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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호사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검귀 소년이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절묘호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4:09
최근연재일 :
2024.05.10 19: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18
추천수 :
25
글자수 :
29,318

작성
24.05.10 19:50
조회
51
추천
5
글자
12쪽

무서워하지 마

DUMMY

서원비는 아이에게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무사를 밖으로 내보낸 뒤 죽였다.


‘다른 선배들도.’


장이표와 허묵 역시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와 사암방 무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별로 강한 적은 없다.


살의가 끌어당기는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서원비는 느긋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고수다! 조심해! 애들을 인질로 잡아라!”


감옥 형식의 수레를 지키고 있던 사암방 무사가 그렇게 외쳤다. 그 말과 함께 한 명의 무사가 집으로 몸을 날렸다.


서원비가 그 장면을 놓칠 리 없었다.


초설표(肖雪豹).

먹잇감을 노리는 설표의 순간적인 몸놀림처럼, 서원비의 움직임에 가속이 붙었다.


탁.

순식간에 서원비가 무사의 앞에 내려섰다.


“웨, 웬 놈들이냐.”


사암방 무사는 서원비를 위아래로 살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소년처럼 보였다.


소속을 알 수 없는 잿빛 의복을 입었는데, 그 손속은 놀라우리만치 자비가 없었다.


무사는 자기도 모르게 한 곳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멸악회···?”


“맞아.”


그저 애들을 납치하는 일에 동원된 무사에게 멸악회는 감당하기 힘든 이름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을 지휘하는 자신의 상관 이름을 팔아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했다.


“우, 우린 사암방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지.”


“적철대주님이 너희들을 용서할 것 같으냐.”


강호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서원비가 사암방 적철대주를 알 리 없었다.


“몰라. 그런 사람.”


전혀 흔들림이 없는 소년의 눈빛에 오히려 무사가 먼저 질려버렸다.


“이익!”


빠르게 도를 휘둘러 가슴팍을 가르려 했지만, 당연히 서원비의 검이 빨랐다.


그대로 머리가 떨어지고, 이어서 몸이 쓰러졌다.


잠시 후, 사암방 무사들이 모두 죽었다. 양민들, 그것도 아이들을 납치하러 온 무리들이다. 강한 자가 올 리 없었다.


마을 어른들이 나와 시신들을 치웠다. 그제야 아이들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몇몇 마을 노인들이 서원비들에게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맙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장이표가 서원비에게 말했다.


“섭섭해?”


“아뇨. 충분히 이해됩니다.”


자신이 보기에 적안의 사내가 괴물이듯이, 저들에겐 자신이 괴물처럼 보일 수 있으니.


“그럼 다음은 금사강 나루터로 가볼까.”


정보에 따르면 금사강 나루터에서 아이들을 배에 태우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상류에 아이들을 납치하는 장소가 있는 모양이었다.


장이표와 허묵을 따라가려는 서원비의 발걸음이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서원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고마워요.”


서원비가 처음에 있던 집의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 다시 달려가 엄마 품에 안겼다.


그리고 서원비들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형님, 이 소년 웃고 있소.”


“뭐? 동생이 웃는다고? 안 웃는데?”


“내가 방금 봤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걸.”


“정말? 동생 웃었나?”


“안 웃었습니다.”


“거짓말이네. 아깝군. 좋은 구경할 수 있었는데.”


* * *


서원비들은 금사강의 나루터로 향했다.


길에 바큇자국이 선명했다. 아이들을 태운 마차가 여러 번 드나든 모양이었다.


서원비는 다시 한 번 은은각의 정보력에 감탄했다.


‘은은각 덕분에 이렇게 움직이기가 수월하구나.’


은은각의 정보력으로 쉽게 움직이는 서원비들이었지만, 변수까지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금사강의 나루터에서 상처 입은 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가득했다.


대부분 팔이나 다리가 잘린 상태였다. 어떤 이들은 근맥이 절단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백의 검객 세 명이 막 납검하고 있었다.


세 명이 방금 나타난 서원비들을 돌아봤다.


“사암방 무리인가.”


허묵이 앞으로 나섰다.


“누굴 보고 사암방이라는 거야!”


그들의 청색 의복을 훑은 장이표가 손을 들어 허묵을 제지했다.


“의검문도들이오?”


“그렇소. 그쪽은.”


“저자들을 죽이러 왔소.”


