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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스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용사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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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스
작품등록일 :
2018.04.28 18:24
최근연재일 :
2018.05.16 06:36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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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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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글자수 :
183,282

작성
18.05.0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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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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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 제 딸이라고요? - 18

DUMMY

아직 지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대부분인 니디아는 아빠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에 굉장히 즐거워하였고, 그는 부디 오늘이 짧게 끝나기를 빌며 누나가 모는 차를 타고 집 인근에 있는 쇼핑몰로 향하였다.


“우와! 아빠, 땅 아래인데 마짜가 진짜 많아!”

“그러네. 엄마, 잠깐 니디아 좀 봐줘요.”


성민은 넓은 지하 주차장을 뛰어다니는 니디아의 말에 적당히 건성으로 대꾸해주고는 지하 주차장 구석에 있는 쇼핑 카트를 하나 뽑아왔다. 그 사이 주차를 마친 누나와 어머니가 양쪽에서 니디아의 손을 잡고는 먼저 쇼핑몰로 들어가고 있어 뒤따라 쫓아가니, 저렇게 살가운 사람들이었는가 싶은 표정과 목소리로 두 명은 니디아에게 평소에 무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우응, 쩐에 살았던 마을에선 엄마랑 산책하는 거. 그리고 찐구들이랑 놀기. 지금은 아빠랑 가치 있는 게 쩨일 쪼아!”


천사다. 천사가 하늘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있었다.


“세상에.”


어쩜 이리 착한 아이가 있을까, 하면서 껴안는 할머니에 의해 품에 안긴 니디아는 히히 웃어 보이며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고생 좀 해보게 널 닮은 아들을 낳아야하는데, 어떻게 저리 천사 같은 딸을 낳은 거야.”

“누나는 내가 뭐 어때서.”

“너 어릴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부려서 속 썩이던 걸 생각하면, 어휴.”


바쁘신 어머니와 함께 자신을 업어 키웠다고도 할 수 있는 누나의 지적에, 그는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모르는 척 쇼핑카트를 어머니 옆으로 가져왔고 니디아를 받아다 카트 앞자리에 앉혀주었다.


“꺄하하하, 이거 재미써!”


처음 타보는 카트에서 정신없이 고개를 저어가면서 구경하던 니디아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카트가 덜컹 움직이니 또 꺄르르 웃으며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이제 니디아도 여기서 지내려면 여러 가지 필요하니까 옷보다는 우선 마트 쪽부터 가자.”


그러십쇼. 하면서 따라가지만 벌써 지쳐버린 것 같아 맥없이 대답하니, 카트에 앉아 성민과 마주보고 앉아있던 니디아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빠, 힘드러?”

“아빠는 게을러서 그래. 고모가 오늘 사줄 테니까, 니디아는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전부 다~ 말해.”

“다아~?”

“그래, 조금 있다 장난감도 사러가자.”

“장난깜이 뭐야?”


하루 차이로 누나에게 받는 대우가 너무 낮아진 거 아닌가 싶었지만, 수백 년 만에 느껴보는 가족의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랑 이렇게 투닥투닥 거리면서 지냈었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썩 좋아하지 않는 쇼핑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같이 기분 좀 내보자고 성민은 몸에 힘을 넣었다.


마트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니디아는 연신 우와우와 감탄을 터트리기 바빴다. 단순한 시장이라면 이세계에서 니디아도 경험해본 적 있었다. 하지만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인 새로운 세상의 마트에 눈 둘 곳을 몰라 하며 카트가 들썩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빠, 쩌건 뭐야! 엄청 커!”

“니디아, 쉿! 너무 시끄럽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아무래도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로 인하여 가만히 있어도 한국에서는 주목받을 니디아인데, 신기하다는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 시선을 모두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가 쉿 하니, 언제나처럼 작은 검지 하나를 펼쳐 똑같이 자신의 입을 막는 시늉을 하는 니디아를 보고 미소 지어보인 그는 카트를 일단 아이가 좋아할 식자재 방향으로 몰았다.


“엄마, 니디아는 과일 좋아해. 기왕 왔으니까 과일 쪽부터 보자.”


살짝 앞서서 걸어가던 두 사람은 그의 말에 니디아를 돌아보았는데, 확실히 시선이 과일들을 향해서 꼭 박혀있어 생활용품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모두 과일을 향해갔다.


“할무니, 이거 댓따 커! 이거 조아!”


