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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흑막 재벌의 사이드킥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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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3.02.27 18:32
최근연재일 :
2024.05.08 12:00
연재수 :
214 회
조회수 :
179,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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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4
글자수 :
1,233,688

작성
24.04.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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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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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208화 - 혼자가 아니었다

DUMMY

- 대충 밑천이 다 떨어진 것 같은데. 윤기성이야 원래 그런 놈이었다 쳐도, 자네들 둘은 대체 뭔가? 이 외딴 세계로 관광이라도 온 건가?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게 이 진물이 흐르는 비루한 몸뚱이뿐이니 조금 미안해지는 걸.


과연. 상고시대의 노괴는 비아냥대는 것도 일품이었다.


듣고 있자니, 열받기보다는 왠지 의욕이 꺾이는 느낌이 들었거든.


물론 그 사이에도 위노의 파상공세는 쉬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었다.


하늘에서 농구공만한 우박이 영역 전체에서 떨어지는데.


너무나 엄청난 양으로 떨어지는 게, 무슨 고릿적의 탄막 슈팅게임같은 느낌이라. 상전이로 피할 곳조차 마땅찮았다.


"으윽!"


몸을 꽈배기 꼬듯 틀면서 없는 공간 사이를 비집고 피하다가 결국에는 종아리 옆을 우박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키 157cm에 몸무게 39kg인, 기아 상태 직전의 여자 연예인이 태국의 헤비급 무에타이 선수에게 로우킥을 맞는 느낌이었다.


만약 정타로 부딪혔으면 정강이 뼈가 아작났을 것이다.


- 젠장맞을. 하다하다 못해 다른 세계선에까지 와서 타임 패러독스에 먹힐 줄은 몰랐는데.


- 아저씨! 좀 기다려봐요. 아직 몇 분 남았어요!


그제서야 뭔가를 크게 각오한 듯, 마스터 부블레가 무거운 텔레파시를 남겼다.


- 놈이 이곳을 자기 영역으로 만든 순간부터, 술식을 푼다고 해서 우리 둘이 자동으로 원래 세계선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어졌다. 현영아, 이러다가 우리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고. 너야말로 계속 놀러온 느낌으로 있지 말고 진짜 힘을 끌어내야 하지 않겠니?


무슨 소리지?


물론 세계선 이동이라는 게 엄청나게 고난이도인 만큼 자연계 입장에서는 아주 억지스러운 이적이라.


조금만 술식을 해제해도, 이 둘은 묶어놓은 머리끈이 풀리듯 원래 존재하던 세계선으로 튕겨나갈 것이다.


하지만 위노의 영역화가 그런 '정상화' 현상까지 틀어막는 줄은 몰랐는데.


- 아시잖아요. 저,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 몇 분만 있으면 되는데.


- 현영아, 텄어. 포기해. 지금 우리 전력으로는 너한테 그 몇 분 벌어줄 상황이 아니잖아. 오히려 지금 네가 우리한테 시간 벌어주느라 제대로 운신도 못 하고 있으니까.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윤기성은 이 대목에서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나름 할 만큼 하겠다고 최대한 확률조작을 걸어놓았지만.


상대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저주가 걸린 상태에서도 우리 세 명을 압도하고 있다.


아마 저자의 적중률이나 회피율이 조작 없이 그대로였다면 지금쯤 우리쪽 한 두 명은 벌써부터 누워있을 것이다.


괴사의 저주 역시 놈의 저항에 막혀 당장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 게다가 저놈도 예상보다 훨씬 강하니까. 다들 목숨 부지하려면, 잠깐이지만 내가 시간축에 놈을 가둬두는 게 최선이야.


- 그러면 아저씨가...!


패러독스가 터지며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지.


사실 따져보면 마스터 부블레는 이 세계선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그런 그가, 그저 유현영의 일을 도와주러 왔다가 패러독스에 먹히는 꼴은 윤기성 역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뾰족한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적이 이렇게까지 강한 상황에서는, 자신은 확률을 조작하여 아군을 보조하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니까.


히어로가 아닌 사이드킥이니까. 이렇다 할 공격 수단이 딱히 없는 것이다.


보아하니 유현영은 한 방이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 바로 쓸만한 처지는 아닌 듯 하고.


이렇게 밀리기만 하다가는 정말 마스터 부블레가 저놈을 가두면서 자폭하는 꼴을 봐야만 한다.


이럴 때 딱 하나.


전열에 나서서 힘으로 놈을 제압할만한, 제대로 된 전투원이 한 명만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니까. 저 무시무시한 병원체의 안개에 바로 먹히지 않는 몸을 가진, 사이코액티브 스킨을 입은 스칼렛 팽과도 같은.