장이표의 몸에서 나온 살기에 의검문도들이 순간 움찔거렸다.


“···멸악회.”


“바로 봤소.”


장이표가 싱글싱글 웃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 마시오. 그쪽이 먼저 찜한 이상 우리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정파에선 멸악회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멸악회의 힘과 견줄 수 있는 거대 문파 정도나 가능했다.


의검문 같은 군소 문파로선 멸악회에게 크게 토를 달 수도 없었다.


의검문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잠시 후 서로 통성명을 했다.


의검문도 중 인솔자의 이름은 임지량이었다.


임지량이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린 이 배를 타고 사암방이 납치한 아이들을 구할 것이오.”


장이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우리도 똑같은 일로 이곳에 왔는데, 다행이오. 온 김에 배나 좀 얻어탑시다. 우린 배를 몰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장이표의 능청에 임지량들은 어쩔 수 없이 배의 한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다.


서원비도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멀어지는 나루터를 바라봤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사암방 무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원비가 옆에 있던 허묵에게 물었다.


“저 자들을 죽이지 않아도 됩니까.”


“형님이 말하지 않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정파와 쓸데없는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게, 멸악회의 규율이네.”


그런 규율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서원비의 생각은 달랐다.


‘저렇게 고통스럽게 놔둘 바에야 차라리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낫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가 멸악회의 높은 위치에 오르게 되면, 그런 규율은 없애 버릴 것이다.’


악을 멸하는 일에 걸림돌이 있어선 안 되니까.


그때 서원비의 눈앞으로 불쑥 육포가 나타났다.


“소년, 그런 무서운 표정 말고 이거나 먹게나. 잘 먹어야 원하는 대로 쑥쑥 자라는 법이니까.”


서원비는 허묵의 눈빛을 읽었다. 마치 네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허묵이 육포를 꺼내자 배에 타고 있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허묵이 의검문도 쪽을 향해 말했다.


“뭘 보시오. 당신들은 안 줄 테니, 눈독 들이지 마시오.”


그리고 서원비에게 더욱 육포를 내밀었다.


“소년, 자네만 먹게.”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장이표가 껴들었다.


“왜 난 안 줘.”


“형님은 육포 잘 안 드시지 않소.”


“그래도 좀 줘.”


“쳇, 벌써 얼마 남지 않았소. 얼른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야겠소.”


배는 점점 더 상류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씩 강폭이 좁아졌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모양이었다.


저 멀리 드러나는 모래사장을 보고 임지량이 장이표에게 말했다.


“우리가 나루터에 먼저 왔으니, 주동자나 수뇌부 급은 반드시 우리가 데려가겠소.”


장이표가 피식 웃었다.


“뭐, 마음대로 하시오.”


서원비가 물었다.


“정말 저들이 데려가게 두실 겁니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장이표에게 되물었다.


“그럼.”


“괜찮아 쟤네들이 못 이기니까.”


옆에 있던 허묵이 거들었다.


“걱정하지 말게나 소년. 형님이 이래 봬도 상대 실력을 가늠하는 거는 강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우니까.”


“너 이래 봬도는 무슨 의미냐.”


“말 그대로의 의미요. 이렇게 보여도 다르다는 뜻이지.”


“허묵 너 이 자식, 요새 기어오르는 경향이 있어.”


잠시 후 배가 모래사장으로 가득한 강변에 멈춰 섰다.


* * *


배가 도착하자 모래사장에 있던 사암방 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서원비는 그들의 시선을 읽었다.


마치 기다리던 물건이 도착했다는 듯한 눈빛.


그 기다리던 물건이 아이들임을 서원비는 알고 있었다.


살의가 들끓으며 몸이 살짝 떨려왔다.


상대는 스무 명 정도.


의검문 무사 세 명은 벌써 배에서 내려 그들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장이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은 아이들을 먼저 찾아 지켜. 네가 가면 아이들이 그래도 안심할 거 같으니까.”


장이표와 허묵도 모래사장으로 뛰어내렸다.


서원비도 몸을 날려 모래사장에 착지한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이 움푹 빠졌다.


‘아이들의 위치는.’


배 위에서 미리 봐둔 절벽 동굴로 향했다. 두 명의 무사가 지키고 있는 곳. 저곳이 분명했다.


깊숙이 빠졌던 발이 곧 모래 위를 스쳤다.


‘적철대주는 없는 것 같다.’


- 적철대주님이 너희들을 용서할 것 같으냐.


