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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호사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검귀 소년이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절묘호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4:09
최근연재일 :
2024.05.10 19: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16
추천수 :
25
글자수 :
29,318

작성
24.05.08 14:20
조회
96
추천
4
글자
12쪽

그것도 짧은 시간에 깨달았어

DUMMY

뒤이어 거한의 육중한 덩치가 쓰러졌다.


“후우.”


서원비는 호흡을 고른다. 내공이 부족했다.


초월적인 감각과 뛰어난 오성이 있다고 해도, 내공의 부족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이도 어렸고, 가전 무공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내공은 확실히 대책을 세워야 해.’


게다가 내공이 부족함에도, 육신은 끊임없이 싸우기를 바랐다.


온몸을 감싸는 살의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


동량산의 초입에서 척후 세 명을 죽이고 누워서 잠든 것도, 지금과 비슷한 이유였다.


산채는 거의 정리된 상태였다. 장이표와 허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서원비도 목걸이를 손에 쥔 채 떨고 있었지만, 두 사람 덕분에 안전할 수 있었다.


퍽, 퍽.

산적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던 허묵이 말했다.


“형님 봤소? 놀라운 쾌검이었소.”


장이표의 쌍검이 빠르게 교차했다. 상대하던 적의 가슴에 두 개의 사선이 그어졌다. 적은 가슴팍에서 피 분수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래 봤다. 호흡을 보아하니 내공은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류 무사는 돼 보이던 거한을 꺾다니, 재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소.”


그러다 허묵이 서원비를 힐긋거렸다.


“근데 왜 저러는 거요? 귀신처럼 싸울 땐 언제고, 갑자기 겁을 먹은 것처럼 몸을 떨다니.”


“그건 나도 몰라.”


피투성이가 되어서 산적들 시체 옆에서 괴로워하며 잠들어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했다.


“뭐, 멸악회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산채는 금세 정리되었다.


이곳 산적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이 삼류 수준이었다.


장이표가 산채에서 그나마 깔끔한 움막을 찾았다.


“오늘 밤은 일단 여기서 쉬도록 할까.”


“분명 위쪽 산채와 정기적으로 주고받는 신호가 있을 거요. 척후도 죽었고, 여기 산채도 끝장났으니 이제 찾아오는 거 아니오?”


장이표가 돌아보며 서원비에게 물었다.


“동생은 어떻게 생각해?”


“저야 좋습니다. 찾아가 죽일 수고가 줄어드는 거니까.”


“그렇다는데?”


허묵이 씨익 웃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오.”


세 사람은 움막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모닥불을 피웠다. 마치 우리는 여기 있으니, 알아서 찾아오라는 듯이.


봇짐에서 커다란 육포를 꺼낸 허묵이 서원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 먹게나.”


장이표가 깜짝 놀랐다.


“식탐이 강한 허묵이 먹을 걸 나눠주다니. 동생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인걸.”


서원비는 허묵이 내민 육포를 받아들었다.


“부러운 쾌검이었어. 난 덩치가 이래서 그런 빠르기를 가지지 못하니까.”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육포를 조금씩 먹고 있는 서원비에게 장이표가 말했다.


“보통 멸악회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악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지. 죽여서 복수를 이루고 싶어하니까.”


자기 얘기를 하라는 거나 다름없었다. 눈치 빠른 서원비가 곧바로 대답했다.


“적안의 사내를 찾고 있습니다.”


서원비는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적안의 사내에게 가족이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한 것. 그리고 뛰어들려던 자신을 무형의 경력으로 묶었고, 그 후 정신을 잃은 것까지.


적안의 사내에 의해 이런 능력이 깃든 건 당연히 숨겼다.


장이표와 허묵이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형의 경력을 방출한다면.”


“최소한 초절정 이상의 고수라는 뜻이 아니오. 게다가 적안이라면 마공을 익힌 걸 수도 있고.”


초절정의 경지면 호사가들에 의해 강호 백대 고수라고 칭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유명했고, 또 그 숫자가 적었다.


“나이는.”


“그땐 이십 대였습니다.”


“이십 대? 그렇게 어린 나이에···.”


“처음엔 노인이었지만.”


두 사람의 눈이 더욱더 커졌다.


“반로환동···.”


서원비가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그 사내에 대한 놀라움만 가중되었다.


