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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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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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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추천수 :
7
글자수 :
211,680

작성
22.06.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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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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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수인.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융합해 만들어진 종.




제 반려견 '해리'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랬습니다. _ '고故 이해안 박사'




.

.

.




ㅡ 츠츠츠측... 곧... 경기 개막식과 함께 선수 입장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수인들은 대기실에서 차분히 준비하십시오.




"거참..."



스피커에서 쩌렁쩌렁한 소리가 좁은 대기실 안을 울려 퍼진다. 인간들은 경기장이 여기인 줄 아나? 고막을 뚫을 기세에 다들 오만상을 구겼다. 모두 청력이 예민한 녀석들이다. 고개를 홱 들어 올려 천장 구석을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거나 몇몇은 욕설을 지껄였다.


더 한 성깔 하는 녀석은 들고 있던 신발로 스피커를 부술 태세였다. 그러나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욕설이 붙은 위협뿐, 흉터투성이의 팔을 이내 접고 신발 한 짝은 다시 내려졌다. 형평성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지금 우리 곁에 '훈련사'들이 없다지만, 소란은 피우지 말아야 했다.


그렇다고 인간들의 감시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출입문 바로 위에 설치된 cctv가 붉은빛을 깜박거리고 있으니까.


안내 방송은 신발 끈을 묶고 바지에서 튀어나온 주머니가 있는지, 머리카락이 그새 삐져나온 부분은 없는지 등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라는 잔소리였다. 방송 또는 경기장 안 보호막 뒤에서 관람할 인간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걸친 거라곤 짧은 반바지뿐이지만.


나도 그동안 인간들에게 잘 보이려 했다. 매년 열리는 <세계 수인 스포츠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구경하러 온 관람객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되기 때문이다. 난 어느덧 수인 선수 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녀석이 되었다. 그것에 맞게 대기업들을 스폰서로 여럿 두었고 인간들도 내 이름 '헤르메스' 네 자를 들으면 대부분이 알 것이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내 팬덤이 제법 크게 형성돼 있으니까.




"헤르...나 너무 떨려. 잘 될 수 있을까...?"


"걱정 마. 니코.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



근심에 녀석의 갈색 귀가 축 늘어져 있다. 나보다는 조금 작은 체구이고 소극적인 면모가 있다. 하지만 경기에 나가면 눈빛이 달라져 뛰어난 달리기 실력과 관찰력, 집중력을 보여준다. 녀석은 <육지 사냥> 선수 중 가장 막내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견종 유전자를 가진 '니코'는 다년간 해외를 돌아다니며 우리와 여러 공식 경기를 치렀다. <세계 수인 스포츠 대회>에서의 주전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코는 떠오르는 별, 루키다. 언론에서는 내 뒤를 이을 녀석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나 말고도 다른 선배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 '그레이하운드' 견종 유전자를 가진 우리들은, 닮았지만 몸집이 작은 이 녀석을 귀여워하고 있다. 뭐, 장난과 시비 걸기 좋아하는 몇몇은 빼고는. 녀석들은 니코를 보고 짝퉁 녀석이 짧은 다리로 제법 용을 쓴다며 놀리곤 한다.


아무리 장난이어도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나 같이 다정한 선배들이 살짝 송곳니를 내밀어 날카로운 잇새 사이로 점잖은 경고를 해준다. 그럼, 콧방귀를 뀌고는 이내 그만둔다. 녀석들도 그레이하운드니 일정 선은 넘지 않는다.


그레이하운드는 점잖은 견종 중 하나니까.


175cm나 2m나 잘 뛰니까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다.



"한 녀석만 빼고는 다들 신발 끈 동여맨 거지?"



'킹하트'가 뒤를 돌아 금안을 번뜩이며 선수들을 주욱 훑어본다. 출입문을 나서기 전 체크였다. 마치 야생의 늑대가 사냥을 앞두고 제 무리를 마지막 점검하듯이. 평소답지 않게 흥분한 우리의 대장 모습에 난 조심히 그에게 말을 건다.



"킹, 조금 흥분한 것 같아."



조심스럽게 건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고양된 금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입꼬리 한쪽을 올려 오른쪽 송곳니를 씰룩, 내보인다.



"...미안, 날이 날인만큼 나도 모르게 흥분한 모습을 보였네. 끝나고 나서 돼지고기 진탕 먹을 생각에 잠깐 흥분했나 봐 하하."



대장의 멋쩍은 웃음소리에 주위에서들 피식 웃는 소리를 낸다.



"킹, 그러다 돼지 씨를 말리는 거 아니야?"


"이런, 돼지 불알까지 먹을 태세인데 대장님?"



시덥잖은 농담을 붙이며 평소 쿵 짝이 좋은 '호루스'와 '선비'가 킬킬거린다. 킹하트는 그건 네 녀석이나 많이 먹으라며 선비에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도 이 작은 소동으로 다들 한층 긴장이 누그러진 것 같아 나도 그들과 함께 미간을 풀었다. 옆을 돌아보니 니코도 조금이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엷은 미소도 잠시, 입매가 다시 가라앉는다.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더니 째릿, 올려다본다. 나는 '뭐, 임마'라며  킬킬 웃는 것과 함께 어깨를 툭 쳐준다. 스타일링 받은 머리를 엉망으로 만든다고 항의한 것이다. 그래봐야 뛰고 나면 금방 땀으로 엉망이 될 텐데 말이야.



