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럭비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내게 100억 현상금을 걸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럭비
작품등록일 :
2021.03.07 18:55
최근연재일 :
2021.04.01 07: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5,764
추천수 :
108
글자수 :
101,100

작성
21.03.16 21:14
조회
298
추천
6
글자
12쪽

8화 나의 팬 윤호 (1)

DUMMY

연우는 산을 계속 탔다. 마력으로 인해서 몸에 힘이 넘쳤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굶은 허기를 마력이 해결해주진 않았다. 연우는 산 중턱에 올라 정신없이 빵과 우유를 먹었다. 계속 산을 타자 어느새 어두워져서 옷을 껴입고 나뭇잎을 그러모아 그 위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다시 산길을 탔다. 그냥 발걸음 가는대로 계속 가다보니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지만 멀리 산 아래로 시내가 보였다. 연우는 산길을 내려와 시내로 진입했다. 26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마족의 침공 이후 서울 외에 행정구역은 다 몇 구역 몇 구역 이런 식으로 나뉜 상태다.


‘일단 있을 곳을 찾아야 해.’


연우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허름한 골목에서 한 고시원을 찾았다. 들어가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연우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방 구하시려고?”

“네, 월세랑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한 달 20만원에 공동샤워장 있고, 밥 김치 제공.”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연우는 현금으로 바로 한 달치 비용을 결제하고 방을 안내받았다. 고시원 주인은 비좁은 계단을 올라간 다음 복도를 지나 다닥다닥 붙은 방문들 중 하나를 열었다.


몸 하나 누우면 끝인 공간이었다. 창문도 없고. 그래도 지금 그딴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방 키를 받고 연우는 짐을 풀었다. 한숨을 돌리고 가만히 누워 가슴 속에 들어차 있는 뜨거운 기운을 느껴봤다. 가슴 속안에 마력이 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오크에게서 막 마력을 흡수했을 때만큼 충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마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 안에서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언데드이기 때문에 이 마력으로 움직임을 유지하고 있는 거다. 이게 몸에서 전부 빠져나가면 시체로 다시 돌아가는 거고.’


이제부터 마력관리를 해야 했다.


‘마력이 얼마나 몸 안에 남아 있는 건지 수치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


연우는 고시원을 나왔다. 고시원 골목에서 나와 번화가로 빠져서 핸드폰 대리점을 찾았다.


“어서오십시오.”


연우를 맞이하는 대리점 주인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아마도 마족 손님이 아니고 인간 손님이라 그럴 것이다. 마족 손님은 아무래도 상대하기 부담스러우니까.


“중고스마트폰 살 수 있습니까?”

“그럼요. 가격은 얼마 생각하고 계시는지...?”

“제일 싼 걸로 주세요.”


좋은 건 필요 없었다. 통화용은 아니고 인터넷 검색만 하기 위한 용도였으니까.


“그리고 스마트워치도 주십쇼. 마력측정 기능이 있는 버전이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주변기기 스마트워치. 마족이 세상을 지배하고나서 출시된 스마트워치에는 마족친화적인 기능이 많이 추가되었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체내의 마력을 측정해주는 기능이었다.


마력측정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연우의 말에 대리점 주인의 표정이 살짝 의아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력측정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워치는 그렇지 않은 모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그러니 인간이라면 괜히 마력측정 기능이 포함된 버전으로 비싸게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력측정 기능이 있는 버전이라고 하셨나요?”

“네. 안 됩니까?”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어쨌든 더 비싼 걸 사준다니 장사꾼 입장에서 거절할 필요는 없다. 대리점 주인은 중고스마트폰과 그와 연동되는 스마트워치 모델을 연우에게 내밀었다.


“스마트폰이 오만원, 스마트워치가 이십만원. 두 개 합쳐서 이십 오만원입니다.”


마력측정 기능이 있어서 그런 건지 스마트워치는 중고인데도 비쌌다.

연우는 만원 지폐 스물다섯장을 꺼내 카운터 위에 올려놨다.


고시원으로 돌아와 제공되는 공용 와이파이에 중고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인터넷을 켰다. 일단 자신이 현상수배되어 있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검색포털 상단에 마왕의 기사들이 제일 위에 떠있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마왕님, ‘미래스낵’ 본사 방문. 더 맛있는 과자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임직원들 격려.]

[마왕님, 가수 티나의 신곡 녹음실 방문해 즉흥 피처링. ‘피처링이 제일 쉬웠어요.’]

