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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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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2,750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10 01:33
조회
2,666
추천
28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3)

DUMMY

공포의 근원이 떠나간 자리에서 긴장이 풀린 윤성은 의식은 있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에 윤성은 도끼를 옆으로 내려놓으면서 몸을 뉘인 후 땀으로 적셔진 몸을 감싸 안아주는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바람은 윤성을 스쳐 가며 윤성이 지녔던 공포까지도 데려가 주는 듯 편안하게 느껴졌다. 윤성은 슬며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는 것을 바라본 윤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았다.”


괴물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도 왜 자신을 무시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윤성은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괴물이 이곳을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니 계속 누워있는 것은 너무 위험했지만 그런 거대한 괴물을 목격한 후 그것들이 돌아다닐지도 모르는 곳을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윤성은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어차피 시체로 뒤덮인 거리로 나온 이상 위협은 남아 있을 것이었고, 그 짐승들을 피해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힘들겠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자신이 이런 세계에서 혼자서 살아남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사람들을 찾아야 해.’


마음을 다잡은 윤성은 기운이 솟으면서 자신의 몸이 떨리는 것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후 수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괴물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어서 이동을 시작해야 했기에, 윤성은 수풀을 나와서 다시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나가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가던 윤성은 사람이 사는 곳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옆에 보이는 아파트들을 올려다보았지만, 어디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파트에 보이는 대부분 창문들은 깨어져 있었고, 피로 물들어 있는 곳도 있었다.


한참 동안 아파트를 살펴보던 윤성은 수많은 창문 중 한 곳에 목을 맨 채로 바깥으로 매달려 있는 사람의 시체를 발견했다. 혀를 내밀고 죽어있는 그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지만, 왠지 모를 측은함도 들게 했다.


‘정상적인 모습으로라도 죽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잡아먹히는 공포심이 저 사람을 창 바깥으로 떠민 것일까?’


어떤 생각으로 자살을 선택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미 그 목을 매단 시체의 가슴 아래에는 물어뜯긴 자국 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시체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레들만 그 사람의 곁에 남아있는 듯 보였다.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 윤성은 그 시체를 향하여 두 손을 모아 짧게 기도를 한 후 발걸음을 옮겼고, 이윽고 그의 눈에 번화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번화가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윤성은 기대감을 억누른 채 주변을 경계하면서 몸을 숨기며 조금씩 번화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워낙 조심스럽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물론이고, 점점 마음이 조급해져 가면서 온몸이 저려져 오는 것을 느낀 윤성은 수풀 속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가볍게 몸을 주물러 저린 부분을 풀어 주기 시작했다.


수풀 사이에서 자신의 몸을 주무르던 윤성은 앞에 보이는 번화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다시금 올라오는 기대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생존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긴 했지만, 아직 눈을 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그런지 음식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윤성은 몸을 어느 정도 풀어준 후 몸을 일으켜 양손으로 도끼를 쥐고 천천히 번화가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결코 서둘지 않았다. 번화가에 사람들이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습격한 괴물들도 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것들과 마주치는 것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성은 기대감과 희망이 자신을 뜨겁게 달구지 않도록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한 채 걸음을 옮겼다.


번화가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몸을 숨길 장소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민하던 윤성은 주변을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시체를 발견하였고, 그 시체에게 다가간 다음 시체가 입고 있던 외투를 벗겼다.


외투에 숨겨있던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보며 구역질이 자동으로 올라왔지만,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있었다.


윤성은 피로 염색이 된 외투를 수풀 사이로 가지고 온 후 흙과 낙엽, 그리고 어떤 짐승의 것인지 모르는 대변을 가져와 외투에 묻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외투로 자신의 몸을 감싼 후 조심스럽게 번화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번화가로 들어선 윤성은 일단 음식점부터 찾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편의점을 확인한 윤성은 주변을 둘러보고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에 들어갔고, 도착한 편의점의 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져 있었지만, 다행히 윤성이 들어갈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편의점에 들어간 윤성은 가게 안을 뒤지기 시작했지만, 음식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갔는지 단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고, 가게 안쪽에 있는 창고까지 가본 윤성은 깨끗하게 비어있는 창고를 바라보면서 좌절감에 휩싸였다.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편의점을 나온 윤성은 다른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번화가를 바라보면서 기대감과 희망에 찼던 윤성을 조롱하는 듯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가게들에서도 음식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이미 이곳을 떠난 듯 사람이 살던 흔적들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윤성은 자신이 품고 있던 기대감과 희망이 짜증과 좌절감으로 변모하는 것을 느꼈다.


