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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79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09 00:54
조회
4,041
추천
41
글자
11쪽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

DUMMY

어둠으로 가득 찬 방 안에는 정적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마치 죽은 것처럼 멈춰있는 환풍구를 통하여 들어오는 빛과 먼지들을 제외하고는 마치 어둠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온 방 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둠에 대항하듯이 미약한 푸른빛의 연기가 방 한가운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의 연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은 먼지가 쌓인 유리로 덮여있는 거대한 기계였고, 둥글고 긴 형태의 기계의 안에는 푸른색의 연기와 먼지들 사이로 사람의 형체가 언뜻 보이고 있었지만, 기계의 안에 있는 사람의 형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형태가 흐릿하게 보였다.


가끔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방에서는 오로지 정적만이 가득 차 있던 그때 먼지가 날아다니는 정적을 깨면서 기계에서 기묘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계의 윗부분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양의 푸른색의 연기가 그동안 갇혀있던 기계 안에서 탈출하는 것이 기쁜 듯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방 안에 가득한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기계는 자신에게서 탈출하는 푸른색의 연기를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쇠가 갈리는 소리를 내면서 점점 자신의 몸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드러난 기계의 내부에는 윤성이 호흡기를 단 채로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윤성이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자 자신의 위에 누워있는 윤성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기계는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윤성의 등에 전기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전기 충격이 전해진 후 윤성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윤성이 눈을 뜨자 기계는 만족한 듯 윤성의 몸에 부착되어 있던 기계장비들을 일제히 떼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윤성의 눈에 비치는 것은 해방되었던 푸른색의 연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둠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방 안이었다.


윤성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지만, 흐릿하게 보이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신이 누워있던 기계뿐이었고, 기계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윤성은 자신의 다리를 가슴 쪽으로 모으고 팔로 다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후에 머리를 무릎에 기댄 윤성은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고, 기계에 누워 있었던 것처럼 죽은 듯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윤성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기만 하더니 이윽고 몸을 일으키며 한기만을 주고 있는 기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눈이 흐릿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듯 손을 뻗은 채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윤성은 한참을 걸려서 벽에 도착했고, 벽을 더듬어가면서 방을 나가는 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 안을 모두 돌아본 윤성은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이 벽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방은 문도 없는 건가?’


윤성은 이번에는 벽을 주먹으로 두들겨 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벽에서는 묵직한 소리만 나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귀를 바짝 대면서 벽을 두들기던 윤성은 한 곳에서 마치 벽 뒤가 비어있는 것처럼 울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울리는 소리가 나는 벽의 주변을 계속 두들기면서 윤성은 그 벽의 형태가 문이라는 것을 얼추 짐작할 수 있었으며, 여전히 손잡이 같은 것은 만져지지 않았지만, 울림소리가 들리는 벽의 형태는 문이 분명할 것으로 생각했다.


윤성은 문을 조사하며 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손잡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조사하다가 열이 받은 윤성은 맨발로 문을 강하게 차버렸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문이 바깥쪽으로 어느 정도 움직인 후 옆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고, 방 안에 있던 어둠은 열린 문을 통해서 바깥의 어둠들과 동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에 열린 문을 보면서 윤성은 설마 눌러서 여는 문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었기에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문이 열렸으니 윤성은 일단 문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어 양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고,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어둠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윤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방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면서, 자신이 이 방에서 기계에 들어가 있었던 이유를 떠올리려 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는 것이 없었다.


윤성이 스스로 이곳에서 잠들었던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인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 결심을 굳힌 윤성은 방의 바깥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방에 계속 있는 다고해서 더 나아질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 방 안에 있는 기계가 너무나도 싫었다.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두려웠고, 다시 기계로 돌아가 눕는 것에 반감이 들고 있었던 윤성은 심호흡을 한 후 방의 바깥으로 나왔고, 방은 윤성이 나오자마자 그를 쫓아내듯이 다시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윤성은 일단 방 바깥으로 나온 후 주변을 둘러봤지만,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아직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윤성은 벽을 더듬으며 일단 오른쪽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오른쪽은 벽에 가로막혀 있었고, 이에 왼쪽으로 이동을 해보니 왼쪽도 마찬가지였다.


윤성은 그대로 망설임 없이 벽에 손을 댄 채로 정면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했고, 어둠은 점점 앞으로 가는 윤성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 져서인지 점점 주변의 광경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윤성이 걷고 있는 곳은 통로처럼 보였고, 바닥에는 여러 개의 케이블 같은 선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케이블의 끝에는 방 안에 있던 벽과 구분이 안 되는 문과는 다르게 확실하게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형태가 보이고 있었다.


