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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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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9
추천수 :
7
글자수 :
211,680

작성
22.06.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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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2화

DUMMY

대부분 상의 탈의를 한 몸 좋은 수인들이 흰 시멘트 벽과 대리석 바닥을 오가며 뛰고 있다. 복도로 나오니 묵직한 발걸음의 실체는 더욱 웅장했다.



긴 복도 통로 안, 선수들 머리 위로는 소형 드론들이 간격을 두어 움직여 목적지를 안내하고 있다.



ㅡ 두두두두두... 끼익!



코너를 도는 곳에서는 바닥이 매끄러운 대리석을 따라 귓속을 가르는 소리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모두 움직임은 잽싸고도 가벼웠다. 백 명이 넘는 수인들이 복도를 꽉 차게 움직이지만, 누구 하나 부딪히지 않았다. 헤르메스도 그 틈에 끼어들어 발을 놀린다.



인간은 물론이고 일반 수인 보다도 동체 시력이 좋은 눈은 어디가 빈틈인지 알았고 다리가 자동으로 뻗어 나갔다.



‘이정도야 껌이지.’



울창한 숲을 재현한 경기장보다, 가시덤불에 긁히며 피하는 것보다 껌이다.


우리 팀도 어서 선두로 가야 해.


우리 <ㄴ국> 육지 사냥 팀은, 항상 경기에서 1, 2위 순위권에 드니 좋은 실력으로 선두에서 규율대 목을 부러뜨려야 했다.



수인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킹하트의 뒷모습을 헤르메스는 그의 밝은 회색 눈에 고정한다. 그가 더 속도를 낸다. 진한 회색 머리를 흩날리며 헤르메스도 킹하트를 따라 속도를 낸다.



[길 안내를 시작하겠다]



드론의 생김새는 손바닥보다는 작은 크기로 각이 무딘 검은색 삼각뿔 형태에다 정면에는 세로로 긴 검은색 타원형 2개가 데칼코마니처럼 그려져 있다. 돼지 코와 닮은 생김새로 위에는 프로펠러가 달려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나타난 의문의 드론. 각 나라의 수인들 경기 팀 숙소에 하나씩 나타났다. 인간들에게 '분노'와 '불안'을 품고 있던 우리에게 이 녀석들은 자유를 얻을 방법과 계획을 인간들 몰래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이 드론들을 보낸 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모른다.


그저 그자가 수인이라는 것밖에는.



[윙윙...]


“모기, 다들 잘 따라오고 있어?”


[...그렇다. 선두에서 규율대 셋 마주침. 처리 완료 전달받음.]


“좋았어.”



의문의 드론과 첫 만남은 썩 반가운 만남은 아니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잠든 늦은 밤, 녀석이 '윙윙'대며 우리의 단잠을 깨웠기 때문이다.


이 달갑지 않은 만남을 따 우리는 녀석을 '모기'라 부르기로 했다. 드론은 자신의 호칭이 마음에 안 드는지 이 호칭을 섞어 말을 걸면 대답이 조금 늦게 들려온다.


마치, 기계가 감정이라도 있듯이.

옆 나라의 '로봇! 또한, 특출난 AI 기술!' 뭐, 그런 걸까.


그것 외에는 일반 드론들과 별 다를 바 없었다. 필요한 정보만 기계처럼 읊어줄 뿐이었다.



ㅡ 두두두두두...



'선두에 도착!'



킹하트 뒤를 따라 코너를 돌아 일자 복도를 좀 더 달리니 선두를 금방 차지했다. 우리 팀원들도 곧 내 옆을 채워온다. 복도 통로가 제법 넓어 수인 사십 명은 여유 있게 함께 달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활동 범위를 생각해 가로로 열 명 내외로 움직인다.


드론이 준 정보에 따르면, 경기장 건물 내 규율대 인원은 겨우 육십 명 언저리. 수인 선수들은 사백 명이 훌쩍 넘는다.


규율대는 살상용 무기로 무장하진 않았지만, 대신 마취총과 테이저건을 사용한다. 마취총에 맞으면 반나절은 기절하게 되고 테이저건에 맞으면 몇 분 동안 기절이다. 무기들은 자동 조준이 된다지만 모두 일반 수인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거라 우리 선수들을 맞추기란 어렵다. 수동 조준은 규율대 녀석들 실력으로는 더 어림없고.



츠으으으...



ㅡ 뭐, 뭐야...?



복도 오른쪽 벽 스크린 도어가 열리더니 규율 대원이 빼꼼 나타났다.