서원비는 지금 엄청난 괴물을 쫓는 중이었다.


서원비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이런 적안의 사내에 대해 들어본 적이 계십니까.”


장이표가 고개를 저었다.


“멸악회에도 그런 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경지의 고수라면 이미 강호에서도 유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강호는 넓기에 알려진 고수보다, 알려지지 않은 고수가 더 많겠지만 말이다.


장이표는 오늘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천천히 알아갈 생각이니까.


“근데 왜 동생은 우리의 사연에 대해 안 물어보지.”


“이 자리는 저에 대해 알아가는 자리지, 두 분을 알아가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지금 이 대화도 멸악회의 입회 평가 중 하나라는 의미였다.


장이표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하하하. 나이답지 않게 정말 냉철하단 말이야. 뭐, 맞는 말이야.”


* * *


산채에 살아 있는 사람은 세 사람뿐이었다. 어차피 남는 방도 많기에 세 사람은 각자의 방을 사용했다.


서원비는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겼다.


‘멸악회에서도 적안의 사내는 모르는 건가.’


멸악회에 들어온 이유는 분명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적안의 사내를 찾을 수 없다.


‘찾더라도 문제겠지.’


노인의 모습에서 갑자기 젊은 사내로 변했다.


게다가 자신을 옭아매던 무형의 경력.


‘두 사람의 말대로 초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 그것도 최소한.’


지금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사내를 만나기 전까지 무공의 경지를 끌어 올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이 싸우는 수밖에. 서원비가 멸악회에 들어온 두 번째 이유기도 했다.


적안의 사내가 내린 이 능력.


들끓는 살의 속에서, 싸울수록 강해지는 이 능력을 이용하려면 말이다.


‘마지막의 그 초식은.’


서원비는 거한을 쓰러뜨렸던 쾌검을 떠올렸다.


그 순간의 감각과 오성을 이용해 새로이 만든 초식.


여섯 초식만 전해지는 호연검에는 없던 새로운 초식이었다.


‘칠초식으로 해둘까.’


호연검 칠초식 호연신익(胡燕迅翼).

서원비는 일곱 번째 초식을 그렇게 명명한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니 마음속에 다시 살의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꼭 쥐며,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살의가 조금씩 심해진다. 아직은 이 충동을 억누를 수 있다.


하지만 살의를 조절할 수 없는 날이 온다면?


‘살의를 제어하는 무공을 익히거나.’


아니면 강호에 이름난 명의를 찾아야 할 수도 있었다.


조금 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내공 수련을 시작한다.


‘기연을 만나지 않는 이상 내공은 정답이 없어. 꾸준히 수련하는 수밖에.’


유랑생활을 시작한 이후 서원비는 내공의 수련에 주력해왔다.


유수심결(流水心訣).

서씨산장에 전해지는 심법이었다.


서씨가의 검법이 제비의 움직임에서 따왔다면, 내공심법은 물의 원리에서 따왔다.


그 거창한 무리(武理)와 다르게 지금은 그리 특출날 것이 없는 내공 심법이었다.


하지만 서원비는 꾸준히 그 유수심결을 수련했다.


‘오늘 또 한 번 부족함을 느꼈어. 마지막에 내공이 부족했다.’


움막에 앉아 유수심결의 구결에 따라 진기를 순환시킨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산채의 움막은 내공심법을 운공하기에 완벽한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흐르는 물은 탁해지지 않는다. 마음도 마찬가지.’


이미 서원비의 운공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하나 이 살의만큼은 흘려보낼 수 없구나.’


아직 지금의 경지로는 지울 수 없는 지독한 저주였다.


그렇게 잠도 자지 않고 유수심결을 운공하던 서원비가 천천히 눈을 떴다.


다수의 기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곧 옆 방에서 장이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일어났지?”


서원비가 바닥에 있던 검집을 잡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 * *


산 너머로 동이 터오고 있었다.


몰려온 산적은 스무 명 정도. 장이표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이런 놈들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낭만이 없구만, 낭만이.”


옆에 있던 허묵도 투덜거렸다.


“곧 아침 먹을 시간이요. 배고프기 전에 후딱 끝냅시다.”


여유로운 두 사람과 달리 산적들은 분노에 차 있었다.


“밤에 신호가 안 온다 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이런 씨발! 저기 장삼도 죽어 있어! 이 새끼들이 내 친구를!”