[마왕님, 새 시대 새 희망 특별인터뷰. ‘나는 마족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꿈꾼다. 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젠장, 무고한 사람 고문해서 죽여 놓고 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연우는 못마땅하게 중얼거리면서 현재 현상수배자들을 모아놓은 페이지를 검색했다. 현상수배자들은 대부분 마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족의 돈을 훔치거나 마족에게 사기를 친 인간들.

예상대로 현상수배자 명단에 연우는 없었다.


연우가 탈출한 곳은 마왕성이 아니라 나쟈크의 개인 저택이었다. 나쟈크가 말한 것처럼 마왕의 머리카락을 몰래 구해 와서 실험한 것을 보면 이 실험에 대해선 마왕은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왕의 세포를 이용해 비밀실험하던 대상이 없어졌다고 나쟈크가 동네방네 현상수배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 나쟈크가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움직여서 연우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럼 일단 한숨은 돌렸고...’


다음 할 일은 네크로맨서와 언데드에 관해서 알아보는 것이었다. 알아야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튜브에서 네크로맨서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니 각종 영상이 쏟아졌다. 그 중에 나쟈크가 운영하는 개인채널도 있었다.


- 천재 네크로맨서 나쟈크님의 채널 -


‘천재 네크로맨서 좋아하네.’


연우는 그 채널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언데드를 만드는 법. 언데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올린 영상들이 있었다. 연우는 쭉 영상을 훑어보며 네크로맨서와 언데드에 관한 기본지식을 습득했다.


놈의 영상에 따르면 언데드는 세 가지 경우에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첫째, 머리가 박살날 경우.

둘째, 네크로맨서가 주입한 마력이 다 떨어질 경우.

셋째, 주술자인 네크로맨서가 죽을 경우.


셋째 경우를 보고 연우는 당황스러웠다.

‘주술자인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죽는다라... 젠장, 그럼 나쟈크가 죽으면 나도 죽는 거잖아?’

연우는 갑자기 놈의 건강상태가 걱정되었다. 놈이 나이는 얼마나 먹은 건지, 고질병은 없는지...


연우는 포털 홈페이지에 ‘나쟈크’를 검색어로 쳐봤다. 마족인물 공식 소개란에 보니 183세다. 네크로맨서 마족은 300살까지는 산다니까 일단 노화로 자연사할 걱정은 없었다. 좀 더 찾아보니 최근 6개월 전에 나쟈크가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마왕님의 직속부하 나쟈크님, 건강검진 결과 건강상태 양호. ‘저 건강해요.’]


건강하단다. 젠장.

‘다행이긴 한데 놈이 건강하다니까 기분이 더럽군... 내 몸엔 이상한 실험을 해놓고.’


나쟈크가 자연사할 일도 병으로 죽을 일도 당장은 없다만 거슬리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나쟈크는 고위 마족인 만큼 저항군의 주요 암살타깃이란 점이다. 저항군의 나쟈크 암살 시도가 성공이라도 하면 연우도 같이 죽는 것이다.


‘골치 아프군...’


하지만 고위 마족을 암살하긴 쉽지 않다. 나쟈크 정도 되면 경호도 삼엄할 뿐더러 경호가 없더라도 그 본인을 죽이기도 쉽지 않다.


‘그 점은 안심해도 되려나...’


연우는 용족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마왕이 용족이고 자신의 몸에는 용족의 세포가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용족은 다른 마족들을 죽이고 마력을 흡수해서 강해질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그냥 느낌이 아니었군.’


연우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마력측정앱을 켜봤다.

현재 마력이 531포인트라고 표시되었다.


‘이게 얼마 만큼인 거지?’


연우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가만히 있어봤다. 대충 한 시간이 지나자 10포인트가 소모되어 521포인트가 되었다.

물론 격하게 움직이면 더 많이 소모되는 듯했다. 어쨌든 단순계산했을 때 다시 마력을 채우지 않으면 최대 52시간 안에 자신은 시체가 되고 만다.


‘사냥감을 찾아야 돼.’


시간은 6시. 슬슬 바깥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조금 더 어두워지면 바깥으로 나가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 생각 저 생각에 골몰하다보니 배가 고팠다. 사냥에 임하기 전 배를 좀 채우기도 해야 할 거 같아 연우는 고시원 복도로 나갔다. 그 끝에 마련되어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허름하군...’


연우는 고시원 부엌을 보며 생각했다. 물때가 낀 싱크대, 20년은 쓴 것 같은 구형모델 전기밥솥과 냉장고. 곰팡이가 슨 천장의 벽지들.


‘여긴 딱 봐도 인간밖에 없겠군...’


