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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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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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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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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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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3화

DUMMY

헤르메스는 문제의 셔터에 도착했다. 이 셔터는 반만 닫혀있어 허리만 숙이면 들어가기 충분했다. 서둘러 셔터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살려주세요. 제발, 아이를 놔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제발...."



관람석과 이어진 통로 끝에 앞서갔던 하이에나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중에 날칸이가 인간 아이를 손에 들고 있었고 인간들 몇이 같이 있었다.



"어... 헤르메스..."



한 인간이 날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입을 쩍 벌리고 금방이라도 인간 남자아이 맨발을 삼킬 것 같던 날칸이도 고개를 돌린다. 순하게 생긴 그녀의 검은 눈망울이 이런 상황에서도 맑아 보여 헤르메스는 그녀를 더 경계한다.



"그만둬! 관람객들은 건들지 않기로 했어! 동의했잖아! 너희들도 분명 드론을 통해서 동의 표를 넣었다고!"



헤르메스가 약속을 지키라는 듯이 버럭 소리 지르는 것에 날칸이는 픽 웃음을 터뜨리고는 아이의 발바닥을 한 번 혀로 핥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한다.



"뭐, 별생각 없었는데 셔터가 고장이 났는지 반쯤 열려있더라고. 얼굴도 맞대지 않은 채 전해 들은 약속이 무슨 힘이 있겠어. 어쩌지? 인간 아이는 한 번도 안 먹어봐서 먹어보고 싶은데. 뭐, 평소에 보들보들 한 건 취향은 아니지만, 궁금은 하니까. 아님, 네가 대신 먹혀주려는 거야? 자상하네! 팬 서비스가 아주 좋아."


"이런 식이면 계획에 너희는 뺄 줄 알아. 곧 밖에 진을 칠 인간들에게 너희들을 내주겠어."


"글쎄, 가능할까. 자신 있으면 잡아보라고."


"...제발 부탁이야 소란 피우지 말아줘."


"이렇게 금방 꼬리 내리기야? 우리가 어떻게 굴든지는 내 마음이지. 그런데, 괜찮겠어?"



하이에나들이 날칸이 곁에서 떨어져 나와 헤르와의 거리를 좁혀 오려 한다. 헤르는 미간을 찡그리며 등 뒤는 뺏기지 않으려 눈동자를 굴린다. 날칸이는 눈앞의 원하던 먹이를 두고 사늘하게 혀로 입술을 축인다.



"난 한 번 마음에든 고기는 끝까지 따라가. 너 내 눈에 들었다는 거 알지? 따라붙은 다른 강아지들 기척은 보이지 않은데... 이건 멍청한 걸까, 자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님, 먹히는 걸 허락한 건가? 후후."



그녀는 헤르메스에게 턱짓한다. 무슨 사인이라도 받은 듯 부하 셋은 일제히 헤르메스에게 달려들었다. 밝은 회색 눈이 번뜩인다. 헤르메스는 제게 손이 닿기 전, 훌쩍 점프했다. 천장에 아슬하게 닿기 전, 빠르게 낙하해 한 곳에 모인 그녀들의 머리통 위로 떨어진다.



쿵!



"크륵!"

"켁."

"컥!"



헤르메스는 자세를 낮춰 왼발과 양손을 이용해 그녀들의 뒤통수를 눌러 이마를 바닥에 찧게 했다.


하이에나들은 손을 써 헤르메스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가 이 이상 수작을 부리려면 코뼈가 부러지는 것을 감안해야 할 거라는 듯 더 힘을 주었다.



"댕댕이의 순발력이랑 정신력은 언제봐도 대단하네."



날칸이는 힘을 컨트롤 하며 부하들을 제압하는 헤르메스에 비음 소리를 내었다.



"난 싸우려는 게 아니야. 부하들 한테 그만하라고 하지? 안 그럼 얘네 코뼈 다 부러질 거다."



이 상태서 날칸이까지 덤벼들면 그대로 뒤돌아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었으나 다행히도.



"흠, 부러지면 당장 고치기 애매한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네. 그만 됐어."