시식용 수박 조각을 하나 먹어본 니디아가 커다란 수박을 가리키며 할머니를 붙잡고 말을 하고 있으니, 성연이 슬그머니 그의 옆으로 다가와서 물어왔다.


“애 엄마가 엘프였다고 했지? 그 엘프라는 게 옛날에 보던 만화 같은데 나오는, 그 엘프가 맞아?”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거의 비슷해.”


확실히 성민도 엘프라는 종족을 처음 보았을 때는 만화 속 세상에 간줄 알고 상당히 놀랐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남, 미녀만 모여 있고,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만 먹는?”


성연의 질문에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이세계에 있는 로니아 대륙에서조차 그렇게 알려져 있었으나, 한 무리의 종족이 그렇게 쉽게 설명될 리가 없었다.


“우리 기준에서는 잘 생긴 사람이 많긴 하지. 근데 그렇지 않은 엘프들도 많이 있어. 그쪽 세상에서도 엘프가 모두 미남, 미녀라는 건 잘못된 선입견 같은 거라서.”


손녀의 말을 외면하지 못한 할머니가 카트에 넣어준 수박을 작은 손바닥으로 퉁퉁 때리고 있는 귀여운 니디아가 엘프 아이들 사이에 있으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아이들이 좀 많이 쳐질 것이었다. 콩깍지가 다분할지 몰라도 성민이 보기에 니디아는 그만큼 엘프들 사이에서도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하지만 육식도 하고, 화식(火食)도 해. 어지간해서 영역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으니 육류 섭취 자체에 한계가 있어서 채소를 이용한 생식 같은 게 주식이긴 해.”


시식용 과일을 할머니가 집어줄 때마다 냠냠 잘도 받아먹는 니디아의 모습을 미소로 지켜보면서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갔다.


“흐음, 꽤 재밌는 이야기네. 그리고 인간들을 피해서 숲에서 숨어 사는 거야?”

“숲에 산다는 것도 어느 정도 맞으면서 조금 틀린 이야기인 게, 그곳의 엘프는 숨어서 살 이유가 없어. 각 마을의 원로급들만 몇 명 나서도 인간 중에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없을 테니까. 다만 자신들의 영역에 대한 것을 집착에 가깝게 중요시해서, 상대가 먼저 접근하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갈 뿐이야. 그런 만큼 누군가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부터는 가차 없어져. 니디아 엄마도 그래서 처음에는 엄청 무서웠어.”


그나마 다행이었다면 처음 만났을 당시의 에일린은 영역에 대한 경계심이 다른 엘프들보다 조금 덜한 편이었다. 그래서 영역을 침범했던 그에게 대뜸 칼을 날리는 것보다 일단 대화를 나눌 시간정도는 주었었다.


“그런 점은 뭔가 동물 같다는 느낌이네. 그럼 아침에 보니까 확실히 니디아 귀가 윗부분만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로 길던데, 그건 엘프의 특성?”

“니디아는 하프엘프라서 짧은 편이야. 일반적인 성인 엘프는 숨기기도 어렵게 10cm정도 뾰족하게 솟아있으니까.”


엘프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로 마치고, 카트 위에서 성연은 니디아가 쭉 내밀고 있는 시식용 키위를 받아먹었다.


“히히. 꼬모, 마시써?”

“우리 니디아가 줘서 그런 가 진짜 맛있네!”


언제부터 봤다고 우리 니디아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연은 아이의 양 볼을 만지작거리며 귀여워해줬다.


“니디아, 아빠는?”

“아빠는 이거!”


아마 할머니가 시식용을 쥐어줬지만, 안 먹고 있었는지 토막이 난 바나나를 껍질 채로 성민의 입에 밀어 넣어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받아서 일단 한두 번 씹은 그는 이상한 질감에 인상을 찌푸렸다가 자신을 기대하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는 니디아의 눈빛에 차마 뱉지 못하고, 억지로 미소 지으며 꾸역꾸역 질긴 껍질째로 씹어 먹었다.


“거봐 엄마, 쟤 딸바보 기질이 보인다니까.”

“뱉어내면 되지, 굳이 껍질까지 먹을 필요는 없는데.”


두 사람이 무어라고 하건 상관하지 않고 일단 목 안으로 씹어 넘긴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시써?”

“니디아가 챙겨 줘서 더 맛있네.”