이런 곳에는 인간밖에 없다. 마족은 이런 허름한 곳에 오지 않는다. 정말 밑바닥 인생 마족이라면 모를까.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것은 흰밥과 김치 뿐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밥이라 먹을 만했다.


절반 정도 먹고 있는데 부엌 안으로 거구의 사내가 들어왔다. 연우는 마력측정앱을 켜놓은 스마트워치 화면을 얼른 껐다. 거구의 사내는 연우를 힐끗 보고는 밥통에서 밥을 퍼서 연우가 앉아 있는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면서 뭔가 못마땅한지 연우를 맘에 안 드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뭐야,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


그런 시선이 계속 되자 연우는 남자에게 물었다.


“뭐, 문제 있습니까?”

“여기 새로 오셨소? 못 보던 얼굴인데.”

“오늘 입실했습니다.”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연우의 가슴팍을 보고 말했다.


“잉여인간이시군.”


연우는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표정에 경멸이 어리는 걸 느꼈다. 남자의 가슴에는 필요인간등록증이 떡하니 달려 있었다. 마족 지배 이후 인간들에겐, 초등학생들이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필요인간등록증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게 의무가 되었다. 그걸 달고 다니는 건 이런 의미다.


‘나는 마족에게 필요한 인간입니다. 저를 함부로 때리거나 죽이지 말아주세요.’


“처음 왔으면 인사도 먼저 딱하고 그게 예의 아니요? 내가 이 고시원 제일 오래 있던 사람인데...”

‘텃세를 부리는 군... 이 고시원에 먼저 온 게 뭐라고...’

“몇 살이신가?”

“스물일곱입니다.”

“내가 삼십칠이니까 말 놓지.”

“뭐, 그러시죠.”

“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남자는 선심 쓰듯이 말했다.

그때 부엌으로 누군가 또 한명이 들어왔다.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청년은 남자를 발견하고 그의 옆에 쭈뼛쭈뼛 섰다.


“저, 민철이 형님...”

“왜?”

“저번에 빌려가신 20만원 있잖아요...”


그 말에 남자가 밥숟가락을 책상에 탁 놓고 인상을 썼다.


“씨... 진짜... 밥 먹고 있는데...”

“형님 오늘 월급날이시잖아요. 오늘은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월급날 맞는데, 내가 갚는다고 했냐, 안 했냐? 사람 자꾸 돈 떼어먹는 사람 만들래?”

“죄송합니다.”

“젠장... 마족 새끼들한테 하루 종일 시달리고 왔는데 별...”


남자는 남은 밥과 김치를 한입에 다 욱여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청년을 지나쳐 부엌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청년은 연우와 눈을 마주치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청년은 부엌을 나가려다가 멈칫 그 자리에서 멈추더니 연우를 다시 빤히 쳐다봤다.


“어...?”


쟨 또 왜 저러나 싶은 연우에게 청년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이 내게 100억 현상금을 걸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3.31 95 0 -
공지 연재주기입니다. 21.03.14 185 0 -
20 20화 이성규 패거리(4) +1 21.04.01 84 3 11쪽
19 19화 이성규 패거리(3) 21.03.31 107 3 10쪽
18 18화 이성규 패거리(2) 21.03.30 106 3 10쪽
17 17화 이성규 패거리(1) 21.03.29 123 3 9쪽
16 16화 탈출(3) 21.03.26 132 4 9쪽
15 15화 탈출(2) 21.03.25 150 4 10쪽
14 14화 탈출(1) 21.03.24 159 4 12쪽
13 13화 나의 팬 윤호(5) +1 21.03.23 172 4 11쪽
12 12화 나의 팬 윤호(5) 21.03.22 183 4 9쪽
11 11화 나의 팬 윤호(4) +1 21.03.19 226 7 12쪽
10 10화 나의 팬 윤호(3) 21.03.18 235 5 10쪽
9 9화 나의 팬 윤호(2) 21.03.17 261 5 9쪽
» 8화 나의 팬 윤호 (1) 21.03.16 299 6 12쪽
7 7화 마왕의 힘을 얻다(7) 21.03.15 334 6 9쪽
6 6화 마왕의 힘을 얻다(6) 21.03.13 389 6 12쪽
5 5화 마왕의 힘을 얻다(5) +2 21.03.12 437 8 13쪽
4 4화 마왕의 힘을 얻다(4) 21.03.11 480 8 12쪽
3 3화 마왕의 힘을 얻다(3) 21.03.10 521 7 11쪽
2 2화 마왕의 힘을 얻다(2) 21.03.09 574 8 18쪽
1 1화. 마왕의 힘을 얻다(1) +2 21.03.08 776 1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