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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스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용사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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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스
작품등록일 :
2018.04.28 18:24
최근연재일 :
2018.05.16 06:36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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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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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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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다시 돌아가다 - 11 (33)

DUMMY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낯선 제롬의 모습에 겁먹은 듯 니디아가 걱정스레 물어왔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말은 해도 가슴이 뭐에 맞은 것처럼 아프네. 이제 겨우 가족들이랑 예전처럼 다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래버리면 내 가족들은 뭐가 되는 걸까. 다들 놀래서 다시 나를 찾게 되겠지. 지금 있는 곳에서 대피부터 해야 하는데.”


꽉 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세어 나왔지만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 바닥으로 핏방울이 조금씩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 조용히 한 걸음 더 다가온 다이에나가 양 손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손을 치료해주었다. 작디작은 아이의 눈동자는 괴로워하는 아빠의 모습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제롬에게로 와락 안겨왔다.


“내가 여기서 그 지옥 같은 몇 백 년의 시간을 버티면서 바란 건 오직 하나였어. 가족들에게 돌아가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잊고 예전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내가 바란 게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무리한 꿈이었던 거야?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이기적이고 잘못된 꿈이었던 거야?”

“무리한 꿈이 아니에요. 이기적인 꿈도 아니에요. 제롬은 그 이상의 보답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걸요.”


은은한 빛이 제롬의 손으로 흘러들어갔고, 주신 헬라의 힘으로 발휘되는 신성력의 존재 자체가 불쾌하였으나 다이에나의 성의였기에 차마 뿌리치지 못하였다.


“차라리 희망을 주지 말던가.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데! 기껏 보내줬으면서 왜 다시 여기냐고!”

“아빠아, 화내지마아······.”


작은, 그러나 선명하게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눈을 감은 그는 억지로 숨을 크게 돌리고 니디아의 머리를 빈손으로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미안, 니디아한테 화내는 게 아니니까.”

“그치만, 그치마안 아빠가 화내면 니댜 무서운걸.”


훌쩍이는 아이의 목소리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빠, 화 안 낼 테니까. 뚝 그치자.”

“흑, 응!”


이제는 아이 때문에 마음대로 어디다 화도 못 내겠다고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으니 제롬을 위로하기 위해 헬렌이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라, 제롬. 이렇게 짧은 기간 만에 돌아왔다는 건 다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겠나?”


흘러내리던 피가 서서히 멎어 들어가자 다이에나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주신께서 항상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도 아니고, 신탁이 흔하게 내려오는 것도 아니에요. 지난달에 받았던 신탁에서도 사실 제롬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롬의 기도가 전해질 수 있게 저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요.”

“그래, 고마워.”


그리고 니디아에게 받았던 목걸이를 다이에나에게 건네주었는데, 의아하게 쳐다보는 그녀에게 어떻게 얻었던 물건인지 설명하였고 제롬과 니디아를 제외한 세 사람은 신물이라며 놀라워하고 함부로 만져도 되는 것이냐며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주신께서 내려주신 신물은 무슨 관련이 있을지 모르니 저희 측에서 최대한 정보망을 동원해 조사해볼게요.”

“그래, 부탁할게.”


그녀의 호의에 감사하며 제롬은 니디아를 천천히 다독여주었다.


“한 번 돌아갔다 왔으니 두 번은 어렵지 않을 거다.”

“고마워.”


평소 제롬에게는 상당히 까칠한 헬렌이었으나, 상심한 그를 위로하고자 다가와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뻣뻣하게 경직된 제롬의 어깨를 다독여주었고, 자기만 따돌린다고 투덜거렸던 벤자민도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다.


작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래서 이들이 좋았다. 수많은 회귀를 거쳐 가며 싸워온 수백 년 동안 제롬이 만나고 함께했던 동료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마왕에게 달하는 과정에서 무너져 내렸던 동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과의 마지막은 언제나 제롬에게도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겨왔었다. 이들은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제롬이 심혈을 기울여 고른 동료들로, 단순히 무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하며 그가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기대어 의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롬 님께서 지내실 수 있는 곳을 교단 내에 별도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성녀님, 회의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저는 먼저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 제롬의 호흡이 안정되고 니디아의 훌쩍임이 완전히 잦아들자 벤자민이 먼저 이야기를 하며 방을 나섰다.