압도적인 힘과 속도를 보유한, 믿을만한 근접전투력을 지닌 누군가.


만약 그런 인원이 한 명만 있다면.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이 세계에 마기가 오직 나 혼자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나 혼자.


막막하다.


나 혼자...


어.


어!?



- 그럼 두 사람, 뒷일을 부탁한다.


- 아저씨!


- 잠깐만요.


마스터 부블레에 의해 영역 전체에서 막 시간축이 왜곡되려는 찰나.


윤기성이 저절로 움직였다.


딱 한 발자국.


하지만 이전과는 살짝 다른 방향이었다.


- 응?


- 뭐야, 너도 숨겨둔 한 방이 있었던 거냐?


- 마스터 슐레이만이 이르길,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기술적인 의미라고 했습니다.


- 에!?


언제부터인가 얼빠진 표정으로 두 눈을 껌벅거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윤기성을, 유현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그 표정에, 조금 전에 잠깐 떠올랐던 기대감은 온데간데 없었다.


-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건, 단순히 관용적인 의미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의미라고 했습니다.


- 야, 지금같은 상황에 뭔 개똥철학을 씨부리고 있어!?


유현영의 텔레파시가 고함처럼 전해져왔다.


그녀는 비처럼 쏟아지는, 용암으로 범벅이 된 돌더미를 피하는 중이었다.


- 실례지만 잠깐 통화 좀 하겠습니다.


- ???


나 혼자서, 그저 내 뜻대로만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저쪽이 받아야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해볼 수 있을 테니까.



* * *



반쯤 잠들어 땀을 식히고 있던 기대만의 몸이, 순간 꿈틀- 했다.


"어머. 또? 오늘 우리 낭군님 힘이 좋으시네?"


깔리듯 그의 단단한 몸을 꼭 안고 있던 여인이 기쁜 듯 속삭였다.


노래하는 듯 낭랑한 목소리였다.


"잠깐. 그게 아니라. 신호가 왔소."


"무슨 신호요?"


"다른 세계선에서. 크로노맨시로. 처음 받아보는 형태인데."


"그 유현영이라는 여인이 있는 좌표가 아니고요?"


"아니오. 지난번에 현영 누님 부탁으로 내가 대신 전언을 남겼던 거기같은데."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기대만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고.


약간 통통한 느낌의 여인이 옆의 이불을 들어 나신을 가렸다.


"그럼 그 접속이라는 것을 하세요. 제가 호법 서드릴게요."


"아... 평소처럼 전언을 남기며 소통하는 그런 형식이 아닌 것 같고. 처음 접하는 술식인데,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군."


기대만이 난감한 얼굴로 침상 위에서 결가부좌를 틀었다.


"대답만 해주면 되는 게 아닌가 봐요?"


"그렇소. 훨씬 더 복잡한 술식이오. 나도 들어보기만 했지 직접 체현한 적은 없어서."


"흐응. 만랑은 두 달만에 저를 찾아와놓고, 또 이런 식으로 제게 일이나 시키는군요."


대충 속옷만 걸친 후, 여인이 검을 들고 기대만의 뒤에 섰다.


바로 운기를 했는지 온몸의 피부에서 김이 나며 땀기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중이었다.


"미안하오. 지금 내 사정 알고 있지 않소."


"아니까 더 기분이 나쁘단 말이에요. 당 부인은 셋째를 가지고 이제 낳기까지 했는데. 제게도 아이를 품게 해주려면 상공이 더 애써야 하지 않겠어요? 가뜩이나 나는 애가 힘들게 들어서는 거 알면서."


한때 헤어진 적이 있어도 부부처럼 지낸지 이제 십 년이 넘어가는 여인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앵두같은 입술을 삐죽대는 모습이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이틀밤을 샌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그대와 세 번이나 교접하지 않았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기대만은 굳이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세상에는 하지 않아도 될, 아니 안 하는 게 더 나을 말들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부인, 내가 더 잘 하리다. 지금 저쪽이 아주 급한 상황인 듯 하여, 바로 집중해야 할 것 같소. 나 좀 도와주시오."


"그러세요. 만랑같은 대영웅은 우리쪽 세계를 지키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시간선까지 관여하는 게 온당한 처사겠죠. 이러다가 곧 비졸라니 님의 역할까지 대신하시겠죠."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인을 잠깐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기대만이 눈을 반개했다.


마스터 슐레이만이 남겨놓은 아주 복잡한 크로노맨시 술식.


신호를 받은 후 좌표값을 환산하여 이쪽에서 동시 접속하려면 이만저만 복잡한 일이 아니다.


