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첫 사랑과의 재회 (1)
2장. 첫 사랑과의 재회 (1)
2장 -첫 사랑과의 재회.
“도련님!~”
“하암~”
유모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진이명은 침상에서 나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굳은 몸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천명의 나이였던 자신이 4살의 어린 꼬마아이 시절로 돌아가 버린지 벌써 반년이 지났고, 진이명은 이것을 하늘이 내려준 두 번째 기회라고 여겼다. 자신은 겉으로 보기에는 4살의 어린 꼬마아이 일지라도, 지천명의 나이까지 살아보며 얻은 지식들, 지혜들도 있었고, 그 삶에서 심지어 자신은 천하제이인이기까지 했다. 그 심득들 또한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이용하면 행복했던 시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어났어요, 유모!”
하지만 아직 진이명은 어렸다. 심득을 얻었었다지만, 그것을 다시 느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기초가 부족했다. 그리고 그 기초를 익히기에는 자신의 몸은 너무나 작았다. 하지만 진이명은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는 행복한 현재를 즐겼고, 예전 자신이 어렸었을때 다 경험해보았을 일이지만, 다시 돌아와서 생활해보니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새롭고 재밌었다.
“하씨 아저씨!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주 아주머니!”
진가장 내에서 진이명은 주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이명이 똘망똘망하게 잘생겼는데다가, 항상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해주고, 누구에게나 밝게 웃으며 대하니 진이명이 가는곳마다 웃음꽃이 폈다.
“아버지! 글 공부 다녀오겠습니다! 하 아저씨, 가요!”
아버지와의 아침 식사가 끝난 진이명은 이내 글 공부를 하러 서당으로 가기 위해 호위무사인 하 아저씨와 함께 집 밖을 나섰다.
진이명이 아직 어려 회귀 전 자신이 얻었던 심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한번 걸어갔던 길이기 때문인지 예전 자신이 어렸을때와는 다른 능력들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기에 대한 감각인데,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 자연 속에 녹아있는 기 들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화경에 다다른 초고수급의 무사들이 보통 지닐 수 있는데, 진이명은 그 이상의 경지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는지라 이렇게 호위무사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도중에도 수많은 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
경지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검을 들어 휘두를 수는 있으나 기를 느끼지 못하는 자들을 삼류라 하고, 기를 느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으나 그 양이 15년이 채 되지 않는 이들을 이류라 한다. 기를 사용함에 있어 자유롭고 검에 기를 담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을 일류라 하고, 기를 더욱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어 기를 발출 할 수 있는 경지를 절정이라 하고, 기를 수족과 같이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검에 강을 담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화경에 이르렀다 하며 화경에 이른 자들은 1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경의 경지는 진이명이 회귀전 이룬 경지로 심검, 즉, 마음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이다. 현경에 다다랐던 진이명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이 자연속의 기들을 사용 할 수 있었었다. 그 이상의 경지도 칭하는 명칭들은 많지만 다다랐다는 사람조차 없고, 천하제일인이라고 손꼽히는 무당파의 시조인 장삼봉, 소림의 시조인 달마대사, 마교의 초대교주 이 모두 현경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한다. 물론 진이명이 현경에 올랐을 때, 막연하게 위의 경지가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으나, 그 벽은 너무나도 높고, 너무나도 두꺼워 느낄 수 있었던것 자체로 기적이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진이명의 곁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는 하 아저씨는 절정에 다다른 자로, 비록 절정에 다다른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해 보이지만 절정고수만 되어도 백대고수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에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설명을 안해도 될 정도이니, 얼마나 아버지가 자신을 생각 하고 있는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진이명이었다.
“안녕~!”
서당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진이명은 서당 앞에 한 귀여운 여자 꼬마아이와 장정 둘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꼬마아이도 진이명을 발견했는지 손을 높히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래, 안녕.”