“젠장. 남아있는 게 없네. 시발”


윤성은 좌절감에 욕을 내뱉으면서 급격한 피로감에 한 가게 안에서 악취가 심한 외투를 짜증스럽게 벗어 던지고 드러누웠다. 배가 고파서 죽을 것만 같았지만 너무 피곤해서인지 윤성은 자신을 꿈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잠의 손길에 의해서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꺄아악!”


하지만 잠이 드려는 윤성을 깨우는 비명소리가 번화가에 울려 퍼졌고,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란 윤성은 가게 문을 통해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재 윤성이 있는 가게의 위치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윤성은 자신이 잘 못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다시금 들려온 비명 소리에 부리나케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윤성은 비명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뛰어간 후 자신의 눈에 비치는 광경에 깜짝 놀라며 근처 건물에서 몸을 숨기고, 고개를 조심스럽게 내밀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윤성이 지하실에서 깨어난 후 처음으로 보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살아있는 사람은 총을 들고 있는 여자였다.


자신이 마을에서 본 시체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는 총을 겨누고 있는 채로 뭔가를 보호하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고, 윤성은 고개를 더 내밀어 그 여자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 세 명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아이들을 자신의 등 뒤에 숨겨둔 채로 긴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윤성은 그 여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다가 자신에게 극도의 공포를 선사했던 그 괴물이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재빨리 몸을 숨겼다.


한편, 진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번화가의 괴물’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최근에는 번화가에서 먹을 것이 없어졌는지 며칠째 보이지 않던 그 괴물이 하필이면 지금 번화가로 돌아와 있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운도 오지게 없지···.’


번화가의 괴물이 며칠째 보이지 않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으면서 진아는 아이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의 말들과 표정이 떠올랐고, 입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면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괴물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던 진아는 자신의 뒤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힐끗 쳐다본 후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만이라도 무사히 도망갈 수 있게 해야 돼.’


진아는 괴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누나가 신호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마트를 향해서 뛰어가는 거야.”


진아의 등 뒤에 숨어있는 아이들은 진아의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괴물을 보며 떨고만 있었다.


“정신 차려! 민상아! 누나가 신호하면 친구들과 함께 무조건 마트를 향해서 뛰어! 알았지?”


자신을 지명하는 진아의 말을 듣고, 민상이는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옆에 있는 예린이와 호진이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진아는 한 손으로 민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괴물을 견제하며 그 괴물이 틈을 보이길 기다렸다.


번화가의 괴물은 자신이 사냥했던 짐승을 발로 밟고 있는 채 섬뜩한 이빨 사이로 침을 흘리며 진아와 아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습격하지 않은 채 거리를 유지 하면서 으르렁거리고만 있었다.


윤성은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뛰쳐나가야 하는지 갈등이 생겼다. 물론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고, 드디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지만, 자신이 처음 만난 사람들의 앞을 지키고 있는 괴물은 거대한 공포를 윤성의 마음에 박아놓은 상태였다. 괴물을 보자마자 윤성의 온몸은 격렬하게 떨려왔고, 땀이 체내의 수분을 모두 뽑아내는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윤성은 괴물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진아와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숙이고 진아의 뒤에서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었고, 진아는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며 괴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거대한 괴물을 바라보며 진아는 괴물 앞에 당당히 서 있었고, 그런 진아의 모습을 보면서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기며 그녀를 외면했다.


눈을 뜬 후 자신의 이름 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만난 진아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저 거대한 괴물 앞으로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윤성은 거대한 공포 앞에서도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는 진아의 모습과 건물 뒤에 숨어서 지켜만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교되면서 초라하고 부끄러운 감정에 점점 다리가 굳어가고 있었다.


“으아앙.”


굳어가는 자신의 다리를 주먹으로 내려치던 윤성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 울음소리가 자신의 마음을 때려오기 시작하자 다시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살폈다. 진아와 아이들의 앞에 있던 괴물은 처음보다 더 가까이 그들에게 접근해 있었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그 괴물은 거대한 입을 벌려서 진아부터 씹어 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공격태세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윤성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신을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움직여 근처에 있는 돌을 집어서 괴물에게 던졌다. 생각보다 돌의 위력이 강했는지 돌에 맞은 괴물의 얼굴이 젖혀지면서 정적이 흘렀다.


진아와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면서 윤성을 쳐다보았고, 돌에 맞은 괴물은 천천히 고개를 돌린 후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윤성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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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4) 16.08.10 2,590 30 13쪽
»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3) +1 16.08.10 2,667 28 12쪽
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 +2 16.08.10 3,292 37 14쪽
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 +6 16.08.09 4,055 41 11쪽
1 prologue 16.08.08 5,591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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