위험을 감지할 의식 한 조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신을 그 작업에 집중하며, 기대만은 곧 삼매경에 들어갔다.


그런 기대만을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여인이, 문득 귀를 쫑긋거렸다.


"에구, 벌써 또 잠이 깼구나... 우리 둘째. 요즘 들어 깊은 잠을 잘 못 자네."


여인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자, 울고 있던 두 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기가 나타나 그녀의 품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일반적인 공간전이를 넘어선 무언가였다.


꽤나 거리를 두고 있는 서로 다른 공간이 정말 서로 붙었다가 떨어지는 식으로.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너 때문에라도 네 아버지가 나를 계속 품고 있지는 못했겠구나. 일이 끝난 다음에도 너무 타박하지는 말아야겠네? 그렇지?"


칭얼거리는 아들을 달래며, 여인이 애틋한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야 네가 조금이라도 빨리 동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 * *



- 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랑 끝내! 더는 못 버텨!


- 나도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군.


윤기성이 갑자기 통화 한 번 하겠다면서 초고난이도의 크로노맨시를 체현한 것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몇 초에 한 번씩 즉사공격이 쏟아지는 마당에.


갑자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기 시작한 윤기성을 커버 쳐주는 것도 한계에 달해있었다.


유현영은 자기 한 몸 건사하면서 무한으로 증식하는 병원체들까지 틀어막느라고 얼굴이 허옇게 질린 상태였다.


윤기성의 허리띠를 쥐고 영역 내를 초속 단위의 빠르기로 종횡무진하던 마스터 부블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옆쪽으로 던져버렸다.


곧바로, 조금 전까지 윤기성이 있던 곳에 전봇대만한 얼음덩이 송곳이 포탄처럼 박혔다.


콰아악!


- !?


하지만 어설픈 몸짓으로 바닥을 구르는 대신, 윤기성은 체조선수 저리 가라 할 자세로 공중제비를 돌며 완벽하게 착지했다.


평생 몸을 쓰고 살아온 그 바닥의 프로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깔끔한 동작이었다.


{ 마족 군주라더니, 상당하겠구만. }


윤기성은 저 한쪽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던 유현영 쪽을 돌아보며 픽 웃었다.


무척이나 반가운 듯한 얼굴로.


- 야! 끝났어? 끝난 거냐?


- 끝은 무슨. 이제부터 시작이지.


- ...?


유현영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텔레파시로 전해지는 느낌이, 원래 윤기성과는 사뭇 그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 소제, 까다로운 자를 상대하느라 고생했네. 이제 좀 쉬게. }


이걸 뭐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아우토반에서 페라리를 최대속도로 몰던 운전자가, 조수석에 있던 사람과 바통터치를 하며 운전대를 급하게 넘긴 느낌이랄까.


타이밍을 한끗만 잘못 맞춰도 개박살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구 떡칠되어있는 축복의 힘으로 대충 잘 넘어간 것 같기는 하다.







< 209화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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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11화 - 방금 저거 안 본 눈 삽니다 +4 24.05.01 84 9 13쪽
210 210화 - 영혼의 거열형 +4 24.04.29 88 9 13쪽
209 209화 - 근접전 전문 크로노맨서 +4 24.04.26 87 8 11쪽
» 208화 - 혼자가 아니었다 +6 24.04.24 93 8 11쪽
207 207화 - 허당이 아니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하다 +2 24.04.22 93 8 12쪽
206 206화 - 보스 스펙마다 0이 하나씩 더 붙어있음 +4 24.04.19 99 9 13쪽
205 205화 - Family Affair +2 24.04.17 96 10 13쪽
204 204화 - Supernatural Beauty +6 24.04.15 103 7 13쪽
203 203화 - 핵 쓰는 놈들은 붙잡아서 참교육 해야 함 +4 24.04.12 110 7 12쪽
202 202화 - 이번에도 모르는 번호였다 +8 24.04.10 101 6 12쪽
201 201화 - 역병의 군주 +6 24.04.08 104 8 13쪽
200 200화 - 걸어다니는 재앙 그 자체 +16 24.04.05 100 10 13쪽
199 199화 - 너희처럼 나도 인질 잡을 거야 +10 24.04.03 102 9 12쪽
198 198화 - 구속구 해제 +6 24.04.01 107 7 12쪽
197 197화 - 내가 아니었으면 사고사로 요절했을 운명 +4 24.03.29 101 4 12쪽
196 196화 - 경쟁자를 제거할 것인가,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 +6 24.03.27 10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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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화 - 노빠꾸 +6 24.03.22 10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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