날칸이의 말에 부하들은 따라 투지를 사그라트린다. 헤르메스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 그녀들에게서 거리를 둬 떨어졌다.



"싸우려고 널 따라온 건 아니니까. 말해줘. 어떻게 하면 계획을 잘 따라와 줄래."


"후후후... 영웅이 되고 싶은 거니? 그렇다면 널 내게 줘. 널 먹고 싶어 댕댕아. 하아... 널 다시 맛보고 싶어."



습윤한 한숨이 섞인 목소리가 불쾌해 헤르메스는 볼을 꿈틀거린다. 느낌이 이상해 아래를 내려보았다가 급하게 올렸다. 그는 속으로 욕지기를 삼켰다.


미친 인간들, 아무리 하이에나 유전자를 합쳤다고는 하지만, 하이에나 암컷 생식기가 수컷의 생식기와 닮았다지만...! 또렷한 윤곽에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는다. 가슴은 여성처럼 풍성하게 나와 있는데... 하지만 단언컨대, 대부분 지방이 아니라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을 거다. 상황을 살피던 관객 중 한 명이 용기를 내, 한마디 한다.



"너, 너희...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어서 그만둬. 이럴수록 너희만 험한 꼴 당할 거야."


"흐응? 그 험한 꼴, 우리 선생께서 먼저 당해볼까?"



날칸이의 희번덕이는 눈이 다시 관객에게 향하는 것에 헤르메스는 머리를 굴려 빠르게 말했다.



"네가 들고 있는 아이보다, 나보다 더! 맛있는 걸 밖에서 맛보게 해준다고 약속할게. 분명 더 맛있을 거야."



헤르메스가 팔 동작을 크게 하며 '더!'라는 것을 강조하는 걸 보고 날칸이는 키득거린다.



"쿡쿡, 너도 훈련 센터 출신이면서 밖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드는 거야? 비쩍 곯은 유기견이라도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어?"



하이에나 부하들은 대장의 말에 킬킬대며 신발로 바닥을 쿵쿵 찧으며 웃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헤르는 경계하며 눈살을 구긴다. 저렇게 농담 따먹기 하듯이 있다가 또 언제 뒤로 나타나 목을 노릴지 모를 일이다.



"난... 센터 출신이 아니야. 원래는 인간이 키우던 수인이야."


"호오, 버려진 애완동물이었어?"


"버려진 게 아니라 납치당한 거야. '뜰채'한테 잡혔던 거라고!"



꼬꼬마 시절, 주인이 어떤 기업에서 전통 시장이라는 이벤트를 제공한다며 날 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을 때 벌어진 일. 처음 멀리 나가는 외출이라 나는 신났었다. 기대보다 더 재미있던 시장을 돌다 주인은 화장실에 가자고 했다. 공용화장실은 인간과 수인의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난 볼일을 먼저 해결하고 수인 화장실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는 괜히 심술 맞은 인간들이 시비를 걸어올 수 있으니 얌전히 기다리라 주인이 당부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수인들 또는 날아다니는 드론들을 구경하다 선글라스를 낀 낯선 인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네 주인이 높이 쌓여있던 과일 상자들에 깔려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며 날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받았다고 같이 가자 했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주인이 다쳤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집 말고 주인이 있는 병원에 데려가 달라 사정했다. 남자는 넌 수인이라 병원 안까지는 힘들겠지만, 건물 밖이라도 괜찮다면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나는 바보처럼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그를 따라갔다.


그는 검은 큰 차 안에 날 들여보냈고 거기서 다른 어린 수인 2명이 있었다.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 차 문은 닫혔고 안에서 수면 가스가 나왔다. 나중에야 그 녀석이 수인들을 납치해 암시장에 팔아넘기는 '뜰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흐음... 확실히 나가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지. 길잡이가 필요하기는 해. 근데, 넌 밖에서 살았다지만 결국은 인간의 애완동물로 있던 거잖아? 인간이 산책을 많이 해줬니?"


"그래, 좋은 주인이었어. 어떻게든 시간을 내줘서 하루에 한 번씩 나랑 산책했거든... 그러니까 밖에 대해서는 너희들보다 훨씬 잘 알아. 맛있는 곳도 내가 잘 알아."