“미안해서 어쩌죠, 제롬?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 있는데, 대주교들도 모두 참여하는 중요한 일정이라 제가 함부로 불참하기는 어려워요.”

“이제 괜찮으니 볼 일 보러 가봐. 그리고 목걸이랑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잘 부탁해.”

“네, 제 힘이 닿는 곳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바쁜 위치에 있는 다이에나 또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떠나야한다는 이야기에 그의 품에 안겨있던 니디아가 아쉬워하며 얼굴만을 빼꼼 내밀어 다이에나와 작게 인사를 나누었다.


결국 두 부녀 외에 남게 된 것은 헬렌, 한 명 뿐으로 그녀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제롬과 니디아에 대해서 물어왔다.


“그동안은 정신없었겠는데 니디아랑은 지내기 괜찮았나?”

“니디아가 말도 잘 듣고 착해서 돌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

“마자, 니디아. 아빠 말 잘 들어써!”


언제 울었냐는 듯 그의 품에서 손을 번쩍 들며 폴짝 뛰어내린 니디아는 작은 발을 구르며 헬렌에게로 다가가 안겼다.


“이모! 보고시퍼써!”

“그래? 이모도 그랬어.”


잔잔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니디아를 안아 의자 위로 들어 올리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헤헤. 이모, 조아.”

“니디아는 그동안 잘 지냈어?”

“응!”


확실히 제롬이나 동료들을 대할 때와도 다른, 날이 서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쌍둥이 여동생인 에일린에게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헬렌의 말투가 한없이 풀어져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딸이라고 니디아를 상처 입히거나 돌보기 어려워한다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 엘프들 사이에서 돌볼 생각도 했었다만, 과한 걱정이었던 모양이야.”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딸이니까 제대로 돌봐야지.”

“니디아와 본래 고향에 갔었다고 했지? 네 고향에는 엘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낼 때 큰 문제는 없었나?”

“니디아는 혼혈이라 그런지 다른 엘프들 정도로 귀가 길지는 않아서 옆머리로 가릴 수 있었어.”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긴 그가 니디아와 마주보며 쓰다듬어주고 있는 헬렌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면 엘프들은 부모 자식 사이를 제외하고는 혈족 개념이 강하지 않다고 했었지?”

“응? 대부분 그렇지. 보통은 형제, 자매 사이여도 남보다는 조금 가까운 정도니까. 친구나 이웃보다 거리를 두는 경우도 흔하고.”

“그렇다면 헬렌, 너와 니디아도 상당히 먼 관계 아니야?”


그녀는 틀린 말이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에일린은 쌍둥이니까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서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어. 다른 엘프들은 첫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 둘째를 가지는 경우가 없으니까. 결국 성년이 되고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한 이후 수 십, 수 백 년 뒤에 태어난 동생에게 인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애를 바라는 것도 엘프의 관점에서는 웃기는 일이지.”

“이해하기 어렵네.”


하지만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도 인간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은 엘프들이었기에 그렇겠거니 할뿐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이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떠나버렸지. 그리고 니디아는 유일하게 남은 그 핏줄. 나에게도 각별할 수밖에 없어.”


본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던 그녀는 슬픈 눈으로 정말 귀한 무언가를 만지는 것처럼 최대한 조심스럽게 니디아의 작게 튀어나온 귀를 쓰다듬어주었고, 진지한 어른들의 이야기에 위축되었던 니디아는 간지럽다며 까르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네가 가족으로 소중히 여긴다면 니디아에게도 좋은 거겠지.”


지금의 상황 때문인지 무엇에도 쉽사리 집중하기 어려워진 제롬이 그것으로 대화를 마치고 멍하니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니디아와 눈을 마주치며 여러 스킨십을 하던 헬렌이 슬쩍 그를 피해 먼 곳을 보며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니디아가 엄마를 찾거나 해서 힘들게 하지는 않던가.”

“응? 가끔씩 에일린을 찾기도 하는데 아직 어리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감안하고 더 돌봐줘야지 어쩌겠어. 그리고 내 고향에 있을 때는 가족들이 많이 도와줬었어.”

