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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4,051
추천수 :
704
글자수 :
594,503

작성
23.12.04 16:30
조회
820
추천
20
글자
12쪽

시공관리국 집행부 제4팀, 엠마 레이워드

DUMMY

“후우. 이곳인가.”


칠흑처럼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 크고 푸른 눈이 달빛을 받아 슬며시 빛났다.


엠마 레이워드.

타임 패트롤. 시공관리국 집행부 제4팀의 A급 대원.

칠흑처럼 검은 정장과 새하얀 피부, 바다처럼 푸른 눈이 달빛에 빛났다.

마치 ‘엘프’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신비로운 외모.

엠마는 임무를 위해 이제 막 지구-633에 도착한 참이었다.


“지구-633... 생각보다 번쩍번쩍하군.”


지구-633.

633번째로 생겨난 시공 속의 지구라는 뜻이었다.

태초 원시에 생겨난 20개의 시공.

그리고 그곳에서 갈라져 나온 각각의 시공.

이유모를 큰 기운의 충격으로 하나의 시공간이 갈라지며 생겨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어떤 존재’들의 개입으로 창조되기도 했다.


기나긴 세월동안 발견된 시공은 약 1만여 개.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그 시공들은 그간 서로 영향을 끼칠 일 없이 평온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변칙자’라는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과거로 돌아가거나 다른 세계로 넘어가거나, 그도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으로 전이되곤 했다.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공의 이동은 통상적인 인간의 힘으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변칙자’들은 달랐다.

생에 대한 갈망, 또 그것을 넘어서는 욕망은 강력한 기운이 되어 시공을 크게 왜곡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단지 ‘상위의 존재’가 개입된 것이라고. 관리국은 그렇게 추측할 뿐.


엠마 레이워드는 그 관리국의 일원이었다.

모든 시공을 모니터링하고 변칙점을 탐지하여 시공을 원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리는, 시간관리국의 ‘타임 패트롤’.


“어디로 가야하나.”


삐빅! 엠마의 팔찌가 알람음을 울렸다.

‘변칙자’의 좌표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슬며시 푸른 기운이 그녀의 주변을 감쌌다.


이번 임무는 'E급'.


일반적인 변칙자는 본능적으로 패트롤이 가진 ‘시공의 힘’에 끌린다.

자연스레 변칙자는 엠마를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미끼가 되는 것.

물론 다짜고짜 주변을 헤집고 부수며 변칙자를 찾아내는 패트롤도 있기야 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패트롤'로서 할 짓은 아니었다.


시공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이번 E급 변칙자도 으레 엠마를 따라올 것이 분명했다.


분명 그랬어야했는데...


좌표가 가리키는 지역과는 한참 떨어진 이곳에서, 변칙자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 자신의 기운을 쫓아 왔다기엔 너무 빨랐다.

그리고 다가오는 기운이 생각보다 강대했다.


게다가.


“지구-633에 저 정도 변칙자가 있을 리가 없는데....”


엠마가 중얼거리며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시야에 변칙자가 들어왔다.

누군가가 장난감을 괴롭히듯 이 지구-633의 인간을 쫓고 있었다.


“역겨운 놈이로고.”


엠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몸을 날렸다.


캉!!!!!


곧이어 엠마의 검정색 칼이 변칙자의 붉은 손날을 막았다.

그녀는 노인에게 겨눈 검을 거두지 않은 채, 상처입은 인간의 손목을 향해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던졌다. 그러자 그의 손목에 그 팔찌가 저절로 감겼다.


'치료용 팔찌'였다.

이것이 아마 저 소년의 상처를 회복시켜주겠지.


“오너라. 변칙자.”


엠마가 철컥! 검을 고쳐잡았다.

노인의 기운이 또다시 크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전달받은 위험도는 E급이었다.

이건 아무리 못해도 C급이다.

요새 들어 기술개발부의 실책이 너무 잦군.


“카하하하하하핫”


노인이 다시 한번 붉은 기운을 끌어올려 엠마에게 달려들었다.


쾅! 귀가 찢어질 듯한 충격음이 일었다.

노인의 붉은 기운이 엠마의 검에 막혔다.

노인은 당황한 표정.

반면 엠마는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녀석이 E급이든 C급이든, 그녀의 상대가 될 리는 만무했다.


