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3화 - 부겐빌의 하늘

스기타 쇼이치(杉田 庄一) 상등병은 초조한 듯이 계속해서 군화발로 땅바닥의 모래를 긁고 있었다. 분명 그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 五十六) 사령장관의 호위를 맡게 되었을 때만 해도 호위기가 50여대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막상 호위 당일이 되자 호위기가 6대로 줄어 버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이 지역은 아군의 절대 제공권역으로 호위는 형식적으로 족함'이라는 상층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무수한 공중전을 경험한 그로서는 절대 제공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울 좋은 단어인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조함을 이기 못한 스기타 상등병이 담배를 꺼내려던 찰나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참모진과 수뇌부 장성들을 데리고 활주로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스기타 상등병은 급히 담배를 집어 넣고 기립 자세를 취했다.

"자네가 오늘 호위의 편대장인가? 잘 부탁하네"

"각하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야마모토 사령장관의 말에 스기타 상등병이 힘 있게 거수 경례를 올렸다. 야마모토는 스기타 이하 6인의 호위 파일럿들을 미소 띤 얼굴로 흩어 보고 탑승기인 일식육공(一式陸攻) 1호기로 향했다. 일식육공은 원래 육상 공격기였지만 오늘 야마모토 이하 연합함대 수뇌부의 탑승을 위해 임시 정찰기로 개조 된 상태였다.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네척의 항공모함과 300여대의 항공기를 잃음과 동시에 육성에 적어도 2년은 걸리는 숙련 파일럿 200여명을 잃은 일본은 위기에 몰리고 있었다. 과달카날에서의 상륙전도 결국 일본의 패전으로 끝나고, 남서 태평양 각지에서 일본군의 패배와 후퇴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금일 직접 전선을 시찰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한 때문이었다.

처음에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과달카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최전선인 라바울 기지를 시찰하겠다고 했을 때, 참모부에선 반대를 했다. 일본 연합함대의 최고 통수권자가 위험을 무릅 쓰고 최전선에 나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이대로 앉아서 미군의 함포가 수도권을 가시거리에 둘 때까지 보신(保身) 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던 것이었다. 결국 해군 수뇌부는 야마모토 사령장관의 호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정찰 일시와 장소, 규모 등을 자세히 적어 전문으로 일선 지휘부에 송신했는데, 호위에 만전을 기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미군에 덜미를 잡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미군 정보부는 연합함대의 기함 무사시(武蔵)에서 송신 된 이 전문을 수취하여 일본군의 일선 지휘관들 보다 먼저 해독하고, 야마모토의 정찰 계획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게 된 것이었다.

야마모토의 정찰 계획을 정보부로 부터 보고 받은 미태평양함대 사령관 체스터 니미츠 대장은 우선 야마모토의 정찰 정보만을 입수했다고 백악관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고 했다. 니미츠 제독 단독으로 야마모토 일행을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섣불리 그를 제거했다가 되려 복수심에 사무친 일본군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없지 않을까 우려한 탓이었다.

무엇보다 걱정 되는 것은 야마모토를 제거했을 때, 그 뒤를 이을 더 우수한 제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진주만 공격을 성공시킨 것도 야마모토였지만, 그 뒤 미드웨이 해전에서 대참패를 기록하고 일본연함함대를 궁지에 몰아 넣은 것 역시 야마모토였기 때문이었다. 미드웨이 해전을 이끈 지휘관은 나구모 쥬이치(南雲 忠一) 대장이었지만, 나구모를 미드웨이 해전의 지휘관으로 임명한 것은 야마모토 사령장관 그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야마모토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니미츠 사령관의 보고에 즉시 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두시간에 걸친 장관 회의 끝에 야마모토를 제거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미국이 두려워 하는 일본의 유학파 제독들 중 야마구치 다몽 소장은 미드웨이에서 전사했고, 남은 것은 야마모토 뿐이니 그만 제거하면 이후 누가 일본 해군의 수장이 되더라도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