"만약에 맛없다면 어떡할래?"


"그럼... 날 줄게 네가 원하는 만큼."


"흐흐, 마지막 대답이 마음에 들어. 좋아. 대신, 내 부하들도 함께 다 데리고 앞으로 삼시세끼를 챙겨줘야 해."


"뭐?! 삼시세끼 계속?! 열 몇 명을 전부 다?! 농담이지?"


"농담이라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네 부하들까지 산채로 뜯어 먹어주겠어. 어떻게,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



저 녀석 진담이야. 나도 밖에 나가면 주인을 찾느라 머리 아플 텐데, 무지막지한 녀석들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아니, 주인을 만난다고 해도 저 녀석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내 주인한테 무슨 해코지를 할 줄 알고. 거기다 다른 녀석들한테 주인과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절대 안 돼. 어떻게든 저 녀석들을 떨어트릴 방법을 강구해야겠어. 하지만 일단은.



"...알겠어. 그러니까 이제 그 애 놔줘."



날칸이는 씩 웃고는, 통통한 아이의 볼을 살짝 깨물고 헤르에게 던져주었다. 내내 겁에 질려, 울지도 못했던 아이는 헤르메스의 품에서 실례했다. 팔에서 느껴지는 뜨뜻함에 아이의 얼굴을 내려보니 이쪽을 보며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눈물을 뚝뚝 흐른다. 다행히 상처는 안 났지만 헤르메스는 자신이 더 울고 싶었다. 숙소에서 작은 먼지만 보여도 닦는 그인데 말이다.



"꼬마야, 너도 내 눈에 들었으니까 조심해. 네가 어쩐지 생각나는 날에는 어디 있든 널 찾아갈 테니까. 당분간 꼭꼭 숨어 있는 게 좋을 거다."


"야, 너 정말!"



날칸이는 헤르메스의 팔을 타고 흐르는 오줌을 보고는 킬킬대며 비웃다가 뒤돌아 인간들을 보았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내 눈에 들어오면 뼈도 안 남기겠어. 그러니까 다들 눈 깔고 있던 자리로 꺼져."



날칸이가 무표정으로 내놓은 으름장에 뒤에 있던 인간들이 하나둘 주춤하며 물러난다. 헤르메스는 부모로 보이는 이들에게 서둘러 아이를 넘기고 날칸이에게 어서 가자며 하이에나들과 함께 셔터를 나왔다. 그리고 간신히 하이에나들을 잘 타일러 원래 루트로 보냈다. 정말이지 제대로 진땀을 뺐다.


킁킁, 하아...


헤르메스는 오줌 냄새 악취에 몸서리를 치며 규율대 대실로 향한다. 제발, 샤워실이 있길 빌면서.



.

.

.



타타타타탓!



날칸이와 부하 셋은 복도를 따라 여유롭게 뛰어간다.



"대장, 그냥 아까 바로 덮치지 그랬어?"


"싫어."


"왜? 쪽수도 이쪽이 더 많았고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음... 나랑 댕댕이랑만 있을 때? 오직 내 이빨로만 사냥해서 먹고 싶어. 평소랑 다른 케이스야... 그리고 녀석, 밖의 생활을 하다 온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정보 얻기로도 쓸만할 것 같아."



그 밖의 생활이라는 게 센터에 들어오기 전 어릴 때 뿐일텐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뭐, 나 때문에 뻘뻘 거리는 거 괴롭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재미 떨어지면 그때 가서 슬슬 잡아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댕댕이 팀이 밖에서도 댕댕이랑 같이 있으려 하려나.



"대장 욕심쟁이! 그때 허벅지 엄청 맛있었던 거지? 그치? 나중에 걔 잡으면 조금만 남겨주면 안됑? 우린 맛만 보면 안돼용?"


"미안♡. 이번엔 욕심 좀 부릴게?"


"쩝... 대장이 그렇게 원한다는데, 쳇! 어쩔 수 없지."



날칸이는 키득거렸다. 부하의 귀여운 반응에 달리는 중에 볼 뽀뽀를 해주었다.