장이표가 쌍검을 뽑으며 피식 웃었다.


“금수만도 못한 놈이 친구를 찾아? 어처구니가 없구만.”


“쳐 죽여!”


“잔악쌍부는 아직 위에 있는 모양이니, 여긴 빨리 끝내도록 하자고.”


산적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몸을 날려왔다.


장이표가 옆에 있는 허묵에게 말했다.


“먼저 있던 놈들보단 강해. 서원비가 내공이 부족하니까, 여차하면 도와줄 수 있도록 하자.”


“알겠소.”


근처에 있던 서원비도 당연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여차하면 도와주라고.’


도움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런 수준으론 적안의 사내를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순 없을 테니까.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음에 살의가 들끓는다.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살의는 제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육신에 흐르는 진기만큼은 날뛰지 않도록 제어한다.


‘차분하게.’


진기를 가라앉히는 서원비에게 산적 한 명이 달려들었다.


“웬 꼬맹이냐!”


산적은 서원비를 얕보았다. 여기서 가장 어렸고, 기도와 인상도 유순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검은 결코 유순하지 않았다.


가볍게 내지르는 일검에 산적의 심장이 꿰뚫렸다.


“커헉···.”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죽어가는 산적에게서 서원비는 무심히 검을 뽑았다.


양쪽에서 도가 베어 들어오고, 검이 찔러 들어왔다.


서원비는 결코 당황하거나, 망동하지 않는다.


‘유수심결은 물의 원리에서 따온 심법.’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유수심결의 묘리를 심득하며, 몸으로는 주변을 관조하는 감각과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서원비가 몸을 살짝 틀은 공간으로 산적의 도가 베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 발 앞으로 전진한 공간으로 산적의 검이 비껴갔다.


서원비의 검이 두 번 그어졌다.


툭, 툭.

산적 두 명의 머리가 땅으로 힘없이 떨어져 굴렀고, 곧 둘의 몸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유구히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흐를 수 있도록. 그렇게 유수의 원리를 따라 내공의 호흡을 조절한다.’


일검에 한 명씩, 확실하게.


저번처럼 금세 호흡이 달리진 않았다.


서원비는 얕은 내공을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유수와 같은 호흡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장내에서 가장 얕보였던 서원비였다. 첫 인상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저, 저···.”


“미친놈이다 완전···.”


산적들은 서원비의 검에 압도당했다.


이제 얕보았던 인상은 유순하다기보다, 귀신 들린 사람처럼 섬뜩해 보였다.


어느새 서원비를 중심으로 원형의 빈 공간이 생겼다.


불나방처럼 날아들던 산적들도, 여섯 명의 목숨을 마지막으로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후우.”


그럼에도 서원비는 여전히 진기의 호흡을 길게 고른다.


영역을 관조하는 감각과 본능이, 다가오는 적의 움직임을 경고해주고 있었으니까.


척.

그 영역에 한 명의 산적이 내려섰다. 낭아봉을 어깨에 올린 산적이었다.


“애송이의 검이 제법이구나. 놀라운 움직···.”


산적은 서원비의 무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서원비의 들끓는 살의는 그런 인정을 끝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영역에 침범한 적을 죽이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부추긴다.


서원비가 다가섰다. 당황하면서도 진노한 산적의 낭아봉이 머리통을 부술 듯이 내리쳐졌다.


하지만 서원비의 검이 더 빨랐다.


슥.

서원비의 검이 산적의 목을 그었고, 산적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적을 때려죽이던 허묵이 장이표에게 물었다.


“여차하면 뭘 도와주라는 거요?”


“나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공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별로 그래 보이지도 않소.”


“내공이 부족한 건 맞아. 단지 운용법을 달리했을 뿐이지.”


장이표가 질린 얼굴로 웃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깨달았어.”


아무래도 멸악회에 미친 재능이 한 명 들어오게 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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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서워하지 마 24.05.10 51 5 12쪽
5 서원비가 죽였는데요 24.05.09 62 4 13쪽
4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24.05.08 72 4 14쪽
» 그것도 짧은 시간에 깨달았어 24.05.08 97 4 12쪽
2 미친놈인 건 확실해 24.05.08 137 4 11쪽
1 악을 쳐 죽이기 위해서요 24.05.08 192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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