사암방 무사가 그렇게 호언장담할 정도의 강적.


하지만 서원비의 살의가 신호를 보내올 정도의 강적은 없었다.


‘다른 곳에 볼일을 보러 갔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우선은 아이들의 안전 확보.


“뭐, 뭐야?”


동굴을 지키던 두 명의 무사가 당황했다.


한 명의 검이 찔러 들어왔다. 서원비는 허리를 숙이고 파고들며 그대로 무사의 복부를 베었다.


“커헙!”


뜨거운 피가 서원비의 얼굴에 왈칵 튀었다.


하지만 상관할 틈이 없었다.


다른 무사의 도가 내리쳐지는 중이니까.


쳐내기보다는 몸을 옆으로 회전하듯 뛰어 피했다. 최대한 무기의 충돌은 피했다. 얕은 내공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몸을 바로 하는 서원비에게 무사가 겁에 질려 물었다.


“도, 도대체 웬 놈들이야?”


“아이들은.”


무사의 눈동자가 자기도 모르게 동굴 안쪽을 향했다.


이걸로 볼일은 끝났다.


서원비는 무사의 눈동자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전에 그대로 다가가 심장에 검을 꽂았다.


“큽···.”


검을 뽑고, 서원비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느껴지는 기척은 없다.’


양쪽에 걸린 횃불 사이로 걸었다.


잠시 후, 세 개의 감옥이 나타났다.


서원비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두 개의 감옥에 있는 아이들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감옥에 있는 아이들은 달랐다.


서원비의 몸이 떨렸다. 참혹한 광경을 보니 서씨산장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하지만 서원비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겁먹어서는 안 되었다.


이미 지금도 낯선 서원비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잔뜩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서원비는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감옥으로 다가가 몸을 낮추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구해주러 왔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벌벌 떨 뿐이었다.


그때 한 여자아이가 용기를 낸 듯 다가왔다.


그리고 작은 손을 내밀어 서원비의 얼굴을 만졌다.


“피가 났어요.”


서원비는 아이의 손을 잡아 닦아주며 안심시켰다.


“괜찮아. 나쁜 사람들 피니까.”


오싹.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강적을 향한 살의가 들끓기 시작했다.


동굴 밖을 향해서.


“다들 여기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고 있어. 나쁜 사람들을 혼내준 뒤 다시 찾아올 테니까.”


서원비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굴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두근두근.

입구 쪽으로 다가갈수록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입구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양손에 철조(鐵爪)를 달고 있는 사내였다.


잠시 후 서원비와 사내의 얼굴이 확인될 만큼 가까워졌다.


사내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귀령문에 바칠 물건들이 부족한데, 애송이 새끼들이 겁도 없이 뛰어들다니.”


그때 사내의 옆에서 한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사내가 예측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작스럽게.


의검문 임지량이었다.


임지량의 안광이 번뜩였고, 동시에 검광이 그어졌다.


챙.

사내가 좌수의 철조로 막았다.


소리소문없는 기습이었지만, 너무나도 간단하고 여유롭게.


“내 좌수로 펼치는 제방수(制防手)를 뚫을 수 있을 리 없지.”


임지량이 이를 악물며 몸을 비틀어 재차 공격하려 했지만, 사내의 우수가 더 빨랐다.


우수의 철조가 그어지자 임지량의 몸이 찢기며 조각나서 땅에 떨어졌다.


“임 사형!”


동굴 밖에서 의검문 무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뭣도 아닌 새끼들이 감히 날뛰다니.”


다시 동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가 서원비에게 말을 이었다.


“너도 그냥 안으로 기어들어 가. 나이도 어린 게 귀령문에서 좋아할 거 같은 물건이니···.”


움찔.

서원비를 얕잡아보던 사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서원비에게서 심상치 않은 살의가 느껴졌다.


“···누구지.”


서원비가 무심히 대답했다.


“멸악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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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재정비 후 돌아오겠습니다. 24.05.12 28 0 -
» 무서워하지 마 24.05.10 52 5 12쪽
5 서원비가 죽였는데요 24.05.09 63 4 13쪽
4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24.05.08 72 4 14쪽
3 그것도 짧은 시간에 깨달았어 24.05.08 97 4 12쪽
2 미친놈인 건 확실해 24.05.08 137 4 11쪽
1 악을 쳐 죽이기 위해서요 24.05.08 192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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