ㅡ 미친...! 미친!!!



낮은 음성 변조 목소리로 당황하는 기색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헤, 평상시에는 꽤 위압감을 주는 목소리인데 말이지.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적들까지 총 다섯 명. 놈들은 마취총을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총구는 ‘끼릭’ 움직이며 스스로 자동 조준에 들어간다.


슝슝, 난 동공을 확장해 날아오는 마취 탄들을 피해 바닥에 착 달라붙었다. 양옆으로 있던 우리 팀은 물론이고 뒤를 따르던 수인들도 똑같이 행했다.



규율대는 눈앞의 시야가 텅 비어 당황한 것도 잠시, 자동 조준 범위에서 벗어나 급하게 총신을 아래로 향한다. 사격이 다시 시작되기 전, 나와 팀원들이 아래를 훅 치고 들어갔다.



슉슉!! 팅팅...



총신을 위로 향하게 해준다. 위로 발사된 마취 탄은 천장에 대부분 바늘이 꽂히지만, 튕겨 나가기도 한다. 튕겨 나간 탄은 알아서들 잘 피한다.



쿵! 우두둑!



우리는 적들을 바닥으로 넘어트려 그 위에 올라탔다. 목에 매달려있는 총과 가슴을 정강이로 누르고 목을 꺾었다. 너무 쉬운데? 으스대던 녀석들을 발밑에 두니 경기에서 사냥에 성공한 것보다 더한 쾌감을 느꼈다.


헤르메스는 일순간이지만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우리 팀은 곧장 몸을 일으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후방에 선 수인들이 처리한 규율대의 장비들을 챙겨줄 것이다. 목적지는 제어실. 바깥 출입문들과 경기장 돔 천장을 닫는다. cctv화면들을 확인해 퍼져있는 규율대와 모기를 제외한 드론들을 파악해 정리하고 경기장 건물 안 인간들은 모두 관람석으로 이동, 비참여 수인들도 지정한 장소로 이동시키면 일단, 계획의 '첫 단계'는 끝난다.


웅성웅성.


달리는 중에 뒤가 소란스럽다. 당황한 선수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이에나들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윽. 뭐, 뭐야! 너네?!"



뭐...?


그 녀석들은 반대쪽 코너를 돌아 선두에 있어야 하잖아...? 결국 일을 벌이는구나. 헤르메스는 입술을 콱 깨물고 뒤를 홱 돌아보았다. 핏물보다 더 붉은 머리칼이 시야에 들어온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녀의 머리 색이다.


이탈자 중 하나가 하이에나 대장이었어?


키는 나보다 조금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근육질.


퍽.


그녀가 내 어깨를 부러 세게 치고 나아 간다. 검은색 스포츠 브라와 반바지 차림의 그녀들은 단번에 우리 속도를 따라잡아 넘겼다.


날칸이는 도발 또는 놀리기라도 하듯이 내 시야에서 살랑거리는 꼬리와 함께 양옆으로 왔다 갔다 정신 사납게 뛰어댔다. 그녀가 머리 위로 쫑긋 솟아난 귀와 함께 고개를 뒤로 돌린다.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게 생긴 그녀. 붉고 긴 속눈썹과 함께 처진 눈꼬리를 휘고 검붉은색 립스틱을 칠한 윗입술을 내게 핥아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안녕 댕댕아♡."



스르륵. 그 말 뒤, 번들거리는 검은 눈동자가 향한 곳은 내 오른쪽 허벅지였다.


완벽히 회복한 부위에 순간 통증이 찾아온다. 심장 고동 소리가 여느 때보다도 크게 요동친다. 두려운 감정이 깊은 우물에서 돌벽들을 짚고 차츰차츰 올라온다.



"날칸이..."



난 한숨과도 닮은 모양새로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 불렀다. 그러자 그녀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간다.


하이에나들은 <ㄱ국> 육지사냥 팀이다. <ㄱ국>은 하이에나들을 그동안 다른 크고 작은, 어떤 공식 경기에도 내보이지 않다가 작년 <세계 수인 스포츠 대회>에서 이들을 처음 선보였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선수 중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활동하는 수인들은 모두 '견종'이다. 개가 아닌 수인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ㄱ국>은 생명 공학보다 '로봇 공학'이 발전된 나라다. 그동안 그들이 선보인 수인은, 피부의 털과 이목구비 등, 짐승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런 <ㄱ국>이 돌연 인간의 모습을 잘 구현해낸 하이에나 수인을 창조한 것에 여러 나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우려했다.


