두 대.


철펑.

철펑.


바다로 떨어지는 충격에 버스 안에 있던 운전기사와 학생들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지 않은 학생 한 명이 외쳤다. 


“도와주세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리 위에 멈춘 차들에서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타까운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사고를 낸 트럭은 다리 난간 앞에 간신히 멈추어 섰다. 모자를 깊게 쓴 트럭 운전기사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누구도 그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버스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운전석 이외에 창문이 없는 관광버스에 바닷물이 서서히 차올랐다. 


정신을 차린 학생 몇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차오르는 바닷물을 마시면서 소리 없이 외칠 뿐이었다. 


거기에는 방송반 백지혜도 있었다. 


‘정욱아···.’


65명의 천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 2명, 보조 교사 2명, 운전기사 2명. 이날 사고로 익사한 사망자는 71명이었다. 


***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 당일.

뒤늦게 등교한 이정욱은 수학여행 관광버스 사고 소식을 듣고 천해 대교로 달려갔다. 


천해 대교 위에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1, 2학년 후배들, 교사들과 학교 직원들.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보였다. 


다리 밑에 수학여행 관광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평소 세차게 흘렀던 물살은 잔잔하게 다리 밑에 흐르고 있었다. 


이정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정욱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본 방송반 2학년 아나운서 김나영이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선배, 왜 이제서야 왔어요?”


‘왜 이제야 왔냐?’고 말하는 김나영의 목소리가 이정욱의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천해 대교에는 중학생들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이윽고 천해 대교 아래 통통배들이 수십 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어부들은 누군가가 수면 위로 떠 오르기만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올라오지 않았다. 


뒤늦게 천해 대교에 도착한 해양 경찰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수면 위로 나온 해양 경찰이 외쳤다. 


버스 창문을 깨면 시체 유실이 있을 수도 있으니, 크레인으로 버스를 들어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해양 경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천해 대교에 모여 있던 이들이 통곡했다. 


“아이고.”

“아이고.”

“어떻게 해.”


꺽꺽. ​이정욱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를 벗어나 미친 듯이 뛰었다. 뛰고 뛰어도 친구들을 삼킨 바다는 이정욱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도착한 무풍리 바닷가에 주저앉아 눈물범벅이 된 이정욱은 오열했다. 


“미안해.”


이정욱은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만 원짜리 지폐 15장을 한 장씩 꺼냈다. 수학여행 비용이었다. 그 만원 지폐로 종이배를 접었다. 그리고 종이배를 바다 위에 띄워 보냈다. 


이정욱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그날의 기억. <천해중 3학년 수학여행 참사>의 장면이었다. ​영화 ‘그날이, 다시 오면’의 초반부는 이를 영상으로 재현했다. 


***


<이정욱 펜션> 야외극장.


영화 ‘그날이, 다시 오면’이 상영이 시작되고, 5분 만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잊고 싶은 기억.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기억. 천해도에 사는 이들이라면 <천해중 3학년 수학여행 참사>는 그런 기억이었다. 


영화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진실이 드러났다. 그중 관객들이 몰랐던 진실은 이정욱이 수학여행 당일 늦었던 이유였다. 아니,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이유였다. 


동생 이정희에게 피아노 학원을 등록해주기 위해서 이정욱이 수학여행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40년 만에 밝혀졌다. 


“오빠.”


그 장면에서 맨 앞에 앉아있던 이정희는 소나기처럼 눈물을 퍼부었다. 


“흑흑.”


그 사건 이후, 이정희는 오빠 이정욱을 원망하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 고향을 등지게 한 원흉. 이정희를 불행하게 만든 이가 오빠 이정욱이었으니까. 


이정희는 오빠에게 왜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 오빠, 왜 수학여행을 안 간 거야? 


하지만 이정욱은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여린 동생에게 작은 상처라도 주고 싶지 않은 게 오빠의 마음이었다. 


그 당시, 천해중 수학여행 사건 이후. 유가족의 원망은 트럭 운전기사보다 이정욱에게 향했다. 


-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 내 딸을 살려내! 이놈아! 

- 버스가 제시간에 출발했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텐데···.

- 정욱 오빠가 수학여행을 갔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야. 

······.


버스 사고가 이정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가족은 이정욱과 그의 가족을 비난했다. 이는 천해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외극장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관객은 그때 이정욱을 향해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이정욱이 수학여행을 포기했던 사연이 공개되자, 그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탄식만 할 뿐이다.


“아이고.” 


영화 ‘그날이, 다시 오면’은 천해중 3학년 수학여행 사고 장면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수학여행 사고 장면 이후, 시간 역순으로 전개됐다. 


사고 전날, 수학여행 갈 마음에 잠을 못 이루는 학생들. 

몇 주 동안,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생들.

······.