‘변칙자’를 처리함에 있어 생길 수 있는 자잘한 오류.

이미 상정하고 있던 오차 범위다.

이 정도는 ‘성공적’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


캉!


다시 한번 엠마가 검을 휘두르자 푸른 불꽃이 크게 일어나며 노인을 족히 열 걸음은 밀어냈다.


“이이이익!!!!”


답답한지 노인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질리지 않고 엠마를 향해 기운을 쏘아냈으나 뜻은 이루지 못했다.


캉! 캉캉!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노인의 기운은 번번이 푸른 불꽃에 막혀 흩어졌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변칙자.”


“카아아앗!!”


비명인지, 기합인지.

그 알아듣지 못할 대답에도 엠마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대화할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변칙자는 처리할 따름이지. 그대에게 다른 서사는 필요 없다.”


삐빅! [ 사용자의 에너지를 예비용 팔찌에 전송합니다. ]


[ 잔여에너지 95%...90%... ]


팔찌가 메시지를 띄웠다.

엠마가 가진 기운을 저 뒤에 다리가 잘린 채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의도했던 일이다. 문제는 없다.

이 변칙자 정도는 굳이 그렇게 큰 힘을 쓰지 않아도 충분ㅎ...


콰콰쾅!!!!


“으윽!”


그때 다시금 달려든 노인의 붉은 손날이 엠마를 밀어냈다.


후욱.

동시에 검을 둘러싼 푸른 불꽃이 일순 크게 일렁였다.

바람을 만난 촛불과 같은 모양이었다.


‘뭐?’


노인의 기운이 더욱 강대해졌다.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다고?

뭔가 잘못됐다. 분명 무언가가...


“카카카카캇!!!!!”


노인이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지으며 엠마를 바라본다.


삐빅! [ 잔여 에너지 70%...65%... ]


잠깐. 뭐야 이게!?


동시에 엠마는 뒤를 돌았다.

시윤을 향해서였다.


‘문제는 이 노인이 아니었어.’


저 소년 때문이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성공적으로 지구-633의 서울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변칙자의 접근이 너무 빨랐다.

그리고..

이제보니 녀석은 본능적으로 ‘이 소년’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순전히 내 실책이다.’


왜 그때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변칙자는 본디 패트롤이 가진 ‘시공의 힘’에 끌린다.

그렇다면 엠마가 녀석의 근처에서 기운을 발한 순간엔, 응당 불나방처럼 엠마에게 달려들거나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변칙자에겐 그런 순간이 없었다. 엠마가 바로 앞을 막아서기 직전까지도.


‘..설마 이 소년을 쫓고 있었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삐빅! [ 잔여 에너지 50%...40%... ]


“쯧.”


게다가 무슨 오류인지는 몰라도 기운까지 쭉쭉 빨아가고 있는 상황.


엠마가 크게 혀를 차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노인의 기운이 또다시 크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엠마가 이를 보고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삐빅! [ 잔여 에너지 20% ]


‘20%라...’


아무래도 저 소년에게 채워놓은 치료용 팔찌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신체 손상 복구에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러니 엠마가 가진 기운을 끌어다 쓰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고작 저 작은 소년 하나 회복하자고 50%가 넘는 힘을 가져다 쓴다고?


“쯧”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평소에 내뱉지 못할 육두문자가 자연스레 터져나올 뻔했다.


하필 이럴 때!


난감하다.

엠마는 꾹. 입술을 깨물었다.

남은 20%로 저 미친 살인광을 상대해야 한단 말이지.


삐빅! [ 예비용 팔찌가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


삐빅! [ 동기화 17%... 28%... 37%... ]


이 다급한 때에 동기화라니.

얼어 죽을 기술개발부 놈들...!

이 오류가 발생한 것도, 좌표가 잘못 찍힌 것도 다 그놈들 잘못이다.

그놈들은 당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대로 당장에···!


콰지직.


노인이 땅을 밟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기운이 몸 주변을 파고 들어온다.

내부에 남아있는 힘이 없으니, 저 정도의 기운에도 중압이 느껴진다.