인간에게 충직한, 개의 유전자 말고는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인간과 접목한 것은 위험이 따른다 했다. 동물의 야생성, 사냥본능, 약육강식 등 인간보다 거칠고 날것들의 무언가가 인간의 육체와 지능을 만나게 되면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나.


내가 태어나기도 전, 아주 옛날, 지독했다는 '제4차 전쟁' 시절에 어떤 사건 이후로 암묵적인 선이 생긴 듯싶었다.


뭐, 전쟁을, 했던 말던. 딱히, 옛날 진지한 이야기는 관심 없어 그런 이야기는 그냥 듣고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간다.


우리는 호기심과 설렘에 부풀어 올라 개막식이 끝나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인터넷 기사에 나온 하이에나들을 찾아보았다. 남자들만 있던 경기에 여자들이라니.


물론, 그들은 인간과 수인들 어느 여성보다도 두툼한 근육을 가졌으며 대부분 키가 우리와 비슷해 보였다.


화면으로 본 하이에나들은 다들 얼굴이 예뻐 우리는 헛기침을 하거나 얼굴을 붉혔다.


하이에나란 동물은 수컷보다 암컷이 더 세다고 선비가 말해줘 우리는 신기해했다. 여자 수인들 경기를 보는 건 어쩐지 좀 어색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들었다.


대진표 첫 경기에서도 우리랑 안 잡혀 하이에나들은 신인이기도 하고 평소 1위를 자주 하는 우리여서 그들과 우리는 같은 시합에 설 거라고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육지 사냥'은 팀전이기도 하고 많은 시합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녀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우리는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인간들은 수인이 아니라 '악마들'을 만들어냈다. 인간들의 우려 대로였다.


녀석들은 경기 상대를 먹이 사냥하듯이 몰아서 잡은 선수를 물어 뜯어먹었다. 사냥 타겟인 '괴수'도 아닌 상대 선수를.


물론, 경기 룰에는 상대 선수를 죽일 수 없다는 룰은 없지만 그래도 수인 선수들 모두가 은연중에 지켜야 할 선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보란 듯이 그 선을 넘은... 아니, 짓이겼다.


신인인 녀석들은 결국, 우리와 함께 결승전에 올랐다. 당시, 우리의 설렘은 공포로 바뀐 지 오래였다. 킹하트는 그날 경기는 평소 쓰던 공격 전략은 접고 수비 전략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도, 난 날칸이에게 내 허벅지 살점을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물어뜯겼었다.


다행히 우리 팀에서는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난 분명 잡아먹힐 뻔했다. 그 이후, 여러 크고 작은 공식 경기들에서 녀석들과의 경기에서는 거의 100% 사망자가 속출한다. 우리 팀만 여태껏 그 100%에서 예외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지금까지 날 사냥 중이다. 그 경기 이후로 굳이 나만 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난 그녀의 식욕이 진득이 묻어난 눈길에 잡혔다가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정말 개 소름 끼치네. 나한테 집착 좀 그만해라.



탁탁탁탁...



'어라...?'



단순히 날 놀리려는 게 목적이었는지 가벼운(?) 인사 뒤에는 더 말없이 킬킬대고는 자기 무리를 이끌고 앞서 달려 나가 사라졌다. 같이 따라온 다른 하이에나들은 셋. 다시 뒤를 돌아 체크하니 더 따라오는 하이에나들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기분 나쁜 하이에나 새끼들..."



지켜보던 야누스가 잇새 사이로 으르렁거렸다.



.

.

.



'몰라, 모른다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어? 규율대도 저렇게 하나 같이 맥도 못 추리고 죽어 나가는데...!'



경기장 제어실 안 직원들은 수인들이다. 하지만, 통솔하는 관리자는 인간. 그는 넥타이를 휘날리며 생존을 위해 비상구 계단을 허겁지겁 내려가고 있다. 수인 선수들은 현재 '목줄'을 차지 않고 있다. 목줄은 착용자가 일정 이상 흥분할시, 전기 충격이 가는 기능이 있다. 훈련과 경기 중에는 이 기능 때문에 개막식 전, 훈련사들이 미리 풀어놓은 상태다. 수인들은 그때를 계획적으로 노린 것이다.


