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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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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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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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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글자수 :
766,658

작성
15.05.0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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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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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30화. 미첼 아델라이다

DUMMY

미첼의 아버지인 아그만 아델라이다는 그렇게 뛰어난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소년병으로 모다스 가문을 위해 일한 이후로 30년간을 전장에서 보냈는데 철저한 군인정신에 비해 창의적이지 못했다.


그의 부하 장수들은 '오늘 대승을 거두면 내일 패배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든가, '오늘 크게 졌다면 내일은 어쨌든 이긴다. 살아남기만 한다면.'이라든가 하는 말로 자신의 상관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 빈정거렸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출전한 크고작은 전투에서 승리와 패배를 반복했는데, 본인은 이상할 정도로 성실히 살아남은 것이다.


아그만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항상 무인은 전장에서 죽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마지막은 병원 침대였다.


일찍 죽은 아내 대신 그의 마지막을 지킨 것은 두 딸이었다.


장녀 루네 아델라이다는 몸이 매우 약했고, 천식이 심했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던 그녀는 회계사가 되어 군인과 아무 관계없는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군인과 결혼하게 되었고, 결혼한지 3년만에 해적이 쏜 대포에 남편을 잃었다.


루네의 동생 미첼 아델라이다는 언니와 터울이 20년이나 차이가 나는 늦둥이였다.


미첼은 언니와 다르게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곁을 쫓아다녔고, 훤칠한 키에 탄탄한 근육을 가진 천성 무인이었다. 그녀는 무투대회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장만을 따라 말을 달렸는데, 특히 활을 잡으면 백발백중이었다.


한번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해안에서 해적들을 항대로 전투를 벌이는데, 말 위에서 화살통 안의 20발의 화살을 모두 뽑아 날렸는데 한 발의 빗나감도 없이 적의 안면을 맞췄다. 이 신기에 질린 해적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해 도망쳤는데, 이번엔 화살통을 바꿔 다시 20발을 날려서 발목만을 맞췄다. 남은 수십의 해적들은 도망치는 것도 잊고 엎드려 빌었고 그녀는 적들을 모두 포획하여 성으로 압송했다. 당시 성의 지휘관이었던 다리오 모다스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공인양 거짓 보고서를 올렸는데, 공을 가로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미첼은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건 백성을 괴롭히는 해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을 세워봐야 무엇에 쓰겠는가?"


그 말이 전해지자 백성들은 그녀의 진심을 칭송할 수 밖에 없었다. 다리오 모다스는 그런 그녀를 껄끄럽게 생각하여 수도인 북 랑시에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지방으로 발령을 내버렸다.


이 모다스 영지의 남쪽에서 미첼은 루네의 딸인 안젤레스 에페르를 만났다. 미첼이 걸음마를 할 때 태어난 안젤레스는 이모와 조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나이차가 없었다. 평범한 독서광 소녀였던 안젤레스는 남 랑시에에서 자신의 이모를 만난 이래 그녀의 곁에서 보좌관 역할을 하며 뛰어난 참모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장에서도 책을 놓는 법이 없었고, 한번 읽은 것을 잊는 법이 없었다. 온갖 병법서는 물론 역사, 문학, 철학에 이르는 전반적인 이해는 참모로서 무척 희귀했다. 그녀는 성안의 온갖 상황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언변으로 유리한 상황을 유지시켰고, 이는 미첼의 전투에서 최고의 지원이 되었다.


그녀는 특히 티프소의 전투법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원래 포병과 전차로 중추를 관통하는 진격전을 모다스 군의 전투기술에 응용시켰고, 강력한 장궁병의 원거리 사격과, 중기병의 중앙돌파로 이루어지는 그녀의 전술은 동수(同數)의 군대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발휘하였다.




두 사람은 해적의 요충지로 유명했던 남랑시에 근방의 소규모 섬들에 파병되었는데 당시 악명을 떨치던 해적 담담 무스탕의 군대를 교묘한 전술과 무용으로 격파했다. 또한 남 랑시에 영주가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가족들의 죄를 넘어가주고 무고한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자 즉시 군대로 영주를 포획해서 수도로 보내버렸다.


"영주를 잡아넣는다니! 일개 군인이 어찌 그런 무례한 짓을 할 수가 있는가!"


"그년은 귀족을 도대체 무엇이라 생각한겐가!"


"즉시 군대를 보내서 처벌해야하지 않겠소?"


영주의 지위를 무시한 이 처사에 귀족들은 그녀를 비난했지만 미첼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다리오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지만, 군대를 보낸다해도 미첼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미첼 역시 다리오와 그의 부하들을 곱게 보지 않았지만, 전쟁을 일으켜서 국가를 전복시킬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두 세력은 긴장의 선을 마주잡고 서게 되었다.




1028년 3주 3일. 10여기의 기병만을 이끌고 남부해안을 정기시찰하던 안젤레스 에페르는 한 무리의 상단이 도움을 요청을 청하는 것을 보았다.


"요즘 계속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러웠는데 하필이면 마차바퀴가 수렁에 빠졌습니다. 저희끼리는 뾰족한 수가 없어 곤란해하고 있었습니다."


당혹감으로 인해 목소리마저 떨리는 그들을 좋은 말로 위로해주고 안젤레스는 병사들에게 그들을 도우라고 말했다. 병사들이 모두 말위에서 내리자 상인 마차가 벌컥 열렸다. 마차안에는 무장한 병사 20여명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이들은 마차 주변의 비무장 병력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안젤레스는 깜짝 놀라 검을 뽑았지만 적들은 그녀의 말을 향해 창을 내질렀고, 말이 쓰러지면서 그녀는 말에 깔려버렸다.