윤성은 기쁜 마음에 문을 향해 한걸음에 다가가 손을 대고 있는 힘껏 문을 밀자 문은 쇠가 마찰하는 소리를 내면서 열리기 시작했고, 통로를 빠져나온 윤성을 칭찬하듯이 환한 빛이 윤성을 반겨주기 시작했다.


문의 바깥에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의 위에서 밝은 빛들이 윤성에게 어서 올라오라면서 손짓하고 있는 듯 보였다. 드디어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본 윤성은 망설임 없이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올라가기 시작했고, 점점 가까워지는 빛에 눈이 따가워지는 고통을 느끼며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천천히 빛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온 윤성의 눈은 지하에서와는 반대로 이제는 빛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고, 잠시 동안 눈을 깜빡이던 윤성은 점점 눈이 빛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성이 처음으로 본 것은 태풍이나 지진이 온 것처럼 보이는 처참한 집안의 풍경이었다.


윤성이 서 있는 집은 대충 보기에도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이었지만, 그런 집의 아름다운 형태와는 다르게 집 안의 가구나 가전제품들은 처참하게 박살이 나 있었고, 마당이 보이는 큰 유리창은 하나도 남김없이 깨져있었다.


윤성은 집이 이렇게 된 것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허탈함이 먼저 느껴졌지만, 일단 최우선의 과제는 점점 고파오는 배를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한 채로 부엌으로 간 윤성은 바로 절망에 빠져버렸다.


부엌의 상태는 바깥보다 상당히 심했다. 냉장고는 바닥에 쓰러져있고, 부엌의 주변에는 음식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윤성은 사람들의 짓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일단 경찰에 연락하기 위해 전화기를 찾으려 했지만, 난장판이 되어있는 집안에서는 전화기는 고사하고, 멀쩡한 물건들도 찾기 힘들어 보였다.


한참을 난장판이 된 집을 뒤지던 윤성은 결국 전화기를 찾는 걸 포기하고, 근처에 쭈그리고 앉은 채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겼다.


‘도둑이 든 것 같지는 않은데···비싸 보이는 물건들도 바닥에 처박혀 있고, 없어진 건 음식들밖에 없는 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생각에 잠기던 윤성은 무언가 떠오른 듯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다급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너저분해진 방들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다급하게 찾아 헤매기 시작했으며 그런 윤성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절망감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방을 뒤지던 윤성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지갑을 찾아낸 후 다급하게 지갑을 열고 자신의 신분증을 꺼낸 후 중얼거렸다.


"윤성···그래 내 이름은 윤성이 맞아."


그리고 지갑을 내던진 후 계속 방안을 뒤지던 윤성은 얼마 후 깨진 액자들과 액자에 넣어져 있던 사진들을 찾아냈다. 가족과 함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빠르게 살펴보던 윤성은 다급한 손놀림으로 계속 사진들을 넘겼지만, 얼굴에서 절망이 사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사진들을 살피던 윤성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하며 사진들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손에 잡히는 것들을 모두 사방팔방으로 던져대기 시작했다.


괴성을 지르며 화를 내는 윤성의 손에서 벗어난 물건들은 벽이나 다른 물건들에 부딪힌 후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물건들을 부수며 화를 내던 윤성은 화장실로 향했고, 윤성을 맞이하는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양손으로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을 만져대던 윤성은 얼굴을 움켜쥐면서 거울에 비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누구야?”


그리고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대답이 없는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외쳤다.


“나는 누구냐고!”


하지만 거울에 비친 윤성의 모습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고, 윤성은 자신의 이름을 제외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아무리 떠올려보려 노력을 해봐도 머릿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윤성은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을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힘이 빠진 듯 바닥을 향해 허물어지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어버리듯이 움켜쥐면서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바닥에서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며 윤성은 자신의 안에 있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공포를 토해내듯이 외쳤다.


“기억이 나지 않아!”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는 외침을 끝낸 윤성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여전히 머리카락을 움켜쥐면서 좌절하며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그런 윤성을 비웃는 듯이 집 밖에 앉아있는 새들은 연신 즐겁게 서로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작가의말

비축분이 떨어질 때까지는 월~금까지 2회씩 올라갈 수 있도록 힘내겠습니다.

...이미 월욜은 날아가 버렸지만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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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4) 16.08.10 2,583 30 13쪽
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3) +1 16.08.10 2,661 28 12쪽
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 +2 16.08.10 3,282 37 14쪽
»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 +6 16.08.09 4,042 41 11쪽
1 prologue 16.08.08 5,577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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