관리자는 cctv 화면들 속 수인들의 폭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시선을 내린 곳에는 제어실 안 모든 수인 직원들이 자신을 보며 당황한 눈빛으로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자는 그 눈빛들에 생존에 위협을 느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인들에게 무시와 비아냥이 깔린 말을 일삼던 이들 중 하나던 관리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 멍청해 보이던 귀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망이라도 치는 기색을 보이면 쫑긋하고는 달려들 것만 같고, 혀 씹는 일이 종종 있지 않냐면서 놀렸던 날카로운 이빨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목에는 분명 목줄이 채워져 있고 초록 불이 선명하게 들어와 있지만, 관리자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만이 머릿속을 차지했다.


관리자는 관람석 출입구 셔터를 내리게 지시하고 상부와 연락하고 오겠다 하고는 자리에서 도망쳐 비상구 계단을 막힘 없이 내려갔다. 모든 연락을 끊기 위해 팔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를 종료시키기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풀어 던져버렸다. 그는 살길을 위해 빠르게 발을 놀렸다.


비상 방송은 관리자도 아닌, 그렇다고 수인 직원들이 킨 것도 아니었다.


.

.

.


드드득. 경찰구급서장이 책상 위를 손톱 밑 살로 긁었다. 그는 거리에 설치된 cctv화면들과 방범용 드론이 보여주는 화면을 바라보며 분노로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경찰구급서 안 사람들 모두 경악과 분노에 잠식되어있었다. 화면 속에 보이는 수인들은 모두 목줄 기능이 꺼져있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검은 쵸크처럼 생긴 목줄 가운데 동그랗게 초록 불이 들어와 있어야 했다.


목줄은 착용한 이의 흥분 감도를 일정 이상 감지하면 전기 충격을 준다. 그러나 초록 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수인들은 목줄을 벗지는 못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마음대로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흥분을 억제당한 수인들. 대낮의 거리를 폭동의 광기로 물들인다.


얼마 전, 수인 인권 단체 소속 사람들이 경찰서 앞에 수인들의 권리를 더 높여줘야 한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권리...? 짐승 새끼들은 역시 짐승 새끼들이야."


"저... 일단은, 공공시설 시스템을 연결해 재난 방송을 틀었습니다. '규율대'를 전부 투입해 진압에 들어가게 시켰지만, '살상대'는... 여러 기업의 승인이 필요한 문제라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비록 기업의 입김이 들어갔지만, '규율대'와 '살상대' 모두 정부 소속이다. 둘, 모두 수인을 제재하는 부대지만, 규율대는 수인들을 죽이거나 손상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살상대는 가능하다.



"뭐? 사람들이 저렇게 죽어 나가는데? 그깟 승인이 대수야?"


"수인들은 일반 시민들의 개인 소유로 있는 게 아니라 기업 관리 하 렌탈 체제로 있는 실상이라 복잡해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처지라 합니다. 살상대 창설에 관여한 기업들이 국가와 계약을 맺은 것 중의 하나가 살상대를 움직일 시, 논의를 거쳐 자기들의 승인받는 계약 조항이 있다고 해요."


"그럼, 이렇게 지켜만 보라고?"


"규율대와 표적용 드론과 대피 방송을 계속 틀어 놓는 거로 우선은 감당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가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 수인 스포츠 대회>를 진행 중인 경기장 관리자에게 연락을 넣었지만, 신호가 닿질 않습니다.“



직원은 경기장에 다른 연락 수단을 취해 봐도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 답답한 상황들을 더 이어 말한다.



”경기장 재난 방송은 이쪽에서 틀 수 있어 틀어 놓기는 했습니다... 자세한 내부 상황을 둘러보려 경기장에 있던 저희 정찰용 드론을 이용해 보려 하지만 선수들이 하나둘 부수고 있어요. 숨어있어도 미세한 드론의 작동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방송 촬영용 드론과 저희 쪽 정찰 드론들이 실시간으로 보여준 걸로 보아 아직 관람석에는 큰 혼란은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관객들의 '스마트 워치'를 경기장 측에서 압수해서 관객들은 바깥 상황을 아직 모르는 눈치입니다."


“하아... 경기장 내 일반 드론들이 모두 부서지는 건 시간 문제겠군... 그래도 되는대로 최대한 정보 입수하도록 하고, '워치'는 왜 압수한 거지? 이것도 수인들의 작당 중 하나였나?"


"이전부터 행해오던 일입니다. 워치 성능이 경기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여러 이유로요..."


"하아. 경기장 건물 시스템을 여기서 더 건드릴 수 있는 건 없어?"


"네... 재난 방송만 킬 수 있었고 다른 것들은 어째서인지 관여가 불가능합니다. 공공기관이라면 분명 이쪽에서 모든 시스템 제어가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그리고 경기장 건물 내 배치된 규율대 인원은 약 60명입니다."


