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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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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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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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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화

DUMMY

그리고 재빨리 수건으로 놈의 입을 막았다.


망치로 찍히고 칼에 베이고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한꺼번에 느껴질 것이다.


용량 조절을 위해 황윤건도 자신에게 몇 번 같은 방법을 써봤던 적이 있다.


어느 한도 이상에서는 신경이 정말 통증 물질에 절다 못해 타버리는 듯한 느낌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중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인간이 참을 수 없는 레벨의 통증도 있는 것이다. 통각이 가장 예민한 부위에 통증 물질들이 순식간에 몰리면 탈감작이 이루어질 겨를도 없어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괴성과 함께 신음을 구토하듯 흘리는 놈의 몸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러 소낙비에 맞은 것처럼 온몸이 젖어들어갔다.


발버둥을 치다 못해 열 개의 발가락이 각각 기묘한 각도로 꺾이며 관절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머리를 이 방향 저 방향으로 격하게 흔들다 결국 옆의 침대 모서리에 크게 박았다.


큰 소리와 나며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지만, 거의 기절하듯 잠든 민서는 깨어나지 않았다.


심한 경련으로 움직임이 잦아들고 촉박한 호흡에 거의 숨이 넘어갈만한 시점에서, 황윤건은 통각 물질들을 분비하는 벌레의 군집을 빠르게 줄였다.


이러다 기절할 게 뻔하기 때문에, 동시에 뇌를 각성시키는 도파민과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벌레들의 수를 급히 늘렸다.


기절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다. 탈진은 하되 기절하거나 잠들 수는 없는 상태.


"이렇게 되는 게 어떤 건지 알겠지. 아까 시간이 금이라며? 네 말대로 해준 것 뿐이야. 빨리 끝내자."


일부러 낮고 가래낀 음성으로 피식거리며 황윤건이 말을 이어갔다.


"첫 번째. 지금 이 방에 몰카 설치해뒀냐?"


*******


자백제 조합을 비롯해 각종 신경전달물질들이 거하게 뒤섞인 상황에서, 그놈은 저항을 하거나 꼼수를 내는 등 별다른 짓거리를 해볼 의욕이 없는 듯 했다.


사람의 의지력이나 인내심같은 것도 결국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 안의 시냅스 구성 수준으로 결정된다.


외부효과로 신경전달물질 농도가 확 뒤집어진 상태라면, 의사결정과 반응을 맡은 시냅스 구성이라도 촘촘해야 한다.


요컨대, 본인이 지켜야 할 게 많고 확실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이런 상황에 그나마 의연하게 대응하며 저항할 수 있다.


인생에 지킬 게 많지 않고 장기 목표도 없는, 그저 돈 많이 벌고 즐거우면 되는 얕은 뇌구조로는 이런 압박에 저항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약쟁이 놈은 거의 우는 듯한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허겁지겁 대답을 늘어놓았다.


아는 브로커에게 약을 사온 후, 미리 찍어놓고 공사 치던 여자애들에게 타이밍 맞춰서 쓴다.


기본은 GHB, 소위 물뽕이다. 무색무취인 데다가 술이나 음료에 쉽게 녹는다.


마신 후 흡수되어 효과 나는 속도도 빠른 편이고, 보통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만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흔적도 잘 남지 않는다.


하지만 약을 떼온 곳에서는 GHB에 미량의 다른 약을 첨가했다고 한다. 그 조합의 효과가 끝내준다고는 하는데 그 다른 약이 뭔지 절대로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고.


칵테일 된 약을 먹고 사실상 인사불성이 된 여자애들은 미리 준비된 야한 속옷을 입혀 상품으로 잘 포장한다.


이 물건들을 사용할 권리는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된다.


하룻밤에 거액의 돈을 지불하며 이들의 몸을 일정 시간 사는 이들은 아주 다양하다.


익명이기 때문에 연락번호밖에 모르지만, 각계각층의 돈 좀 있는 놈들임에 분명하다.


외국인도 상당수 포함된다. 동서양과 피부색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라도 지불할 재력만 있으면 오케이라는 것.


이런 남자들을 소개시켜주고 거래를 트게 해주는 브로커들도 따로 있다.


수수료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이놈도 LA 조직 밑에서 요령만 익히고 귀국하여 처음으로 업체 굴리는 입장이라 거래처 인프라를 자력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했다.


지가 무슨 제대로 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몇 대 패주고 나서 다시 한 번 벌레들의 군집을 늘렸다.


분비물 용량을 채 절반도 올리기 전에 놈은 끅끅대며 울면서 오줌을 지렸다.


제발 그만 두라고 울며 애원하는 통에 증식은 중단했고, 필요한 정보를 재빠르게 뜯어냈다.


업장의 위치, 브로커들의 연락처와 연락방법, 약을 보관하는 곳.