맛있다는 성민의 말이 기뻤는지, 활짝 웃어 보인 니디아는 다른 손에도 쥐고 있던 바나나를 똑같이 입에 넣으려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아이의 손에서 바나나를 가져간 그는 껍질을 벗겨서 먹여주었다.


“니디아, 바나나는 보통 껍질을 벗겨서 먹는 과일이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작은 입을 가득채운 바나나를 먹고 있는 니디아를 보면서 다들 미소와 함께 쇼핑을 계속 했다.


아이가 먹어보고 싶어 하는 과일들을 고르고, 아이의 손에 맞는 식기구나, 칫솔 같은 소소한 생필품부터 아이가 입을 옷과 속옷까지. 얼마 전에 성민이 이세계에서 니디아를 위해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샀었고 아공간 가방에 여전히 들어있었지만, 지구에서 보기에는 싸구려 품질의 물건들만 못했으니 전부 니디아만을 위한 쇼핑이었다.


사람 구경도 하고 신기한 물건 구경도 하면서 이색적인 지구의 문화를 마음껏 즐긴 니디아는 낯선 곳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 피곤한지 도중부터 카트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니디아에게 사줄 장난감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는 성연에 의해서 다들 걸음을 옮겼다.


“누나, 돈 너무 쓰는 거 아니야? 5년 사이에 모든 물가가 옛날이랑 비교도 안 되게 뛴 것 같은데 애들 장난감이면 더 비싸잖아. 선생 월급 얼마나 된다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성민을 찾느라 몇 년 째 일에서 손을 놓고는 전국을 헤매셨고 결국 평생 일궈 오신 집까지 파셨다는데, 그나마 누나가 보내주는 생활비 덕에 어떻게든 지내셨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은 동생으로서도 영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얘가 누나를 무시하네. 이래보여도 내 교직 경력이 벌써 15년이야. 내 벌이로도 귀여운 조카한테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아휴, 니디아는 왜 이렇게 조는 것도 귀엽니. 나중에 내가 몇 번 데리고 자도 괜찮지?”


난임이라던가. 딩크족도 아니었고, 벌써 10년 째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는데도 좀처럼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성연에게 첫 조카는 알게 된지 하루뿐이었지만 그 의미가 각별한 것 같았다.


여러 감정이 담긴 동생과 어머니의 시선을 무시하고 씩씩하게 앞서 걸어간 성연은 여자 아이가 좋아할만한 장난감들이 있는 코너를 둘러보다가 카트에서 불편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자고 있던 니디아를 품으로 들어올렸다.


“우응, 꼬모?”


양 눈을 비비는 니디아의 볼에 뽀뽀를 한 번 해준 성연은 산처럼 쌓여있는 장난감들 속으로 뭐가 갖고 싶냐고 물어보면서 들어가 버렸다.


“성민아. 혹시 말이다.”

“네?”


멀어져가는 손녀와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귀에 안 들리겠다 싶은 정도의 거리까지 벌어지자 조용히 성민에게 말을 꺼냈다.


“네가 몇 년 동안 있었다는 곳은 마술 같은 걸로도 사람이 다치거나 병든 걸 치료한다고 했지?”

“네, 저도 다쳤을 때는 치료 마법으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럼 말이다, 그 마술이라는 걸로 혹시 누나를 좀 도와줄 수는 없니.”


어머니께서 어렵게 꺼낸 말이었고 무엇을 도와달라는 것인지도 알았지만, 성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죄송해요. 보통 치료 마법이라는 게 외상(外傷) 같은 걸 치료하는데 쓰이는 게 대부분이고, 저는 마법 쪽이 약해서 제대로 못 익히기도 했어요. 그런 쪽으로는 기대할만한 능력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곳에서 저는 누군가를 살리기보다 죽이는 게 적성에 맞았던 사람이었어요.”


씁쓸하고 마음 아픈 말이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혹시나 성녀가 치료한다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곳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인 지구에서 성녀와 같은 수준의 치유사가 있으리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다. 네가 뭘 죄송해. 너만 돌아올 수 있으면 앞으로 살면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그렇게나 기도했는데, 내 욕심이 과한 거지. 나랑 네 아빠가 살아오면서 지은 죄가 컸는지 너희가 고생이 많았는데 이렇게 다시 가족이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만 정말 꿈만 같다.”


작가의말

월요일 덕에 일요일이 일요일 같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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