그날 오후 미첼에게 발라 모다스를 정벌하라는 명령서가 오자 그녀는 긴급회의를 모집했다. 그녀 역시 발라의 거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언제 출진을 하여 그를 돕느냐만이 안건이었던 시점에서 이 명령서는 그녀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기 충분했다.


"안젤레스가 모라우에게 납치되었다."


평소의 당당함이 없는 침통한 목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우리에게 발라 모다스를 공격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2주가 지나면 안젤레스의 양쪽 귀를 보내겠다는군."


미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모라우를 치시겠습니까?"


돈 라마네가 특유의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미첼은 쓴 웃음을 지었다.


"발라와 싸울 수 밖에 없어. 난 안젤레스를 배신할 수 없다."


"발라님을 진심으로 공격할 생각이십니까? 이기기도 어렵지만 이겨도 곤란한뎁쇼."


미첼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역시 별동대를 이끌고 안젤레스님을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너무 위험해. 안젤레스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이상... 무모한 작전을 짤 수는 없어."


돈 라마네의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다. 그는 많이 벗겨진 머리를 한번 넘기고,


"발라 모다스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짜로 싸울 수 밖에 없군요. 우리가 그를 축출한다면 안젤레스님은 무사히 돌아올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미첼은 다시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3천기만을 이끌고 가겠다. 너희는 각자의 병력을 끌고 나의 뒤에서 대기해라."


"3천기라니요! 발라의 의용군은 이미 1만이 넘었습니다! 호르리텐시아에서 계속 병력을 늘리고 있어요!"


이 자리에서 가장 어린 레네이네 노챠가 끼어들었다. 원래 제법 유명한 전략가의 딸이었던 레네이네는 미첼의 무용에 반하여 일부러 강등당하여 미첼의 아래에 들어올 정도였다.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군대는 정의를 추구했다. 불의를 위해 싸우기 위해 조련한 것이 아니야. 내가 발라에게 패하면 너희는 그와 함께 모라우를 공격해라."


"그렇게 되면 안젤레스님도 변을 당하시는게..."


"아니. 내가 발라에게 죽으면 안젤레스를 죽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난 지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야. 발라 모다스는 분명 불세출의 영웅이지만 전투 경험이 적어. 난 이길 생각으로 싸울 것이다."


"3천기로 이길 수 있으신가요?"


"도리어 그 정도가 좋겠지. 너무 빨리 승부가 나면 안될테니까."


그녀의 말 뜻을 안 레네이네는 고개를 푹 떨궈버렸다. 미첼은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생각인 것이다. 발라를 상대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싸우지 않으면 안젤레스는 죽게된다. 만에 하나 미첼이 발라에게 죽는다면 모라우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은 안젤레스가 되어버린다. 모라우가 안젤레스에게 전력을 맡겨 발라를 공격하면 그 때 그녀를 설득하는 것이 미첼의 작전인 것이다. 만약 그 작전대로 된다면 발라는 모라우를 없애고 백성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첼님께서...!"


네레이네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하였다. 미첼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모두를 돌아보았다.


"출격을 준비해라. 내가 직접 발라와 맞서겠다."


작가의말

로드리제로스의 멸망 이후 알피엑시 대륙의 상업도시인 랑시에게 주요 지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북 랑시에, 동 랑시에, 남 랑시에는 모두 신흥도시로 현재 모다스 영지의 핵심 도시로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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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학생군 출진 15.05.01 131 4 9쪽
38 37화. 파키스 공략전 15.05.01 145 4 16쪽
37 36화. 지켜진 적 없는 약속 15.05.01 143 4 6쪽
36 35화. 썩은 늪의 가짜 황제 15.05.01 236 4 13쪽
35 34화. 기습, 또 기습 15.05.01 138 4 7쪽
34 33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두번째 15.05.01 142 4 8쪽
33 32화. 붉은 머리핀 15.05.01 105 4 10쪽
32 31화. 새로운 가족 15.05.01 207 4 17쪽
» 30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5.01 107 5 9쪽
30 29화. 발라를 좆는 자 15.05.01 148 5 11쪽
29 28화. 후퇴 15.05.01 210 4 12쪽
28 27화. 실수 15.05.01 173 4 14쪽
27 26화. 기계몸의 장군님 15.05.01 147 4 7쪽
26 25화. 상륙 15.05.01 155 4 15쪽
25 24화. 꾀와 꾀 15.05.01 119 5 16쪽
24 23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5.01 75 4 8쪽
23 22화. 첫 승리 15.05.01 131 4 16쪽
22 21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5.01 106 4 15쪽
21 20화. 퀴나성 전투 15.04.17 96 8 13쪽
20 19화. 나보 수비전 15.04.17 97 6 22쪽
19 18화. 슬픈 봄날 +2 15.04.15 178 5 21쪽
18 17화. 정착자와 해적 15.04.15 153 5 22쪽
17 16화. 긴 머리의 애인과 짧은 머리의 동료 15.04.13 180 5 16쪽
16 15화. 아카드와 믿을 수 있는 친구들 15.04.10 190 7 17쪽
15 14화. 소녀와 소년 +2 15.04.09 205 8 8쪽
14 13화. 혼란을 바라는 자 15.04.09 143 7 9쪽
13 12화. 3년만의 집합 15.04.07 179 8 12쪽
12 11화. 격류 +1 15.04.07 187 11 10쪽
11 10화. 그리고 출항 15.04.06 215 9 10쪽
10 9화. 네 명의 영혼과 한 명의 몸 15.04.06 188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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