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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호사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검귀 소년이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절묘호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4:09
최근연재일 :
2024.05.10 19: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17
추천수 :
25
글자수 :
29,318

작성
24.05.09 19:50
조회
62
추천
4
글자
13쪽

서원비가 죽였는데요

DUMMY

바깥에서 보던 것만큼이나 낡은 내부였다.


여기저기 흩어진 식탁과 의자들. 거기에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받은 서원비가 말했다.


“생각보다 적군요.”


“다 모으면 그래도 강서지부만 스무 명은 넘어. 항상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니까 말이야.”


장이표가 서원비의 등을 떠밀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좀 웃으면서 인사해보라고. 밝게 웃는 사람에겐 누구나 친절한 법이니까.”


장이표의 말대로 서원비는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얼결에 인사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원비라고 합니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장이표가 말하자.


“신입이야.”


다들 우르르 몰려나와 서원비를 둘러쌌다.


“신입이라고?”


“아니 얼마 만에 들어오는 후배야.”


“환영하네. 오래오래 함께 일해보자고.”


“여기 강서지부로 온 건가?”


“어려 보이는데 나이가 몇이야. 뭐, 열여섯? 그럼 강서지부 최연소가 아닌가.”


서원비는 정신이 없었다.


서씨산장의 혈사 후 홀로 강호를 떠돌았다. 이렇게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오랜만이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밖에서 허묵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어차피 다들 언제 죽을지 모를 인생들이야. 텃세 부리며 서로 미워할 이유도, 또 여유도 없거든.


그 말대로였다.


이곳을 나갔던 동료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드넓은 강호 어딘가에서 어떤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를 상황.


누구에게나 그런 상황이 닥쳐올 것을 알기에, 서로를 미워할 이유도, 또 여유도 없었다.


‘우선 사람들의 얼굴은 천천히 익히도록 하자.’


여전히 정신없는 서원비에게 장이표가 말했다.


“그럼 난 지부장님을 만나고 올게. 잠깐 얘기하고 함께 내려올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


“예? 예.”


장이표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서원비는 허묵과 동료들 사이의 대화를 지켜봤다.


“허묵, 이번 멸악행은 어땠나.”


서원비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몇 가지를 알아차렸다.


강호로 향하는 임무를 멸악행이라고 부른다는 것, 그리고 호칭이 자유롭다는 것.


‘선배, 후배, 형, 동생 등 편하고 자유롭게 부르는구나.’


이곳은 사제 관계로 이루어진 사문이 아니니 당연했다.


서원비는 그들의 대화에 쉽사리 끼지 못했다. 아직은 어색했으니까.


그때 허묵이 서원비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이 소년, 엄청나게 빠르다고. 잔악쌍부를 눈 깜짝할 새에 쓰러뜨렸으니까.”


“말도 안 돼. 그 잔악쌍부를?”


“어린 나이에 벌써 대단하군.”


“우리 강서지부를 빛낼 재능이잖아!”


“강서지부는 좋다고! 지부장님부터 해서 아주 밝은 분위기니까!”


“자네 다른 지부에서 이관 제의가 와도 절대 옮기면 안 돼!”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람들 속에서 서원비도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알겠습니다.”


옆에 있던 허묵이 말했다.


“그래도 다른 지부끼리는 경쟁의식이 좀 있거든. 뭐, 반쯤 재미로 하는 선의의 경쟁이지만 말이야.”


사람들과 어느 정도 녹아든 서원비였다.


서원비는 고마웠다. 허묵이 신경 써준 것임을 알기에.


그때 누군가 서원비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그 잔악쌍부를 죽인 건가?”


“운 좋게 제가 좀 더 빨랐을 뿐입니다.”


서원비는 항상 웃으라던 장이표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겸양과 함께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억지웃음은 누구에게나 티가 나는 법이다.


“하하하!”


서원비의 노력에 웃음이 터졌다.


옆에 있던 허묵이 서원비의 어깨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이표 형님 말대로 억지로 웃을 필요 없다네.”


“아, 역시 티가 나는군요.”


“그래. 근데 이표 형님도 항상 억지로 웃는 거야. 그 사람도 자연스러운 웃음은 아니거든.”


무거운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서원비도 눈치채고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 * *


창가 근처에 위치한 식탁 앞에 한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식사가 주 용도일 식탁이었지만, 지금 그 식탁엔 보고서들이 가득했다.


탁자 옆엔 장도(長刀)가 놓여 있었다. 허리가 아닌 등에 차고 다녀야 할 정도의 길이였다.


이 층으로 올라온 장이표가 중년인에게 예를 표했다.


“지부장님. 다녀왔습니다.”


말끔하게 수염을 기른 중년인, 반개천이 일어나서 다가왔다. 그리고 장이표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둘러봤다.