ㅡ 뚜벅, 뚜벅.



멀리서 불규칙적인 군화 소리가 복도 밖에서 들려온다. 곧바로 나와 동료들은 머리 위 귀를 쫑긋 올리며 다 같이 출입문을 쳐다보았다. 땡그랑, 데구르르르. 한 녀석은 출입문 쪽으로 몸을 돌리다 물통을 떨어트렸다. 우리를 경기장으로 데려갈 시간이 다가왔다.


저 '규율대'를 따라 경기장으로 나가면 킹하트가 맨 앞에서 <ㄴ국> 국기를 들고 우리가 <ㄴ국>의 모든 종목 선수들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의 수인들이 차례차례로 따라오며 우리처럼 관람객을 향해 손 인사를 하며 행진하겠지.


이번에 나가게 되면 내게는 열한 번째 입장이었다.


20년이 되가는 걸까...?


훈련생부터 시작해 부상의 위기 등, 지금까지 거쳐온 시간 말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고되고 지쳐왔나. 아니, 지금도 생사를 다투고 있는 건 변함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료는 킹하트와 야누스 두 명밖에 안 됐다. 열두 명 중에 말이다.



ㅡ 지이잉...



척 척 척.


검은색 방어 슈트와 헬멧, 양손으로 들고 있는 마취총 하나 등 무장한 2명이 출입 카드를 찍고 들어왔다.



ㅡ 다들 이제 일어나... 잠깐, 거기 너. 머리가 왜 그 모양이지? 안내 방송 소리가 작았던가?


"...."



규율대원 한 명이 내가 헝클어트린 니코의 머리 상태를 보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자식들, 스피커 소리가 엄청 크다는 거 알고 있었네?


허허...


규율 대원 다른 하나가 검게 틴팅되어있는 헬멧이지만 분명 내게 보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 내게 볼일이 있는 것 같아 마주 보니 헬멧 안에서 음성 변조로 쿡쿡,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ㅡ 네가 헤르메스구나? 두 번? 아님, 한 번 정도인가. 너 경기 나갈 수 있는 것도 얼마 안 남았지? 생김새가 아무리 인간이랑 비슷하다지만... 귀며 꼬리며... 곧 뒤질 짐승새끼를 여친은 왜...


ㅡ 야, 얘 안 뒤져. 어디 구석에 처박혀서 아마... 그 종마. 어, 씨말 역할 같은 거 할걸?


ㅡ 아? 그렇냐? 이야. 좋겠다, 이 개자식아 큭큭큭! 그래도 폐기처분은 아니잖냐? 하하하!




이 녀석들... 아까 우릴 데려온 녀석들과 다른 녀석들이다.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 녀석들은 은연중에 무시가 섞여 있었지만, 이 녀석들은 대놓고였다. 아무래도 신입들이구나...?


인간 녀석들의 모욕을 주는 말에 미간을 살짝 구기며 불쾌감을 비추는 것도 잠시, 녀석들 등 뒤 너머로 조용히 움직이는 존재에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ㅡ 야... 너, 방금 그거 뭐냐?



이런, 값싼 열등감 덩어리인 이 가엾은 친구가 무시당했다고 여겼나 보다. 녀석은 총구를 내 이마에 들이밀며 대답을 요구한다. 아, 거, 되게 쿡쿡 찔러오시네.


.

.



'형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형.'



.

.



'이거 몇 발까지 있더라?'


'안 나올 때까지 계속 쏴보면 되잖아 큭큭.'


.

.



정말... 쿡쿡 찔러와.


난 총이 정말... 싫은데 말이지...



이때, 니코가 내 머리칼을 콱 잡아당겼다. 난 두피가 뜯길 것만 같은 느낌에 얼굴을 찌푸리고 신음을 내었다.



"야! 너 아까부터 뭐가 불만이길래 내 머리도 엉망으로 만들더니 계속 이쪽저쪽 시비를 걸어?!"



니코가 으르렁거리며 내 머리칼을 잡은 손을 고쳐 다시 한번 댕겼다. 나는 또 한 번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연기 맞지? 연기에 사심을 채우는 것 같다...? 아까 머리 좀 헝클어트렸다고 복수냐? 내 이마에 총구를 대고 있던 녀석은 니코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티를 보이며 서둘러 총을 물렀다.


다른 녀석도 잠깐 당황하다 잡고 있던 마취총을 치우고 바지춤에 걸려있던 테이저건을 꺼내 니코를 향해 겨눈다.


곧 입장하는 선수들을 제압하기에는 반나절을 기절시키는 마취총은 세기 때문이다.



ㅡ 어이 니코! 그 손 놔! 안 그럼 쏜다!