학생회를 통해 수학여행 장소를 결정하는 학생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 교장 선생님과 담판을 짓는 주인공.

······.


마지막 장면은 학생들이 무사히 수학여행지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이 났다. 모두 함께 웃으면서. 


영화에서 시간은 역순이었지만, 모든 장면은 자연스럽게 보여줬고 아름다웠다. 이것이 할리우드 천재 영화감독의 위엄이었다. 


***


영화 ‘그날이, 다시 오면’ 특별 시사회가 끝나고, 300명의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들 위로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다. 


그 사건 이후로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천해도 하늘의 별들은 빛을 잃지 않았다. 


한동안 관객들의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이정욱이 무대 밑 관객들 앞에 등장하자, 비로소 박수 소리가 멈췄다. 


말없이, 이정욱은 관객들을 한명씩 포옹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누나, 조카들. 

로버트와 주인공 배우. 

기자들까지도. 

그리고 중학교 친구들의 부모님과 형, 누나, 동생, 그들의 자식까지.

마을 사람들도. 


그때마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였다. ‘미안하다’라는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이정욱을 향해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모든 관객과 인사를 한 이정욱. 그날 밤에는 40년간 이어온 그 악몽을 꾸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이정욱은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돌리니, 낯익은 물건들이 보였다. 


창밖에는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붉은 태양 빛이 방안을 붉게 물들였고, 이정욱의 발끝에 닿았다. 


이정욱은 40년 전 사건 이후로 한 번도 잠을 푹 자본 적이 없었다. 아침은 늘 고통이었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눈에 아른거리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그날의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정욱은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다. 


죽도록 공부했다. 그러면서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는 이것저것 잡다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는 영화인 육성 인재 프로그램 선정 시 가산점이 됐다. 

미친 듯이 일했더니, 세계적인 감독이 됐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좋은 파트너인 로버트를 만나 억만장자가 됐다. 

결혼을 멀리했더니, 수많은 할리우드 여성 스타를 만났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몸을 버리는 삶을 살았지만, 이정욱은 섬마을 출신 할리우드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자기 몸과 마음을 소홀했던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바로 지금이었다. 그리운 가족을 다시 만났고, 그리운 고향에 돌아왔지만···. 


이정욱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정욱은 가슴에 다시 통증을 느꼈다. 약통에서 알약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이윽고 통증이 사라지자, 1층으로 내려갔다.


“일어났니?”


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였다. 천해도에 남아 아들 대신 모든 고통을 감내한 아버지였다. 아들 대신에 모든 손가락질을 받은 아버지였다. 


아버지 이천호는 살인자의 아버지라는 낙인으로 길을 가다가 돌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으며, 두들겨 맞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천호는 아들의 행복을 빌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 식사하라고 깨울 참이었는데. 식탁에 앉아라.”

“네.”


이정욱도 알고 있었다. 천해중 3학년 수학여행 사고 이후 몇 년간 아버지가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를···.


그래서 성공 후에 매년 수억 원을 돈을 아버지에게 송금했다. 그가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다고 여겼으니까. 


‘아버지, 죄송해요.’


아침 식탁에는 여러 반찬이 올려져 있었다. 가자미구이, 된장찌개, 달걀후라이, 김, 분홍 소시지 계란 부침, 파김치······.


어릴 적, 이정욱이 좋아했던 반찬들이었다. 그는 꾸역꾸역 밥과 반찬을 씹어 삼켰다.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


이정욱이 천해도에 내려온 후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간 이정욱은 무풍리 앞 바닷가에서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즐겼다. 가끔 감성돔이 낚이기는 했지만, 하루에 한 마리 잡기도 힘들었다. 


낚시를 따라나선 로버트도 눈먼 물고기를 잡았다. 첫날, 농어를 잡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잡지 않았다. 


“정욱, 내가 잡았던 농어로 만든 매운탕 맛이 기가 막혔는데.” 


로버트는 틈만 나면 농어 잡았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래, 알았어. 근데 로버트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음··· 뭐, 나도 일 년 정도는 휴가를 낼 수 있어.”


거짓말이었다. 로버트는 바쁜 사람이었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상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제작에 대한 업무를 확인하는 로버트가 한가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 나랑 1년간 여기에서 좀 쉬는 게 어때?”

“그, 그, 그래.”


이정욱은 로버트에게 진심으로 말했고, 로버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자기가 바쁜 몸이기도 했지만, 이정욱에게 1년이라는 시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도 유전일까? 아니면, 이정욱이 자기 몸에 소홀해서일까?


1년 전, 이정욱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하필이면 췌장의 몸통과 꼬리 부분에 발병한 췌장암으로, 초기에 별다른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수술을 못 할 정도로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것이다. 


지금 이정욱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약 없이 하루하루를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몸은 점점 야위어가고 있었다.