"안에 있는 수인들은 몇 마리지? 건물 내 표적용 드론은 배치되어있나?"


"수인들은 선수들과 경기장 건물 내 일하는 수인들까지 합치면... 예상 5,000마리입니다. 표적용 드론은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규모인데... 수인들 제어 담당인 규율대 인원은 왜 60명밖에 없는 거야?"


"주요 관리 대상인 목줄을 벗고 있는 수인 선수들에게만 집중해서인 듯합니다. 인간 관리자 지시 아래서 목줄로 그동안 수인들 제어가 가능해 왔으니까요. <육지 사냥>과 <수중 사냥> 모두 해서 선수들은 약 400마리 정도 예상합니다."



400마리인데 60명이라니...!


서장은 그래도 적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은?"


"...6만명 예상합니다. 외국인들은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장사치들 결정만 기다려야 한다는 거지? 내 이럴 줄 알았어. 국가가 기업보다 힘이 없으니까 끌려다니기나 하고. 저것들을 다 쏴 죽여야 하는데."



'제4차 전쟁' 이후 모든 국가의 정부는 오랜 전쟁으로 인해 시민들의 신임을 잃었다. 따라 권위는 땅 밑으로 추락하고 시민의 원성을 대표하듯 나선 게 기업이다. 국가의 오랜 전쟁으로 기약 없는 물자 원조 요청으로 인해 뿔이나 들고 일어선 게 시민의 대표라도 되는 것 냥 말이지.


긴 전쟁 속에서 전선에 나갈 인력 보충을 위해 기업이 탄생시킨 생물, 수인.


그래도 수인 생산과 관리는 어떻게서든 나라에서 주도적으로 맡았어야 했다. 나라의 경제 노동 주력인 수인들이 기업 손에 잡혀있으니. 세계 수인들이 공식적으로 올라온 수만 해도 자그마치 10억 마리이다. 숨겨진 수인들을 합치면 아마 훨씬 웃돌겠지. 거기다 우리 조국, <ㄴ국>은 수인 창조 시초이자 가장 많은 수인들을 수출하고 거느리고 있는 나라다.


경찰구급서장은 눈앞의 짐승들을 모조리 쏴 죽일 수 없는 것에 이를 뿌득 갈았다.



.

.

.



6만여 석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은 기대감과 흥분감으로 수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라이브 촬영을 위해 여러 나라에서 보낸 수백 개의 드론이 높은 공중을 오가고 있었다. 선수들과 같이 있던 드론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프로펠러 없이 작동한다. 인간들은 수인들이 만들어지고 정착된 이후 노동의 의무에서 벗어났다. 많은 인간이 유흥 생활에서 삶을 나태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중에 노동에 참여하는 인간들은, 고집 또는 심심풀이로 일하는 케이스거나 배당받은 생활비보다 돈이 필요한 자들이다. 그중엔 마약이나 도박 등에 빠진 자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경기장 안을 가득 채우던 록 음악 소리가 끊겼다. 대신 사이렌 소리가 시작되었다. 관람객들은 그 신호가 수인들이 나오는 이벤트 신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출입구들이 하나 같이 셔터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ㅡ 비상사태, 비상사태, 이것은 모의 훈련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관람객 여러분들은 별도 대피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비상사태, 비상사태...



반복되는 안내음. 그 사이, 출입구에 달린 두툼한 셔터들이 천천히 내려와 출입구를 봉쇄했다. 관람객들은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비상사태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방송이 없어 다들 당혹스러워한다.



"엄마, 아빠 저것만 다 안 내려갔어."


"어... 그렇네?"



한 남자아이가 짧은 손가락을 뻗어 저 멀리 있는 출입구를 가리켜 부모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이의 말대로 한 출입구의 셔터가 반만 내려갔다.


스피커에는 사이렌 소리를 내며 별도의 안내 방송이 있기 전까지 침착히 자리를 지켜 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에 정말 비상사태가 아니라 오차로 빚어진 일이라 여긴 인간들은 슬슬 짜증이 서렸고 어디선가 일하고 있을 수인들을 향해 욕을 하며 소리 지른다. 누군가는 제가 건 도박에 차질이 생길까 봐 핏대를 세운다.



"굼뜬 수인들 같으니!"

"멍청한 녀석들!"

"일 처리 하나 똑바로 못해?!"



남자아이도 흥분한 어른들 틈 사이에서 덜 닫힌 출입구를 향해 소리쳤다.



