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기연을 찾아서 (3)
3장. 기연을 찾아서 (3)
딸랑-
“지금 그게 무슨말이죠?”
진이명이 막 팽우석에게 다가가려 할 때 객잔의 문이 다시 열렸고, 아이들과 무사들이 들어왔고, 아이들 중 긴 머리카락의 여자 아이가 말했다.
“아, 아니 당려려, 당려화 당신들이 어떻게……”
팽우석은 객잔에 들어온 그녀들을 보고 너무 놀랐다. 객잔에 들어온 여자 아이들은 사천 당가 가주의 두 쌍둥이 딸인 당려려와 당려화였다.
첫째인 당려려는 세간에 머리가 좋은 천재 아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차가운 성격에 나이가 어린데도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로 당가에 얼음공주가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둘째인 당려화는 첫째인 당려려와 완전 반대로 마치 남자 같은 여자 아이였는데,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거추장스럽다며 머리카락을 짧게 짜르고 다녔고 성격이 불같았다.
“흥! 잡기술? 한번 잡기술에 당해볼래?”
당려화가 품속에 손을 넣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팽우석은 당황하며 양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려화는 불같은 성격인데도 불과하고 무공을 익히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당가주가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나 훗날 자신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겠는가.
“그만 하거라, 려화야.”
“흥!”
당려려의 만류에 당려화는 콧방귀를 끼며 품속에서 손을 뺐다. 팽우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네?”
당려려가 말을 하다 말끝을 흐렸다.
“공자님이 말한 것은 하북팽가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저희 당가가 칠대세가에 끼어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으신것 같은데요.”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팽우석은 당려려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그러면 저희가 묵고 있는 별채도 양보해 드려야겠네요. 감히 하북팽가의 도련님이 사용하신다는데 비켜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돌아가서 아버님께 말씀드려야 겠네요. 하북팽가가 우리 당가를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말이에요.”
팽우석은 당려려의 차가운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자신의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아, 아닌데……. 절대 아닙니다. 너무 더운 나머지 제가 헛소리를 했나 보네요. 기분 상하셨으면 정말 죄송합니다…….”
팽우석은 마치 등에서 식은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자신이 말한 것이 사천당가의 가주에 귀에 들어간다? 아마 자신은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음식을 먹던지 그 음식에 독이 안 들어있는지 확인을 하고 먹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하더라도 아마 자신은 독에 걸릴 것이다.
그래서 팽우석은 이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자신이 당가를 폄하한 것을 당려려와 당려화가 적나라하게 들어버린 이상 부정할 수가 없어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다.
“공자님 숙소 잡아놓았습니다. 이제 가시지요. 날이 늦었습니다.”
마침 팽우석의 호위무사가 팽우석에게로 다가와 나지막하면서도 누구에게나 다 들리게 말하였다.
하지만 진이명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저 말이 팽우석을 이 자리에서 빼내기 위한 거짓임을 알았다. 방을 잡으러 이 객잔을 나간 팽가의 무사가 없는데 도대체 누가 숙소를 잡아놓았단 말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팽우석은 그 호위무사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아 그래? 당려려님 제가 헛소리를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는 수하가 숙소를 잡아 놓아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딸랑-
그러고는 팽우석은 답도 듣지 않고 뒤도 안 바라본 채 객잔에서 나가버렸고, 그 뒤를 팽가의 무사들이 따랐다.
“흥! 하여튼 웃기다니까!”
당려화는 그런 팽우석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감사합니다.”
진이명은 당려려와 당려화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했다.
“…….”
“아니야. 저런 건방진 놈은 혼쭐을 내야 하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당려려는 말을 아꼈고, 당려화는 주먹을 들어올리며 힘있게 말했다.
“하하하! 인사드리겠습니다. 진가장의 진이명입니다.”
착-
“그래, 반가워! 당려화라고해!”
“당려려입니다.”
진이명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고, 당려려와 당려화도 인사에 화답했다.
“뒤에 저 귀여운 애는 일행이야?”
당려화가 진이명 뒤쪽 기둥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쏘옥 빼놓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백하연을 가리켰다.
“제 일행입니다. 하연아 이리로 와.”
진이명은 뒤를 한번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백하연은 진이명에 말에 총총걸음으로 진이명에게 다가와 진이명 뒤에 숨으며 손을 잡았다.
“아, 안녕하세요.”
“백가장의 백하연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 아이가 낯을 가려서요.”
백하연이 아주 작은 소리로 인사를 했고, 진이명이 대신 백하연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반가워! 나는 당월이라고해! 너 정말 귀엽다. 어디 가는 중이야?”
여태까지 아무말도 없었던 남자 아이가 말했다.
“어…….”
“저희는 정천학관에 가는 길 이었습니다. 당월님.”
백하연이 쑥스러움에 말을 못하자 진이명이 대신 말해 주었다.
“네? 아니 저는 저 귀여운 여성분께 물어봤는데요?”
당월이 진이명의 대답은 신경도 안쓴다는 듯이 말했다.
“월.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당려려가 당월에게 주의를 주었다.
“죄송합니다. 월이가 감정에 솔직해서요.”
‘당월……. 저 아이가 소문의 그 당월인가…….’