이를 아직도 이정욱의 가족은 몰랐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으니까. 


***


“콜록, 콜록.”


한밤중, 이정욱은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심한 기침을 했다. 손에 피가 묻어 나왔다. 폐로 암이 전이 된 탓이다. 하루하루 고통은 점점 심해져 갔다. 


이정욱은 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어쩌면, 오늘 밤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원했던 죽음이었는데.

가족을 다시 만나니, 이제는 그 죽음이 원망스러웠다. 


“하하하, 나도 배가 부른 거지.”


친구들의 죽음. 그 이후, 이정욱도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 우리 정욱이는 나중에 큰 사람이 될 거야. 큰 사람이 돼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세상 구경도 많이 하고, 그렇게 오래오래 살다가 엄마한테 와. 엄마가 먼저 가서 기다릴게.


이정욱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어머니 정수연은 이정욱에게 오래오래 살다가 오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래서 이정욱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 엄마. 약속 지키고 싶었는데.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미안해.”


잠이 오지 않아, 이정욱은 1층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펜션 건물 동마다 조명이 고즈넉하게 켜져 있었다. 


철썩, 철썩.


무풍리 앞바다에 작은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기를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철썩, 철썩.


천해중 3학년 친구들이 자기를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고난한 삶을 끝내고 자기들한테 오라는 말 같았다. 


***


이정욱은 눈을 떴다.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집이 아니었다. 죽은 걸까. 아니었다. 아버지 이천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욱아, 정신이 드니.”


이천호의 옆에는 동생과 누나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정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정욱이 이천호에게 물었다. 


“아버지, 여기는 어디예요?”

“병원이다.”


한밤중에 밖으로 나간 이정욱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난 이천호가 이정욱을 발견했고, 읍내에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에 데리고 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밖에 나갔더니, 네가 쓰러져 있더라. 근데 왜 우리에게 말을 안 했니?”


로버트는 이정욱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가족에게 털어놨다. 의사에게 이정욱에 대한 상태를 말하려면, 더 이상 가족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으니. 


“저는 괜찮아요.”

“오빠, 뭐가 괜찮아? 엉엉. 오빠가 얼마나···.”


동생 이정희가 오열했다. 누나 이정숙은 이정욱의 손을 꼭 잡았다. 


“정욱아, 왜 이제야 왔어? 조금만 더 일찍 오지.”


병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잠깐 통화하러 밖에 나갔다 온 로버트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


정신이 깨자, 이정욱은 바로 퇴원했다. 병원에 있어봤자, 시간 낭비였으니. 이제 이정욱에게 남은 시간이 없었다. 그걸 그도 느낄 수 있었다.


“로버트, 천해 대교에 가고 싶은데. 운전 좀 해줄 수 있어.”

“왜?”

“갑자기 친구들이 보고 싶네.”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천대 대교 앞에 도착한 이정욱은 옛 천해 대교로 걸어갔다. 로버트는 담담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도착한 옛 천해 대교 위에 세워진 비석들. 이정욱은 비석에 적힌 이름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지나갔다. 


그리운 이름들. 얼굴과 말투,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동안 기억에서 저버린 적 없는 친구들. 그리고 그들과의 추억이 더 생생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정욱이 입을 열었다. 


“로버트, 내가 죽거든 내 유골을 이 다리 밑에 뿌려주게.”


***


옛 천해 대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무풍리 집으로 돌아온 이정욱. 집에 오면서 걱정했는데. 가족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는 얼굴로 이정욱을 맞이했다. 


“잘 갔다 왔니?”

“네.”


거실 TV에서 <살인자의 마지막 고백>이라는 프로그램의 2편이 방영되고 있었다. 이정욱이 호텔에서 봤던 그 프로그램이었다. 


TV 속 살인자는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섬마을 중학교 행정직원으로 위장해서 일했었죠. 그 당시 대국그룹의 전 회장님의 죽은 장남이 남긴 하나뿐인 자식을 감시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주인으로 모신 현재 대국그룹 회장 측에서 사건을 꾸몄죠. 제 감시 보고를 들은 적통자를 사고로 위장해 죽였습니다. 적통자가 수학여행을 간 날에···.] 


띡. 


갑자기 정전이 됐다. 온 집안이 어둠으로 가득 찼다. 먼바다에서 치는 희미한 파도 소리가 구슬펐다. 보이지 않으니, 청각이 더 발달한 것이리라. 


“아이고, 정전이 됐나 보다.”


아버지 이천호가 말하면서 후레쉬를 찾았다. 하지만 서랍장에 둔 후레쉬가 보이지 않았다. 


어둠과 함께 침묵도 찾아왔다. 


띡. 


다시 전기가 들어오면서 TV가 켜졌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이정욱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이정욱에게 아버지 이천호가 물었다. 


“정욱아, 자니?”


이정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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