똘망똘망한 눈,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탱탱한 볼, 앵두 같은 입술, 이 귀여운 여자아이를 진이명은 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이름은 백하연, 진이명의 첫사랑이었다. 백하연은 백가장에 독녀로, 백가장은 중소세가로 상인집안이었다. 백하연과 진이명은 서로 좋아하여 미래를 약속하자 하였으나, 아버지가 정마대전에서 돌아가셨을 때, 자신의 가문이 망하여 힘들때 진이명이 백가장을 찾아갔을때, 문전박대하며 얼굴조차 볼 수 없었던 그녀. 진이명 자신이 그 당시에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는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진이명의 대답은 그리 밝지 않았고, 백하연은 그러한 진이명의 기분을 느꼈는지 반갑게 흔들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에휴…….”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진이명은 고개를 푹 숙인 여자아이앞에 서서 한숨을 쉬더니 머리에 손을 얹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잘 지냈어? 어여쁜 꼬마 아가씨?”
발그레-
후다닥!
진이명의 한마디에 얼굴을 붉히고는 양 볼에 손바닥을 대고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이내 서당안으로 도망가버렸고, 진이명은 백하연의 그 귀여운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진이명도 서당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그 옆에는 여전히 진이명의 호위무사인 하 아저씨가 뒤따르고 있었다.
백하연은 수업중에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진이명이 생각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였다. 백하연 자신이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을 잘 타 진이명을 좋아하였으나 평소에 간단한 인사 외에는 대화를 길게 해본 적 조차 없었다.
“헤……, 내가 예쁘대…….”
그런데 자신을 어여쁘다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자 백하연은 어쩔 줄을 몰랐다. 수업 내내 그 때의 생각들로 머리 속이 가득 차있었고, 그저 양 손을 턱에 괴고 앞 쪽에 앉은 진이명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진이명은 직접 뒤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대놓고 수업 내내 자신을 바라보는 백하연의 기운을 느끼며 입가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도 있었지만, 자신은 어른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귀여운 아이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그것이 더욱 큰 것 같은 진이명이었다. 자신이 지금의 나이로 어려진지 아직 1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첫사랑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4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보고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진이명은 서당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 했는데, 뒤에서 작은 손이 진이명의 소매를 붙잡았다. 진이명이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작은 손의 주인은 백하연이었는데, 백하연은 얼굴을 붉히고는 자신을 쳐다보지 못한 채 땅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왜 그래? 할 말이라도 있어?”
“저……저기.”
진이명이 다정하게 말하자 백하연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진이명의 소매를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말을 마친 백하연은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는지, 마치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표정으로 진이명을 바라보았다.
“으음……. 어떻게 할까……?”
진이명은 백하연의 반응이 너무나 귀여워 대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진이명의 소매를 붙잡은 백하연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긴장을 했는지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인해 진이명의 소매가 젖어갔다.
“그래! 그러지 뭐!”
“꺄아~!”
진이명은 더 이상 백하연을 놀렸다가는 정말로 울려버릴 것 같아서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백하연의 초대에 승낙했다. 백하연은 기분이 좋은지 박수를 치며 방방 뛰었고, 이내 진이명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순간적으로 멈추더니 다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하 아저씨, 저는 백가장에 들렀다가 갈게요. 아버지가 걱정 하실테니 하 아저씨가 집에 가서 아버지께 제가 백가장에 놀러갔다가 온다고 말씀드리고 백가장으로 오세요!”
“예, 도련님.”
진가장으로 자신의 호위무사인 하 아저씨를 보낸 진이명은 백하연과 함께 백하연이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탔고, 이내 마부가 마차를 몰아 출발했고, 마부의 옆에는 백하연의 호위무사가 앉았다. 백하연의 호위무사는 진이명이 보기에 이류정도로 보였다.
마차 안에 들어간 백하연은 백가장으로 진이명이 같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진이명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줄 수도 있고, 부모님께도 소개 시켜 드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운건 여전한지 마차안에서는 진이명이 거의 말을 하고 백하연은 짧게 답을 하기만 했다.
그러던 도중 진이명은 이상한 기운을 잠시 느끼고 말을 멈추고는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 이상한 기운이 마기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 정도의 마기를 풍기려면 최소한 절정에 다다른 마인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마인이라…….’