‘사천당가의 호색한’ 이것이 과거 당월의 별호였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벌써부터 여색을 밝히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데?’
진이명은 자기 나이 또래로 보이는 당월의 호색이 놀라웠고, 당월은 당려려에게 한 소리 들은 뒤로 입이 삐죽 나온 채 당려려 뒤에 멀뚱멀뚱 서있었다.
“고된 여행을 해서 그런지 피곤해서 저희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럼 편히들 쉬세요.”
“네. 들어가세요.”
“잘가~! 나중에 또 봐!”
“쳇, 들어가든지 말든지…….”
진이명은 인사를 하고 백하연과 함께 방이 있는 윗층으로 올라갔고, 당려려, 당려화, 당월이 각각 한마디씩 인사를 했다.
다음날 진이명과 일행은 소의객잔에서 아침을 먹고 정천학관으로 출발하려고 소의객잔을 막 나서려고 했다.
“잠깐만!”
그때 당려화가 급히 뛰어 나오면서 진이명 일행에게 소리쳤다.
“후! 늦을뻔했네. 너 정천학관에 간다고 했지? 우리 같이 가자!”
마치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이 당려화의 말투는 단호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듯이 진이명이 되물었다.
“아니, 우리 끼리 가면은 심심하기도 하고……, 같이 가면 칠대세가끼리 화합도 하고 좋잖아?”
“흠…….”
사실 따지고 보면 그랬다. 그리고 낯을 가리는 백하연을 생각하면 이들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천학관에 가면 남자와 여자가 머무르는 기숙사가 따로 있을 텐데, 백하연이 여자 아이와, 그것도 힘좀 있는 세가의 여자아이와 친분을 가지고 있다면 정천학관에서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진이명은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런데 다른 당가 분들은 어디 있죠?”
“응? 아! 이제 올 거야. 혹시나 너네를 놓칠까 봐 먼저 뛰어 왔거든.”
진이명에 말에 당려화는 마치 ‘나 잘했지?’라고 하는 듯이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말했다.
“려화가 폐를 끼치지 않았나 걱정되네요.”
진이명과 당려화가 이야기 하는 도중, 당려려와 그 일행이 다가와 말했다.
“아닙니다. 같이 동행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잘 부탁드릴게요.”
진이명 일행과 당가는 정천학관으로 동행을 하게 되었다. 당려화가 여자들끼리 같이 마차를 타자고 우긴 까닭에 당려려, 당려화, 백하연이 같이 당가의 마차를 타게 되었고, 진이명과 당월이 진가장의 마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당려려, 당려화, 백하연이 탄 마차는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여러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고, 대부분이 당려화의 목소리 였다.
당려려는 마차에 타고나서 부터 서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여기까지 오는 내내 당려려가 서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조용히 올 수 밖에 없었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니 무슨 재미가 있다고 당려화가 말을 하겠는가.
그러던 중 백하연이 같이 타게 되었으니 당려화로써는 백하연이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고, 당려화는 쉴 새 없이 백하연에게 말을 걸었다. 백하연도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게 대답만 하였지만, 당려화와 대화는 것에 재미를 느껴 점점 말 수가 늘어났다.
그렇게 밝은 분위기의 당가의 마차와는 다르게 진이명과 당월이 탄 진가장의 마차는 조용했다.
당월은 사실 백하연에게 첫 눈에 반해버렸다. 사실 당월은 어린데도 상당히 미공자였다. 따라서 다른 가문에서 여러 매파도 왔었고, 가문에서 아이를 데려와서 당월에게 소개를 해주기도 했었다.
여지껏 당월에게 다가온 여자 아이들과는 다른 매력이 백하연에게 있었다.
‘가녀린 백합 같았지…….’
수줍음을 타며 진이명 뒤에 숨어 있는 백하연의 모습을 봤을 때, 당월은 가슴이 뛰었었다. 그래서 백하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말도 걸어 본 것이었다. 하지만,
‘저 녀석이…….’
진이명이 대신 나서 말을 받았고, 당월은 그것에 왠지 모를 짜증을 느껴 괜히 투정을 부린 것이다.
하지만 당월은 아침에 진이명을 만나면 사과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진이명을 아침에 본 순간 싹 사라져 버렸다.
딱히 진이명이 당월 자신에게 무언갈 잘못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진이명을 만난것이 어제가 처음이니 원한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당월 자신은 평소에 감정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왜 진이명 얼굴을 본 순간 짜증이 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당월 이었다.
진이명은 진이명대로 딱히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당월은 딱 봐도 진이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앞에 앉아 있었고, 진이명도 자신이 싫다는 사람과 딱히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진이명은 1분 1초의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었다. 자신이 기연을 찾으러 정천학관에 가고 있긴하지만, 그 기연이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연 중 가장 신빙성이 있기 때문에 정천학관에 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기연을 못 찾을때를 생각해 자신의 무공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야 했다.
다만 문제는 자신이 다음 단계로 오르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필요로 한데, 그 깨달음이 언제 올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회귀전 한번 올랐었던 길이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조금은 당겨지지 않았을까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진이명은 마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자신이 가진 무공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두 마차는 정천학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3일 뒤, 두 마차는 목적지인 정천학관이 있는 하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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