.

.

.



탈의실에서 선비, 호루스, 젠트 등은 샤워하고 온 헤르메스를 보며 계속 놀려대기 바빴다. 평소에 샤워는 무조건 두 번 하고 더러운 것이 보이면 바로 치우는 헤르메스가 오줌에 젖어 오다니.



"우링 깔끔쟁이 헤르가 아주 큰 봉변을 당하고 오셨네 헤헤."



젠트가 보조개와 함께 해맑게 웃으며 헤르메스 옆에서 깔짝댄다. 헤르메스는 귀찮다는 듯 어깨를 쳤다.



"그래도 난 헤르가 조금은 다쳐서 올 줄 알았는데 의외넹."



젠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헤르메스의 깔끔한 맨살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이에나들이 예상과는 다르게 곱게 보내줬다.


선비는 특유 인자한 눈웃음을 가득 보이며 샤워하고 나온 헤르메스를 즐겁다는 듯 바라본다. 그의 특유 미소가 부처님을 닮아 팀원들이 그에게 '부처'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그의 인자한 성격이 한몫한 것도 있다.



"하하하... 가장 깔끔쟁이 헤르가 인간 오줌을 뒤집어쓰고 오다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네."


"어후... 그 온도... 아직도 내 팔에 남아있는 것 같아. 축축하고 뜨뜻한 게 스멀스멀 내려오는 감각이 얼마나 소름 끼치던지. 얼음이 될 뻔한 걸 하이에나들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렸어.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내 목을 물어뜯을 테니까."



호루스는 헤르메스의 투덜거림에 콧방귀를 뀌었다.



"잘 아는 녀석이 혼자 걔네한테 갔어? 너 전에도 말했지만, 최대한 하이에나들 눈에 띄지 마. 특히 날칸이 말이야. 틈만 보이면 네 목에 이를 들이밀 거라고."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거래했어."


"뭐? 무슨 거래를 했는데?"


"밖에 나가면 내가 삼시세끼 책임져 주기로 했어."


"하아? 야! 걔가 얼마나 앞뒤 안 가리고 포식하기로 유명한데? 전에는 사냥감 말고도 경기 상대들 셋을 사냥해 잡아먹었다는 거 못 들었어? 왜 그랬냐고 기자가 물어보니까 오늘따라 출출해서 그랬다고 답한 대식가라고!"



호루스는 내가 책임진 게 날칸이 한 명만인 줄 안다. 나중에나 말해야겠다. 잔소리를 다 듣기에는 귀가 떨어지겠어.


<육지 사냥>은 자연을 재현해낸 '그라운드'에서 '땅' 위 '괴수'를 먼저 사냥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사냥감은 사슴, 멧돼지, 또는 호랑이 등 심판이 뽑기로 정한다. 이 동물들은 보통 동물이 아닌 유전자 변이된 괴물에 가까운 존재다. 수인이 경기 중에 사망하는 여러 케이스 중, 경기 중에 흥분하거나 몰입한 수인들 끼리 사냥감 차지를 위해 몸싸움을 하다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재작년, <ㄱ국> 육지사냥 팀 하이에나들이 나타나 경기는 더 잔인해졌다. 그들에게는 괴수뿐 아니라 수인도 사냥감이니까. 경기 해설자들은 하이에나들의 방식은 물론 잔인하지만, 경쟁자 처리를 확실히 하는 모습은 진짜 야생의 모습을 옮겨 담은 것 같다고 칭찬한다.


그놈의 야생...


한번 자기네들이 직접 당해봐야 그런 소리를 안 하지.



"알겠어? 헤르?"


"명심할게."