니코는 경고에 불과하고 내 머리칼을 억세게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 답례로 니코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나도 녀석처럼 반은 진심을 담아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머리채를 세게 잡고 흔들기 있기냐?


곧바로 경기장에 나가야 하는데 자칫하면 주먹 다툼이 날 상황이었다. 열등감 대원은 다른 대원처럼 목에 걸려있는 마취총을 손에서 놓고 테이저건을 꺼내 나와 니코를 번갈아 가며 겨눈다.



ㅡ 너희 둘 다 엎드려! 경기장 나가기 전에 전기 매운맛 좀 볼...



ㅡ 와그작, 우드드득... 철퍼덕.



통쾌한 소리가 대기실 안에 가볍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녀석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목이 꺾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원도 사태 파악을 미처 하지 못하고 어벙한 표정으로 목이 꺾였다.



"뭐? 씨말?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고 있네. 장비빨만 아니었으면 모가지를 물어뜯는 거였는데. 쯧."



목을 가볍게 부러트린, 한 성깔 하는 녀석은 쓰러지는 대원의 어깨에서 내려와 구릿빛의 맨발을 바닥 위에 착지한다. 검고 매끄럽게 잘 빠진 녀석의 꼬리가 바닥을 쓴다.


그러자 주위에서 녀석을 향해 호응 소리를 내며 박수를 보냈다. 놈은 턱을 한껏 치켜들며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성질은 더럽지만 단순한 녀석 같으니라고. 녀석은 계획 전, 자기가 제일 먼저 규율대를 죽이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스피커를 향해 신발 한 짝을 던지려고 했던 녀석이 바로 이 녀석 '야누스'다. 물통을 일부러 떨어트려 cctv 바로 아래 사각지대로 굴려 보낸 것도 이 녀석이다. 규율대의 신경이 내게 쏠린 사이, 떨어트린 물통을 줍는 척 그 아래로 가 cctv를 피해 출입 문틀과 천장 사이에 자리한 뒤 놈들의 목을 노렸다. 경기에서도 상대의 뒤를 치는 걸 좋아하는 게 녀석답다.



"어이, 짝퉁. 너 평소에 헤르를 마음에 안 들었던 거지? 계획 조금 틀어졌다 싶으니까 이때다 하고 머리끄덩이 잡는 것 봐 케켕케켁켁켁!"



야누스는 한 손으로는 검정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생긴 것만 봐서는 악당의 멋있는 우두머리를 할 녀석인데 말투만 보면 길거리 깡패(1)만 같았다.


우리 중 유독 짙은 이목구비에다가 피부도 구릿빛이다. 두꺼운 목소리를 가진 녀석이 비음을 섞어 저런 식으로 웃으니 대단히 격 떨어져 보였다.



"죄송해요. 헤르메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길래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조금 두피가 아프긴 한데, 아니야 잘했어. 임기응변이 아주 대단했지. 너 그런데 정말 아까 네 머리 좀 만졌다고 사심 들어갔던 건 아니지?"



내가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자 니코는 눈가를 움찔거리더니 항변한다.



"절대 아니에요!"


"흐음... 뭐, 그래."


"아니긴 뭘 아니야 이때다 싶은 거지 컹!켕켕켕!"




ㅡ 두다다다다...



"시간 없어! 다른 녀석들은 벌써 복도를 빠져나가고 있다고 어서 움직여!"



킹하트가 출입문을 향해 다급하게 손짓한다. 복도에서는 우리가 인간을 처리한 시점과 비슷하게 엄청난 양의 발걸음 소리가 터져 나오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들 무사해야 돼...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


"더 나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인간의 지독함 속에서도 안정을 택한 녀석들은 앉은 자리를 지킨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 하는 녀석들은 움직인다.


킹하트가 출입 카드를 챙기고 선봉을 선다. 이 선봉은 인간들의 국가를 위해 대표해 서는 게 아니라 오직, 우리 <육지 사냥> 팀을 이끌기 위함이었다. 다른 종목의 대장들도 자기 동료들의 선봉이 되어 움직일 것이다.


곧 비상벨 소리가 이 발걸음 소리를 누르며 터지겠지,



그러면 또다시 시작이라는 걸 일깨울 것이다.


그래, 시작이야.


주인, 널 찾으러 갈 거야.

몇십 년이 걸리든 난 찾아낼 수 있어.


인간들이 날 씨말로 만들려고 한 대.

인간들이 내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해쳐.


널 기억해.

보고 싶어.


정보가 별로 없어서 찾기가 힘들어?


그 말만 몇 년째인지 모르겠어.


내 발로 널 찾아내겠어.



'차새벽.'




.

.

.



"아, 잠깐 저거 부수는 걸 까먹었네."



ㅡ 콰직.



"가만... 부수는 게 아니라 뜯어내야 했던 거잖아. 제어실에 가서 이 소리를 낸 녀석 한테 똑같이 들려줘야 하는 게 맞는 건데...?"


"뭔 소리야! 뜯어낸 것부터 자체가 망가트리는 거거든! 야누스 빨랑 안 튀어와?!"


"에잇, 젠장!"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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