“크흠, 니디아에게 엄마가 필요한 거라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 못한 제롬이 뒷말을 기다리며 잠자코 쳐다보고 있으니, 헬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니디아에게 주변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아이와 함께 방을 나가버렸다.

******


중앙 교단의 성기사단장이라는 직책에 비해 사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 핀잔을 듣는 평소와 달리 진중한 얼굴을 한 벤자민이 앞서 걷고 있었고, 그런 그의 경호를 받으며 도착한 특별관 회의실의 문 앞에 서서 다이에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벤자민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이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다이에나를 향하였다.


회의장에 나란히 비어있는 두 자리 뿐인 상석으로 걸어 올라간 그녀는 왼쪽 자리에 앉으며, 평소의 여리고 밝은 목소리와 달리 고압적인 음성으로 주변에 선언하였다.


“시작하도록 하죠. 성국(聖國) 건국 회의를.”


몇몇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떤 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반겼다.


“돌아가는 상황이 저희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제국 내부에선 이전 대 황위 계승자 중 한 명이었던 친왕을 지지하는 안테로 후작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있고, 외부에선 제국의 후원을 받던 국가들이 점점 크로이첸에 흡수당하고 있어요. 크로이첸은 더 이상 제국이 뒷짐 지고 지켜볼 상대가 아니게 되었죠.”


그녀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왔던 벤자민과 몇몇 성기사가 대륙을 간략하게 표현한 지도에 다이에나의 말에 맞춰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현재 우리의 교세는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어요. 수년에 걸친 포교 활동으로 엘프라는 확실한 지지 기반도 생겼고, 마왕 봉인의 최전선에 있었던 만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도들의 숫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거기에 우리 쪽에 동조하는 제국의 지방 귀족들도 존재하고 있지요.”


대륙에 널리 흩어져있던 각 지역 교단의 대주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녀의 말을 조금도 흘려듣지 않으려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진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직 여러분들께서는 보고받지 못하였겠지만 마왕을 봉인하였던 용사 또한 오늘 이곳에 방문했어요.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당분간 교단을 떠나지 않고 머물게 될 거에요.”

“““오오!”””


이전부터 들어왔던 용사의 무용에 의해 달아오른 주변의 분위기와 달리 그녀는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듯 말을 조금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기대와 달리 그는 주신께 반감을 가졌고 허울뿐이라도 제국의 귀족이에요. 저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함께하는 이상 우리와 제국 측의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있더라도 중립을 취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죠. 큰 변수 중에 하나를 통제 하에 두고 있다는데 의미를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좌중을 돌아보며 성녀는 자신 있게 말하였다.


“제국에서 벗어나 온전한 성국을 부활시키는데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회의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뜻이 하나로 모아졌다.


작가의말

출근 전에. 요 며칠 엄청 바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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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 다시 돌아가다 - 6 (28) 18.05.09 391 9 12쪽
27 2. 다시 돌아가다 - 5 (27) 18.05.08 337 6 12쪽
26 2. 다시 돌아가다 - 4 (26) +1 18.05.08 378 8 12쪽
25 2. 다시 돌아가다 - 3 (25) 18.05.07 327 8 12쪽
24 2. 다시 돌아가다 - 2 (24) 18.05.07 314 7 12쪽
23 2. 다시 돌아가다 - 1 (23) +3 18.05.07 43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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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 제 딸이라고요? - 20 18.05.06 385 10 12쪽
19 1. 제 딸이라고요? - 19 18.05.06 402 7 12쪽
18 1. 제 딸이라고요? - 18 18.05.06 391 6 12쪽
17 1. 제 딸이라고요? - 17 18.05.05 63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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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 제 딸이라고요? - 14 18.05.04 355 7 12쪽
13 1. 제 딸이라고요? - 13 18.05.03 393 4 12쪽
12 1. 제 딸이라고요? - 12 +1 18.05.02 427 7 12쪽
11 1. 제 딸이라고요? - 11 18.05.01 435 6 12쪽
10 1. 제 딸이라고요? - 10 18.05.01 3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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