나라고 걔네랑 마주치고 싶겠어. 하이에나 특유의 순해 보이면서 흐리멍덩한 눈들이 얼마나 두려운데. 그래도 두렵더라도 손을 내밀고 대화해야지. 모두 주인을 만나기 위함이야. 헤르메스는 어느 정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슈트를 입기 시작했다. 헬멧 착용은 경기장 안은 허용되지만, 헬멧을 착용하고 있지 않은 선수와 ‘함께’가 아닌 이상 혼자 있을 때는 금지하기로 했다. 헬멧까지 착용하면 냄새도 못 맡게 되니까 인간인지 수인인지,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


오, 신기하네. 내 몸에 딱 맞춰서 알아서 사이즈가 조절되는군. 슈트를 착용과 동시에 발에 신발이 씌워지고 손에 장갑이 씌워졌다. 헬멧도 자동으로 씌워지려 했지만 그건 취소했다.



"대장은 경기장으로 간 거야?"


"응, 다른 애들이랑 함께. 울저는 제어실에 먼저 갔어."


"울저 한테 고장 난 셔터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가서 얘기할게. 모기를 통해서 알려줄 필요없어."


"그래. 만약에 닫히지 않는다면 계획엔 없던 출입구지만 거기도 누가 보초를 서게 해야겠어. 관람객이 빠져나오거나 또 다른 수인들이 돌발적으로 들어가면 곤란하니까."



선비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수고하라며 자리를 떠났다.


헤르메스는 예정에서 벗어난 인력을 둘 일이 생겼지만, 보초야 두 명 정도로 두면 되니까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이에나들도 이번엔 약속이 아니라 거래를 한 거니까 괜찮겠지.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전달 받기 위해 모기들도 배치해 두어야 하나. 뭐... 헬멧에 무전기 기능도 있고 하니까 괜찮겠지. 슈트를 다 입은 헤르메스는 제어실로 향했다. 제어실은 건물 내 가장 높은 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까 했는데 조금 기다려야 해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가는 중에 규율대 두 명을 마주쳤지만 손쉽게 처리하고 제어실에 도착했다. 처음 본 제어실 안은 꽤나 신기했다. 경기장 건물 내부며 외부에 설치된 cctv화면 창들이 제어실 중앙에 여기저기 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던 수인들은 흘깃흘깃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유명한 경기 선수들을 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계속 쳐다보고 있다. 대부분 소형견 또는 중형견들의 유전자를 가진 수인들이었다.



"우와, 헤르메스다. 실물로는 처음 봐..."


"잘생겼다..."



내 이야기도 들린다. 고개를 돌려 난 슬쩍 그들에게 손 인사를 했다. 남자고 여자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수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경계심을 낮추고 몇몇은 내게 사인을 요청하러 온다. 나는 흔쾌히 해주었다. 하지만 아니꼬운 시선으로 이쪽을 보는 수인도 있었다.



"너네...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둬. 너희 때문에 우리까지 휘말려 들기 사양이야."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수인이었다. 그는 수인 생산 초반에 태어난 수인인지 우리와 다르게 동물의 모습이 외양에 역력히 드러났다. 처진 얼굴이랑 두툼해 보이는 체격을 보아하니 불독인가? 아니, 불독이라고 하기에는 베이지색 털이 옷소매를 빠져나와 숱이 많고 복슬복슬하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조심히 물어본다.



"저기 실례지만, 당신은 무슨 견종이 섞였어요? 불독 맞나요?"


"불독은 무슨, 차우차우다. 그레이하운드 팀은 신사라고 알려져 있던데 예의가 없군그래?"


"헷갈려서 그럴 수 있죠.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계획을 꼭 성공시켜서 우리 수인들을 인간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들 테니까요. 어르신, 편한 곳으로 모셔다드릴까요?"


"필요 없는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이곳에서 30년을 일해왔으니까. 나가야 할 건 너희들이야. 젊다는 걸 앞세워서 혈기로 내 일자리를 어지럽히지 마. 인간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같이 끌려 나가기 싫으니까 어서 다 나가."



노인은 내게 으르렁거리며 경고했다. 그의 불안은 이해가 갔다. 어린 녀석들이 괜한 일을 벌여 자기 삶을 파괴한다 생각이 들겠지. 좋은 인간 가정 밑에서 사랑받으며 키워진 수인이 아니면 늙고 병들 시, 기업에서 오로지 노동만을 위해 길러진 수인들은 딱히 의료 혜택을 받는 것 없이 대부분 폐기처분당한다.