“오, 몸 성히 돌아왔군. 자네 실력에 다칠 임무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자는 데리고 왔나?”


“예. 이름은 서원비. 열여섯의 소년이었습니다.”


강서성 서쪽 부근에서 악인을 죽이고 다니던 자의 정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정보 조직을 통해 신원을 특정했고, 장이표와 허묵을 보낸 것이다.


장이표는 서원비의 내력, 사연 등을 반개천에게 보고하고 덧붙였다.


“거짓말도 없었습니다.”


장이표에겐 상대의 언동으로 거짓말을 거의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과거 소속되어 있던 곳에서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반개천도 이를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말하니 틀림없겠지.”


“경지는 이류 중급 정도로 판단됩니다.”


“그 나이대치고는 괜찮군.”


하지만 특출나지는 않았다.


반개천은 아쉬웠다.


당금의 강호는 혼란스러웠다. 무자비하게 날뛰는 악인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흑암천(黑暗天).

아직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이 세력 아래 사파의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흑암천이란 이름이 등장한 이후 강호의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는 중이었다.


흑암천이 키워낸 정체불명의 젊은 신진고수들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말이다.


이제 정파와 무림맹이 추구하는 교화 정책만으로는 한계.


반개천은 이런 강호에 악을 멸할, 좀 더 강한 전력이 될 재능이 들어오길 바랐다.


“어쨌든 옆에 계속 붙어서 지켜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맡겨두세요.”


멸악회에 들어왔다고 해도, 아직 완전한 신뢰를 받는 건 당연히 아니었으니까.


반개천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


“어쨌든 이번 목표는 그 서원비란 소년의 합류, 그리고 잔악쌍부의 제거였지. 그래서 잔악쌍부는 누가 죽였나. 자네? 허묵?”


“서원비가 죽였는데요.”


장이표를 돌아보는 반개천의 눈이 커졌다.


“뭐? 어떻게?”


장이표는 서원비의 싸우는 모습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반개천의 얼굴에 처음으로 호기심이 떠올랐다.


“천부적인 감각으로 싸우는 유형인가. 흥미롭군.”


경지의 차이가 난다고 해서 상대를 절대 못 이기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을 이용해서 이기는 것도 가능했다.


반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입이 왔으니, 마땅히 만나봐야겠지.”


장이표가 피식 웃었다.


“물론 그러셔야죠.”


아래층으로 내려온 반개천이 서원비에게 다가갔다.


“반갑네. 반개천이라고 하네. 멸악회 강서지부장이지.”


반개천은 인상 좋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서원비가 척 보기에도 상당한 고수였다.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원비입니다.”


반개천은 서원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준수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선한 인상이었다.


‘기도도 안 느껴지는데 귀신처럼 싸운다니, 믿기질 않는군.’


허리춤의 검만 없으면 거의 일반인 소년처럼 보일 정도였다.


반개천이 손을 내밀었다.


“자네 내력을 살펴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반개천은 서원비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진기를 흘려보내 살폈다.


서원비의 내공은 정순하다기보다도 평범했다. 지극히 평범한 무가에서, 평범한 무공을 익힌 소년이었다. 내공도 딱 그 나이 정도였고 말이다.


장이표가 이류 중급 정도라 판단한 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잔악쌍부를 이겼다고 했어.’


장이표의 이야기대로라면, 서원비는 순간적인 상황 판단과 응용으로 싸우는 유형인 모양이었다.


‘흑암천에서 젊은 신진고수들이 나타나 악행을 일삼고 있다. 우리 멸악회에도 그에 맞설 후기지수가 나와야 해.’


어쩌면 눈앞의 서원비가 그런 재능을 갖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나 반개천은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 멸악의 길을 걷도록 하세나.”


서원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좋은 눈빛이로군. 장이표, 서원비를 데려가서 일뢰(一雷) 문신을 새겨주게나.”


* * *


서원비는 자신의 팔목 안쪽에 새겨지는 벼락 모양의 문신을 바라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이표가 문신에 대해 설명해줬다.


“악에게 내리는 천벌이라는 의미의 문신이야. 이제 동생은 일뢰급 무사인 거지.”


장이표와 허묵의 팔에는 두 개의 벼락 모양이 있었다.


“그럼 최고 등급의 무사도 있겠군요.”


“오뢰급 무사가 최고지. 멸악회에는 회주님을 포함, 네 명뿐인 걸로 알고 있다.”


일뢰급 무사는 이뢰급 이상의 무사와 함께 다녀야 했다. 이뢰급 무사도 단독 행동을 못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삼뢰급이 되면 홀로 임무를 맡고, 움직일 수 있어.”


“회주님은 어떤 분입니까.”


“아직 나도 못 뵀어. 삼뢰급 이상만 뵐 수 있지.”


