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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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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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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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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화

DUMMY



1학년 들어갔을 때 반 친구들 몸 안에 사는 황색포도상구균의 분포나 군집 규모같은 것을 모조리 체크하고 계속 관찰했다.


게임하느라 밤 새고 난 놈의 몸에서 이들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독감에 심하게 걸리고 하루 학교 빠졌던 놈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 관찰을 하다 보니, 오히려 벌레가 아니라 친구들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벌레를 살려서 최대한 증식시키기 위해 고1 남자애들 몸 안에서 어떤 조건이 갖추어지고 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를 거꾸로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이 벌레들은 어찌되었든 사람 몸을 벗어나 땅에 던져두면 생존하고 증식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체온이라는 기본 조건이 있어야, 약 20도에서 40도 정도의 온도 하에서만 살 수 있는 놈들이니.


결국에는 많이 작다 뿐이지 인간 입장에서 이 포도상구균은 회충이나 촌충같은 기생충인 셈이다.


예를 들어 감기와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친구 몸에서 포도상구균은 억지로 증식시키기가 많이 어려워진다. 군집이 줄지나 않으면 다행인 환경.


친구들 몸에 한참 그렇게 몰래 시험을 하다가, 어느 날 고교 입학 후 누구나 겪게 되는 진입관문이 황윤건에게도 찾아왔다.


일진을 노리는 양아치 놈들이 시비를 걸며 접근한 것이다.


황윤건이 덩치도 있고 몸도 좋은 편이라 초장에 기를 죽이고 쫄게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벌레들을 다루다 보니까 체온과 혈류순환 등 벌레의 증식과 사멸에 관련된 변수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몸도 상당히 건강해졌다.


책에서 본 바로는 자율신경 어쩌구 하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추이를 어느 정도 뜻대로 완급조절하는 요령을 익힌 것이다.


크게 긴장하지도 또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또 마냥 늘어져 자기만 하는 것도 아니니, 소화도 잘 되고 잠도 딱 필요한 만큼만 자면서 건강이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변에서 계속 유행하는 감기, 독감, 수족구, 노로바이러스 식중독같은 질병도 결국 작은 벌레 중 하나인 바이러스가 벌인 일이다.


황윤건 입장에서는 이놈들은 일종의 장난감같은 존재라서, 이런 감염으로 크게 아플 일조차 없었다.


다만 감염학과 면역학 책에서는 너무 이런 감염이 없으면 면역계가 완성되지 않는다 해서, 황윤건은 자기 몸의 벌레들을 완전히 죽이는 식으로 통제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살려두며 크게 아우성만 못 치게 눌러놓은 셈이다.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면 일부러 옮은 후 딱 한 나절 정도만 미열이 나고 콧물이 나는 정도로만 놔두고, 그 다음에 자기들이 알아서 죽어나가게 유도했다.


노로바이러스나 대장균 식중독이 걸렸을 때에도, 구역질과 복통이 적당히 있도록 놔둔 후 두 번 정도 설사만 하고 끝냈다.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내놓은 독소도 황윤건이 마음대로 늘리고 내보낼 수 있는 장난감 중의 하나였다.


벌레들이 싼 똥이랄까.


어쨌든 황윤건은 아주 크게 다치지 않는 한 건강을 잃을 일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게 두드려맞는 건 아무래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은 벌레가 아니라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도 했고, 타박상이나 뼈가 부러지는 상해는 벌레들을 늘이고 줄여서 뭘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두 세 명이 몰려와 머리통을 툭툭 쳐대며 쌍욕을 하는 양아치 놈들이 처음에는 무서웠다.


기습적으로 한 방 맞은 옆구리도 아팠고, 눈깔을 파버린다는 위협에 움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놈들이 자꾸 신경을 거슬리는 도발을 하는 게 아닌가.


어디에서 들었는지 어렸을 때 귀신이 들려서 무당을 부른 적도 있는 미친놈이 여기 왜 멀쩡히 앉아있냐고 놀렸다.


그런데 거기에 엄마아빠도 비슷한 병 있는 거 아니냐고, 유전병 아니냐는 드립도 쳤다.


아니 짱먹고 싶은 심정이야 알겠고 내가 알 바도 아니지만 왜 선을 넘냐고.


곧 욱하는 게 속에서 올라오며, 황윤건은 자기도 모르게 양아치 놈들의 몸속에서 벌레들을 증식시켰다.


아주 독하고 해로운 균주를 골라서 늘리고 싶었지만, 애초에 관심도 없는 놈들이었기 때문에 그냥 기준으로 썼던 황색포도상구균만 건드렸다.