"다른 선수들이 말하지 않았나요? 저희 일에 휘둘리고 싶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모시겠다고 했을 텐데."


"이 녀석들, 기어코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 생각이군. 너희들처럼 인간에게 대항하던 녀석들이 그동안 없던 것 같아? 관객들을 인질로 잡아두고 경기장 내 규율대를 해결하면 끝인 줄 알지? 밖에는 너희를 제압할 더 수많은 수단이 있어. '살상대'가 오면 너희들은 무조건 끝이야. 그 녀석들이 지나간 곳에 살아남은 수인은 없었으니... 커헉!!"


"...여기 수인 인도 담당 선수들 있어?"



난 손을 든 선수들에게 인도를 부탁했다. 차우차우는 목줄 기능의 전기 충격으로 흥분을 제어 당한다. 그는 거의 끌려 나갔다시피 제어실을 떠났다. 그는 끌려 나가던 중, 그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괜한 짓들에 끼어들지 말라며 고함을 마지막으로 퇴장당했다.


살상대, 괜한 짓.


분위기가 술렁거리는 것 같네. 잠재울 필요가 있다. 물론, 드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지만 이들이 있는 편이 제어실을 다루는데 수월하다.


헤르메스는 직원들을 부르고 집중시킨다.



"우리는 계속 인간들 유흥거리로 있고 싶지 않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당신들도 지금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어. 인간들은 일하면 돈을 받아. 하지만 우리는 못 받지. 우리가 일해서 번 돈을 노느라 바쁜 인간들 생활비와 유흥비로 쓰이고 있어. 그리고 우리도 자연히 죽기 전까지 살 권리가 있어! 아까 그 노인을 봐! 곧 폐기처분이 결정될 것 같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서 우리가 벌인 반란을 두려워하지. 목줄에 잡혀서 나이가 들어서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어? 절대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아 줘."



나도 다음 해가 되면 30살이 되니 슬슬 폐기 처분 얘기가 위쪽에서 오가겠지... 선수의 삶은 짧으니까. 그전에 내 주인을 꼭 만나서 이렇게 나 멋있게 자랐다고 보여줄 거야. 주인도 많이 자랐을까. 나 없으면 밥도 잘 안 먹으려 했는데... 걱정이다.


오른쪽 구석 멀리 한 직원이 의자 팔걸이를 세게 잡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도 잘 알아. 그래서 여기 남아있겠다고 했지만... 두렵기는 해..."



헤르메스는 머리 위 귀를 쫑긋하고는 양손을 허리에 걸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수인에게는 작은 목소리도 잘 들려 헤르메스는 웃으며 답해준다.



"실패는 없어. 무조건 우리는 이번 혁명으로 인간과 같은 권리를 받아낼 거야. 우리에게는 6만 명의 인간들이 인질로 있어.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이 일을 덮는 것도 힘들거든. 인간들한테 이런 사태는 처음이야. 우리 말을 귀 기울일 수밖에 없어."


"...."



제어실은 다시 차분히 돌아갔다. 선수들 편에 선, 남은 직원들은 바깥과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경기장 건물 창들에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조명을 켜고 경기장 내부의 뚫린 천장을 닫았다. 화면들을 체크해가며 건물 안을 돌아다니던 일반인과 수인, 규율대원과 모기를 제외한 드론들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럼, 선수들은 일반 인간들은 관객석으로 인도하고 반란 참여 의사를 거절한 선수 등 다른 수인들은 훈련실, 숙소, 선수 대기실, 강당 등으로 안내했다. 규율대원 중, 투항하는 녀석은 경기장 안으로 인솔하고 공격을 시도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했다. 경기장에서 복도 안으로 들어오려는 방송용 드론들은 즉각 부수고 경기장 건물 안에서 돌아다니던 모기를 제외한 모든 드론도 부숴나갔다.


선수들은 그렇게 차근차근 경기장 건물을 점거해갔다. 헤르메스는 한 단계, 한 단계 제법 순탄하게 나아가는 것에 만족했다. 인간들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해서.


밖의 잔혹한 상황은 조금도 모르는 채, 그는 만족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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