"멍청한 수인!"



고장난 셔터는 이탈한 하이에나들 눈에 띄기 5초 전이었다.



.

.

.





ㅡ 살려주세요...! 제발 놔주세요!!

ㅡ 수인 새끼들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계속 달리던 와중, 앞 어딘가에서 인간들의 날카로운 외침과 비명이 헤르메스는 들렸다. 저건 음성 변조한 규율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관람객이야. 하이에나들이 관람객들에게 간 건가? 관람석으로 가는 출입구는 이미 경기장 제어실에서 막아놨는데?


저녀석들... 규율대만 건들기로 한 거 무시할 셈이야?



"어떻게 관람객한테 간 거야? 하아... 진짜. 나, 저 녀석들한테 다녀올게! 먼저 가!"


"미쳤...? 헤르메스!"



뒤에서 부르는 니코를 무시하고 헤르메스는 더 속도를 내어 하이에나 뒤를 쫓았다.



"저 녀석 제정신이야? 뭔 배짱으로 제 혼자 하이에나들한테 가?!"



호루스가 버럭 소리 질렀다. 허벅지를 뜯겼던 걸 그새 까먹었나? 헤르는 하이에나에게 당한 일로 한동안 치료와 회복에 신경 썼다.


우리 팀이 속한 나라, <ㄴ국>은 '생물공학'이 우수한 나라다.


다행히 헤르가 스폰받는 대기업들이 이 소식을 듣고 앞다투어 지체 없이 최고 시설에서 명성 높은 생명공학자들과 의사들에게 치료받게 해주었다. 신경, 근육, 피부, 줄기세포 이식 치료 등을 순차적으로 받고 재생 촉진 주사를 맞아가며 한 달 안으로 100% 회복했다. 유례없는 단기간의 회복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심각한 부상이었던 것은 맞다. 다쳤을 때의 고통은 상당했을 텐데. 정신력이 대단한 헤르는 하이에나 앞에서 끝까지 기절하지 않았다.


그날은 호루스에게도 충격적인 경기였다.


다리를 붙잡고 또 한입 물려던 날칸이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가격해 간신히 떨어트렸다 한다. 날칸이는 그대로 기절했고 그사이, 다친 다리를 질질 끌고 오던 헤르를 나랑 선비가 발견했다. 다른 하이에나들을 마주치기 전 서둘러 경기 중에 바위 밑에서 미리 찾아냈던 아이템, '플레어건'을 쏴 타임 요청했다. 정말 다행이었지. 플레어건이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경기는 멈추지 않는다. 헤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것에 실려 갔다.


하마터면... 쇼크나 과다출혈로 죽을 뻔했다. 다신 녀석을 보지 못할뻔했어.


날칸이는 헤르가 실려 나가고 나서 깨어났다. 녀석은 입가에 흥건히 묻은 헤르의 붉은 피를 닦지 않은 채 경기를 이어 나갔다. 헤르가 이번 경기에 더는 나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입가를 혀로 계속 핥아가며. 마치 아쉬운 대로 음미하듯이. 전에 야누스 말대로 경계해야 할 건 인간들이 아니라 하이에나들일 수 있다.



"내가 따라갈게."



팀에서 가장 빠른 헤르를 쫓아가려면 두 번째로 빠른 니코가 제격이었다. 하지만 킹하트는 니코의 어깨를 붙잡았다.



"계획대로 움직여. 이 이상 루트에서 벗어나는 녀석들이 생기면 곤란해."


"하지만 하이에나들한테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저 녀석들 일부러 헤르를 유인한 걸 수 있어!"


"전에 헤르가 당했던 건 뒤에서 공격당한 일이잖아. 달리기 실력만 보면 헤르가 한 수 위야. 여기는 장애물도 별로 없고 상황판단도 좋은 녀석이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알아서 처신하겠지."


"...."



니코는 달리며 흔들고 있던 주먹을 더 꽉 쥐었다. 이 계획이 순탄하게만 흘러갈 거라고 모두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닥쳐오는 돌발 상황은 엄청난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동료를 잃을까. 그것이 거기다 헤르라면... 헤르는 팀에서 대장도, 팀원들에게도 기둥 같은 존재니까.



ㅡ 슉슉!



킹하트는 미간을 찡그리고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헤르와 하이에나들이 지나친 규율대들을 상대해야 했다.



"헤르는 참... 오지랖이 넓어."



킹하트는 니코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며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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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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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2.06.14 11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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