그것도 절정에 다다른 마인. 저 정도의 마인이 노리는 목표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목표가 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백하연이 목표란 얘긴데…….’
‘과거에도 백하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었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절정에 다다른 마인을 막기에는 이류인 호위무사로는 무리가 있었다. 진이명이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사이 마차는 어느새 불청객을 보고는 멈추어섰다. 불청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고, 두건이 얼굴을 칭칭 감아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보시오! 마차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지 않겠소?”
백하연의 호위무사의 외침에 마인은 얼굴을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마차안에 백가장의 금지옥엽인 백하연이란 아이가 타고있지 않나?”
“맞소만! 일부러 길을 막은 게로구나!”
챙!
호위무사는 검을 빼들어 마인에게 겨누었지만, 마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받아랏!”
호위무사가 마인에게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흑암지!”
퍽-
하지만 마인은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고, 손가락 끝에는 검은 기운이 뭉쳐있었다. 마인의 손가락은 호위무사의 이마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내 검은 기운은 빠른속도로 호위무사에게로 날아갔다. 호위무사의 실력으로는 마인의 지공을 막거나 피할 수 조차 없었고, 마인의 검은 기운은 호위무사의 이마를 뚫어버렸다.
호위무사는 그대로 절명해버렸고, 마인은 쓰러진 호위무사에게서 검을 들어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마부에게로 던졌다. 검은 마부의 가슴에 박혔고, 마부는 옆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나오거라!”
덜컥!
마부까지 무자비하게 죽인 마인이 소리쳤고, 이내 마차의 문이 열리고 진이명과 백하연이 마차에서 내렸다. 진이명은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고, 백하연은 겁에 질린채 죽은 마부와 호위기사를 보고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백하연은 여아(女兒)라 하였으니 울고 있는 저 아이가 백하연일텐데……. 넌 누구냐, 꼬마야?”
“내 이름은 진이명이다.”
마인의 물음에 상황을 살피던 진이명이 대답했고, 마인은 진이명의 침착한 모습에 감탄하였다.
“진이명? 정파 칠대세가에 속한 진가장과는 무슨 관계가 있나?”
“진가장의 가주가 나의 아버지이시다.”
“호오! 호랑이의 자식은 호랑이인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담력이 대단하구나.”
“우릴 어떻게 할 거지? 죽일건가?”
“아니지, 아니야. 저기 저 여아(女兒)를 죽일 수는 없지. 납치하라는 명(命)을 받았으니 말이야.”
“나는 죽일 생각이로구나.”
“그래, 그렇지. 참으로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말을 마친 마인은 진이명에게로 다가갔다. 마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진이명은 침착했다. 진이명에게로 다가가던 마인은 이보(二步)의 간격을 두고 멈추어 섰고, 손가락을 들어올려 진이명에게 겨누었다.
‘아직……, 아직이야…….’
꿀꺽-
진이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4살이라는 나이. 아무리 자신이 회귀를 하였고, 회귀 전에 현경에 경지에 올랐던 초고수라 하지만 4살이라는 어린 나이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당해줄 수는 없는 일이니 진이명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잘가거라, 당찬 꼬맹아. 흑암지!”
‘지금이다!’
“핫!”
마인의 손가락에 검은 기운이 모이고 진이명에게로 발사 되려는 찰나. 진이명이 무언가를 찢듯이 양손을 모았다가 쥐어뜯었다.
펑!
“으악!”
짝!
마인의 손가락에 모였던 검은 기운이 폭발해버렸고, 그로 인해 마인의 한쪽 손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 기회를 진이명은 놓치지 않았고, 양 손을 다시 한번 휘저은 뒤 박수를 쳤다.
퍽!
그러자 마인의 머리가 폭발해버렸고, 마인은 머리와 손이 폭발해버린채로 죽어버렸다.
‘성……, 성공인가.’
마인이 쓰러짐과 동시에 진이명 또한 같이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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