‘젠장. 일단 저놈부터 어떻게 해야···’


삐빅! [ 동기화 49%... 63%... 77%... ]


삐빅! [ 잔여 에너지 13%, 에너지 전송을 자동으로 차단합니다. ]


저 팔찌는 이 순간까지도 엠마의 기운을 끌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한계점까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젠장...!”


방법은 없다. 부딪히는 수밖에.

엠마는 이제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꽈악. 손에 쥔 장검에 남은 힘을 짜내어 흘려보냈다.

그러자 검날에서 파랑색 기운이 스멀스멀 일렁이기 시작했다.

검을 더욱 세게 쥐자 파랑 기운이 조금 더 짙어지더니 ‘후욱!’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에 작은 잔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평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로서의 최선.

‘마지막 한 방’으로서의 가치는 있을 터였다.


쾅!


엠마의 몸이 스프링처럼 튕겨나갔다.

푸른 불꽃을 두른 검이 곧게 직선을 그리며 쏜살같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삐빅! [ 동기화 89%... 97%... 98%... 100% ]


‘됐다...!’


검끝이 노인의 미간에 닿았다.

아니. 닿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닿았어야 할 터였다.


“..음?”


그러나 엠마의 검은 허공을 찔렀을 뿐이었다.

노인의 모습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역시 고작 10% 언저리 남은 기운으로는 무리였나.


챙그랑!


동시에 들려온 불길한 소리.

붉은 손날이 검의 한가운데를 긋고 지나갔다.

검정색 칼날이 마치 유리 조각처럼 쩌정!!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이런...!”


“케케케케ㅔ케케케!!”


엠마는 부러진 칼을 든 채 입술을 깨물었다.

검을 망가뜨린 붉은 손날이 이제는 엠마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이 1/10로 떨어졌다기로서니 겨우 이 정도 녀석에게 당하다니.


낭패였다.


엠마는 꽤나 숙련된 패트롤이었다. 이보다 험한 임무도 수없이 헤쳐온 A급 대원.

‘고작’ 지구-633에서 생사결을 펼치리라곤, 나아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쾅!!!!


그때, 별안간 굉음이 울렸다.

동시에 분명 눈앞에 있던 노인이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몸이 10미터 가량 붕 떠서 날아가 처박혔다.


꽈지지직..쾅!


노인이 몸을 처박은 나무가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그 웃고 있던 입에서 쿨럭! 피가 쏟아져나왔다.


“끄윽······.”


그러더니 노인의 눈, 귀, 코. 그리고 온몸에 있는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노인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다시 날아오듯 달려들었다.

엠마가 아닌, 엠마의 앞을 막아선 누군가를 향해.


“너··· 네가 어떻게!?”


다리가 모두 잘린 채 다 죽어가던 소년이 온몸에 푸른색 기운을 두른 채 서 있었다.


콰지지지직!!!!!


소년은 달려드는 노인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폭풍을 일으키듯 노인의 몸을 휘감아 비틀었다.


”끄아아아악!!!”


삐빅! [ 대상자의 추가에너지가 허용한계를 초과하였습니다. ]


어느새 노인의 몸은 꽈배기처럼 뒤틀리고 비틀려 털썩!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소년은 여전히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였다.


‘이게 어떻게···’


엠마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방금까지 소년에게서 뿜어져 나온 폭발적인 기운의 흐름.

분명 엠마 자신의 푸른 기운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삐빅! [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


그런 것을 저 소년이 해냈다고?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온몸이 ‘복구’되었다는 점이다.

잘려나간 팔다리는 여전히 풀밭에 뒹굴고 있는데, 이 소년의 몸에서 돋아난 이 팔과 다리는...


회복이나 치료가 아니었다.

【리와인드】다.

신체 자체의 시공을 뒤틀어 시간을 거슬러버린 거다.

그것도 스스로.


이 지구에 이런 힘을 가진 인간이 있다고!?


털썩!


진시윤을 둘러싼 기운이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동시에 그 몸이 그대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 녀석 대체 뭐하는 놈이야!?


작가의말

작가 조팔봉입니다. 연참대전 완주 목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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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0살 소년, 진시윤 +1 23.12.04 720 18 11쪽
» 시공관리국 집행부 제4팀, 엠마 레이워드 +1 23.12.04 821 20 12쪽
1 낫을 든 노인과 칼을 든 여자 +4 23.12.03 1,01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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