건드리던 놈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더 열받았는지 일진 워너비들이 의자 뒷판도 치고 다리도 걷어찼다.


급기야 얼굴에 주먹도 한 대 맞았다.


바닥에 나뒹굴면서도 집중을 멈추지는 않았다. 맨날 확인하고 체크하던 대상이 이 포도상구균이다.


눈 감고도 누구의 몸속에 있는 벌레인지 알아볼 수 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급속도로 군집이 늘어나도록 유도했다.


머리에 사커킥까지 당하려던 찰나, 그중 한 명이 잠깐 휘청이더니 쌍욕을 내뱉으며 물러났다.


곧 친구들 부축을 받고 일어나며 언뜻 봤는데, 안색이 안 좋아지며 얼굴에 약간의 발진이 돋은 것을 확인했다.


한 명의 증식이 상당히 빨리 잘 되었는데, 그놈이 두목 노릇을 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날 저녁은 사실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일도 비슷하게 괴롭힘 당하면 어쩌나 두려웠고, 그런 깡패 놈들 따위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고 입술도 살짝 터졌기 때문에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다음날은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하루이틀 정도 쉬기로 했다.


공휴일을 낀 날이어서 주말을 지나 학교에 다시 등교했을 때에는 3일 정도가 지나 있었다.


돌아온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 일진 워너비 자식들이 모두 입원했다는 것이다.


공교로운 타이밍이었지만 황윤건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이게 되는구나.


나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덩치 크고 싸움 좀 한다고 친구들을 협박하고 밟으려는 놈들은 고생 좀 해도 싸다.


그리고 그놈들이 고생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게 나다.


아주 사소하지만 이것도 나름 수퍼히어로 능력이 아닐까?


나중에라도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또 본인이 그런 수퍼히어로 비스무리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낯간지러운 상상도 좀 해본 것이 사실이다.


얼굴에 여드름 가득한 고1 남자애의 발상이라는 게 중2병에서 멀어지면 얼마나 더 멀어졌겠는가.


하지만 그 뿌듯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며칠 후에 담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입원한 양아치 중 한 명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방학 지나기 전까지는 학교에 나오지 못할 거라고.


처음에는 좀 갸웃했는데, 이후 점차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교무실에서 우연히 엿들은 사실은, 그놈에게 패혈증 쇼크가 왔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엄청 쏟아부어서 목숨은 부지했는데, 조직 손상이 너무 심해서 왼발은 절단 가능성도 있다고.


또 양쪽 신장을 너무 상해서 앞으로 계속 투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섬뜩해진 마음에 그날 꾀병으로 조퇴를 하고 대형서점으로 갔다.


의학 코너에 가서 허겁지겁 책을 펴서 들었던 단어들이 뭔지 찾아봤다. 패혈증. 쇼크. 조직 손상. 투석.


그리고 그날 밤 황윤건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패혈증이 어떤 것인지, 세균 감염이 너무 심하게 퍼질 때 사람이 어떤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그날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양아치 친구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 속을 더 크게 채운 것은 두려움이었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재주가, 어느 정도 파급효과로 나타날지 미리 알기도 힘들고 실제 일이 벌어졌을 때 통제도 안 된다는 점이 무서웠다.


나아가, 그런 사고가 벌어졌을 때 되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도.


혹시라도 내 실수로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날 이후 한동안 황윤건은 친구들 몸속의 벌레들을 늘리는 시험을 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심하게 감기 걸린 친구 몸속의 과다 증식한 바이러스를 줄여서 없애버리곤 했다.


일반 감기 바이러스라도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너무 심하면, 기관지가 섬유화된다거나 청력에 영구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서 감염 부위로 뇌척수로 이어지면 죽거나 신경이 마비되기도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죄책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에는 그냥 무섭고 암담하고 조심스럽기만 했었던 듯 하다.


벌레에 대해서도 인체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그저 아는 거 하나 없이 무식한 고삐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전보다 학교 공부에 더 매진하게 되었다.


책 몇 번 훑어본 어설픈 지식으로 뭘 어떻게 조절해볼만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지난 번 일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 년 넘게 보내면서 양아치 친구에 관한 일도 차츰 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쪽의 대응이 좀 과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부모 욕까지 해가며 반 친구를 위협하고 갈구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석에게 그런 불행은 닥치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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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3 22.05.17 2,963 9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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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2 22.05.13 3,491 108 10쪽
5 4화 +4 22.05.12 3,606 117 10쪽
4 3화 +13 22.05.11 3,891 149 10쪽
» 2화 +5 22.05.11 4,133 142 9쪽
2 1화 +10 22.05.11 5,150 147 9쪽
1 < 프롤로그 > +4 22.05.11 5,858 1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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