같이 일하는 놈들의 이름, 연락번호, 휴대폰에 어떻게 저장되어있는지. 메신저 아이디와 비번도.


휴대폰와 차키는 이미 빼앗았고, 주요 자료가 있는 컴퓨터와 비번, 폴더 이름까지 따졌다.


민서 방에서 남정네 소변의 찌린내가 남는 건 좀 미안한 일이었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한 이틀 반 혼수상태에서 못 깨어나도록 벌레들을 만져준 후, 황윤건은 차키를 챙겼다.


준비해둔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와 알 없는 안경을 쓴 후,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장갑을 꼈다.


중고딩 시절에 막연히 상상하던 히어로놀이를 이런 뚱딴지같은 계기로 시작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지만.


내가 키고 싶을 때 키고 세이브 로드가 자유로운 게임같은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상황은 터지고,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미친 짓이나 다를 바 없는 이런 일을 하려면, 평소에 이미 충분한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지금이야 어설픈 분노를 참지 못하여 지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흥분된 상황이긴 하지만, 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은 불안함이 잔뜩 깔려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민서를 짓밟은 개자식은 이미 뇌를 절여서 조져버린 상태다.


적당히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나버렸다.


유턴이 안 되면 필요한 만큼은 별 수 없이 직진해야 하는 것이다.


*******


일단 이놈이 자기 업장으로 쓰는 곳은 두 군데이다.


이태원 이면도로 한구석의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


신사동 서쪽의 허름한 3층짜리 다세대 빌라를 개조한 곳.


약물 재고와 자료가 있는 이곳들부터 먼저 해치워야 한다.


운전해서 이동하는 와중에도 휴대폰이 한 번 울렸다.


신호가 끊긴 후 확인해보니, 자기 똘마니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이 다 지금 어디 있는지, 업장으로 쓰는 그 건물 안에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수밖에.


이태원 주택으로부터 대략 몇 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배낭을 챙겨 다가갔다.


구석지고 한적한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당연히 그런 입지라서 굳이 여기에 업장을 만들었겠지만.


한 5분 정도 조용히 대기하면서 혹시라도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나 집중했다.


별다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황윤건은 깊게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다잡은 후 정문으로 다가갔다.


주택의 정문은 도어락으로 바꾸지 않았고 열쇠로 여는 구조였다. 물론 그놈 소지품을 다 털어서 열쇠를 챙기긴 했다.


철문은 바꾼지 얼마 안 된 새것이었고 다행히도 끼익거리는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좁은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슨 영화에 나올 법한 셰퍼드도 도사견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도어락이다.


창문 사이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안에 불을 켜둔 곳은 없다는 것일 텐데, 그래도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불법 성매매를 저지르는 장소다 보니 빛을 차단하거나 방음하는 최소한의 처리는 되어있을 터.


이것만으로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 단정짓지는 못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누군가와 맞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다.


황윤건은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벌레 군집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몸이 필요한 상황.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쉬며 그놈에게서 전해들은 도어락 넘버를 빠르게 쳤다.


삐비비빅. 기계 소리를 내멋대로 꺼두는 재주는 없다. 열린 문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집안은 환하지는 않았지만 약한 조명이 전체에 깔려있었다.


졸업해서 취직한 선배들이 사주는 술을 얻어마시기 위해 따라갔던 바(Bar)의 어둑어둑한 조명과 비슷하다.


가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몇 번 봤던 성매매 업소의 조명이 아마 이럴 것이다.


일단 문을 닫았다. 혹시 자신이 집안에 있을 때 밖에서 누가 들어오는 것을 놓치면 안 되니까.


일단 데스크탑과 노트북, 장부와 남은 약을 확보해야 한다.


이 악랄한 놈들이 더 나쁜 짓을 못 하게 위해 꼭 먼저 빼앗아야 하는 것들.


애초에 비번 등 숫자가 포함되는 정보를 먼저 답하게 시켰고, 집의 구조나 방의 위치같은 세세한 내용은 그 다음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상세하게 뜯어내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놈이 거의 반쯤 정신이 놓기 시작하여 대략적인 것들만 기록할 수 있었다.


성매매와 촬영이 이루어지는 곳은 2층이다. 1층의 안방도 VIP들을 위해 가끔 사용한다고 했다.


포주와 그 패거리가 쓰는 공간은 안방 반대쪽의 손님방이라고 했다.


안방을 확인한 후 손님방 쪽으로 가려는데, 계단 위에서 터벅터벅 누가 걸어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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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3 22.05.16 3,090 9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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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4 22.05.12 3,609 117 10쪽
4 3화 +13 22.05.11 3,894 149 10쪽
3 2화 +5 22.05.11 4,136 142 9쪽
2 1화 +10 22.05.11 5,154 147 9쪽
1 < 프롤로그 > +4 22.05.11 5,866 1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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