서원비는 우선 삼뢰급의 무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때까지 열심히 멸악행을 다니고, 무공의 성취를 높여야 했다.


객잔에서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에도 많은 멸악회 무사들이 나갔고, 다른 무사들이 들어왔다.


다들 멸악행을 오고가는 모양이었다.


“오? 신입인가?”


“오랜만에 들어오는 신입이네.”


처음 보는 서원비를 다들 환영해준다.


서원비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가고 싶다.’


멸악회에 들어온 이유 중 하나는 원 없이 싸우기 위해서였다.


이 들끓는 살의를 해소할 수도 있고, 또 무공의 성취도 높일 수 있으니까.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다음 날, 곧바로 장이표가 서원비를 불렀다.


“동생, 출발이다.”


서원비는 직감했다. 임무다.


별말 없이 일어나 허묵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는 건가.”


“어차피 악인을 처단하러 가는 거 아닙니까.”


“하하. 맞아. 역시 동생은 간단해서 좋구만.”


장이표가 이번 임무에 관해 설명해줬다.


이곳 남창시에서 남서쪽으로 이틀 정도 말을 달리면 도착하는 신여란 도시가 있었다.


그 근방의 작은 마을들에서 어린 소년소녀를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히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래서 신여시로 가려는 거다.”


허묵이 서원비에게 물었다.


“소년, 말은 탈 줄 아나.”


“예. 어릴 적에 배웠습니다.”


세 사람은 말을 빌려 신여시로 달렸다.


남창시 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꽤 규모 있는 도시였다.


서원비는 장이표가 건물마다 새겨진 표식을 따라가는 걸 알아차렸다.


“멸악행의 암호인 모양이군요.”


“그래. 하지만 주기적으로 바뀌지. 동생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거야.”


서원비는 장이표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뇌리에 새겼다.


장이표는 객잔에서 한 사내를 만나 종이를 건네 받았다.


“은은각의 정보원이야.”


은은각(隱隱閣).

서원비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강호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정보 조직.


“그 은은각이 멸악회와 협력 관계인 모양이로군요.”


“맞아. 은은각의 정보력 덕분에 악인들을 처단하는 게 더 쉽지. 그래서 동생을 찾은 거기도 하고.”


정보는 중요했다. 쓸데없는 시간 소모를 줄여주니까.


서원비는 역시 멸악회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은은각 정도의 정보 조직과 이어져 있다니. 멸악회에 있다 보면 적안의 사내를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악인들을 찾아 마음껏 싸우며, 무공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종이를 살펴보던 장이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근처 사암방 놈들이 벌이는 짓이로군.”


허묵이 거들었다.


“사암방이라면, 여기 근방에 있는 흑도 군소 문파 아니오.”


“그래. 주로 밀거래를 하는 놈들이었는데, 갑자기 애들 납치에 연관되다니.”


허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서 다 때려죽입시다. 사암방이라면 한 오십 명은 되지 않소? 오십 명 정도는 형님이랑 나, 그리고 소년이면 충분하오.”


“어이어이 진정해. 오십 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무리야. 그리고 아이들을 구해내는 게 우선이다.”


정보에 따르면 근처 호월현 마을이 사암방의 다음 목표였다.


“먼저 이 호월현 마을의 아이들을 구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납치해서 데려가는 경로를 따라 간 뒤,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는 거야.”


그렇게 계획을 세워두고, 세 사람은 신여시 근처에 위치한 호월현으로 향했다.


* * *


서원비는 굳이 모녀(母女)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 때문에 겁을 먹고 있다.’


호월현의 집에 있다가, 사암방 녀석들이 와서 아이들을 끌고 가려고 하면 덮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한 뒤, 집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은 겁을 먹고 있어.’


강자에 대한 약자의 본능적인 공포.


만약 이곳에 사암방 고수가 들어와 아이들을 끌고 간다면, 더 큰 공포를 느낄 게 분명했다.


‘가족들도 그때 엄청난 공포를 느꼈겠지.’


그렇게 서원비가 기다리고 있을 때, 잠시 후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어이 이곳에···.”


거칠게 문을 열었던 무사는 서원비의 날아오는 일장을 목격하고 굳어버렸다.


“컥!”


서원비의 일장을 복부에 맞은 무사의 몸이 날아갔다.


서원비는 무사를 바로 따라잡고는 검병을 쥐었다.


“일 처리는 밖에서 하는 게 좋겠어.”


그대로 발검하며 무사의 목을 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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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서워하지 마 24.05.10 51 5 12쪽
» 서원비가 죽였는데요 24.05.09 63 4 13쪽
4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24.05.08 72 4 14쪽
3 그것도 짧은 시간에 깨달았어 24.05.08 97 4 12쪽
2 미친놈인 건 확실해 24.05.08 137 4 11쪽
1 악을 쳐 죽이기 위해서요 24.05.08 192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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